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국어

2004-03 고3 학평 국어

고인도르 2023. 3. 2. 12:39
반응형

2004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시행 : 2004.03.26(금)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서울교육청

2004-03 고3 학평 1국어[문제].pdf
1.47MB
2004-03 고3 학평 1국어[듣기].mp3
16.15MB
2004-03 고3 학평 1국어[듣기대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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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 고3 학평 1국어[해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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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학생들이 현재 보고 있는 돌하르방은? [1점]







2. (물음) 현재 유행하고 있는 동양 철학 사상을 비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① 냉소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② 사회적 실천성을 도외시하기 때문에
③ 개인의 도덕성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④ 지나친 신비주의로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⑤ 기존의 가치관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3. (물음) 강의 내용으로 보아, 학생의 말에 대한 상담자의 반응 중 ‘공감적 듣기’로 보기 어려운 것은?

학 생 : 요즘 너무 힘들어요. 3학년이 되니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상담자 :                                 


① 첫 번째 반응
② 두 번째 반응
③ 세 번째 반응
④ 네 번째 반응
⑤ 다섯 번째 반응

4. (물음) 강의에서 제시된 대화에 대한 분석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대화 단계 / 대화 분석
시작 단계 / 안부 인사를 나눔.
규칙 협상 및 확정 단계 / ◦ ‘무엇에 대해’ : 비디오 빌리기
◦ ‘어떻게’ 및 ‘얼마나 : 3분 안에 용건만 간단하게 말하기
전개 단계 / 여자는 비디오를 빌려달라면서 그 이유를 말하고, 남자는 빌려주겠다고 함.
종결 단계 / 여자가 대화의 주제를 바꿈.








[5~6] 들려주는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두 학자 간의 의견 대립이 생겨나게 된 근본적 원인은?

① 지식의 개념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② 대중 매체의 효용성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③ 지식의 생산과 유통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④ 인터넷 지식 검색의 활용 방안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지식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6. (물음) 여교수의 견해를 지지하는 방청객의 의견은?

① 인터넷 지식 검색에서의 권위는 자신의 답변이 얼마나 많이 선택되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② 인터넷 지식 검색은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쓸만한 정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지요.
③ 책과 인터넷이 반드시 대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책을 통해서는 지식을, 인터넷에서는 정보를 얻으면 되니까요.
④ 인터넷 지식 검색은 지식을 얻는 효율적 수단입니다. 내가 아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요.
⑤ 인터넷 지식을 과연 지식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러다간 지식의 하향 평준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제 듣기ㆍ말하기 문제는 다 끝났습니다. 7번부터는 문제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산업 현장의 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연재 기사 작성 계획을 세워 보았다. 이에 대한 수정 및 보완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연재 계획 / 기사별 관련 글감
<제1부> 산업현장이 흔들린다.
ㄱ. 우수한 기술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ㄴ. 첨단 기술을 개발할 인력이 부족하여 외국 인력을 수입하는 기업이 많다.
<제2부> 산업 현장의 기술 인력, 이래서 부족하다.
ㄷ.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외국에 비해 좋지 않다.
ㄹ.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
<제3부> 산업 현장의 기술 인력, 이렇게 확보해야 한다.
ㅁ. 기술자를 우대하는 여러 정책을 마련한다.
ㅂ. 우리나라의 기술 특허 출원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
<제4부> 외국의 기술 인력 관리 정책은 이렇다.
ㅅ. 미국에서는 첨단 기술 개발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
ㅇ. 싱가포르는 고급 기술 인력에 대해 각종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①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제1·2부에서는 객관적인 통계 자료를 추가로 제시한다.
② ‘ㅂ’은 제3부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으므로 제2부에서 활용한다.
③ ‘ㅅ’은 제4부의 내용과 관련이 없으므로 활용하지 않는다.
④ 제3부를 보강하기 위해 ‘기술 인력의 양성 방안’에 관한 내용을 추가로 수집한다.
⑤ 연재 기사의 논리적 흐름을 고려하여 제3부와 제4부의 순서를 바꾼다.

8. 다음은 글을 쓰기 위해 구상한 내용이다. [A]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문제 상황1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있다.
원 인
∘ 카드사의 무차별적 카드 발급
∘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 개인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
문제 상황2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문제에 대한 기존의 해결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원 인
∘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림
∘ 사후 처리 위주로 문제 해결
문제 해결 방안
[A]


① 카드 발급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정한다.
② 신용 사회에 맞는 소비자 교육을 강화한다.
③ 신용불량자에 대한 처벌 방법을 다양화한다.
④ 공익 광고 등을 통해 건전한 소비 문화를 조성한다.
⑤ 카드 과다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마련한다

9. ‘헌혈’에 대한 공익 광고를 만들려고 한다. 그림에서 연상할 수 있는 광고 문구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헌혈,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마술입니다.
② 주먹을 쥐었다 펼 때, 하나의 생명이 살아납니다.
③ 한 송이 아름다운 생명, 당신의 손에서 피어납니다.
④ 한 송이 꽃이 소중하듯, 당신도 소중한 생명입니다.
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당신도 갖고 있습니다.

10. ‘학교 축제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글을 쓰기 위해 토의한 후, 그 내용을 반영하여 개요를 작성하였다. 개요 작성 과정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토의 내용> 
A : 우리 학교 축제는 참 재미없어.
B : 애들이나 선생님들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C : 사실 난 왜 이런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
D : 결국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E : 그러면 난 다른 학교의 모범적인 프로그램을 조사해 볼게.

 

 <개 요> 
주제 : 학교 축제의 바람직한 방향
Ⅰ. 서론
1. 논제의 시의성 제기
2. 학교 축제의 의의 강조
Ⅱ. 본론
1. 실태
o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음
o 다수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뤄짐
2. 원인
o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진부한 프로그램
o 일회성 행사로만 여기는 구성원들의 인식
o 학교 축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무관심
3. 대책
o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o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 유도
o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 방안 마련
Ⅲ. 결론 : 함께 하는 학교 축제의 중요성 강조


① A에 착안하여 ‘본론1’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어.
② B를 ‘본론2’에 반영하면서 학부모와 관련된 항목을 추가했어.
③ C를 고려해서 서론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어.
④ D는 ‘본론3’과 관련 있어. 실제 글을 쓸 때는 ‘본론1’과 ‘본론2’의 내용도 고려해야겠지.
⑤ E를 ‘본론1’에 반영하여 실태를 부각시키고 있어.

11. ‘사이버 윤리 규범의 필요성’을 논제로 하여 글의 서론을 <보기>와 같은 방법에 따라 써 보았다.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 서론의 내용 전개 방법 >
사건이나 현상 제시하기
문제점 이끌어내기
논제 제시하기


① 최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비윤리적 행동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허위 사실 유포, 인신공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이버 공간의 특성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② 사이버 윤리 규범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으로 인해 비윤리적 행동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이버 윤리 규범은 어떤 내용이 되어야 하는가?
③ 사이버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일부 젊은 계층에 한정된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람직한 현상으로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④ 최근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 공간은 현실 세계와 달리 행동이 자유롭고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다.
⑤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자유 공간으로 환영받고 있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제한적 자유로 인해 여러 비윤리적인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를 적절히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12. 학교 홈페이지 의견란에 올리기 위해 글을 써 보았다. 이에 대한 검토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 7반 김아름입니다. 교장 선생님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현대는 지식 정보화 시대이니 만큼 지식과 정보를 찾아서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학교 도서관은 저희들이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학교 도서관 개방 시간이 학교 일과 시간 중으로 제한되어 있어 이용하는 데 불편이 많습니다. 저희들이 실제로 여유 있게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방과 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도서관을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 행정적인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저희들의 지적·정신적 성장을 위하여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① 무엇보다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을 서술한 점은 좋다고 생각해. 그래야 제안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나니까.
② 도서관 개방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겪는 불편함이 좀더 생생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③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대한 언급은 앞 문장과의 연결도 매끄럽지 않고 제안 내용과도 관련성이 적으니 삭제하는 것이 좋겠어.
④ 제안 내용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를 추가하면 좀더 설득력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해.
⑤ 학교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언급한 것은 이 글의 예상 독자가 교장 선생님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13. 어법에 맞는 문장은?

① 정부에서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하는 중이다.
② 만약 인류가 불을 사용하지 않아서 문명 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다.
③ 나는 원고지에 연필로 십 년 이상 글을 써 왔는데, 이제 바뀌게 하려니 쉽지 않다.
④ 풍년 농사를 위한 저수지가 관리 소홀과 무관심으로 올 농사를 망쳐 버렸습니다.
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해야 우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14. ㉠~㉢에 들어갈 단어를 순서대로 나타낸 것은? [1점]

◦ 회사 측은 주민 대표에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 ㉠ )하였다.
◦ 그는 국회에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하여 ( ㉡ )할 기회를 얻었다.
◦ 피의자는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검사에게 ( ㉢ )했다.


① 진술 - 발언 - 해명
② 해명 - 발언 - 진술
③ 발언 - 진술 - 해명
④ 해명 - 진술 - 발언
⑤ 발언 - 해명 - 진술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구보는, 약간 자신이 있는 듯싶은 걸음걸이로 전차 선로를 두 번 횡단하여 화신상회 앞으로 간다. 그리고 저도 모를 사이에 그의 발은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기조차 하였다. 젊은 내외가, 너댓 살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그곳에 가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식당으로 가서 그들의 오찬을 즐길 것이다. 흘낏 구보를 본 그들 내외의 눈에는 자기네들의 행복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엿보였는지도 모른다. 구보는, 그들을 업신여겨 볼까 하다가, 문득 생각을 고쳐, 그들을 축복하여 주려 하였다. 사실, 4, 5년 이상을 같이 살아왔으면서도, 오히려 새로운 기쁨을 가져 이렇게 거리로 나온 젊은 부부는 구보에게 좀 다른 의미로서의 부러움을 느끼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분명히 가정을 가졌고,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당연히 그들의 행복을 찾을게다.
승강기가 내려와 서고, 문이 열려지고, 닫혀지고, 그리고 젊은 내외는 수남이나 복동이와 더불어 구보의 시야를 벗어났다.
 
구보는 다시 밖으로 나오며, 자기는 어디 가 행복을 찾을까 생각한다. 발 가는 대로, 그는 어느 틈엔가 안전지대에 가 서서, 자기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한 손의 단장과 또 한 손의 공책과-물론 구보는 거기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
안전지대 위에, 사람들은 서서 전차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행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갈 곳만은 가지고 있었다.
전차가 왔다. 사람들은 내리고 또 탔다. 구보는 잠깐 머엉하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자기와 더불어 그곳에 있던 온갖 사람들이 모두 저 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저 혼자 그곳에 남아 있는 것에 외로움과 애달픔을 맛본다.
< 중략 >
구보는 고독을 느끼고,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한다. 그는 눈앞에 경성역을 본다. 그곳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을 게다. 이 낡은 서울의 호흡과 또 감정이 있을 게다. 도회의 소설가는 모름지기 이 도회의 항구와 친하여야 한다. 그러나 물론 그러한 직업 의식은 어떻든 좋았다. 다만 구보는 고독을 삼등 대합실 군중 속에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구보가 한 옆에 끼여 앉을 수도 없게시리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연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네들은 거의 옆의 사람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는 일도 없이, 오직 자기네들 사무에 바빴고, 그리고 간혹 말을 건네도, 그것은 자기네가 타고 갈 열차의 시각이나 그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네들의 동료가 아닌 사람에게 그네들은 변소에 다녀올 동안의 그네들 짐을 부탁하는 일조차 없었다. 남을 결코 믿지 않는 그네들의 눈은 보기에 딱하고 또 가엾었다.
구보는 한구석에 가 서서 그의 앞에 앉아 있는 노파를 본다. 그는 뉘 집에 드난을 살다가 이제 늙고 또 쇠잔한 몸을 이끌어 결코 넉넉하지 못한 어느 시골, 딸네 집이라도 찾아가는지 모른다. 이미 굳어 버린 그의 안면 근육은 어떠한 다행한 일에도 펴질 턱 없고, 그리고 그의 몽롱한 두 눈은 비록 그의 딸의 그지없는 효양(孝養)을 가지고도 감동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노파 옆에 앉은 중년의 시골 신사는 그의 시골서 조그만 백화점을 경영하고 있을 게다. 그의 점포에는 마땅히 주단포목도 있고, 일용 잡화도 있고, 또 흔히 쓰이는 약품도 갖추어 있을 게다. 그는 이제 그의 옆에 놓인 물품을 들고 자랑스러이 차에 오를 게다.
구보는 그 시골 신사가 노파와의 사이에 되도록 간격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리고 그를 업신여겼다. 만약 그에게 얕은 지혜와 또 약간의 용기를 주면 그는 삼등 승차권을 주머니 속에 간수하고 일, 이등 대합실에 오만하게 자리잡고 앉을 게다.
문득 구보는 그의 얼굴에서 부종(浮腫)을 발견하고 그의 앞을 떠났다. 신장염. 그뿐 아니라, 구보는 자기 자신의 만성 위확장을 새삼스러이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구보가 매점 옆에까지 갔었을 때, 그는 그곳에서도 역시 병자를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40여 세의 노동자. 전경부(前頸部)의 광범한 팽륭(澎隆). 돌출한 안구. 또 손의 경미한 진동. 분명한 ‘바세도우씨’병. 그것은 누구에게든 결코 깨끗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그의 좌우에는 좌석이 비어 있어도 사람들은 그곳에 앉으려 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두 칸통 떨어진 곳에 있던 아이 업은 젊은 아낙네가 그의 바스켓 속에서 꺼내다 잘못하여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린 한 개의 복숭아가, 굴러 병자의 발 앞에까지 왔을 때, 여인은 그것을 쫓아와 집기를 단념하기조차 하였다.
구보는 이 조그만 사건에 문득, 흥미를 느끼고, 그리고 그의 ㉡‘대학노트’를 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문 옆에 기대어 섰는 캡 쓰고 린네르 즈메에리 양복 입은 사나이의, 그 온갖 사람에게 의혹을 갖는 두 눈을 발견하였을 때, 구보는 또 다시 우울 속에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15. <보기>처럼 위 글의 작가와 대담을 한다고 할 때,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사회자 : 상당히 인상 깊은 소설이었습니다. 여러 풍경이 나오는데요,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작 가 :                     


① 도시 문명의 여러 측면들을 분석적으로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문명의 이기들이 인간의 삶을 억압한다는 것을 고발하려고 했지요.
② 주로 묘사된 풍경들은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이지요. 작고 소박한 것이 아름답다는 인생의 진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③ 피폐한 도시 풍경과 역동적인 삶의 모습을 대비하려고 했습니다. 현실의 비극을 초월하여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④ 도시의 풍경과 군상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관찰하고 기록하려고 했습니다. 그 속에 우리 삶의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⑤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심층 심리를 분석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16. <보기>와 관련지어 위 글에 대한 감상을 말한 것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보 기> 
1930년대의 경성은 식민지 사회가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모순을 잘 보여준다. 도시 문명이 자리 잡으면서 근대 도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지만, 실상 사람들은 궁핍과 좌절의 상태에 있었고 지식인들은 심한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① 종로 거리의 전차나 철도 등은 근대 도시로서의 면모와 관련지어 볼 수 있겠구나.
② 구보의 거리 방황과 고독감은 당대 지식인의 정신적 무력감과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겠군.
③ 근대적 모습의 경성역과 그 곳 사람들의 모습은 이러한 시대적 모순을 잘 보여 주는 것이로군.
④ 백화점에 나들이 나온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식민지 사회의 변화 조짐을 보여 주고 있구나.
⑤ 구보의 눈에 띤 많은 사람들이 피로에 젖은 사람들로 묘사된 것은 이러한 시대적 맥락과도 연결되는구나.

17. ㉮에 나타난 ‘구보’의 심정과 유사한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은?

① 도망군이 짐싸가지고 솔밭길을 빠지듯 / 야반(夜半) 국경의 들길을 달리는 이 괴물이여! // 차창밖 하늘은 내 답답한 마음을 닮었느냐
②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③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④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⑤ 어둠의 나라 땅 밑에 번드시 누워 / 흙물 달게 빨고 마시다가 / 비오는 날이면 땅위에 기어나와 / 갈 곳도 없는 길을 헤매노니 // 어느 거친 발길에 채이고 밟혀 / 몸이 으스러지고 두 도막에 잘려도 / 붉은 피 흘리며 흘리며 나는야 / 아프고 저린 가슴을 뒤틀며 사노라

18. <보기>는 ㉠에 대해 탐구 학습하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이를 참고할 때, 밑줄 친 단어 중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1점]

 <보 기> 
접두사는 어근(語根)의 앞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 ㉠의 ‘엿-’은 접두사로서 ‘엿보다’, ‘엿듣다’ 등 일부 동사에서만 쓰인다. 일부 접두사의 경우 관형사와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접두사는 결합이 제한적인 반면에, 관형사는 결합의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다는 점이 다르다. 접두사는 붙여쓰고 관형사는 띄어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일상 생활에서의 띄어쓰기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① 날이 더워 홑이불만 덮었다.
새옷을 입으니 기분이 좋다.
군식구가 더 늘어난 셈이었다.
④ 그의 노력은 헛수고로 끝났다.
맨손으로 싸워서 적을 물리쳤다.

19. <보기>가 ㉡에 적힌 구보의 기록이라고 할 때,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 아낙네의 행동
- 그 이유와 의미를 인간의 본성과 관련지어 보면?
- 오늘날의 어떤 세태를 반영하는 것일까?
                    


① 인간의 무지함이 초래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과연 그 여인의 염려대로 그 병이 전염되는 것인가?
② 불쌍한 사람에 대한 동정일 것이다. 그 여인에게는 별것 아닌 물건이 그 노동자에게는 소중하게 쓰였을 것이다.
③ 불결한 것을 피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이다. 쾌적한 삶의 환경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문화는 발전하는 법이다.
④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자신이 지닌 것에 대해서도 큰 애착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⑤ 혐오스러운 것을 피하려는 심리이자 일종의 자기 보호 본능인 셈이다. 자기에게 피해가 될 존재들과 얽히는 것을 피하려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20~2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본의 한 완구 회사가 개발한 ‘바우링걸’은 개 짖는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기계이다. 이런 기계를 제작하려면 동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에 관한 연구는 동물행동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동물행동학 학자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반복되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한 경우, 일단 그것을 동물의 의사 표현으로 본다. 물론 그 구체적인 의미를 알아내는 것은 상황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가며 반복 관찰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후에야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동물들이 어떻게 의사를 표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할까?
먼저 시각적인 방법부터 살펴보자. ㉠남미의 열대 정글에 서식하는 베짱이는 우리나라의 베짱이와는 달리 머리에 뿔도 나 있고 다리에 무척 날카롭고 큰 가시도 있다. 그리고 포식자가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만히 서서 자신을 노리는 포식자에게 당당히 자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베짱이는 그런 모습을 취함으로써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전하는 것이다. 또 열대의 호수에 사는 민물고기 ㉡시칠리드는 정면에서 보면 마치 귀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기분 상태에 따라 이 곳에 점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색깔이 변한다. 이 부분에 점이 생기면 지금 기분이 안 좋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모습이나 색깔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정적인 방법도 있지만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동적인 방법도 있다. 까치와 가까운 새인 ㉢유럽산 어치는 머리에 있는 깃털을 얼마나 세우느냐에 따라서 마음 상태가 다르다고 한다. 기분이 아주 좋지 않거나 공격을 하려고 할 때 머리털을 가장 높이 세운다고 한다.
소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동물들도 있다. 소리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경보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북미산 얼룩다람쥐 무리에는 보초를 서는 개체들이 따로 있다. 이들은 독수리 같은 맹금류를 발견하면 날카로운 소리로 경보음을 내어 동료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그리고 ㉤갈고리모양나방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가 자신의 구역에 침입하면 처음에는 노처럼 생긴 뒷다리로 나뭇잎을 긁어 진동음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침입자가 더 가까이 접근하면 입으로 나뭇잎을 긁어 짧고 강한 소리를 계속 만들어낸다.
냄새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동물은 먹이가 있는 장소를 알리거나 자신의 영역에 다른 무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냄새를 이용하기도 한다. 둥근꼬리 여우원숭이는 다른 놈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꼬리를 팔에 비빈 후 흔든다. 그러면 팔에 있는 기관에서 분비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 꼬리에 묻어 그 침입자에게 전달된다.
동물들은 색깔이나 소리, 냄새 등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러나 동물들이 한 가지 방법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것들을 혼용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의 의사 표현 방법은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인간의 언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초라하지만 동물행동학의 연구 성과가 폭넓게 쌓이면 현재 개발된 ‘바우링걸’보다 완벽한 번역기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 위 글에서 ‘동물의 의사 표현 방법’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은? [1점]

① 행동을 이용하는 방법
② 냄새를 이용하는 방법
③ 소리를 이용하는 방법
④ 보호색을 이용하는 방법
⑤ 모습이나 색깔을 이용하는 방법

21. 위 글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동물의 의사를 번역할 수 있는 기계를 언급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군.
② 동물의 의사 표현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도움이 되었어.
③ 동물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이해하기가 쉽군.
④ 동물행동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축적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어.
⑤ 동물의 의사 표현 수단이 갖는 장단점을 대비하며 서술하여 차이점을 파악하기 쉽군.

22. <보기>의 질문에 대한 동물행동학 학자의 답변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산길을 걷다가 특이하게 생긴 곤충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쳤더니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동물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 곤충의 행동도 의사 표현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① 상대방에게 물러나라는 의사를 표현한 겁니다.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지요.
② 아직은 잘 모릅니다. 우선, 손을 뻗을 때마다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③ 의사 표현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무슨 뜻인지는 좀더 연구해 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④ 의사 표현은 아닐 겁니다. 확실한 건 그 곤충의 신체 구조를 분석해 본 후에야 알 수 있지만요.
⑤ 의사 표현일 리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들 중에는 그런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없거든요.

23. ‘의사 표현’과 ‘의미’ 간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의사 표현> 뿔과 가시를 과시하며 가만히 있는다. ➡ <의미> 너, 나 가만히 둬.
② ㉡ <의사 표현> 신체 일부에 점이 나타나 색깔이 변한다. ➡ <의미> 우울한 기분을 풀어 볼까?
③ ㉢ <의사 표현> 머리에 있는 깃털을 가장 높이 세운다. ➡ <의미> 너 까불면 가만 두지 않겠다.
④ ㉣ <의사 표현> 동료들에게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 <의미> 천적이 나타났으니 피해!
⑤ ㉤ <의사 표현> 나뭇잎을 긁어 짧고 강한 소리를 낸다. ➡ <의미> 내 영역에서 빨리 나가!

[24~2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진정한 의미의 양심은, 외부의 권위가 내면화된 권위적 양심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프로이트가 말한 ‘초자아’가 이러한 권위적 양심에 해당하는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대체로 양심을 이런 형태로 경험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권위적 양심은 모두 부모나 학교, 국가, 사회, 교회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제도적 규범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면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권위적 혹은 초자아적인 양심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에게 집요하게 캐묻고 야단치고 벌주는 외적 권위가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의식과 자율성을 키우지 못하면, 나중에는 배우자, 상관, 기업, 종교 단체, 국가 기관 등 다른 권위에 의존하는 인간으로 ⓑ전락한다.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극단적인 의존성 때문에 과감하게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어,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인물 혹은 조직의 입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경직된 초자아로서의 양심은 일종의 기능적 양심으로서, 한 개인으로 하여금 책임 있는 검토나 비판 없이 조직의 이익에 맹목적으로 봉사하게 만든다. 이것은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침묵하게 만드는 일종의 어용 양심 또는 이데올로기화된 양심의 형태를 취한다.
이런 형태의 양심을 지닌 사람들은 집단적 초자아이자 절대적 권위인 조직의 규범과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자신이 외부의 대상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자기 것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편적인 정신적 가치를 염두에 두지 않을 때에는, 심지어 죄악도 양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들은 양심에 따라, 조직의 이익을 위하여 남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법의 지시에 따르듯이’ 악행을 행하는 것이다.
진정한 양심은 자신의 행위나 태도에 관련된 도덕적 가치에 대한 깨달음과 인류가 소중하게 여기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진정한 양심, 곧 자율적 양심은 외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형성된다.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어 받아들인 보편적인 가치가 내면화될 때 진정한 도덕적 책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참된 양심을 지닌 사람은 주체적으로 상황을 검토하고, 그 상황에 대한 도덕적ㆍ윤리적 성격을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하게 행동한다.
요컨대 올바르고 건설적으로 길러진 양심은 한 인격체를 초자아적 양심의 단계를 넘어서게 해 준다. 이렇게 길러진 자율적인 양심은 주체적으로 받아들인 실천적 가치들을 책임감 있게, 철저하게 따르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적인 양심은 내 안에 있는 참된 자아의 음성이며, 삶의 과정에서 쌓은 도덕적 경험의 표현이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양심은 ‘자아의 영토를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24. 위 글을 설명하면서 <보기>와 같은 시각 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위 글에 비추어 볼 때, 수정해야 할 항목은? [1점]

 <보 기> 
논제 : 진정한 의미의 양심
논지 전개 전략 : 대비를 통한 차이점 부각
논지 전개 과정
대비항목 제시 : 권위적 양심과 자율적 양심
대비 항에 대한 비판 : 권위적 양심의 문제점과 자율적 양심의 한계
논지제시 : 진정한 양심의 본질과 의미








25. 위 글을 읽고 <보기>의 시를 썼다고 가정할 때, 창작 과정에서 고려했음직한 사항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3점]

 <보 기> 
모든 것은 나의 안에서
물과 피로 육체를 이루어 가도
너의 밝은 은빛은 모나고 분쇄(粉碎)되지 않아
드디어 무형(無形)하리만큼 부드러운
나의 꿈과 사랑과 나의 비밀을,
살에 박힌 파편(破片)처럼 쉬지 않고 찌른다.
모든 것은 연소되고 취(醉)하여 등불을 향하여도
너만은 끌려 나와 호올로 눈물을 맺는 달밤……
너의 차가운 금속성(金屬性)으로
오늘의 무기를 다져가도 좋을
그것은 가장 동지적(同志的)이고 격렬한 싸움
- 김현승, 양심의 금속성-


①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을 화자로 설정할 거야.
② 본문에는 없지만, 양심을 지키기 위한 인간적인 번뇌도 담아볼 거야.
③ ‘외적 권위에 대한 의존성’을 ‘동지적이고 격렬한 싸움’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을 거야.
④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도록 강제하는 양심의 속성을, 끊임없이 찔러대는 금속 파편으로 형상화해 볼 수 있을 거야.
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양심이 올바른 대응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심을 ‘오늘의 무기’라고 표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6. ‘진정한 의미의 양심’에 따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떠올려 보았다. 위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은?

① 타인을 배려한 판단인가?
②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판단인가?
③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판단인가?
④ 보편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판단인가?
⑤ 비판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친 판단인가?

27. ㉠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사례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독재자들의 폭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주변 국가로 떠돌며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② 일부 악덕 기업주들은 신분이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그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을 강요하였다.
③ 도로변의 무단 주차가 늘어나자 주차 단속원들이 동원되어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일제히 단속하면서 범칙금 고지서를 발급하였다.
④ 폐수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제조업체 사주들은 비가 오는 시기를 택해 각종 중금속이 함유된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였다.
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군인들의 가장 큰 명예는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이었으며, 주변 국가에 대한 침략 행위도 그러한 맥락에서 정당한 것으로 여겼다.

28. ⓐ~ⓔ의 사전적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수용:어떠한 것을 받아들임.
② ⓑ전락:나쁜 상태에 빠짐.
③ ⓒ경직:굳세고 강함.
④ ⓓ부합:사물이나 현상이 서로 꼭 들어맞음.
⑤ ⓔ직면:어떠한 일이나 사물을 직접 당하거나 접함.

[29~3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춘망(春望) - 두보
 
나라히 파망(破亡)ᄒᆞ니 뫼콰 ᄀᆞᄅᆞᆷᄲᅮᆫ 잇고
잣 앉 보ᄆᆡ 플와 나무ᄲᅮᆫ 기펫도다.
시절(時節)을 감탄(感歎)호니 고지 누ᇇ믈ᄅᆞᆯ ᄲᅳ리게코
여희여슈믈${}^{1)}$ 슬호니 새 ᄆᆞᄋᆞᄆᆞᆯ 놀래노라.
봉화(烽火)ㅣ 석ᄃᆞᆯᄅᆞᆯ 니어시니
지븻 음서(音書)${}^{2)}$ᄂᆞᆫ 만금(萬金)이 ᄉᆞ도다.
셴 머리ᄅᆞᆯ 글구니 ᄯᅩ 뎌르니
다 빈혀ᄅᆞᆯ 이긔디 몯ᄒᆞᆯ ᄃᆞᆺᄒᆞ도다.

1) 이별하였음을.
2) 집에서 온 편지.

(나)
삭주 구성(朔州龜城) - 김소월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다)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29.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 (나)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가), (다)는 자연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③ (나), (다)는 동일 시구를 반복하여 리듬감을 얻고 있다.
④ (가), (나), (다) 모두 대상과의 단절로 인한 아픔이 드러나 있다.
⑤ (가), (나), (다) 모두 반복과 변주의 형식을 통해 고조되는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30. (나)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를 <보기>에서 찾을 때,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보 기> 
시적 화자는 부정적인 대상이나 상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태도를 취한다. 먼저
극복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처지와 대결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거나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에 비탄에 잠기기도 한다. 또는 ③대상이나 상황의 부당성과 비가치성을 풍자하여 비하시키며,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절망적인 대결을 감행하기도 하고 아예 ⑤대결을 포기하고 이상 세계를 지향하는 도피적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31. <보기>와 ㉮를 비교하며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이 나라 나라는 부서졌는데
이 산천 여태 산천은 남어 있드냐
봄은 왔다 하건만
풀과 나무에뿐이어

오! 서럽다. 이를 두고 봄이냐.
치어라. 꽃잎에도 눈물뿐 흩으며
새 무리는 지저귀며 울지만
쉬어라, 이 두근거리는 가슴아.
-김소월, 봄-


① ㉮와 <보기> 모두 자연과 인간사를 대조하여 표현하고 있어.
② ㉮와 달리 <보기>는 시어를 반복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어.
③ ㉮와 달리 <보기>에는 시적 화자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드러나 있어.
④ ㉮와 <보기> 모두 시적 화자가 느끼는 인간사에 대한 무상함이 담겨 있어.
⑤ <보기>는 ㉮와 같은 소재를 활용하여 시적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어.

32. ㉠에 담긴 시적 화자의 상황과 정서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다락엔 달이 밝고 날씨는 쌀쌀코야 / 향수는 가을인 제 구름 끝 섧게 도니 / 소식은 들을 길 없어 혼자 밤을 새나니.
② 풍설(風說)이 돌고 보니 말썽은 더욱이요 / 뜬 시름 갖는 원한 풀 길은 바이 없어 / 문 닫고 드러누우니 병들었다 하더라.
③ 뜻밖에 임의 글을 반갑게 받아 보니 / 곳마다 눈물 흔적 글자가 흐렸고야 / 달 밝고 고요한 밤엔 생각 더욱 설워라.
④ 이별이 설워라고 맞잡고 우는 눈물 / 다음날 만날 때엔 차라리 비가 되어 / 알뜰한 님의 옷에다 뿌려 뿌려 보오리.
⑤ 시집 갈 제 꽂았던 이 금비녀 / 오늘 그대에게 맘 고이 드리노니 / 먼먼 천 리 타향에 잊지 말아 주소서.

33. (가)~(다)의          속 시어의 의미를 파악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시어> 봉화 → <연상 내용>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것 → <시어의 의미 파악> 전란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군.
② <시어> 산 → <연상 내용> 높이 솟아 있어 통행을 가로막는 장애물 → <시어의 의미 파악> 화자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군.
③ <시어> 꿈 → <연상 내용> 현실에서 벗어난 공간 → <시어의 의미 파악> 화자의 소망이 성취된 공간이겠군.
④ <시어> 새벽달 → <연상 내용>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홀로 떠 있는 것 → <시어의 의미 파악> 화자의 쓸쓸함을 부각시키는 소재이군.
⑤ <시어> 섬 → <연상 내용> 물로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는 것 → <시어의 의미 파악> 고독한 처지에 있는 화자를 상징하는군.

34.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과 ㉢은 모두 시적 화자가 지향하는 공간이다.
② ㉡과 ㉢은 모두 시적 화자가 처해 있는 공간이다.
③ ㉡과 ㉢은 모두 시적 화자의 소망이 충족된 공간이다.
④ ㉡은 시적 화자가 지향하는 공간, ㉢은 처해 있는 공간이다.
⑤ ㉡은 시적 화자가 처해 있는 공간, ㉢은 지향하는 공간이다.

[35~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회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관점을 지녀야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은 사람들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여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주로 어떤 개인과 그를 둘러싼 가족, 사회, 국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구속성과 영향력, 또는 어떤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갖게 되는 이해관계나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두어 사회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위계와 차별을 핵심으로 한 유교적 인간 관계가 사회 조직으로 확산되면서 혈연, 지연, 학연 등 사적인 연고를 중시하는 태도로 바뀌어 나타났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때 연고주의의 원인을 유교적 인간 관계의 ㉠변질에서 찾았다면, 이는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구조를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상관없이 존재하고 작동하는 사회의 체계나 구조에 관심을 둔다. 구조는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거시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권력, 부, 지식 등이 불균등하게 분배된 상황에서 쉽게 드러난다. 한 개인은 정치인, 관료, 자본가, 학자 등과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관계에 있지만, 이들이 집단 혹은 제도로서 독점하는 자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억압하는 사회 구조 속에 있다면, 개인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불균형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민 운동, 노동 운동과 같은 각종 사회 운동을 통해 조직적인 대응 방식을 모색하기도 한다. 운명처럼 받아들이든 조직을 결성하여 사회 운동을 벌이든 모두 구조에 관심을 두고 사회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급속히 도시화, 산업화, 세계화되어 간다. 그 변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변화의 추세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산다. 사회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화의 추세를 읽고 현재의 문제를 진단해야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어느 한 시점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을 둘러싼 구조만을 논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정부와 대기업의 유착에 의한 과거의 경제적 지배 구조는 세계화로 인해 자유 경쟁을 중시하는 경제 구조로 변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의 증대를 가져왔다. 이처럼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등의 변화는 사회 관계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시점에 정착된 사회 관계나 구조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그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 좀더 포괄적으로 사회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35. 글쓴이가 독자에게 강조할 말을 다르게 표현해 보았다.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실패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② 많은 것을 얻고 싶으면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③ 제대로 보고 싶으면 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④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기초에 충실해야 합니다.
⑤ 문제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36. <보기>는 ‘청년 실업’에 대한 분석 기사의 일부이다. 위 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평가한 것 중, 가장 타당한 것은? [1점]

 <보 기> 
오늘날의 청년 실업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대외 의존적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경제 체제는 자체 동력으로 삼을 만한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세계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① ‘구조’를 중심으로 청년 실업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②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청년 실업의 실태를 제시하고 있다.
③ ‘관계’를 중심으로 청년 실업이 야기하는 사회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④ 청년 실업의 실태는 ‘관계’를 중심으로, 청년 실업의 원인은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⑤ 청년 실업의 폐해는 ‘구조’를 중심으로, 청년 실업 해결의 전망은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37. <보기>는 ㉠에 대한 설명이다. 밑줄 친 단어 중, 그 쓰임이 ㉠과 다른 것은?

 <보 기> 
㉠‘변질’이라는 단어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글쓴이는 굳이 ‘변화’ 대신 ‘변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연고주의로의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신의 태도를 은연 중에 반영한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사람들은 긍정이나 중립 가치를 지닌 단어 대신 부정 가치를 지닌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상황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입장이나 태도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① 병규는 결석한 이유를 그럴듯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② 그는 정당한 방법으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무언가 술수를 부렸을 것이다.
③ 일본은 임진왜란에 대해 ‘진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그것은 침략에 해당한다.
④ 내가 쓴 글을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그는 내 글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⑤ 그는 친구들을 자기 동아리에 가입하라고 설득하겠다더니, 결국에는 협박을 하면서 다니고 있다.

38. ㉡의 구체적인 사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산업 구조가 농수산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변하였기 때문에 공장이 몰려있는 도시로 떠나기로 하였다.
② 마을 부근에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서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행정 당국에 정책 철회를 요구하기로 하였다.
③ 전 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면 외국어 구사 능력이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기 때문에 영어 학원에 다니기로 하였다.
④ 사업을 하는 데에도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우선 컴퓨터 운용 능력부터 키우기로 하였다.
⑤ 앞으로는 과학 기술을 전공해야 취업이 용이할 것이기 때문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학과 과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로 하였다.

[39~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S# 12. 궁궐 희정당(밤)
(왕의 침전이다. 주안상이 차려져 있고 광해군 혼자 술잔을 들어 마신다. 광해군 다시 잔에 ㉠ 붓는데.)
내관 : (소리) 전하! 판의금부사, 죄인을 압송해 왔사옵니다! (멈칫 고개 드는 광해군)
광해군 : 들라 하라!
(문이 열리고 이이첨이 들어온다. 뒤 이어 의금부 도사 두 사람이 허균을 양쪽에서 잡고 들어온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광해군. 이이첨이 바닥에 부복한다. 도사 두 명도 허균을 앉히며 부복하려 하는데 ⓐ허균이 선 채 꼼짝도 않는다.)
도사 : 네 이놈! 엎드리지 못하겠느냐!
(그대로 꼼짝도 않는 허균. 몹시 놀라 당황한 얼굴로 보는 의금부 도사)
도사 : ⓑ네 이놈! 전하 침전이시다!
광해군 : 그냥 두거라.
(멈칫 보는 도사, 이이첨도 놀라 고개를 든다.)
광해군 : 어서 오너라. 좌참찬.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미동도 않고 광해군을 보는 허균. 보다가 이이첨을 쳐다보는 광해군)
광해군 : 판의금부사와 의금부 도사들은 물러가 있거라.
이이첨 : (놀라, 보며) 전하!
광해군 : 내 말 듣지 못했느냐? 속히 물러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
이이첨 : 저, 전하! 아니 되옵니다!
광해군 : (보는)
이이첨 : 저 자는 대역 모반의 괴수이옵니다! 저 극악 무도한 자를 친견하시는 것만도 황공하온데, 독대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전하! 저자가 무슨 흉악한 짓을 저지를지 어찌 가늠하겠사옵니까? 통촉하시옵소서! 전하!
광해군 : 여러 말 할 것 없다. 과인은 허균과 더불어 한잔 술을 마셔야겠다. 모두 물러가라!
<중략>
S# 17. 희정당(밤)
(마주 앉아 있는 허균과 광해군)
허균 : 신이 전하께 입은 은혜를 어찌 말로 다 표현을 하겠사옵니까? 제 육신이 찢겨져 죽더라도 전하의 마음만은 흉중에 품고 갈 것입니다. 허나, 전하…… 신에게 전하보다 천 배 만 배 더 소중한 것은 저 헐벗은 백성의 마음입니다. 신은 저 가난하고 불쌍한 백성의 편에 서고 싶었사옵니다. 전하…….
광해군 : 백성의 편이라…… 과인이 경의 그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 않느냐? 과인은 세자 시절에 경과 한 맹세를 잊지 않고 있다. 과인과 더불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함께 하면 되지 않느냐? 뭐가 그리 급했느냐?
허균 : 전하께옵선 백성의 편에 설 수가 없사옵니다.
광해군 : ⓓ(멈칫 보는)
허균 : 그것은 전하께서 임금이시기 때문이옵니다. 전하께옵선 지금 당장 용상에서 내려와 백성과 더불어 땅을 일굴 수 있겠사옵니까? 전하께옵선 서얼과 천민과 과부와 승려를, 조정의 대신들과 같이 동등하게 대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백성은 죽어 가는데, 저 공리공론만 일삼는 성리학자들을 하루 아침에 내칠 수가 있겠사옵니까? 전하께선 그럴 수가 없사옵니다. 대동법 하나를 경기 일원에 시행하는 데 반 백년이 걸렸고, 서얼의 등용 문제 하나도 선왕의 뜻이라며 물리쳤던 전하가 아니십니까? 전하께 중요한 것은 왕실의 안위지만, 백성에게 중요한 것은 천지개벽입니다. 신은 그것을 하고자 했사옵니다.
광해군 : (멍하니 보다가) 그래서 과인을 쳐야 했단 말이더냐?
허균 : 그러하옵니다. 전하…… 전하의 성은을 저버린 신을 찢어 죽이옵소서. 허나, 신의 꿈을 죽이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신은 죽어 구천의 넋이 되더라도 새로운 세상이 오는 그 날을 소망하며 지켜볼 것이옵니다.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전하…….
광해군 : ⓔ내가 어찌 그대를 죽인단 말이냐?
(멈칫 보는 허균. 광해군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허균 : 전하…….
광해군 : 차라리 그대의 소망처럼 과인의 목을 베고 그대들의 나라를 만들라. 내가 어찌 그대를 죽이겠느냐?
허균 : 전하!
(보는 허균. 그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말 없이 술잔에 술 따르는 광해군)
광해군 : 이 ㉡을 받으라…… 교산…….
(보는 허균.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받는다.)
- 김탁환 원작, 손영목 각색, 천둥 소리 -


39. <보기>는 허균이 지은 시이다. 위 글과 관련지어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그늘진 웅덩이를 엿보니 까마득히 깊기만 한데,
거뭇한 물안개가 그윽이 물굽이를 둘러쌌네.
그 밑엔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있어
꿈틀꿈틀 깊은 곳에 또아리 치고 살아라.
때때로 흰 기운을 토해내면 흩어져 연기 아득할 뿐이지만,
언젠가는 천둥과 비를 일으키며 날아서 신선 세계로 올라가리라.
-허균, 천둥을 일으키며 올라가리라-


① ‘그늘진 웅덩이’는 부정적 현실과 관련지어 볼 수 있겠어.
② ‘천년 묵은 이무기’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허균 자신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어.
③ ‘또아리 치고 살아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
④ ‘천둥과 비를 일으키며’는 꿈을 이루기 위한 허균의 실천으로 볼 수 있겠어.
⑤ ‘신선 세계’는 광해군이 허균에게 약속하였던 세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40. 위 글의 작중 상황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광해군의 간곡한 말에도 허균의 태도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로군.
② 광해군은 허균과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군.
③ 허균은 광해군의 지난 날 실정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말하고 있군.
④ 허균은, 광해군이 제안한 방법으로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고 여기고 있어.
⑤ 허균은, 광해군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백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사이에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다고 여기는군.

41.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은 광해군의 고뇌를, ㉡은 허균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② ㉠은 광해군의 신념을, ㉡은 상황에 대한 체념을 드러낸다.
③ ㉠은 광해군의 여유를, ㉡은 허균에 대한 회유를 의미한다.
④ ㉠은 광해군의 미련을, ㉡은 허균에 대한 포용을 의미한다.
⑤ ㉠은 광해군의 애통함을, ㉡은 허균에 대한 용서를 의미한다.

42. 위 글을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하여 ⓐ~ⓔ에 대해 토의해 본 것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이 대목에서 허균 역을 맡은 배우는 입을 꽉 다물고 굳은 표정을 지어야 할 거야.
② ⓑ : 이 부분에서는 의금부 도사들이 허균을 강제로 꿇어앉히려는 행동을 하면 좋겠어.
③ ⓒ : 이 장면에서는 긴장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경 음악을 삽입하면 좋겠어.
④ ⓓ : 광해군의 표정을 잘 드러내기 위해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
⑤ ⓔ : 믿었던 신하에게 배신당한 상황이니까, 화가 난 어조로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43~46]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단어들은 의미를 중심으로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는 단어의 의미가 종적으로 대치되는 의미의 계열 관계를 중심으로 단어의 유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유의 관계는 의미가 같거나 비슷한 둘 이상의 단어가 맺는 의미 관계를 말하며, 그 짝이 되는 말들은 ‘동의어’ 혹은 ‘유의어’라고 한다. 실제로 의미가 같고 모든 문맥에서 치환이 가능한 ‘동의어’는 그 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유의 관계의 대부분은 개념적 의미의 동일성을 전제로 한 ‘유의어’를 가리킨다.
동일한 지시 대상을 가리키는 유의어는 다섯 가지 양상으로 대별되는 데 표준어와 방언, 고유어와 외래어, 일반어와 특수어, 긍정어와 부정어, 직접어법과 완곡어법에 따라 유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들이다.
 
(표준어 : 방언) 국물 : 말국, 옥수수 : 강냉이
(고유어 : 외래어) 이 : 치아, 술 : 약주
(일반어 : 특수어) 소금 : 염화나트륨, 반찬 : 부식
(긍정어 : 부정어) 흑인 : 깜둥이, 절약가 : 노랭이
(직접어법 : 완곡어법) 죽다 : 돌아가다, 변소 : 화장실
개념적 의미가 동일한 유의어라 하더라도 구체적 문맥을 고려하면 의미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문맥에서 개념적 의미가 동일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정된 문맥에서만 그런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두 단어 간에 의미 차이가 나타난다. 한정된 문맥에서만 개념적 의미가 동일한 단어도 포괄적 의미에서 유의어라 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문맥에서 그러한 경우와 비교할 때 유의성의 정도가 다르다.
유의 관계를 알아보는 데는 교체 검증, 대립 검증, 배열 검증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첫째, 문맥 속에서 한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어 보는 교체 검증의 방법을 쓸 수 있다. ㉠‘달리다’와 ‘뛰다’의 경우, ‘학교를 향해 달렸다/뛰다’는 동일한 사태를 나타낸다. 하지만 ‘기차가 달린다/*뛴다’(*는 비문임을 표시함.)와 같은 문장을 보면 ‘기차가 달린다’는 가능하지만 ‘기차가 뛴다’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들은 한정된 문맥에서만 개념적 의미가 동일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립어를 사용하여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밝히는 ㉡대립 검증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맑다 - 깨끗하다’의 경우, ‘물, 공기, 시야’ 등과의 결합에서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데, 이들과 대립 관계에 있는 ‘흐리다 - 더럽다’를 대비시키면 ‘맑은 물/ 흐린 물’, ‘깨끗한 물/ 더러운 물’에서 보듯이 ‘흐리다’와 ‘더럽다’의 거리만큼 ‘맑다’와 ‘깨끗하다’에도 의미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즉 ‘흐린 물’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더러운 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맑은 물’이라고 반드시 ‘깨끗한 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유의성의 정도가 모호한 단어들을 하나의 계열로 배열하는 배열 검증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실개천-개울-시내-내-하천-강-대하’에서처럼 관련된 단어들을 하나의 축으로 배열하게 되면 ‘개울’과 ‘시내’에도 미세한 의미 차이가 드러난다.
유의어는 동일한 개념 영역에 대해서 서로 다른 형태를 갖고 있으므로 상호간에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경쟁 관계를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이들은 변화하게 된다.


43. 위 글의 내용 전개상의 특징과 효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적절히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하여 이해를 쉽게 하고 있다.
② 용어의 개념을 분명히 하여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③ 일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을 분석함으로써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중심 화제를 먼저 제시하여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⑤ 사실과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여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44. ㉮로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닌 것은? [1점]

① 과학 분야에서 쓰이는 특수어 ‘염화나트륨’은 일반어 ‘소금’과 다른 사물을 가리키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② 새로 도입되는 외래어 중 일부는 이미 있던 고유어와 유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③ 유의 관계를 이루는 단어라도 듣는 사람이 각각의 단어에서 받는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④ 언어 사회 속의 여러 하위 언어 집단이 동일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면 이들 사이에는 유의 관계가 형성된다.
⑤ 이미 있던 말의 어감이 좋지 않아서 다른 표현이 나타나면 본래 있던 말과 경쟁을 하게 된다.

45. ㉠에 대해 <보기>의 자료를 바탕으로 심화 학습을 한 후 발표한 내용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 말이 결승점을 향해 달린다/뛴다.
ⓑ 말이 놀란 듯이 높이 *달린다/뛴다.
ⓒ 물가가 *달린다/뛴다.


① 수인 : 비슷한 문장 구조인데도 ⓐ와 달리 ⓑ에서는 ‘달리다’와 ‘뛰다’를 바꾸어 쓸 수 없다면, 두 문장에서 표현이 차이나는 부분의 의미에 주목해야 할 것 같아.
② 민철 : ⓐ의 ‘뛰다’는 ‘앞으로 나아가다’의 의미로 해석되는데 ⓑ의 ‘뛰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없어.
③ 호수 : ⓑ의 ‘뛰다’는 ‘높이 솟구쳐 오르다’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달리다’와 ‘뛰다’를 바꾸어 쓸 수 없을 것 같아.
④ 수민 : ‘기차가 달린다/*뛴다’는 예문까지 함께 생각해 보면 높이 뛰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나 동물이 주어로 올 때, 두 단어가 유의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 같아.
⑤ 인호 : ⓒ와 같은 문맥에서도 두 단어가 바뀔 수 없는 것을 보면 이 둘 사이에 유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문맥은 제한적인 것 같아.

46. ㉡을 사용하기에 적절한 예는? [1점]

① 작다 - 적다
② 두껍다 - 두텁다
③ 따뜻하다 - 따스하다
④ 넓다 - 너르다
⑤ 즐기다 - 즐거워하다

[47~51]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진이란 시간을 정지시킨 기록물이다. 정지된 시간은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거리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 속에 포착된 시간은 과거의 모든 인과 관계를 담고 있다. 우리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사진을 보면서 그 아이가 그 동안 얼마나 굶었을까를 생각하고, 전쟁터에 쓰러진 병사의 사진을 보면서는 그 이전에 있었을 참혹한 전쟁의 상황과 병사의 고통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사진은 과거를 향해 열린 창이며 우리는 그 창을 통해 정지된 시간 이전의 사연들을 들여다본다.
사진은 세계의 이미지를 담은 기록물이다. 모든 초상화가 그렇듯이 사진으로 찍힌 그 시간은 사진이 없어질 때까지 하나의 기호 형태로 저장된다. 또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호들처럼 사진도 심리적인 특성들을 갖는다. 그리고 그 기호는 영상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형 문자 시대 이래 처음으로 다시 갖게 된 상형 문자라고도 말한다. 사진의 기호는 사람이 쓰는 언어와는 아주 다르다. 그것은 주어도 서술어도 없이, 단지 하나의 장면과 어떤 이미지들로 구성된 언어인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서술적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이지만,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그 의미는 단편적인 것 이상의 것이다.
미국의 사회파 사진 작가 워커 에반스가 1936년에 찍은 ‘어린아이의 무덤’을 보라. 이 사진이 미국의 대공황 시절의 각박하고 어려운 삶을 기록한 사진의 일부라는 것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 사진은 단순한 한 장의 사진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한다. 흙으로 금방 만들어진 무덤과 무덤 한 가운데 올려진 낡은 그릇은 죽은 어린이와 그 부모의 삶이 결코 풍족하고 편안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 경우 사진은 하나의 상징인 것이다. 오래 살아 남는 사진일수록 이러한 상징성이 강하게 들어 있어서, 우리를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하고 그 사진의 배후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사진은 세계를 이미지로 만들어 기록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도 사진은 그 사람과 세계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흔히 사진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고 사진을 찍는 것은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에는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그 의도는 나중에 사진을 보는 사람들-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을 포함해서- 이 사진을 통해서 어떤 이미지를 느끼고 어떤 사색을 하고 어떤 평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관계가 깊다. 사진을 찍는 일 자체가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보는 이에게 있어서도 사진은 ㉡어떤 대상의 대체물의 기능을 하거나 적어도 사색을 통해 그 대상과 간접적으로 만나게 함으로써, 세계와 관계를 맺게 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모으거나 여행자들이 명승지의 사진을 담은 그림 엽서를 모으는 일도, 결국은 사진을 대상의 대체물로 삼거나 사진을 통해 꿈꾸고 상상하고 평가하면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하나의 형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47. 위 글의 내용으로 교양 강의를 한다고 할 때, 이를 홍보할 문구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보도 사진의 진실성,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② 사진에 관한 모든 것, 작가론에서 작품론까지.
③ 현대 사진의 역사와 특징, 궁금하지 않으세요?
④ 사진으로 세상 읽기, 그 근거와 가능성을 보여 드립니다.
⑤ ‘사진사’인가, ‘사진 작가’인가? 사진의 예술성을 검증한다.

48. 다음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나눈 대화이다. 위 글의 논지에서 벗어난 것은?

①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야. 그렇기 때문에 태극기와 높이 솟은 건물의 의미가 강조되는 것 같아.
② 두 사람이 건물 앞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모습을 삼각형 구도를 사용하여 찍은 사진이야.
③ 군인들이 태극기를 올리고 있는 장면으로 보아 전투에서 이긴 것을 기념해 두기 위해 찍은 사진이야.
④ 이 태극기를 올리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까?
⑤ 후손들도 이 사진을 본다면 국가와 민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거야.

49. 위 글을 읽은 후 비판적 의견을제시하는 글을 쓰기 위해 다음과 같은 메모를 작성하였다. ㉮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제시할 의견 : 사진은 세계를 잘못 이해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의견의 근거
1. 사진의 속성
가.             ㉮            
나. 찍는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다.
2. 그로 인한 문제점
가. 해석의 애매성으로 인해 오해를 유발할 수 있음.
나. 시실 왜곡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


① 무제한의 복사가 가능하다.
② 한 순간의 모습만을 담을 수 있다.
③ 실재하는 대상만을 재현할 수 있다.
④ 일정한 기계 장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⑤ 도구와 기술에 따라 질적인 차이가 커진다.

50. ㉠에 담긴 의미와 거리가 먼 것은? [1점]

① 사진은 해석을 필요로 한다.
② 사진은 의미를 갖는 기호이다.
③ 사진은 기록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④ 사진은 과학 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⑤ 사진은 영상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51. ㉡의 예로 들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주민등록증에 붙은 증명 사진
② 화재 사건 관련 기사에 첨부된 불탄 가옥의 사진
③ 박물관의 안내 책자에 싣기 위해 찍은 미술품 사진
④ 여러 인물의 각 부분을 컴퓨터로 합성하여 새 인물로 창조한 사진
⑤ 풍경화의 본으로 쓰기 위해 찍은, 석양녘 바다의 모습을 담은 사진

[52~55]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배도는 눈물을 훔치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시경에 ‘아낙네 잘못 없는데, 사내는 달리 대하네.’라고 이르지 않았습니까? 낭군은 이익과 곽소옥의 사연을 알지 않습니까? 낭군이 만약 저를 멀리 버리시지 않을 것이라면, 원컨대 맹세의 글을 써 주십시오.”
이어서 배도가 고운 명주 한 폭을 꺼내어 주자, 주생은 즉시 붓을 휘갈겨 말했다.
“푸른 산이 늙지 않고 푸른 물이 내내 흐르듯이 내 마음 변치 않으리. 그대가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하늘에 뜬 밝은 달에 맹세하리라.”
주생이 다 쓴 뒤에, 배도는 마음과 피로 봉하듯이 그 글을 정성껏 봉해서 허리춤 속에 넣었다. 이날 밤 시를 읊으며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니, 비록 김생과 취취나 위랑과 빙빙의 사랑이라도 여기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다음날 주생이 비로소 어젯밤에 들었던 사람 소리와 말 울음소리에 대해서 묻자, 배도가 말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붉은 대문을 단 집이 물가를 마주 바라보고 서 있는데, 이는 바로 옛날 승상(丞相)이었던 노모(盧某)의 댁입니다. 승상은 이미 죽고, 부인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아들 한 명과 딸 한 명만을 데리고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춤과 노래로 소일하고 있는데, 어젯밤에도 말을 보내어 저를 불렀으나 제가 낭군 때문에 병을 핑계 대고 거절했던 것입니다.”

(나)
주생은 몸을 숨긴 채 다가가서 숨을 죽이고 엿보았다. 금빛 병풍과 채색 담요가 황홀하여 눈이 부시었다. 부인은 붉은 비단 적삼을 입고 백옥(白玉) 방석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나이는 50세 정도 되어 보였으나 지긋이 한 쪽 눈을 감고 돌아보는 태도에는 아직 예전의 어여쁜 모습이 남아 있었다. 꽃다운 나이의 소녀가 부인 옆에 앉아 있었는데, 구름처럼 고운 머릿결에는 푸른빛이 맺혀 있고 아리따운 뺨에는 붉은빛이 어리어 있었다. 밝은 눈동자로 살짝 흘겨보는 모습은 흐르는 물결에 비친 가을 햇살 같았으며, 어여쁨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미소는 봄꽃이 새벽 이슬을 머금은 듯 했다. 배도가 그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배도는 그 소녀에 비하면 봉황에 섞인 갈가마귀나 올빼미요, 옥구슬에 섞인 모래나 자갈일 뿐이었다. 그 소녀를 본 주생은 넋이 구름 밖으로 날아가고 마음이 공중에 뜬 듯이 황홀하였다. 그래서 몇 번이나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어갈 뻔했다.

(다)
주생은 한번 선화를 본 후부터는 배도를 향한 마음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배도와 술잔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애써 웃고 기뻐할 뿐, 마음은 온통 선화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는 승상 부인이 아들 국영을 불러 놓고 말했다.
“네 나이가 열두 살인데도 아직 글을 배우지 않고 있으니, 훗날 어른이 되어서 어떻게 자립할 수 있겠느냐? 배 낭자의 남편인 주생은 학문이 뛰어난 선비라고 들었다. 네가 가서 그에게 배움을 청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중략>
이때부터 주생은 승상의 집으로 옮겨가 더부살이를 했다. 그러나 낮에는 국영과 함께 생활을 하고, 밤이 되더라도 문빗장이 굳게 잠기어 있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주생은 10여 일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자신에게 일렀다.
“처음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본래 선화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이제 향기로운 봄도 이미 끝나 버렸는데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된다고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겠는가? 차라리 당돌하게 ㉠을 넘어 가는 것이 더 나으리라. 일이 이루어지면 귀하게 될 것이요, 이루어지지 않으면 벌을 받아 죽으면 그만이다.”
마침 그날 밤 달이 뜨지 않았다. 주생은 몇 겹으로 된 담을 넘어 비로소 선화의 처소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굽이진 기둥과 돌아드는 복도마다 주렴과 장막(帳幕)이 겹겹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생은 한참 동안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주렴 뒤에서 선화가 촛불을 밝히고 악곡(樂曲)을 타고 있었다. 주생은 기둥 사이에 엎드려 선화가 타는 악곡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선화는 악곡을 다 연주하고 나서 작은 소리로 소자첨의 <하신랑(賀新郞)>이라는 사곡(詞曲)을 읊었다.
 
주렴 밖에 누가 와서 비단 창을 두드리는고?
안타깝게도 요대에서 노니는 꿈 깨뜨리네.
아아, 대밭을 스치는 바람이런가.
- 권필, 주생전(周生傳) -


52. <보기>는 위 작품으로 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이 배부한 참고 자료이다. 위 글과 <보기>를 읽은 후 학생들이 발표한 의견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보 기> 
<‘주생전’의 전체 내용 구조>
A. 주생이 배를 띄우고 잠들었다가 ‘전당’에 도착하여 어릴 적 친구인 배도를 만남.
B. 배도에게 연정을 느끼고 그와 동거하게 됨.
C. 배도를 찾으러 선화의 집에 갔다가, 선화를 보고 반함.
D. 선화의 동생인 국영이 가르침을 청해 와 그의 집에서 기거하게 됨.
E. 밤을 틈타 선화를 만나 사랑을 이루고 매일 밤 남 몰래 만남.
F. 사실을 알게 된 배도의 질투로 인해 선화와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 간절히 그리워 함.
G. 배도가 병으로 죽고, 주생은 친척의 도움으로 선화와 혼약을 함.
H. 혼인날을 기다리던 중, 왜적의 침입 때문에 구원병으로 징발되어 참전함.
I. 전쟁 중, 선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병이 들어 객사에 머물게 됨.
➡ 객사에서 내(지은이)가 ‘주생’을 만나 이 이야기를 듣고 글로 씀.


① (가)에서 배도가 주생을 믿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사랑할 수 있겠어.
② 우리가 읽은 부분은 B에서 E까지의 내용 중 일부인 것 같아. (다)의 뒤에는 주생과 선화가 인연을 맺고 계속 만나는 장면이 소개되어 있겠지?
③ 주생의 사랑이 매우 강해서, 선화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행복한 결말을 맺는 다른 고전 소설들과는 사뭇 달라.
④ 주생은 배도를 찾으러 갔다가 선화를 보게 되었어. 작가는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하기 위해 배도가 선화의 집에 가 있던 것으로 설정한 게 아닐까?
⑤ 우연한 사건 때문에 원하던 바가 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주생에게는 승상 부인이 자신을 국영의 스승으로 청한 것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어.

53. ‘주생’이 <보기>의 조건에 맞추어 ㉮에 대해 화답하는 시를 쓴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ㅇ 상대방의 노래에 쓰인 소재를 활용할 것.
ㅇ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드러낼 것.


① 바람이 대밭에 스친다고 말하지 말라
그건 바로 고운 님이 오는 소리라네.
② 주렴을 걷고 비파를 가볍게 희롱하니
노래 속에 담긴 원망을 그 누가 알리오.
③ 기쁘도다. 미인이 곁에 있으니
이 집에 가득한 꽃과 달을 어이 하리오.
④ 대밭 너머로는 가벼이 안개가 어리고
안개 속에는 가느다란 버들가지 실처럼 푸르렀네.
⑤ 꾀꼬리는 한껏 제 목소리를 뽐내는데
한스럽게도 젊은 청춘은 꿈속에서 시들어 버렸네.

54. ‘배도’가 (나)와 (다)에 소개된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후 ‘선화’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보 기> 
선화 낭자께
자주 얼굴을 대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군요. 얼굴을 마주 하고 말씀 드리기 어려운 내용이라 부득이 종이와 붓에 의지하여 간절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우연히 저희 낭군이 당신에게 미혹되어 마음이 변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토록 굳게 사랑을 맹세했던 낭군이 당신을 탐하여 밤중에 담을 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습니다. …… ①
더군다나 나와 함께 술잔을 주고받을 때조차 낭군의 마음이 당신만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야속하고 서운해서 죽고만 싶은 심정입니다. …… ②
당신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식과 교양이 높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이고, 아마 낭군도 거기에 미혹된 듯합니다. …… ③
그러나 그는 이미 저와 사랑을 맺어 함께 살던 사람이고, 아직도 저는 그가 써 준 맹세의 글을 고이 지니고 있습니다. …… ④
지금 낭군은 낭자의 동생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그 댁에 머물고 있으나, 제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거기 계속 머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 ⑤
아무쪼록 현명히 판단하여 속히 돌려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55. <보기>의 내용을 참고하여 ㉠과 ㉡을 해석해 보았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두 인물이 만남을 이루는 과정에 등장하는 각종 소재를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면 감상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두 인물 사이에 일정한 경계선을 긋거나 장애물을 설치하여 인물들이 이를 넘어서기 위해 갈등을 하기도 하고 시련을 겪게도 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만남의 기쁨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① 둘 다 만남을 위해 넘어야 할 경계선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② 둘 다 그것을 넘어서려는 ‘주생’에게 심리적 갈등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아.
③ ㉠의 경계선을 넘는 데에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도움이 된 것 같아.
④ 주생의 결심 이후에 ㉠은 장애물로서의 성격이 약화되었어.
⑤ 두 사람의 만남 이후에는 ㉡은 주생의 심리적 갈등을 더 강하게 불러일으킬 거야.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기술은 그 내부적인 발전 경로를 이미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어떤 특정한 기술(혹은 인공물)이 출현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통념을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기술의 발전 경로는 이전의 인공물보다 ‘기술적으로 보다 우수한’ 인공물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인공물들의 연쇄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 경로가 ‘단일한’ 것으로 보고, 따라서 어떤 특정한 기능을 갖는 인공물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유일하게 가장 좋은’ 설계 방식이나 생산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종합하면 기술의 발전은 결코 사회적인 힘이 ⓐ가로막을 수 없는 것일 뿐 아니라 단일한 경로를 따르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기술의 발전 경로를 열심히 추적해 가는 것밖에 남지 않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다양한 사례 연구에 의하면 어떤 특정 기술이나 인공물을 만들어 낼 때, 그것이 특정한 형태가 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엔지니어, 자본가, 소비자, 은행, 정부 등의 이해관계나 가치체계임이 밝혀졌다. 이렇게 보면 기술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이미 그 속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 된다. 뿐만 아니라 복수의 기술이 서로 경쟁하여 그 중 하나가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는 과정을 분석해 본 결과,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기술적 우수성이나 사회적 유용성이 아닌, 관련된 사회집단들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결국 현재에 이르는 기술 발전의 궤적은 결코 필연적이고 단일한 것이 아니었으며, ‘다르게’ 될 수도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통념은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를 넘어 그것이 사회의 형태와 변화 방향을 ‘결정’한다는 견해로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동력 기술이 자본주의를 낳았다는 주장, 새로운 정보 기술이 과거의 산업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낳는다는 주장 등이 그 사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사회적 관계와 행동 양식이 바뀌어 나가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과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주장의 근저에는 기술을 스스로 진화하는 실체로 ⓓ여기는 사고가 놓여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술은 결코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실체가 아니며 ‘사회적인 영향력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이다. 물론 특정한 기술의 발전 궤적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기보다는 사회에 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도 있다. 핵 발전 기술처럼 이미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거대 기술시스템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적 실체로 보이지 않는가? 이러한 지적은 얼핏 보기에는 타당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기술이 사회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자율적인 실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 기술시스템을 지탱하는 요소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인 이해관계의 총체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56. 위의 글이 수업을 위한 원고의 일부라고 할 때,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 수업의 개요와 목표 : 현대 사회의 대중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과학 기술에 대한 통념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인식의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실천을 위한 이론적 전제를 모색한다.


① 과학 기술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② 과학 기술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③ 과학 기술은 과학과 기술로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④ 과학 기술의 발전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
⑤ 과학 기술은 사회 현실과 중립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57. (가)와 (나)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견해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1점]

① 기술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실체로 여긴다는 점
②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의 동력임을 강조한다는 점
③ 기술 발전의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
④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
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사회 발전 속도와 비례한다고 본다는 점

58. (가)에 나타난 글쓴이의 주장을 비판하기 위한 탐구 활동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논거가 되는 연구 결과를 반박할 수 있는 다른 연구 자료를 조사한다.
② 사회 변화에 따라 가치 체계의 변동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분석한다.
③ 기술 개발에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나 가치가 작용한 실제 사례를 조사한다.
④ 글쓴이가 문제 삼고 있는 통념에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를 분석한다.
⑤ 글쓴이가 통념을 종합하여 이끌어낸 결론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59. ‘거대 기술시스템’을 검색하여 <보기>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자료를 활용하여 (나)를 설명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방안은? [3점]

 <보 기> 
[A] 미국의 기술사가인 토마스 휴즈가 사용한 용어로, 이 말에는 기술을 기계와 같은 인공물과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정치, 경제, 문화적 요소까지 합쳐진, 일종의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B] 전기 시스템은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 회사, 각종의 전기 기기들을 생산해내는 가전 업체, 발전에 필요한 연료를 운반하는 선박 회사,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 공장 등 여러 하위 시스템들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인다.
[C] 시스템들 간의 상호 연관을 특징으로 하는 거대 기술시스템은 사람들의 생활 리듬이나 삶의 양식, 노동 방식 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① [A] : 기술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이해관계의 총체임을 주장하는 논거로 활용한다.
② [B] : 기술이 자율적 실체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활용한다.
③ [C] : 기술의 사회적인 영향력을 설명하는 보충 자료로 활용한다.
④ [A], [C] :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독자적 실체로서 사회를 결정할 수는 없음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⑤ [B], [C] : 기술이 부분적으로 사회를 결정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60. ⓐ~ⓔ와 바꾸어 쓸 수 없는 것은? [1점]

① ⓐ 저지(沮止)할
② ⓑ 장악(掌握)하는
③ ⓒ 심화(深化)되는
④ ⓓ 간주(看做)하는
⑤ ⓔ 정착(定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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