고3/국어

2004-06 고3 모평 국어

고인도르 2023. 3. 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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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국어
시행 : 2004.06.02(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2004-06 고3 모평 1국어[문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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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 고3 모평 1국어[듣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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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 고3 모평 1국어[듣기대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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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 고3 모평 1국어[해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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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홍보물에 들어갈 그림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2. (물음) 방송 출연자들의 언어 사용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외국어를 자주 사용하여 우리말의 고유성을 해치고 있다.
②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성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③ 비속한 어휘와 반말을 사용하여 방송의 공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④ 고정관념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⑤ 인터넷상의 용어 사용으로 특정 청취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는 전달력이 떨어진다.

3. (물음) 수업에서 설명한 원리를 적용할 때, 친구에게 할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도 책이 당장 필요해서 그래. 내 사정도 이해해 줘.
② 네 기분도 이해는 하지만 책을 던지지 말았으면 좋겠어.
③ 그러면 나만 야박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상하잖아.
④ 책을 미리 돌려 달라는 건 미안하지만 너의 행동도 문제가 있어.
⑤ 그렇게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 나도 기분이 나빠. 그만 오해 풀자.

4. (물음)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말하기 불안’을 진단하는 점검표를 만들려고 한다. 항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말할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② 나는 많은 사람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
③ 나는 처음 접한 상황에서도 말을 잘 한다.
④ 나는 말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⑤ 나는 부모님, 선생님과 대화를 자주 나눈다.

[5~6] 들려주는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교수의 질문 성격을 순서대로 배열한 것은?

① 문제 제기 → 논거 확인 → 상세화 요구 → 반론 제시 → 해결 방안 요구
② 문제 제기 → 논거 확인 → 상세화 요구 → 해결 방안 요구 → 반론 제시
③ 문제 제기 → 논거 확인 → 반론 제시 → 상세화 요구 → 해결 방안 요구
④ 문제 제기 → 반론 제시 → 논거 확인 → 해결 방안 요구 → 상세화 요구
⑤ 문제 제기 → 반론 제시 → 논거 확인 → 상세화 요구 → 해결 방안 요구

6. (물음) 학생의 대답에 대한 평가로 적절한 것은?

① 일관성 있게 자신의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② 자기 주장과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수용적이다.
③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④ 외국의 사례를 들어 핵심적 논거를 보완하고 있다.
⑤ 질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논점에서 어긋나고 있다.

이제 듣기 문제가 끝났습니다. 7번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글을 쓰고자 한다. 그림을 두 가지씩 연결하여 구상한 글의 주제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 / ㉣ / ㉢ / ㉤
놋그릇 / 일회용품 / 엿가위 / 분리된 가위 / 일반 가위


① ㉠ :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다소의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② ㉡ : 과거는 현재의 뿌리이므로 사라져 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③ ㉢ : 한 집단 안에서도 각자의 역할이 다르므로 저마다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④ ㉣ :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⑤ ㉤ :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 소비 문화를 정착시켜 과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8. ‘범죄 예방을 위한 감시 카메라 설치와 운영’에 대하여 글을 쓰고자 한다. <보기>를 활용하여 제시할 수 있는 절충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설문 조사 결과
∙질문 : 우리 지역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결과 : ㉠ 응답 비율
- 찬성(53%), 반대(42%), 무응답(5%)
㉡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
- 찬성 이유 : 범죄 예방 효과, 신속한 범인 체포 등
- 반대 이유 : 사생활 침해, 경제적 부담 등


① 우선 우범 지역에만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본다.
② 범죄 발생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감시 카메라를 운영한다.
③ 지역 주민들이 합의하여 감시 카메라 설치 대수를 결정한다.
④ 지역 주민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는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는다.
⑤ 신속한 범인 체포를 위하여 경찰과 협의해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다.

9. <보기>는 ‘청소년기 고전 작품 읽기를 활성화하자’는 논제로 글을 쓰기 위해 작성한 메모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고 할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 청소년기 고전 작품 읽기의 목적
- 내면 세계의 확충
- 읽기의 즐거움 느끼기
- 삶의 보편적 가치 발견
* 고전 작품 읽기를 방해하는 요인
- 작품 해독의 어려움
- 언어 관습의 차이
- 향유 맥락에 대한 이해의 부족
청소년기 고전 작품 읽기 활성화 방안
(         ㉠         )


① 학교 도서관의 기능 활성화
② 청소년용 고전 작품 출판 및 보급
③ 고전 작품 읽기 과제 부여 및 평가
④ 고전 작품 선정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⑤ 고전 작품을 비판적으로 읽는 사회 환경 조성

10.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개요를 작성해 보았다. 개요 수정을 위한 생각 중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제 목 : 인터넷 실명제 실시 신중해야
주제문 : 인터넷의 사용 실태와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 최소화 방안은?
서론 :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문제 제기
본론 :
1.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 최소화 방안
(1) 사용자들의 인식 제고
(2) 내부고발자 보호 근거 마련
2. 인터넷 실명제의 긍정적 측면
(1) 인터넷 범죄 감소
(2) 허위 사실 유포 감소
3. 인터넷 실명제의 부정적 측면
(1) 비판 기능 약화
(2)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증대
결론 :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관심 촉구
∘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주제문 수정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 최소화 방안을 추가함
(3) 개인 정보 보호 방안 마련
∘ 논지를 보강하기 위해 항목을 추가함
(3) 인터넷 게시판 사용자 증가
∘ 논지를 구체화함
정부 비판 기능 약화
기업 비판 기능 약화
∘ 논지 전개상 어색함
이동


① ㉠
② ㉡
③ ㉢
④ ㉣
⑤ ㉤

11. 실의에 빠진 친구를 위로하기 위하여 쓴 쪽지 글이다. <보기>의 조건이 가장 잘 반영된 것은?

 <보 기> 
1. 희망적인 내용을 담을 것.
2. 적절한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할 것.
3. 직유나 은유의 표현을 사용할 것.


① 많이 아프지?
몇 주 동안 혼자 있으려니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하겠니?
문득 ‘하면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반 친구들도 네 안부를 물었어.
② 친구가 떠나서 무척이나 섭섭하겠구나.
축 처져 있는 모습, 너답지 않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잖아?
너무 아파하지 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렴. 봄의 새싹같이.
③ 선생님께 혼나서 많이 속상하지?
너를 사랑하시기 때문일 거야.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
괜찮지? 수업 끝나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④ 동생이 아픈데 집안 사정도 어려워졌다며?
공부하기도 힘들 텐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구나.
힘내! 우리는 젊잖아?
햇빛처럼 환한 너의 웃음을 다시 보고 싶다, 친구야.
⑤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쉽다.
너무 절망하지 마. 사실 나도 떨어졌거든.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말도 있잖아?
우리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12. <보기>의 글을 고쳐 쓰기 위해 자기 평가표에 따라 표시하여 보았다. 바르게 표시한 것은?

 <보 기> 
행복한 사람의 특성과 조건
행복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행복한 사람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이 둘의 본질적인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첫째, 물질적 행복은 객관적인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동적인 행복이다. 이에 비해 정신적 행복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으로 그만큼 적극적, 능동적인 행복이다. 둘째, 물질적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정신적 행복은 절대적인 것이다. 비교의 대상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행복은 인간의 수명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유한한 것이다.
셋째, 물질적인 행복은 제한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가질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정신적인 행복은 무제한적인 행복이다. 정신적 가치는 얼마든지 많이 가질 수 있는 우리들의 유산이다.


① 평가항목 : 제목과 글의 내용이 잘 연결되어 있는가?
② 평가항목 : 주요 개념을 대비해서 설명하고 있는가?
③ 평가항목 : 문단은 적절히 구별되어 있는가?
④ 평가항목 : 앞뒤 문장의 연결은 자연스러운가?
⑤ 평가항목 :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은 적절한가?

13. <보기>의 ㉠~㉢에서 높임을 받고 있는 인물은?

 <보 기> 
㉠ 할아버지께서 시장에 가신다.
㉡ 영수가 어머니께 선물을 드린다.
㉢ 할머니께서 지금 도착하셨어요.
듣는 이 / 말하는 이
행위의 주체 / 행위의 대상


① ㉠-말하는 이 / ㉡-주체 / ㉢-주체
② ㉠-듣는 이 / ㉡-주체 / ㉢-주체
③ ㉠-듣는 이 / ㉡-대상 / ㉢-듣는 이
④ ㉠-주체 / ㉡-듣는 이 / ㉢-주체, 듣는 이
⑤ ㉠-주체 / ㉡-대상 / ㉢-주체, 듣는 이

14. <보기>의 ⓐ~ⓒ를 ㉠∼㉢과 바르게 연결한 것은? [1점]

 <보 기> 
사람들은 대체로 사건이 일어난 시점과 말을 한 시점을 비교하여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인식한다. 또한 사건이 일어나는 양상에 따라 ‘진행’, ‘완료’로 구분하여 인식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
과거 / 현재 / 미래
[시간 표현의 예]
∙ 나는 밥을 ⓐ먹고 있다.
∙ 어제 나는 박물관에 ⓑ갔었다.
∙ 우리는 한글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15. <보기>의 ㉠, ㉡과 의미 중복 유형이 가장 유사한 단어는?

 <보 기> 
‘저희들’이나 ㉡‘너희들’은 ‘-희’가 복수성을 가지고 있어 ‘저희’, ‘너희’만으로 복수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에다 다시 ‘-들’을 붙여 ‘저희들’, ‘너희들’처럼 앞 말의 일부를 중복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① 뼛골
② 외갓집
③ 씀씀이
④ 단옷날
⑤ 교차로

[16~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저는 주로 붓으로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만 가끔 ‘매직펜’으로 줄을 긋거나 글씨를 쓸 일이 생깁니다. 이 매직펜은 매직잉크가 든 작은 병을 병째 펜처럼 들고 사용하도록 만든 편리한 문방구(文房具)입니다. 이것은 붓글씨와 달라 특별한 ㉠숙련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초보자가 따로 없습니다.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아무나 눌러도 정해진 음이 울리듯, 매직펜은 ⓐ가 긋더라도 정해진 너비대로 줄을 칠 수 있습니다. 먹을 갈거나 붓끝을 가누는 수고가 없어도 좋고, 필법(筆法)의 수련 같은 귀찮은 노력은 더구나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휘발성이 높아 건조를 기다릴 것까지 없고 보면 가히 인스턴트 시대의 총아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편의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종이 위를 지날 때 내는 날카로운 마찰음―기계와 기계의 틈새에 끼인 문명의 비명 같은 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달려들 듯 다가오는 그 ㉡자극성의 냄새가 좋지 않습니다.
붓은 결코 소리 내지 않습니다. 어머님의 약손같이 부드러운 감촉이, 수줍은 듯 은근한 그 묵향(墨香)이, 묵의 깊이가 좋습니다. 추호(秋毫)처럼 가는 획에서 필관(筆管)보다 굵은 글자에 이르기까지 흡사 피리 소리처럼 이어지는 그 폭과 유연성이 좋습니다. 붓은 그 사용자에게 상당한 양의 노력과 수련을 요구하지만 그러기에 그만큼의 애착과 사랑을 갖게 해 줍니다. 붓은 좀체 호락호락하지 않은 매운 지조의 선비 같습니다.
매직펜이 실용과 편의라는 서양적 사고의 산물이라면 붓은 동양의 정신을 담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의 벼룻집 속에는 이 둘이 공존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제가 소위 ‘동도서기(東道西器)’라는 절충의 논리를 수긍하는 뜻이 아닙니다.
절충이나 종합은 흔히 은폐와 호도(糊塗)의 다른 이름일 뿐, 역사의 특정한 시점에서는 그 사회, 그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객관적 제 조건에 비추어, 비록 상당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 경중, 선후를 준별하고 하나를 다른 하나에 종속시키는 실천적 파당성(派黨性)이 도리어 ‘시중(時中)’의 진의이며 중용의 본도(本道)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역시 붓을 선호하는 쪽입니다. 주로 도시에서 교육을 받아온 저에게 있어서 붓은 단순한 취미나 여기(餘技)라는 공연한 사치로 이해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신영복, 매직펜과 붓 -

(나)
서구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분수는 대개가 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분수들이다. 화산이 불을 뿜듯이, 혹은 로켓이 치솟아 오르듯이, 땅에서 하늘로 뻗쳐 올라가는 힘이다. 분수는 ㉢대지의 중력을 거슬러 역류하는 물이다.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고 부정하며 제 스스로의 힘으로 중력과 투쟁하는 운동이다. 물의 본성에 도전하는 물줄기이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천연의 성질, 그 물의 운명에 거역하여 그것은 하늘을 향해서 주먹질을 하듯이 솟구친다. 가장 물답지 않은 물, 가장 부자연스러운 물의 운동이다. 그들은 왜 분수를 좋아했는가? 어째서 비처럼 낙하하고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그 ㉣물의 표정과 정반대의 분출하는 그 물줄기를 생각해 냈는가? 같은 힘이라도 폭포가 자연 그대로의 힘이라면 분수는 거역하는 힘, 인위적인 힘의 산물이다. 여기에 바로 운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자연에 대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두 가지 다른 태도가 생겨난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의 힘이란 것도, 문명의 질서란 것도, 그리고 사회의 움직임이란 것도 실은 저 광장에서 내뿜고 있는 분수의 운동과도 같은 것이다. 중력을 거부하는 힘의 동력, 인위적인 그 동력이 끊어지면 분수의 운동은 곧 멈추고 만다. 끝없이 인위적인 힘, 모터와 같은 그 힘을 주었을 때만이 분수는 하늘을 향해 용솟음칠 수 있다. 이 긴장, 이 지속, 이것이 서양의 역사와 그 인간 생활을 지배해 온 힘이다.
- 이어령, 폭포와 분수 -


16.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는 (나)에 비해 글쓴이의 선호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② (가)는 (나)에 비해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이 나타나 있다.
③ (가)와 (나)는 비유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가)와 (나)는 서로 관련되는 대상을 대비하여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대상을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17. ㉠~㉤ 중 문맥적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인 것은?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18. ⓐ의 ‘누(구)’와 의미가 가장 비슷한 것은? [1점]

①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② 둘 중에서 누가 먼저 할래?
③ 우리 반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④ 그에게 누구를 사랑하는지 물었다.
누구든 나한테 한 명만 보내 줄래?

19. (가)의 관점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중간 노선을 인정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도덕을 제외한 모든 인간 문제는 회색에 속한다. 타협이 있어야 한다.
②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함은 그저 중간일 뿐이다. 사랑할 때 사랑하고 미워할 때 미워할 줄 아는 절도에 삶의 본질이 있다.
③ 우리는 각자의 편견으로 물든 안경을 쓰고 있다. 인간은 대상을 주관적으로 보지 객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인식의 객관성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④ 세상에는 가끔 편견과 인습의 사슬에 매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려 한다. 편견과 인습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⑤ 인간이 극단적인 것을 성취한다고 해서 그 위대함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두 극단에 도달하여 그 중간을 모두 채움으로써 인간은 위대해지는 것이다.

[20~2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오늘날 여성들은 체중에 상관없이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빈부, 노소를 떠나서 하나같이 날씬해지기를 원하고 그러한 욕망은 다이어트 열풍으로 이어진다. 몸이 우리의 다양한 욕구나 자기 표현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다이어트 열풍은 우리 사회를 읽어 내는 하나의 ㉡거울이 될 수 있다.
몸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사회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1930년대에는 바싹 마른 몸매의 여성이, 1950년대에는 마릴린 먼로와 같이 풍만한 몸매의 여성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대공황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1930년대에는 일하는 여성이 필요했기에 민첩해 보이는 마른 여성이 매력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좋아지기 시작한 1950년대에는 여성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바라는 풍조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풍만한 곡선미를 지닌 여배우의 이미지를 선호하였다.
소비 사회에서 몸은 자연스럽게 자기 표현의 중심이 된다. 산업의 발달로 물질이 풍요해지자 인간은 다양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고 믿게 되었다. 오늘날 소비는 대중 매체에 의해 조정되고 조절되는 경향이 짙다. 또한 인간은 ⓐ영상 매체에서 본 이미지를 모방하여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소비를 통한 자기 표현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규정된다고 할 수 있으며,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행위는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날씬한 여성의 이미지를 선호하는 것도 이와 밀접하게 닿아 있다. 모든 유형의 다이어트가 오늘날과 같은 이유로 행해진 것은 아니다. 중세에 다이어트는 종교적 생활 양식에서 영혼을 통제하려는 훈육(訓育)의 한 방법이었고, 18세기에는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음식의 양과 유형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오늘날의 다이어트는 대부분 날씬한 몸매를 만들어서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다. ⓓ외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이러한 다이어트 열풍을 부추겼으며, 대중 매체를 통해 점점 더 확대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몸에 대한 관심은 자본주의의 상품화 논리에 지배되면서 오히려 자기 몸을 소외시키고 있다. 대중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상품으로서의 몸 이미지와 외모 지향적 가치관은 ⓔ매력적인 몸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강화하고, 사람들을 다이어트를 통한 날씬한 몸매 만들기 대열에 합류시킨다. 이처럼 대중 매체 속에서 만들어진 획일화된 몸 이미지는 우리에게 더 이상 몸은 없고 몸 이미지만 남게 한다.


20.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1점]

① 1950년대 미국에서는 풍만한 몸매의 여성이 인기를 끌었다.
② 사람들이 선호하는 몸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③ 경제 상황이 사람들의 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④ 소비 사회에서 사람들은 영상 매체에서 얻은 몸의 이미지를 모방한다.
⑤ 18세기의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로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자 하였다.

21. ㉠과 거리가 먼 것끼리 묶인 것은?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22. ㉡의 ‘거울’과 의미가 가장 유사한 것은? [1점]

① 그는 모든 사람의 거울이 된다.
② 사람의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거울 속에 비친 풍경은 고즈넉했다.
거울은 유리 뒤쪽에 아말감을 발라 만든다.
⑤ 그는 자신의 실수를 거울로 삼아 더욱 분발했다.

23. ㉢의 구체적인 사례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요즘은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어. 세수할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어.
② 몸매 가꾸기 방송 봤니? 나는 그 방송만 보면 압박감을 느껴. 난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데.
③ 너희들, 어제 저녁 방송에서 그 가수가 입고 나온 옷 봤니? 나도 그 가수와 똑같은 옷을 사 입었어.
④ 예전에는 개인의 집단적 가치와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화장을 했대. 지금 화장의 의미는 다른데 말야. 요즈음 남자들도 화장을 하잖아.
⑤ 난 랩을 좋아해. 빠른 지껄임, 그리고 경쾌한 율동과 몸놀림이 있어 좋아.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랩의 모든 것을 따라 해.

24. 위 글의 관점에서, 식사 장애를 겪고 있는 <보기>의 화자에게 증상의 원인을 진단하여 해 줄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학교에서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항상 무능하다는 느낌에 압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나의 외모가 매력적이고 날씬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나는 연예인처럼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내 체중은 눈에 띄게 감소되고 있다. 나의 체중 감소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선은 기쁘다. 체중이 줄수록 내가 서서히 아이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정말 좋다.


① 당신의 증상은 정신 병리적인 것이며 신경증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② 당신의 증상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원초적 불안과 관련이 있습니다.
③ 당신의 증상은 일종의 음식물 섭취 혼란 증후군으로 먹는 것에 대한 왜곡된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④ 당신의 증상은 양육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유대를 단절하는 반항적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⑤ 당신의 증상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획일화된 몸 이미지에 깊이 종속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25~2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오늘날 영화 한 편에 천만 명의 관객이 몰릴 정도로 영화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영화 초창기인 1930년대에 발터 벤야민(W. Benjamin)이 영화를 비판적으로 조망하고 있어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영화는 전통적인 예술 작품이 지니는 ㉠아우라(Aura)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우라는 비인간화되고 사물화된 의식과 태도를 버리고, 영혼의 시선으로 대상과 교감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 내지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력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 가까이 있으면서도 저 멀리 있는데, 대상과 ⓑ영혼의 교감을 통해 몰입할 때, 그때 어느 한 순간 일회적으로 나타난다. 예술 작품은 심연에 있는 아우라를 불러내는 것이고, 수용자는 그런 예술 작품과의 교감을 통해 아우라를 경험한다. 그런데 사진이나 카메라 등과 같은 기계적, 기술적 장치들이 예술의 영역에 침투하면서 예술 작품의 아우라는 파괴되는데, 벤야민은 그 대표적인 예로 영화를 든다.
벤야민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관객의 자리에 카메라가 대신 들어선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극의 경우 배우와 관객은 직접적으로 교감하면서, 배우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연출해 보이고 관중의 호흡에 맞추어 연기를 할 수 있다. 관객은 연극의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아우라를 그 주인공 역할을 하는 배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경우 배우와 관객 사이에 카메라가 개입된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지만, 카메라라는 기계가 갖는 비인간적 요소로 인해 ⓒ시선의 교감을 나눌 수 없게 된다. 관객은 ⓓ스크린에 비친 영상만을 접하기 때문에 배우와 교감할 수 없고, 다만 카메라와 일치감을 느낄 때만 배우와 일치감을 느낄 수 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카메라처럼 배우를 시각적으로 시험하고 비평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 결과 배우는 모든 교감의 관계가 차단된 유배지 같은 곳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배우를 감싸고 있는 아우라도, 배우가 그려내는 인물의 아우라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 배우의 연기는 하나의 통일된 작업이 아니라 여러 개의 개별적 작업이 합쳐져서 이루어진다. 이는 연기자의 연기를 일련의 조립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쪼개어 놓는 카메라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카메라에 의해 여러 측면에서 촬영되고 편집된 한 편의 완성된 영화에 담긴 동작의 순간들은 카메라 자체의 그것일 뿐이다. 영화 배우는 각 동작의 순간순간에 선별적으로 배치된 여러 소도구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카메라에 의해 조립된 영상들에 아우라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이런 점들을 들어, 벤야민은 전통적인 예술이 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으로 간주되어 온 ⓔ아름다운 가상(假像)의 왕국으로부터 예술과 그 수용층이 멀어지고 있음을 영화가 가장 극명하게 보여 준다고 비판한다. 영화 초창기에 대두된 벤야민의 이러한 비판이 오늘날 문화의 총아로 각광받는 영화에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25. 위 글에 나타난 벤야민의 견해와 거리가 먼 것은? [1점]

① 연극 배우는 관객과 호흡을 맞추어 연기한다.
② 영화 배우는 카메라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③ 영화에서 배우는 살아 있는 인격체로 취급되지 않는다.
④ 영화 관객은 배우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⑤ 기계적 장치들이 예술 영역에 침투하면서 수용층의 태도가 변한다.

26. 문맥상 ㉠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① 화원의 장미꽃이 예뻐서 화병에 한 다발을 꽂아 두고 늘 가까이했다.
② 한적한 시골에 가서 며칠 푹 쉬다 보니 세상만사 온갖 시름이 다 잊혀졌다.
③ 조용한 카페에 홀로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여러 가지 상념을 떠올렸다.
④ 따뜻한 봄날, 들에 핀 한 송이 꽃을 그윽이 바라보자 그 꽃이 내게 미소로 답했다.
⑤ 방안이 너무 어둡고 칙칙한 것 같아서 화사한 색채를 지닌 그림을 벽에 걸어 두었다.

27. ⓐ~ⓔ 중에서 성격이 다른 하나는? [1점]

① ⓐ
② ⓑ
③ ⓒ
④ ⓓ
⑤ ⓔ

28. 위 글에 나타난 벤야민의 주된 논지에 대한 비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요즘 좋은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화려하면서도 눈부신 영상미는 영화만이 갖는 큰 강점이지.
② 벤야민이 살던 시대의 영화 배우들은 연기를 못했나 봐. 요즘 영화 배우들은 연기를 정말 잘하잖아.
③ 우리나라 영화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데. 제작비만 하더라도 몇 십 억이 들잖아? 그리고 영화관에 몰리는 관객 수도 엄청나.
④ 요즘 카메라 촬영 기법이 아주 좋아졌어.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은 물론이고 세밀한 행동 하나하나를 그대로 화면으로 옮겨 놓잖아.
⑤ 영화를 두고 예술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 기준도 변하잖아.

[29~3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신(臣) 부식은 아룁니다. 옛날 열국들도 각각 사관을 두어 일을 적었기에,『맹자』에 “진의 승, 초의 도올, 노의 춘추는 한 가지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해동 삼국은 역사가 오래되어 그 사실이 응당 ㉠책에 밝혀져야 되겠기에, 늙은 신에게 명하여 이를 편집토록 하셨으나, 스스로 돌아봐도 부족할 따름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상 폐하께서는 (…중략…) “오늘날 학사ㆍ대부들이 오경ㆍ제자의 글 및 진한ㆍ역대의 사서(史書)에 대하여는 간혹 환하게 알아 상세히 말하는 자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일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아득하여 그 전말을 알지 못하니, 매우 개탄할 노릇이다.”라고 여기셨습니다. 더군다나 신라, 고구려, 백제가 나라를 열어 솥발처럼 맞서면서도 능히 예의로써 중국과 통하였기에, 『한서』와 『당서』에 모두 그 열전이 있기는 하나, 국내는 상세히 하고 외국은 간략히 하는 ㉡바람에 그 일이 자세히 실리지 않았습니다. 또 그 고기(古記)란 것도 문자는 거칠고 불합리하며 사적(史蹟)은 빠지고 없어져서, 임금의 선함과 악함, 신하의 충성스러움과 간사함, 나라의 평안함과 위태로움, 백성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을 모두 드러내어 이로써 ㉢후세에 권장하거나 경계할 수가 없습니다. 마땅히 뛰어난 인재를 얻어 훌륭한 사서를 이룸으로써, 이를 만세토록 남기어 해와 별처럼 빛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신과 같은 자는 본래 뛰어난 인재도 아니고 깊은 지식도 없을 뿐더러, 황혼의 나이에 이르러 날로 혼미해져서, 글을 부지런히 읽어도 책을 덮으면 바로 잊어버리고 붓을 잡아도 힘이 없어 종이를 대하면 내려가지 않습니다. 신의 학술은 이렇게 짧고 얕은데 옛 사적은 저렇게 깊고 아득합니다. 이 때문에 온 정력을 쏟아 겨우 책을 엮었으나, 끝내 보잘 것이 없어 스스로 부끄러울 뿐입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성상 폐하께서는 두서 없이 간추린 솜씨를 양해하시고 되는 대로 만든 죄를 용서하옵소서. 비록 명산에 간직할 거리는 못 될지라도, 장독 덮개로 쓰이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구구히 망령된 뜻은 밝은 해가 굽어 비출 것입니다.
- 김부식, 진삼국사기표 -

(나)
세상에서 동명왕의 신이한 일을 많이 말한다. 어리석은 남녀도 흔히들 말한다. 내 일찍이 그 얘기를 듣고 웃으며, “우리 스승 공자께서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았다. 동명왕의 일은 황당하고 기괴하여 우리들이 얘기할 것이 못 된다.”라고 말하였다. ㉣나중에 『위서』와 『통전』을 보매 역시 그 일이 자세하지 못하니, 국내는 자세히 하고 외국은 소략히 하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 『구삼국사』의 「동명왕본기」를 보니 신이한 사적이 세상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더했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고 귀(鬼)나 환(幻)으로만 생각하였는데, 세 번 되풀이 읽어 점점 ㉤근원에 들어가니, 환이 아니고 성(聖)이며 귀가 아니고 신(神)이었다. 하물며 국사는 사실 그대로 쓰는 글이니 어찌 허탄한 것을 전하랴. 김부식 공이 국사를 중찬하면서 그 일을 자못 생략하였으니, 국사는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므로 크게 이상한 일은 후세에 보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생략한 것이 아닌가? 「당현종본기」와 「양귀비전」에는 방사(方士)**가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갔다는 일이 없는데, 오직 시인 백낙천이 그 일이 인멸될까 두려워 노래로 기록하였다. 저것은 실로 황당하고 음란하고 기괴하고 허탄한데도 읊어서 후세에 보였다. 하물며 동명왕의 일은 변화의 신이함으로 여러 사람의 눈을 현혹한 것이 아니고 나라를 창시한 신성한 사적이니, 이를 기술하지 않으면 후인들이 장차 어떻게 보겠는가. 이에 시로써 기록하여 우리나라가 본래 성인의 나라임을 천하에 알리고자 한다.
- 이규보, 동명왕편 서(序) -
* 괴력난신(怪力亂神) :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나 현상.
** 방사(方士) : 신선의 도술을 익히는 사람.


29. (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1점]

① 왕명으로 사서를 편찬하여 널리 보급시켰다.
② 글쓴이는 평생에 걸쳐 사서 편찬에 종사하였다.
③ 우리나라 삼국을 다룬 고기(古記)는 길이 후세에 전할 만하다.
④ 당시의 학사ㆍ대부들은 자기 나라의 역사에 대하여 잘 몰랐다.
⑤ 중국의 역사서에는 우리나라 삼국의 사적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30.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나)는 글을 쓰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② (가), (나)는 옛일을 끌어들여 논지를 보강하고 있다.
③ (가)는 왕을, (나)는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상정하고 있다.
④ (가), (나)는 대화를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⑤ (가)는 공순(恭順)한 태도를, (나)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31. ㉠~㉤ 중, <보기>의 ‘에서’와 쓰임이 가장 비슷한 것은? [1점]

 <보 기> 
나는 어제 도서관에서 철수를 만났다.


① ㉠ 책
② ㉡ 바람
③ ㉢ 후세
④ ㉣ 나중
⑤ ㉤ 근원
32. <보기>는 (나)를 바탕으로 (가), (나) 글쓴이의 사고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알맞지 않은 것은?

 <보 기> 
유자(儒者)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는다.
(가)
동명왕 이야기는 괴력난신이다.
ⓑ 역사의 교훈으로 후세에 남길 것이 못 된다.
ⓓ 많이 생략하여 서술하였다.
(나)
ⓐ 동명왕 이야기는 괴력난신이라고만 할 수 없다.
ⓒ 백낙천도 동명왕 이야기를 읊었다.
ⓔ 시로 재구성하였다.


① ⓐ
② ⓑ
③ ⓒ
④ ⓓ
⑤ ⓔ

[33~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날 밤 승용차 안의 사나이가 우리 동네의 나머지 입주권을 모두 사 버렸다. 그는 다른 투기업자들이 이십이만 원에 사는 것을 이십오만 원씩 주고 모두 사 버렸다. ㉠그날 밤에도 영희는 팬지 꽃 앞에 앉아 기타를 쳤다. 영희는 팬지 꽃 두 송이를 따 하나는 기타에 꽂고 하나는 머리에 꽂았다. 그리고, 꼼짝도 하지 않고 기타만 쳤다. 사나이가 아버지에게 담배를 권했다.
“이십오만 원이 분명하죠?”
어머니가 물었다. 사나이를 따라온 나이 든 사람이 검은 가방을 열어 돈을 보여 주었다. 그는 마루에 앉아 매매계약서를 썼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 서류가 든 봉투와 도장을 가지고 나왔다. 아버지는 계약서 매도자란에 ‘金不伊’라고 쓰고 도장을 눌렀다. 나이 든 사람은 아버지의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버지 이름이 갖는 아픈 바람의 뜻을 그가 알 리 없었다. 어머니는 소중하게 싸 두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넘겨주었다.
[A]
 
식칼 자국이 난 표찰, 아침 수저를 놓고 가슴을 세 번 치게 한 철거 계고장, 집을 헐값에 버리기 위해 생전 처음 내본 인감 증명 두 통, 미리 서명해 두었던 명의 변경 신청서, 힘 하나 없는 식구들의 이름과 나이가 차례대로 적혀 있는 주민 등록 등본 두 통.
마당가 팬지 꽃 앞에 앉아 있던 영희가 고개를 숙였다. 사나이가 돈을 내밀었다. 어머니는 머리를 저으며 뒤로 물러앉았다. 아버지가 그것을 받았다. 꼭 삼 초 동안 들고 있다가 어머니에게 넘겨주었다. 어머니는 두 손으로 돈을 받아 들었다.
 
[B]
다음날 아침, 명희 어머니는 사람들을 시켜서 집을 헐었다. 어머니가 십오만 원을 갚았다. 두 부인은 손을 마주 잡은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용달차가 좁은 골목을 뚫고 들어와 명희네 짐을 실었다. 명희 어머니가 치마를 올려 눈물을 닦았다.
“에유, 정이란 게 뭔지!”
명희 어머니가 말했다.
“정이란 게 이렇게 더러운 게라우.”
그 말이 우리의 눈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용달차가 집 앞을 지나갔다. 아버지는 오른손을 반쯤 올렸다 내렸다. ㉢왼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지섭의 책에 아버지의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 아버지와 지섭은 우리에게 대기권 밖을 날아다니는 사람들로 보였다. 두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달을 왕복했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
아버지가 말했었다.
“그래서 달에 가 천문대 일을 보기로 했다. 내가 할 일은 망원렌즈를 지키는 일야. 달에는 먼지가 없기 때문에 렌즈 소제 같은 것도 할 필요가 없지. 그래도 렌즈를 지켜야 할 사람은 필요하다.”
“아버지, 도대체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넌 이때까지 뭘 배웠니?”
아버지가 말했다.
“뉴턴이 그 중요한 법칙을 발표하고 삼 세기가 지났어. 너도 그걸 배웠지? 국민학교 때부터 배웠어. 그런데 우주에 관한 기본 법칙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그런데 누가 아버지를 달에 모시고 가겠대요?”
“지섭이 미국 휴스턴에 있는 존슨 우주 센터에 편지를 냈다. 그곳 관리인 로스 씨가 답장을 보내올 거야. 후년에 우주 계획 전문가들과 함께 달에 가게 될 거다.”
“그 책을 돌려주세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 말을 믿지 마세요. 그는 미쳤어요.”
“이 책의 사진을 봐라. 이 사람은 프란시스 베이컨이고, 이 사람은 로버트 고다드다. 당시 사람들이 미치광이로 지목했던 인물들이야. 이 미친 사람들이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아니?”
“몰라요.”
“넌 학교에서 죽은 교육을 받았어.”
“어쨌든 그 책을 돌려주세요.”
“너희들은 내가 이 땅에서 끝까지 고생하다 바짝 마른 몰골로 죽기를 바라고 있지? 힘든 일에 눌려 허우적거리다 숨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너희들은 왜 지섭에게 아무것도 배울 생각을 하지 않니?”
“도대체 뭘 배우라는 말씀예요?”
“로스 씨의 편지를 받기 전에 보여 줄 것이 있다. 지섭에게 말해서 쇠공을 쏘아 올려 보여 주마.”
“없지?”
“네.”
“찾지도 못하면서 밤새도록 어디 가 있었니?”
나는 돌멩이를 집어 다시 방죽을 향해 던졌다. 어머니도 기진해 다른 말을 못 했다. 형이 어머니의 등을 밀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아침이었다. 백여 채의 집이 헐리고 남은 것은 몇 채 안 되었다. 우리도 영희만 집을 나가지 않았다면 전날 떠났을 것이다. 철거일을 어겨야 할 다른 이유는 없었다.
행복동 생활의 마지막 며칠은 우리에게 악몽과 같았다. 우리는 영희를 찾아 헤매었다. 영희를 본 사람은 없었다. 영희는 가방도 들지 않고 집을 나갔다. 갖고 나간 것은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 꽃 두 송이뿐이었다. ㉤나는 좀 큰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이번에도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잔물결이 수초 사이로 밀려왔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33. 위 글의 창작 과정을 알아보기 위하여 독자의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아버지가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를 달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② 지섭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조정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③ 철거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저항하지 않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④ 도시 빈민의 궁핍한 삶 가운데에서도 철거되는 집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⑤ 집을 비워 주어야 할 시기와 영희의 가출 시기를 맞물리게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3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이질적인 장면을 삽입하여 비극적 상황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② ㉡ : 서술 시점을 바꿔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변화를 준다.
③ ㉢ : 책을 매개로 하여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④ ㉣ : 장면을 전환하여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왔음을 보여 준다.
⑤ ㉤ : 생각이 흘러가는 동안 행동도 함께 이루어짐을 보여 준다.

35.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집을 파는 사건 그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② 가족이 무력한 존재로 살아 왔음을 드러낸다.
③ 집을 파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함을 보여 준다.
④ 떠돌이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가족의 숙명을 보여 준다.
⑤ 가족의 기억을 담고 있는 집이 표찰과 서류로 대체됨을 보여 준다.

36. <보기>를 참조하여 위 글을 해석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보 기> 
이상 세계를 꿈꾸는 것이 이상과 현실의 거리가 너무도 멀다는 자각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현실 비판의 표시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대항 이미지로서의 이상 세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고 할 때, 그 이미지는 현실을 부정하는 힘이 되거나 현실을 극복해 가는 힘이 된다.


① ‘달’은 현실의 모습을 개혁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② ‘달’은 아버지가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③ ‘달’에서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현실 개혁의 방법을 제시한다.
④ ‘행복동’은 아버지가 생각하는 이상 세계가 현실에서도 가능한 것임을 암시한다.
⑤ ‘행복동’은 현실 비판적 의식으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7. [B]를 <보기>와 같은 시나리오로 각색했을 때, 고려했을 내용과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S# 73. 김불이 집 마당(저녁)
마당가 팬지 꽃 앞에 있던 영희, 슬픔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집 밖으로 뛰어나간다.
어머니, 사나이가 돈을 헤아리는 것을 바라본다. 돈을 헤아리는 모습 위에 O.L.*
남편과 아이들이 도랑에서 돌을 지고 와서 그것으로 계단을 만들어 벽에 시멘트를 치던 모습.
“여기 있습니다.” 하는 소리에 다시 O.L.
사나이가 돈을 내민다.
어머니, 자신이 그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난다.
아버지가 돈을 받는다. 아버지, 잠깐 돈을 들여다본다.
여기에 덮이는 지섭의 소리 ―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어머니에게 돈을 넘겨주자 어머니는 두 손으로 그것을 받는다.
어머니, 잠시 멍해진다. F.O.**

* O.L.(overlap) : 화면이 겹쳐지며 장면이 바뀌는 수법.
** F.O.(fade out) :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는 것.


① 영희가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집이 팔리는 상황에서 영희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 강조한다.
② 집을 파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심경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그 집을 짓던 때의 행복했던 모습을 끼워 넣는다.
③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당시의 행복했던 모습은 단지 지나간 과거의 한순간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나이의 목소리로 회상 장면에서 돌아오도록 한다.
④ 돈을 받는 상황에서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섭의 말을 끼워 넣는다.
⑤ 어머니의 허탈하고 슬픈 표정을 어둡게 처리하여, 집의 매매가 끝났음을 보여 줌과 동시에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38~4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이 중에 시름 없으니 어부(漁父)의 생애(生涯)로다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萬頃波)*에 띄워 두고
인세(人世)를 다 잊었거니 날 가는 줄을 알랴.

굽어보면 천심(千尋) 녹수(綠水) 돌아보면 만첩(萬疊) 청산(靑山)
십장(十丈) 홍진(紅塵)**이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여라.

장안(長安)을 돌아보니 북궐(北闕)이 천리(千里)로다
어주(漁舟)에 누어신들 잊은 때가 있으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濟世賢)***이 없으랴.

* 만경파(萬頃波) : 넓은 바다 물결.
** 홍진(紅塵) : 번거롭고 속된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제세현(濟世賢) : 세상을 구제할 현명한 인재.

- 이현보, 어부단가 -

(나)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차고 살아도 머지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세대(億萬世代)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 김영랑, 독(毒)을 차고 -

(다)
지상(地上)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박목월, 가정(家庭) -


38. (가)~(다)의 공통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1점]

① 그리움의 정서가 들어 있다.
②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를 보인다.
③ 시적 화자가 대상을 관조하고 있다.
④ 시적 화자의 내적 갈등을 보여 준다.
⑤ 대상에 대한 비판적 어조가 나타나 있다.

39. (가)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공간의 대비가 드러나 있다.
② 어부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③ 마지막 연에서 복잡한 화자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④ 속세와의 거리감을 수(數)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⑤ 마지막 구의 ‘제세현(濟世賢)’에서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40. (가)와 <보기>의 작가가 만나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가정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어와 저물어 간다 연식(宴息)*이 마땅토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 데 흥(興)치며 걸어가서
지국총(至匊悤) 지국총(至匊悤) 어사와(於思臥)
설월(雪月)이 서봉(西峰)에 넘도록 송창(松窓)을 비껴 있자.

* 연식(宴息) : 편안하게 쉼.
- 윤선도, 어부사시사 -


① 윤선도 : 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시를 보면 푸른색, 흰색 등의 시각적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② 이현보 : 윤 선생님의 시에도 흰색과 붉은색의 색채 대비가 분명하던데, 제가 잘못 읽었나요?
③ 윤선도 : 저는 이 선생님처럼 어부를 등장시키고, 대조를 통해 이상과 현실을 나누어 보려 했지요.
④ 이현보 : 윤 선생님은 흥(興)이라는 정서를 끌어냈는데, 저는 아직도 무심(無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⑤ 윤선도 : 이 선생님의 시에 나타나는 ‘없으니’, ‘잊었거니’, ‘더욱’, ‘없으랴’ 등의 시어에서 그런 마음을 엿볼 수 있군요.

41. (나)와 (다)를 비교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나)와 (다) 모두 감각적 이미지의 대조가 나타나고 있다.
② (나)와 (다)는 각각 ‘독’과 ‘신발’이라는 시어를 통해서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③ (나)는 (다)에 비해 내면에 대한 성찰이 잘 드러나 있다.
④ (다)는 (나)에 비해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⑤ (나)는 대화를 인용하고 있고, (다)는 말을 건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42. <보기>를 참조할 때, (나)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영랑의 시심(詩心)은 아름다운 남도(南道)의 자연과 소박하고 따스한 인정 속에서 싹튼 것이다. 세속의 명리(名利)를 탐하여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고향 집 뜰에 곱게 피는 모란을 어루만지면서 시심을 가꾸는 것이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그에게는 훨씬 떳떳한 길이었다.


① ‘내 마음을 노리매’라는 시어에서 작가의 고통과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
② 마음 속에 ‘독’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므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③ 허무하다고 말하면서 ‘가리라’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향 집을 떠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④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 설정을 통해 작가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려고 했을 것이다.
⑤ 작가가 고향 집에서 시심을 가꾸며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이런 시를 썼을 것이다.

43. (다)의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 : 시적 화자가 차가운 현실 속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공간을 의미한다.
② ⓑ : 막내둥이의 신발과 대비하여 가장의 무거운 책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③ ⓒ :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없는 나약한 아버지의 슬픔이 나타나고 있다.
④ ⓓ : 어미처럼 보살펴 주어야 할 어리고 귀여운 자식들을 비유한다.
⑤ ⓔ : 반복을 통해 아버지의 등장을 강조하고, 아버지의 책임감을 부각하고 있다.

44. (나)의 내용과 관련하여 볼 때, ㉠에 나타난 시적 정서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어데로 가야 하나/ 어데로 날아가야 하나/ 피흘리며 찾아온 땅/ 꽃도 없다/ 이슬도 없다/ 녹슨 철조망가에/ 나비는/ 바람에 날린다 - 박봉우, 휴전선의 나비 -
② 올해도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작년 이맘때 오른/ 산마루 옛 성(城)터 바위 모서리,/ 작년처럼 단풍은 붉고,// 작년처럼/ 가을 들판은 저물어간다. - 김종길, 단풍 -
③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는 해의 힘없는 햇빛 한 가닥에도/ 날카로운 풀잎이 땅에 처지는 것을// 그 살에 묻히는 소리 없는 괴로움을/ 제 입술로 핥아주는 가녀린 풀잎 - 이성복,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
④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곽재구, 사평역(沙平驛)에서 -
⑤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 정호승, 겨울강에서 -

[45~4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434년 7월 1일. 조선 왕조는 자격루(自擊漏)라고 불리는 자동 물시계를 국가의 새로운 표준 시계로 채택했다. 세종의 명을 받은 장영실은 더 정확한 물시계를 만들기 위해 시각을 측정하는 잣대의 길이를 4배 가량 키워 눈금을 세밀하게 새겨 넣고, 물받이 통을 비울 때도 연속적으로 시간을 잴 수 있게 통을 2개로 늘렸다. 여기에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 주는 장치를 더하여 자격루를 완성하였다.
자격루는 시각을 측정하는 물시계, 물시계에서 측정된 시간을 소리로 바꿔 주는 시보 장치, 물시계와 시보 장치를 연결해 주는 방목(方木) 등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만 원짜리 지폐에서 볼 수 있는 물시계 부분은, 물을 공급하는 항아리인 파수호에서 물을 흘려 보내면 물받이 통인 수수호에 물이 고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수호에 띄워 놓은 잣대가 고인 물의 부력에 의해 떠오르면 잣대에 새긴 눈금을 읽어 시각을 알아낸다. 따라서 물시계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수수호를 튼튼하게 제작하여 물이 가득 찼을 때 받는 수압에도 변형되지 않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실제 자격루의 수수호는 지금까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보 장치의 상단에 설치된 3개의 시보 인형은 시(時), 경(更), 점(點)마다 각각 종, 북, 징을 쳐서 시간을 알린다. 시보 인형 가운데 하나는 시를 알려 준다. 매 시각마다 인형의 팔뚝과 연결된 제어 장치가 작동하여 인형의 팔뚝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종을 울리게 한다. 시를 담당한 인형이 종을 울리면 곧이어 시보 장치 하단에서 12지신 가운데 그 시에 해당하는 동물 인형이 시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나온다. 예를 들어 자시(子時)에는 쥐 인형이 ‘자(子)’라는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지금 울린 종소리가 자시라고 알려 준다. 이러한 일련의 동작은 시보 장치 안에 있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경과 점을 알려 주는 다른 2개의 인형은 경점법이라는 우리의 고유한 시간 표시 방법에 따라 작동하면서 시간을 더 자세하게 알려 준다.
아날로그-디지털 신호 변환기의 원리가 들어 있는 방목은 시보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즉, 수수호에 물이 차올라 잣대가 떠오르면서 방목 안에 설치된 장치가 구리로 만든 작은 구슬을 차례대로 떨어뜨린다. 연속적으로 흘러내리는 물의 양인 아날로그 신호가 일정한 간격마다 구슬이 떨어지는 불연속적인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는 것이다. 그리고 구슬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는 시보 장치에 전달되어 시간을 알려 주는 데 사용된다. ㉠한마디로 말해 자격루는 디지털 방식을 도입한 기계식 시계인 셈이다.
한편, 조선 왕조에는 자격루가 제작되기 전부터 시간을 측정하고 알려 주는 일을 담당하는 관청이 있었다. 물시계를 맡은 관리는 밤낮으로 물시계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알려 주었는데, 가끔씩 제때를 놓쳐 처벌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 시보 장치를 가진 정확한 물시계의 제작은 모든 시계 제작 기술자의 꿈이었으며, 예로부터 정확한 시간을 알려 줄 책무를 지닌 왕의 소망이기도 하였다. 자격루는 그 꿈을 실현시킨 15세기의 첨단 기술이었던 것이다.


45. 아래 그림은 위 글을 읽고 자격루의 구조를 추정하여 그린 것이다. ⓐ~ⓓ의 명칭을 순서대로 배열한 것은? [1점]

① ⓐ 수수호 / ⓑ 파수호 / ⓒ 잣대 / ⓓ 시보 장치
② ⓐ 물시계 / ⓑ 파수호 / ⓒ 방목 / ⓓ 시보 장치
③ ⓐ 물시계 / ⓑ 잣대 / ⓒ 시보 장치 / ⓓ 방목
④ ⓐ 파수호 / ⓑ 수수호 / ⓒ 방목 / ⓓ 시보 장치
⑤ ⓐ 파수호 / ⓑ 수수호 / ⓒ 잣대 / ⓓ 방목

46. <보기>를 이용하여 자격루에 대해 추론한 내용으로 잘못된 것은?

 <보 기> 
∙ 경점법이란 해가 진 뒤부터 다음 날 해가 뜨기 전까지의 하룻밤을 5등분하여 5경으로 나누고, 1경은 다시 5등분하여 5점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은 매일 조금씩 변하므로 경과 점의 길이 역시 조금씩 달라진다.


① 경과 점을 알리는 시보 인형은 밤에만 작동한다.
② 12지신의 동물 인형은 항상 같은 간격으로 나타난다.
③ 밤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눈금이 다르게 새겨진 잣대를 사용한다.
④ 북소리와 징소리가 울리는 시간 간격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⑤ 시보 인형 3개의 역할은 각각 오늘날 시계의 시침, 분침, 초침에 해당한다.

47. ㉠에 대해 판단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물시계 부분은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생각해.
② 자격루는 기계식이라서 오늘날의 전자식 시계와는 차이가 있어.
③ 자격루를 자동 물시계라고 부르는 것은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이겠군.
④ 자격루에서 방목의 디지털 신호를 받아 작동되는 부분은 시보 장치야.
⑤ 시보 장치 안의 복잡한 기계 장치를 작동하기 위해 동력이 필요하구나.

48. 위 글을 읽고 ‘자격루의 원리’에 대한 심화 학습을 하고자 할 때, 던질 수 있는 질문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격루에서 발생하는 오차는 어떻게 보정했을까?
② 자격루는 언제까지 국가의 표준 시계로 사용되었을까?
③ 일반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④ 조선 시대의 왕은 왜 그렇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고 했을까?
⑤ 만 원짜리 지폐에 자격루 그림이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49~5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노래방이 청소년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지금 새삼스럽게 청소년의 노래방 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진부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래방을 통해 청소년 문화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노래방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노래방에서 ‘방’은 두세 평 남짓한 ⓑ밀폐된 공간이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 청소년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이 밀폐된 방을 찾아가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만의 문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밀폐된 ‘방’을 나와 탁 트인 사회의 ‘광장’으로 나오면 청소년들이 발붙일 곳이 없다. ‘광장’에는 기성세대의 문화만이 존재할 뿐 청소년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불순하고 병든 문화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각종 금기가 청소년을 ⓒ억압한다.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광장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노래방으로 향한다.
그런데 문제는 노래방 역시 청소년들만의 온전한 문화 공간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노래방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가기란 매우 어렵다. 청소년들이 노래방에서 기성세대와는 다른 노래를 다른 방식으로 부르기에, 언뜻 보면 기성세대의 문화로부터 벗어나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상업주의에 물든 기성 문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화도 상업 논리에 지배된다. 대중 음악도 예외가 아니어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노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경향은 공중파 방송에서 유행하는 십대 취향의 노래에서 잘 나타난다. 청소년들은 상업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면서 그 문화에 ⓓ침윤되어 가고 있다. 실험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청소년들이 상업화된 노래를 부르며 창의성을 상실해 가는 자리가 바로 노래방인 것이다.
자신들만의 문화 공간이 없어 노래방을 찾아간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상업적 문화에 물들어 가는 이 안타까운 현상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화가 갖는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현상은 청소년들이 어둡고 밀폐된 ‘방’에서 밝고 환한 ‘광장’으로 나와 자유롭게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하면서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창의적인 자기 계발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무라는 점 또한 보여 준다. 청소년은 기성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그 빛깔에 물드는 스펀지와 같은 존재도 아니고 기성세대에 무조건적으로 대항하는 존재도 아니다. 청소년의 창의성이 한껏 발휘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 마련된다면, 청소년 문화는 활성화되어 건강하게 꽃필 것이다. 이때 청소년은 기성세대의 보호와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밝고 건강한 문화를 창출하고 향유하는 주체가 되며, 청소년 문화는 우리 문화에 새로운 기운을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49.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특정 사례를 통해 문제를 일반화하고 있다.
②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관찰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③ 시간과 공간을 대비하여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④ 현상의 원인을 사회적, 역사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있다.
⑤ 대조되는 관점을 소개하고 그 중 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50. <보기>는 ㉠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청소년이 노래를 직접 만들어내야 청소년의 삶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 예술은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으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상업 예술의 생산자는                          이러한 이유로, 노래방에서 불리는 노래에도 청소년들의 삶이 어느 정도는 담길 수 있다. 청소년들은 돈을 내고 문화 상품을 사는 행위를 통해서도, 자신들의 문화적 주체성을 어느 정도 실현시킨다고 할 수 있다.


① 상품을 고르는 구매자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② 구매자의 욕구와 욕망과 처지를 짐작하고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③ 구매자가 상품을 용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④ 구매자가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⑤ 상업적 목적을 드러내면 구매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공익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51. 위 글의 논지에 따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점]

① 청소년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마련한다.
② 청소년에게 기성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한다.
③ 청소년에게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 의식을 길러 준다.
④ 청소년이 노래방 출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
⑤ 학교 음악 교육에서 청소년들의 삶을 다룬 작품의 비중을 높인다.

52. ⓐ~ⓔ의 사전적인 의미가 잘못된 것은?

① ⓐ 진부(陳腐)하다 : 사상, 표현, 행동 따위가 낡아서 새롭지 못하다.
② ⓑ 밀폐(密閉)되다 : 샐 틈이 없이 막히거나 닫혀 있다.
③ ⓒ 억압(抑壓)하다 : 자기의 뜻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다.
④ ⓓ 침윤(浸潤)되다 : 병 따위가 들어 시들다.
⑤ ⓔ 향유(享有)하다 : 누리어 가지다.

[53~5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청이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전후 지낸 일이 다 정한 운명인 줄 알고, 더욱 슬퍼하여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말씀을 듣고 보니 저의 전생 죄악으로 말미암은 것이 분명한데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겠습니까마는, ⓐ지나간 고생과 지금 병든 아비가 굶주리고 슬퍼하여 죽게 될 일을 생각하니 간장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하니, 용왕이 말하기를,
“이제는 너의 고생이 다 끝나고 이후에 ⓑ무궁한 복을 누릴 것이니 슬퍼하지 말아라.”
하고 시녀를 명하여 다과를 내와서 먹이라 하니, 얼마 후에 시녀가 붉은 소반에 차를 내오는데 백옥 잔에 안개 같은 차와 대추 같은 과일이었다. 청이 받아먹으니 정신이 맑아져서 전생의 일이 분명히 기억났다. 부왕(父王)의 용안을 새롭게 알아보며, 좌우 시녀가 전생에 자기 앞에서 심부름하던 무리인 줄 아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자기가 본디 천일주를 맡아보다가 ⓒ노군을 불쌍히 여겨 술을 훔쳐 먹이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생각나니, 슬픈 마음이 새로워 부인을 우러러 눈물을 흘리며,
“제가 인간 세상에서 고초를 겪던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두렵습니다. 이제 여기 들어왔으니 도로 나가지 말고 여기 머물기를 원합니다.”
부인이 말하기를,
“너는 슬퍼하지 말아라. 이제 다시 인간 세상에 나가면 전날의 고초는 일장춘몽이 될 것이니 어찌 ㉠천명을 어기겠느냐?”
하고, 시녀를 명하여,
“청을 후원 별당으로 인도하여 편히 쉬게 하라.”
하였다.
청이 시녀를 따라 후원 별당에 이르니 집안에 벌여놓은 것들이 모두 전날에 보던 것이었다.
이때 심현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딸이 문을 나가 어디로든 가는 모양이나 보려 하나 눈이 감겼으니 어찌 볼 수가 있겠는가? 가슴을 치며 통곡하다가 문득 기절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이웃 사람들이 그 형편을 참혹히 여겨 붙들어 손발을 주무르고 더운물을 입에 떠 넣어 구호하니,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려 손으로 벽을 치며 통곡했다.
[A]
 
“불쌍하다 내 딸아, 세 살에 어미를 잃고 가련한 어린 아기 어미를 부르짖어 울 적에 이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느냐? 목숨이 모질어 죽지 못하고 사는 중에 ⓓ앞 못 보는 병신까지 되어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고, 집안 살림은 나날이 어려워서 하루 한 끼를 얻어먹지 못하고 있을 때에, ⓔ추위와 더위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빌어다가 잠시도 배고프지 않게 해 주더니, 이제 아비를 위하여 이렇게 되었으니 네 정성은 지극하나 내 어찌 살기를 바라겠느냐? 아아, 하늘이여, 집안 살림이 어렵거든 눈이나 성하거나, 앞을 보지 못하거든 집안 살림이 넉넉하거나 할 일이지, 제 어찌 애를 그토록 태우며 죽을 곳에 나아갔단 말이냐? 슬프다! 자식이 병들어 죽어도 참혹한데 나는 오랜 병에 성한 자식을 눈앞에서 비명원사(非命寃死)케 하니, 설령 천지귀신이 그릇되게 여기지 아니하여 눈이 뜨인들 어찌 홀로 살아 이 설움을 참고 견디리오?”
하며, 이렇듯 밤낮으로 청을 부르며 통곡하니 이웃 사람이 그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공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홀로 애통해 하다가 스스로 위로하여 더듬어 보니, 청이 빌어다 모아 둔 양식과 마른 고기 반찬과 익힌 음식이 그릇마다 담겼거늘, 만지는 족족 가슴이 막히고 간장이 녹는 듯하여 아무리 슬픔을 억제하려 하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다시금 딸을 부르짖어,
“불쌍하다, 너는 병신 아비를 이같이 먹여 살리려고 애를 썼는데, 나는 너를 죽을 곳에 보내고도 태연하니 이게 어찌 사람의 도리라 하겠느냐?”
하며, 밤낮없이 울음으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다. 눈바람이 몰아쳐 뼈에 사무치고 적막한 빈집에 인적이 끊어지니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청이뿐이었고, 얼굴은 핼쑥하여 뼈만 남아 있었다.
- 심청전(경판본) -


53. 위 글의 특성으로 적절한 것은? [1점]

① 인물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어 있다.
② 서술자의 직접 개입이 나타나지 않는다.
③ 인물간의 관계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④ 비장미와 골계미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⑤ 대립적인 두 공간을 병치시켜 사건을 전개한다.

54. <보기>를 참조할 때, ⓐ~ⓔ 중 ㉠과 거리가 먼 것은? [1점]

 <보 기> 
고전소설에 형상화된 세계에는 옥황상제라는 주재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옥황상제의 뜻이 ‘천명(天命)’이며 모든 존재는 그 뜻을 따라야 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55. [A]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심현의 태도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
②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서글퍼하고 있다.
③ 남은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④ 심청의 고달팠던 삶에 대해 통탄하고 있다.
⑤ 부모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다.

56. 위 글을 읽은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심현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되지는 않았군.
② 용궁의 신비한 다과는 심청이 지상에서 살았던 삶을 잊게 하는군.
③ 용궁은 심청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군.
④ 용궁은 심청이 다른 존재로 변화하기 위한 장소라는 의미를 지니는군.
⑤ 심청은 심현에 대한 걱정과 용궁에 머물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군.

[57~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원래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의 종(種)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종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각 종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과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다양성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해서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태계를 유지시키고 인류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생물다양성의 가치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생태적 봉사 기능을 들 수 있다. 생물은 생태계의 엔지니어라 불릴 정도로 환경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숲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나무들은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땅 속에 있는 물을 끌어 올려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숲이 사라지면 수분 배분 능력이 떨어져 우기에는 홍수가 나고 건기에는 토양이 완전히 말라 버린다. 이로 인해 생물 서식지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마침내 상당수의 종이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물, 흙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생태계의 환경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또한 생물다양성은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의약품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식물 중에서 인류는 약 20,000여 종의 식물을 약재로 사용해 왔다. 그 가운데 특정 약효 성분을 추출하여 상용화한 것이 이제 겨우 100여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전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그리고 부전나비의 날개와 사슴벌레의 다리 등에서 항암 물질을 추출한 경우나 야생의 미생물에서 페니실린, 마이신 등 약 3,000여 가지의 항생제를 추출한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물과 미생물 역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의약품 개발 외에도 다양한 생물이 화장품과 같은 상품 개발에 이용되고 있으며, 생태 관광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한다.
생물다양성은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윈(Darwin)은 현존하는 여러 동물들의 상이한 눈을 비교하여, 정교하고 복잡한 인간의 눈이 진화해 온 과정을 추적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눈은 해파리에서 나타나는 원시적 빛 감지 세포로부터, 불가사리처럼 빛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는 오목한 원시 형태의 눈을 거친 다음, 빛에 대한 수용력과 민감도를 높인 초기 수정체 형태의 눈을 지나, 선명한 상을 제공하는 현재의 눈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모든 생물종은 고유한 형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생물 진화의 과정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형태적 특성 외에도 각각의 생물종이 지닌 독특한 생리적, 유전적 특성 등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생물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오늘날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생명과학의 기초가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은 생물다양성에 기초하여 무한한 생태적, 경제적 이익을 얻고 과학 발전의 토대를 구축한다. 그런데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와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른 자연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생태계 보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연구 기관을 건립하고 전문 인력의 양성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57. 위 글에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은? [1점]

① 생물다양성의 정의
② 생물다양성의 가치
③ 생물다양성의 보존 이유
④ 생물다양성의 보존 방안
⑤ 생물다양성 훼손의 정도와 양태

58. ㉠~㉢과 <보기>의 예를 적절하게 연결한 것은? [1점]

 <보 기> 
ⓐ 미생물은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한다.
ⓑ 식물에서 향료나 감미료로 사용될 수 있는 성분들을 분리하여 상품화한다.
ⓒ 동물에서 새로운 원료를 채취하여 부작용이 없는 화장품을 만든다.
ⓓ 생물종의 분포 양상을 대륙이동설과 연결하여 특정 생물종의 출현 시기와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
ⓔ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동물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제공한다.
ⓕ 리보솜 디엔에이(DNA)의 염기 서열 비교 연구로 생물이 진정세균, 시원세균, 진핵생물 등 세 영역으로 대별됨을 알게 되었다.


① ㉠ : ⓐ, ⓔ / ㉡ : ⓑ, ⓒ / ㉢ : ⓓ, ⓕ
② ㉠ : ⓐ, ⓔ / ㉡ : ⓑ, ⓓ / ㉢ : ⓒ, ⓕ
③ ㉠ : ⓐ, ⓕ / ㉡ : ⓑ, ⓒ / ㉢ : ⓓ, ⓔ
④ ㉠ : ⓑ, ⓒ / ㉡ : ⓐ, ⓕ / ㉢ : ⓓ, ⓔ
⑤ ㉠ : ⓑ, ⓔ / ㉡ : ⓐ, ⓓ / ㉢ : ⓒ, ⓕ

59. 위 글과 <보기>를 읽고 토의한 내용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생태계와 관련하여 일부 학자들은 ‘대갈못 가설’을 주장한다. 이 가설에서는 생태계를 마치 금속 조각판을 못으로 이어 만든 하나의 비행기에 비유한다. 만약 못이 하나씩 빠져나가면 비행기 동체는 점점 약해지고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비행기는 폭삭 무너지게 된다. 무너지기 직전의 마지막 못은 비행기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못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태계에서 이에 해당하는 생물종을 이른바 ‘주춧돌 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생태계 구성 요소들 사이에 상호 작용하는 네트워크에 대해 거의 알고 있지 못하다.


① 비행기 동체가 점점 약해진다는 것은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의미하는 거야.
② 생태계의 네트워크를 명확히 파악하면 ‘주춧돌 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③ 비행기의 못 하나가 빠진다는 것은 생물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비유하는 거야.
④ ‘주춧돌 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를 중심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 되겠어.
⑤ 생태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으므로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어.

60. 글쓴이의 태도에 대해 비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의지가 전혀 없다.
②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③ 생물다양성 문제를 주로 인간 중심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④ 자연을 우선시하여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⑤ 인간과 자연을 대립 관계로 보면서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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