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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국어
시행 : 2004.09.16(목)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삽화, 사진, 표는 누락되어 있습니다. 원본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이 대화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②
③
④
⑤
2. (물음) 두 학생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예술 작품의 정의
② 예술 작품의 전시
③ 예술 작품의 비평
④ 예술 작품의 표현
⑤ 예술 작품의 효과
3. (물음) 이 훈화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첫 번째 학생
② 두 번째 학생
③ 세 번째 학생
④ 네 번째 학생
⑤ 다섯 번째 학생
4. (물음) 청취자의 전화 반응 중, 대담 내용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① 맞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처럼, 사육되는 소나 돼지도 소중한 생명입니다.
② 동물끼리도 서로 잡아먹는데 왜 인간만 동물을 잡아먹어서는 안 되죠?
③ 맛있는 고기를 원한다면 좁은 축사에서 사육하기보다는 방목을 해야 합니다.
④ 식물도 생명을 지닌 존재인데 동물만 먹지 말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닌가요?
⑤ 자신의 배려로 동물들이 고통과 죽음을 면할 수 있다면 먹는 즐거움 정도는 포기해야 합니다.
[5~6] 들려주는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이 뉴스의 핵심 내용은? [1점]
① 고구려사와 중국사의 관계와 의미
② 중국에 분포되어 있는 고구려 유적의 실태
③ 북한 내 고구려 유적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
④ 고구려 유적의 세계 문화 유산 등재의 의미와 과제
⑤ 세계 문화 유산에 지정된 고구려 유적의 보존과 관리
6. (물음) 이 뉴스에 나오는 기자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권위적인 어조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②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보충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③ 외래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고 있다.
④ 화제와 대조되는 사례를 들어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전문가의 견해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듣기 문제가 끝났습니다. 7번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보기> 그림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생활 자세’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각각의 사례를 보고 연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보 기>
말에서 연상되는 부정적 태도를 생각해 보고 주제문을 써 보자.
ㄱ. 나는 해 봤자 별 수 없어.
ㄴ.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ㄷ. 나야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지.
ㄹ.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해야지.
ㅁ. 누구한테 말대꾸야?
ㄱ. 나는 해 봤자 별 수 없어.
ㄴ.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ㄷ. 나야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지.
ㄹ.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만 해야지.
ㅁ. 누구한테 말대꾸야?
/ 태도 / 주제문
ㄱ / ⓐ /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ㄴ / 융통성 없는 태도 / ⓑ
ㄷ / ⓒ / 맡은 일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ㄹ / 무사 안일한 태도 / ⓓ
ㅁ / ⓔ /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ㄱ / ⓐ /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ㄴ / 융통성 없는 태도 / ⓑ
ㄷ / ⓒ / 맡은 일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ㄹ / 무사 안일한 태도 / ⓓ
ㅁ / ⓔ /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① ⓐ : 소극적인 태도
② ⓑ : 유연하고 창의적인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③ ⓒ : 독선적인 태도
④ ⓓ : 의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⑤ ⓔ : 권위적인 태도
8. ‘남녀 고용 평등’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보기>의 글감을 활용하여 (가)와 (나)의 과정으로 사고를 전개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ㄱ. 우리나라 남녀 전체의 평균 고용 비율 격차는 31.8%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고용 비율이 현저히 낮다.
ㄴ. 우리나라 여성 임금 근로자들은 결혼 후에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ㄷ. 남녀 고용 평등의 확대를 위해 채용 목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ㄹ. 남녀 고용 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될 때까지 여성에 대한 배려는 불가피하다.
ㅁ.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낮아지고 남녀 고용 불균등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ㅂ. 보육 시설을 확충하여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ㅅ.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ㅇ. 채용 과정에서 여성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ㅈ. 고용 시 여성에게 일정 비율을 할애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ㅊ. 강화된 법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정부의 계도와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
ㅋ. 성별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남성 45.3%, 여성 69.5%로 나타났다.
ㄴ. 우리나라 여성 임금 근로자들은 결혼 후에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ㄷ. 남녀 고용 평등의 확대를 위해 채용 목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ㄹ. 남녀 고용 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될 때까지 여성에 대한 배려는 불가피하다.
ㅁ.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낮아지고 남녀 고용 불균등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ㅂ. 보육 시설을 확충하여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ㅅ.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ㅇ. 채용 과정에서 여성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ㅈ. 고용 시 여성에게 일정 비율을 할애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ㅊ. 강화된 법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정부의 계도와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
ㅋ. 성별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남성 45.3%, 여성 69.5%로 나타났다.
①
②
③
④
⑤
9.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기 위해 모둠 토의를 했다. 기본 줄거리의 긴밀성을 고려하여 구상을 보충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소년의 가출 →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남 → 할머니에게 관심을 갖게 됨 →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됨 → 부모님과의 화해를 결심함
① 친구 문제와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상황으로 설정하자.
② 가출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할 때 옆방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하자.
③ 괄괄한 성격의 할머니와 소년 사이의 갈등을 노출시키고 결말에서 그 갈등이 해소되는 것으로 설정하자.
④ 자식에게 버림받았지만 여전히 자식을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소년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설정하자.
⑤ 소년이 자신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회상하는 장면을 넣어 결말을 자연스럽게 꾸미자.
10.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개요를 작성한 후 새로운 글감을 접하였다. 새로 접한 글감의 활용 및 개요 수정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개 요>
∙ 주제문 :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자.
∙ 서론 :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실태
- 기부 금액, 기부 빈도의 저조
∙ 본론
1.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원인
가. 의식적 측면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 기부에 대한 인식 부족
나. 제도적 측면
-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미비
- 대중 매체 위주의 모금 방식
2. 기부 문화 활성화 대책
가. 기부의 참된 가치 홍보
나. 공동체 의식의 강화
다. 다양한 모금 방법 강구
∙ 결론 :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
∙ 서론 :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실태
- 기부 금액, 기부 빈도의 저조
∙ 본론
1.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원인
가. 의식적 측면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 기부에 대한 인식 부족
나. 제도적 측면
-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미비
- 대중 매체 위주의 모금 방식
2. 기부 문화 활성화 대책
가. 기부의 참된 가치 홍보
나. 공동체 의식의 강화
다. 다양한 모금 방법 강구
∙ 결론 :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
<새로 접한 글감>
ㄱ.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부를 연말연시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ㄴ. 기부는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ㄷ. 미국은 기부금에 대해 소득의 10%까지, 일본은 25%까지 공제 혜택을 주지만 우리나라는 5%까지만 면세 혜택을 준다.
ㄹ. 커피 한 잔당 수익의 일부를 빈민 구호 기금으로 내놓는 ‘○○회사’는 좋은 이미지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ㅁ.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기부금 총액은 줄어들고 있으나, 접대비 총액은 늘어나고 있다.
ㄴ. 기부는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ㄷ. 미국은 기부금에 대해 소득의 10%까지, 일본은 25%까지 공제 혜택을 주지만 우리나라는 5%까지만 면세 혜택을 준다.
ㄹ. 커피 한 잔당 수익의 일부를 빈민 구호 기금으로 내놓는 ‘○○회사’는 좋은 이미지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ㅁ.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기부금 총액은 줄어들고 있으나, 접대비 총액은 늘어나고 있다.
① ‘서론’에서 기업이 이윤을 늘리기 위한 지출은 많이 하지만, 이윤의 사회적 환원에는 인색함을 ‘ㅁ’을 통해 지적한다.
② ‘본론 1-가’의 하위 항목 ‘기부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ㄱ’을 활용하여 잘못된 기부 문화 의식을 지적한다.
③ ‘본론 2-가’에서 ‘ㄹ’을 사례로 들어 기업의 성장에 기부 행위가 전략적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④ ‘본론 2’의 세 항목도 ‘본론 1’에 맞춰 ‘의식의 변화’와 ‘제도적 개선’의 두 항목으로 묶고 ‘ㄷ’을 ‘제도적 개선’의 글감으로 활용한다.
⑤ ‘결론’ 부분에서 ‘ㄴ’을 활용하여 ‘기부 문화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11. 다음은 도시 개발로 훼손될 위기에 처한 늪을 보존하기 위해 시장에게 쓰는 건의문이다. <보기>의 조건을 따를 때 ㉠ 에 들어갈 내용으로 알맞은 것은?
<보 기>
∙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살릴 것.
∙ 공익적 가치를 드러낼 것.
∙ 부탁하는 내용을 완곡한 어조로 쓸 것.
∙ 공익적 가치를 드러낼 것.
∙ 부탁하는 내용을 완곡한 어조로 쓸 것.
행복시 홈페이지
게시판 / 시장에게 바란다
글쓴이 : 풀빛
제목 : ‘두꺼비 늪’을 살려 주세요
게시판 / 시장에게 바란다
글쓴이 : 풀빛
제목 : ‘두꺼비 늪’을 살려 주세요
시장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푸른 고등학교 환경 동아리 ‘풀빛’ 학생들입니다. 시정을 돌보시느라 여념이 없으실 줄 알지만 저희들의 간절한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지역에는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두꺼비의 집단 서식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꺼비 늪’이 지금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두꺼비 늪’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택지 개발을 위해 주변의 산림을 밀어낸 건설 기계가 이제는 ‘두꺼비 늪’ 바로 앞에서 요란한 기계음을 내고 있습니다.
시장님, 자연은 인간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배움터라고 생각합니다. ㉠
부디 저희의 간곡한 바람대로 ‘두꺼비 늪’이 제 모습 그대로 보전되기를 소망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풀빛’ 올림
확인 / 취소
저희는 푸른 고등학교 환경 동아리 ‘풀빛’ 학생들입니다. 시정을 돌보시느라 여념이 없으실 줄 알지만 저희들의 간절한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지역에는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두꺼비의 집단 서식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꺼비 늪’이 지금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두꺼비 늪’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택지 개발을 위해 주변의 산림을 밀어낸 건설 기계가 이제는 ‘두꺼비 늪’ 바로 앞에서 요란한 기계음을 내고 있습니다.
시장님, 자연은 인간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배움터라고 생각합니다. ㉠
부디 저희의 간곡한 바람대로 ‘두꺼비 늪’이 제 모습 그대로 보전되기를 소망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풀빛’ 올림
① 이 ‘두꺼비 늪’은 생태계의 중요한 보고입니다. 시에서는 하루바삐 조사단을 파견해서 개발 이익이 생태계 보존에 따른 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지 따져 보고 그 결과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② 도시의 삭막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이 곳은 어머니의 품처럼 소중한 곳입니다. 저 흉물스런 건설 기계가 쉴 새 없이 매연을 뿜어내며 도시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③ 시장님께서 발 벗고 나서야만 지역 주민들도 이 일에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외면하신다면 그동안 우리지역에서 쌓아 오신 시장님의 지지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④ 당장이라도 흙으로 메워져 사라질 운명에 놓인 ‘두꺼비 늪’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이번 기회에 도시의 녹지 공간 확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시장님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⑤ 이 ‘두꺼비 늪’은 귀한 생명을 잉태하고 도시에 숨결을 불어넣는 공간으로서 저희들의 생태 체험 학습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시장님의 관심과 의지가 이 곳을 지켜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2. 아래 글을 고치기 위한 의견으로 타당하지 않은 것은? [1점]
우리들 대부분은 거절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이는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인간 관계는 수평적이기보다는 수직적이라는 어느 외국인의 말은 이런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우리의 정서상 가까운 사람이 어떤 일을 부탁할 때,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 일이 내게 벅찰 것 같으니까 할 수 없다는 말을 꺼내기는 더 어렵다. ㉢왠만큼 친한 사람이 아니면 부탁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게 신의(信義)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야박하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돼.”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부탁 받은 일이 내가 하기 힘든 일이라 판단하면 그 즉시 거절하는 게 좋다. 그 일을 어떻게 시작하였건, 일단 시작한 이상, 그 일의 결과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냉정하게 따져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① ㉠은 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서 삭제하는 것이 좋다.
② ㉡은 문맥에 맞지 않으므로 ‘오히려’로 고치는 것이 좋다.
③ ㉢은 맞춤법에 맞지 않으므로 ‘웬만큼’으로 고쳐야 한다.
④ ㉣은 ‘아닌 다음에야’와의 호응 관계를 고려할 때, “누가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돼.’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겠는가?”로 고쳐야 한다.
⑤ ㉤은 ‘따져 보다’라는 서술어와 호응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부탁이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람의 부탁이라도’와 같이 고쳐야 한다.
13.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예로 적절한 것은?
<보 기>
국어의 단어 형성 방식을 보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어근들끼리 만나 새말을 만들기도 하지만, 특정한 뜻을 더하는 접사가 어근 앞에 붙어 새말을 만들기도 한다. 전자의 예로는 어근 ‘날다’가 어근 ‘가다’를 만나 ‘날아가다’를 만드는 것을 들 수 있고, 후자의 예로는 ‘풋’이 어근 ‘사과’ 앞에 붙어 ‘덜 익은’의 뜻을 더하면서 ‘풋사과’를 만드는 것을 들 수 있다.
① ‘강’은 ‘마르다’ 앞에 붙어 ‘심하게’의 뜻을 더하면서 ‘강마르다’를 만든다.
② ‘첫’은 ‘사랑’ 앞에 붙어 ‘처음의’의 뜻을 더하면서 ‘첫사랑’을 만든다.
③ ‘새’는 ‘색시’ 앞에 붙어 ‘새로운’의 뜻을 더하면서 ‘새색시’를 만든다.
④ ‘얕’은 ‘보다’ 앞에 붙어 ‘얕게’의 뜻을 더하면서 ‘얕보다’를 만든다.
⑤ ‘군’은 ‘밤’ 앞에 붙어 ‘구운’의 뜻을 더하면서 ‘군밤’을 만든다.
14. 밑줄 친 말의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의 국민답게 질서를 잘 지킵시다.
② 험한 말을 하는 그를 보고, 동료들은 모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③ 선생님 말씀이야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입니다만, 요즘 세상에 그런 말이 통하기나 하겠어요?
④ 여러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다 보니, 나도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곤혹스럽기만 했다.
⑤ 모두들 편안하게 잠든 와중에도 일터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범죄가 언론 보도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언론이 범죄를 취잿감으로 찾아내기가 쉽고 편의에 따라 기사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 보도를 통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도는 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범죄 보도는 범죄자나 범죄 피의자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법적ㆍ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사례는 법원이 언론의 자유와 초상권 침해의 갈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이 판결은 사적 공간에서의 취재 활동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노출된 범죄 피의자는 경제적, 직업적, 가정적 불이익을 당할 뿐만 아니라, 인격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버리기까지도 한다. 따라서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은 개인의 초상권을 존중하고 언론 윤리에 부합하는 범죄 보도가 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범죄 보도가 초래하는 법적ㆍ윤리적 논란은 언론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는 범죄가 언론에는 매혹적인 보도 소재이지만, 자칫 ㉠ 이/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A]
일반적으로 초상권은 얼굴 및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타인이 함부로 촬영하여 공표할 수 없다는 인격권과 이를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재산권을 포괄한다.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유형으로는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무단 촬영ㆍ보도, 승낙의 범위를 벗어난 촬영ㆍ보도,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촬영ㆍ보도 등을 들 수 있다.
[B]
법원의 판결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는 교내에서 불법으로 개인 지도를 하던 대학 교수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현장을 방송 기자가 경찰과 동행하여 취재하던 중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법원은 ‘원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연습실을 무단으로 출입하여 취재한 것은 원고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더불어 취재의 자유를 포함하는 언론의 자유는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며, 비록 취재 당시 원고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원고의 연습실과 같은 사적인 장소는 수사 관계자의 동의 없이는 출입이 금지되고, 이를 무시한 취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언론 보도에 노출된 범죄 피의자는 경제적, 직업적, 가정적 불이익을 당할 뿐만 아니라, 인격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심지어는 생명을 버리기까지도 한다. 따라서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은 개인의 초상권을 존중하고 언론 윤리에 부합하는 범죄 보도가 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범죄 보도가 초래하는 법적ㆍ윤리적 논란은 언론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는 범죄가 언론에는 매혹적인 보도 소재이지만, 자칫 ㉠ 이/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15. 위 글의 논지 전개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례를 열거하여 공통적인 논지를 도출하고 있다.
② 개념 정의와 사례 분석을 토대로 주장을 펴고 있다.
③ 대립되는 주장을 소개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다.
④ 새로운 이론을 통해서 기존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⑤ 여러 주장의 문제점을 분석한 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6. [A]를 바탕으로 다음의 표를 작성하였다. 빈칸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 권리의 내용 / 침해의 유형 / 법적 구제(救濟)
초상권 / 인격권 / ⓐ / 정신적 고통 / ⓒ
/ 재산권 / ⓑ / 경제적 손실 / 손해 배상ㆍ부당 이득 반환
초상권 / 인격권 / ⓐ / 정신적 고통 / ⓒ
/ 재산권 / ⓑ / 경제적 손실 / 손해 배상ㆍ부당 이득 반환
① ⓐ : 무단 촬영ㆍ공표 금지 / ⓑ : 초상 사용의 독점 / ⓒ : 명예 회복 청구
② ⓐ : 무단 촬영ㆍ공표 금지 / ⓑ : 명예 회복 청구 / ⓒ : 초상 사용의 독점
③ ⓐ : 명예 회복 청구 / ⓑ : 초상 사용의 독점 / ⓒ : 무단 촬영ㆍ공표 금지
④ ⓐ : 초상 사용의 독점 / ⓑ : 무단 촬영ㆍ공표 금지 / ⓒ : 명예 회복 청구
⑤ ⓐ : 초상 사용의 독점 / ⓑ : 명예 회복 청구 / ⓒ : 무단 촬영ㆍ공표 금지
17. [B]의 법원 판결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알 권리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인격권에 항상 우선할 수는 없다.
②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초상에 관한 인격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③ 경찰과 동행 취재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에 대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다.
④ 범죄 보도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⑤ 범죄 행위가 사적 공간인 연습실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여 연습실이 법적 보호 대상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18. ㉠ 에 들어갈 말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부메랑
② 아킬레스건
③ 뜨거운 감자
④ 악어의 눈물
⑤ 시금석
19. 위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은? [1점]
① 범죄 보도와 언론 윤리
② 범죄 보도의 사회적 기능
③ 언론 자유와 초상권의 충돌
④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유형
⑤ 범죄 보도에 대한 시청자의 책임
[20~2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자.
가시밭길 넘어 그윽히 웃는 한 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을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러르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으라.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자.
- 조지훈, 마음의 태양 -
(나)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김남조, 설일(雪日) -
(다)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
- 김광규, 때 -
* 이적진 : ‘이제까지는’의 방언.
**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줄기.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자.
가시밭길 넘어 그윽히 웃는 한 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을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러르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으라.
[A]
괴로움에 짐짓 웃을 양이면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마음 나라의 원광(圓光)은 떠오른다.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마음 나라의 원광(圓光)은 떠오른다.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자.
- 조지훈, 마음의 태양 -
(나)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김남조, 설일(雪日) -
(다)
남녘 들판에 곡식이 ⓓ뜨겁게 익고
장대 같은 빗줄기 오랫동안 쏟아진 다음
남지나해의 회오리바람 세차게 불어와
여름내 흘린 땀과 곳곳에 쌓인 먼지
말끔히 씻어갈 때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
- 김광규, 때 -
* 이적진 : ‘이제까지는’의 방언.
**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줄기.
20.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자연에 빗대어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② 이상을 추구하면서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③ 자연을 통해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④ 이상과 현실을 대비하여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⑤ 자연과 거리를 둠으로써 존재의 고독감을 강조하고 있다.
21. (가)~(다)의 표현상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는 상승 이미지를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② (가)는 첫 연과 끝 연이 상응하는 구성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③ (나)는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④ (다)는 활유의 기법을 사용하여 대상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⑤ (다)는 시간의 역전(逆轉)을 통해 화자의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22. ⓐ~ⓔ 중에서 ㉠과 함축적 의미가 가장 유사한 것은? [1점]
① ⓐ
② ⓑ
③ ⓒ
④ ⓓ
⑤ ⓔ
23. (가)의 원광과 (다)의 무엇의 공통적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상의 극적 전환을 유도하는 매개물이다.
② 시를 풀어 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③ 시적 화자의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④ 시적 화자와 대상 간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 준다.
⑤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시적 긴장을 높여 준다.
24. (가)를 읽고 시 창작 활동을 하였다. [A]연의 내용과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3점]
① 이제 나는 겨울이 와도 춥다 하지 않으리
어려워도 자신을 다잡고 따스한 봄날과 무성한 숲의 힘을
잊지 않으면
어느 세찬 바람과 눈보라인들 내 따뜻한 털옷 되지 않으리
② 이제 나는 고난을 통해 삶의 슬픔을 이해하리
내 쓰린 마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그들의 쓰린 마음을 받아들이리
슬픔은 우리 삶을 둘러싼 아득한 철조망
③ 이제 나는 너그럽게 사람과 세상을 받아들이리
내 마음의 겸손과 원만함이 사람들에게 햇살처럼 퍼지게 하리
겸손하게 빛나는 영혼의 세계를 위해 마음을 열고 얘기하리라
④ 이제 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현혹되지 않으리
삶은 험난한 길,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가시밭길
설사 돌아오는 것이 허망한 것이더라도 삶은 원래 그런 것
⑤ 이제 나는 발끝의 작은 것도 사랑하리라
내가 먼 곳만 바라본다면, 나의 발 디딘 곳 아픔을 어떻게 알리
이제 남은 내 삶은 이웃의 아픔, 슬픔과 함께 하리라
[25~2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내가 나일론에다 순 엉터리인 건 상관없었지만 어머니를 위해선 좀 안된 것 같아 ⓐ변명할 마음이 생겼다.
“우린 고향에 선영이 있지 않니?”
“느이 고향이 어딘데?”
“몰라서 묻니? 개성쪽, 개풍군이야.”
“거기 있는 선영이 무슨 소용이 있어?”
“그래도.”
“그래도라니? 변명치곤 너무 구차스럽다 얘. 이북에 두고 온 논밭 저당잡고 돈도 꿔 달랠라.”
입이 험한 친구는 사정없이 나를 몰아세웠다.
“그게 아니라 ⓑ일종의 묵계 같은 거지. 어머니는 비록 살아생전에 못 가셨더라도 돌아가신 후에만은 어머님이 선영 곁에 누우시길 바라실 거 아니니? 말씀은 안 하셔도 속으로 간절히 바라시는 걸 빤히 알면서 어떻게 딴 데다 묘지를 사놓니? 그야 막상 돌아가시면 문제가 달라지겠지? 그때 가서 묘지를 사도 늦을 거 없잖아. 묘지란 어차피 사후의 집이니까.”
이때 어머니가 눈을 떴다. 백지장 같은 모습과는 딴판으로 또렷하고 생기 있는 눈이어서 친구는 앉은 자리에서 에그머니나 비명을 지르며 내 옷소매에 매달렸다.
“호숙 에미 나 좀 보자.”
어머니가 정정한 목소리로 나를 곁으로 불렀다.
“네 어머니.”
나는 어머니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머니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알맞은 온기와 악력(握力)이 나를 놀라게도 서럽게도 했다.
“나 죽거든 행여 묘지 쓰지 말거라.”
어머니의 목소리는 평상시처럼 잔잔하고 만만치 않았다.
“네? 다 들으셨군요?”
“그래 마침 듣기 잘 했다. 그러잖아도 언제고 꼭 일러두려 했는데. 유언 삼아 일러두는 게니 잘 들어 뒀다 어김없이 시행토록 해라. 나 죽거든 내가 느이 오래비한테 해 준 것처럼 해 다오. 누가 뭐래도 그렇게 해 다오.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기에 부탁하는 거다.”
“오빠처럼요?”
“그래 꼭 그대로. 그걸 설마 잊고 있진 않겠지?”
“잊다니요. 그걸 어떻게 잊을 수가…….”
어머니의 손의 악력은 정정했을 때처럼 아니, 나를 끌고 농바위 고개를 넘을 때처럼 강한 줏대와 고집을 느끼게 했다.
오빠의 시신은 처음엔 무악재 고개 너머 벌판의 밭머리에 ⓒ가매장했다. 행려병사자 취급하듯이 형식과 절차 없는 매장이었지만 무정부 상태의 텅 빈 도시에서 우리 모녀의 ⓓ가냘픈 힘만으로 그것 이상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서울이 수복되고 화장장이 정상화되자마자 어머니는 오빠를 화장할 것을 의논해 왔다. 그때 우리와 합하게 된 올케는 아비 없는 아들들에게 무덤이라도 남겨 줘야 한다고 공동묘지로라도 이장할 것을 주장했다. 어머니는 오빠를 죽게 한 것이 자기 죄처럼, 젊어 과부된 며느리한테 기가 죽어지냈었는데 그때만은 조금도 양보할 기세가 아니었다. 남편의 임종도 못보고 과부가 된 것도 억울한데 그 무덤까지 말살하려는 시어머니의 모진 마음이 야속하고 정떨어졌으련만 그런 기세 속엔 거역할 수 없는 위엄과 ⓔ비통한 의지가 담겨져 있어 종당엔 올케도 순종을 하고 말았다.
㉢오빠의 살은 연기가 되고 뼈는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어머니는 앞장서서 강화로 가는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우린 묵묵히 뒤따랐다. 강화도에서 내린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멀리 개풍군 땅이 보이는 바닷가에 섰다. 그리고 지척으로 보이되 갈 수 없는 땅을 향해 그 한 줌의 먼지를 훨훨 날렸다. 개풍군 땅은 우리 가족의 선영이 있는 땅이었지만 선영에 못 묻히는 한(恨)을 그런 방법으로 풀고 있다곤 생각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모습엔 운명에 순종하고 한을 지그시 품고 삭이는 약하고 다소곳한 여자 티는 조금도 없었다. 방금 출전하려는 용사처럼 씩씩하고 도전적이었다.
㉣어머니는 나더러 그때 그 자리에서 또 그 짓을 하란다. 이젠 자기가 몸소 그 먼지와 바람이 될 테니 나더러 그 짓을 하란다. 그 후 삼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그 괴물을 무화(無化)시키는 길은 정녕 그 짓밖에 없는가?
“너한테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부탁한다.”
어머니도 그 짓밖에 물려줄 수 없는 게 진정으로 미안한 양 표정이 애달프게 이지러졌다.
아아, 나는 그 짓을 또 한 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머니는 아직도 투병 중이시다.
- 박완서, 엄마의 말뚝 2 -
“우린 고향에 선영이 있지 않니?”
“느이 고향이 어딘데?”
“몰라서 묻니? 개성쪽, 개풍군이야.”
“거기 있는 선영이 무슨 소용이 있어?”
“그래도.”
“그래도라니? 변명치곤 너무 구차스럽다 얘. 이북에 두고 온 논밭 저당잡고 돈도 꿔 달랠라.”
입이 험한 친구는 사정없이 나를 몰아세웠다.
“그게 아니라 ⓑ일종의 묵계 같은 거지. 어머니는 비록 살아생전에 못 가셨더라도 돌아가신 후에만은 어머님이 선영 곁에 누우시길 바라실 거 아니니? 말씀은 안 하셔도 속으로 간절히 바라시는 걸 빤히 알면서 어떻게 딴 데다 묘지를 사놓니? 그야 막상 돌아가시면 문제가 달라지겠지? 그때 가서 묘지를 사도 늦을 거 없잖아. 묘지란 어차피 사후의 집이니까.”
이때 어머니가 눈을 떴다. 백지장 같은 모습과는 딴판으로 또렷하고 생기 있는 눈이어서 친구는 앉은 자리에서 에그머니나 비명을 지르며 내 옷소매에 매달렸다.
“호숙 에미 나 좀 보자.”
어머니가 정정한 목소리로 나를 곁으로 불렀다.
“네 어머니.”
나는 어머니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머니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알맞은 온기와 악력(握力)이 나를 놀라게도 서럽게도 했다.
“나 죽거든 행여 묘지 쓰지 말거라.”
어머니의 목소리는 평상시처럼 잔잔하고 만만치 않았다.
“네? 다 들으셨군요?”
“그래 마침 듣기 잘 했다. 그러잖아도 언제고 꼭 일러두려 했는데. 유언 삼아 일러두는 게니 잘 들어 뒀다 어김없이 시행토록 해라. 나 죽거든 내가 느이 오래비한테 해 준 것처럼 해 다오. 누가 뭐래도 그렇게 해 다오.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기에 부탁하는 거다.”
“오빠처럼요?”
“그래 꼭 그대로. 그걸 설마 잊고 있진 않겠지?”
“잊다니요. 그걸 어떻게 잊을 수가…….”
어머니의 손의 악력은 정정했을 때처럼 아니, 나를 끌고 농바위 고개를 넘을 때처럼 강한 줏대와 고집을 느끼게 했다.
오빠의 시신은 처음엔 무악재 고개 너머 벌판의 밭머리에 ⓒ가매장했다. 행려병사자 취급하듯이 형식과 절차 없는 매장이었지만 무정부 상태의 텅 빈 도시에서 우리 모녀의 ⓓ가냘픈 힘만으로 그것 이상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서울이 수복되고 화장장이 정상화되자마자 어머니는 오빠를 화장할 것을 의논해 왔다. 그때 우리와 합하게 된 올케는 아비 없는 아들들에게 무덤이라도 남겨 줘야 한다고 공동묘지로라도 이장할 것을 주장했다. 어머니는 오빠를 죽게 한 것이 자기 죄처럼, 젊어 과부된 며느리한테 기가 죽어지냈었는데 그때만은 조금도 양보할 기세가 아니었다. 남편의 임종도 못보고 과부가 된 것도 억울한데 그 무덤까지 말살하려는 시어머니의 모진 마음이 야속하고 정떨어졌으련만 그런 기세 속엔 거역할 수 없는 위엄과 ⓔ비통한 의지가 담겨져 있어 종당엔 올케도 순종을 하고 말았다.
㉢오빠의 살은 연기가 되고 뼈는 한 줌의 가루가 되었다. 어머니는 앞장서서 강화로 가는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우린 묵묵히 뒤따랐다. 강화도에서 내린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멀리 개풍군 땅이 보이는 바닷가에 섰다. 그리고 지척으로 보이되 갈 수 없는 땅을 향해 그 한 줌의 먼지를 훨훨 날렸다. 개풍군 땅은 우리 가족의 선영이 있는 땅이었지만 선영에 못 묻히는 한(恨)을 그런 방법으로 풀고 있다곤 생각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모습엔 운명에 순종하고 한을 지그시 품고 삭이는 약하고 다소곳한 여자 티는 조금도 없었다. 방금 출전하려는 용사처럼 씩씩하고 도전적이었다.
[A]
어머니는 한 줌의 먼지와 바람으로써 너무도 엄청난 것과의 싸움을 시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그 한 줌의 먼지와 바람은 결코 미약한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어머니를 짓밟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어머니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단(分斷)이란 괴물을 홀로 거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너한테 미안하구나, 그렇지만 부탁한다.”
어머니도 그 짓밖에 물려줄 수 없는 게 진정으로 미안한 양 표정이 애달프게 이지러졌다.
아아, 나는 그 짓을 또 한 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머니는 아직도 투병 중이시다.
- 박완서, 엄마의 말뚝 2 -
25.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1점]
① 인물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②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③ 감각적인 수사를 사용하여 공간적 배경을 형상화하고 있다.
④ 서술하는 시간과 서술되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⑤ 인물의 성격이 변화하는 양상을 제시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6. ⓐ~ⓔ 중에서 ㉠의 심층적인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27. ㉡과 같이 말한 근거로 적절한 것은? [1점]
① 체험의 동질성
② 성격의 동질성
③ 신념의 동질성
④ 심리의 동질성
⑤ 생사관(生死觀)의 동질성
28. ㉢과 ㉣을 관련지어 설명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는 묘를 쓰고 싶어 한다.
② ‘나’는 어머니의 당부를 따르지 않으려고 한다.
③ ‘어머니’는 고향을 떠나온 일을 후회하고 있다.
④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떠나보낸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한다.
⑤ ‘어머니’와 ‘나’는 내심 오빠를 화장한 일을 후회하고 있다.
29. 위 글에 나타난 현실 인식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모둠 토론을 준비하려고 한다. [A]를 단서로 하여 정리한 생각 중에서 <보기>에 주어진 경로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1> 의미의 해석
단어 [A]
[A]의 의미 해석1 … 의미 해석n
‘의미 해석1 … 의미 해석n’은 모둠 토론에서 타당성 여부를 서로 다투게 될 다양한 의미 해석들임.
<2> 의미의 해석의 확장
단어 [A]
확장된 해석1 … 확장된 해석n
해석의 근거
‘확장된 해석1 … 확장된 해석n’은 모둠 토론에서 타당성 여부를 서로 다투게 될 다양한 확장된 해석들임.
<3> 평가
가치판단
<4> 생각의 정리
단어 [A]
[A]의 의미 해석1 … 의미 해석n
‘의미 해석1 … 의미 해석n’은 모둠 토론에서 타당성 여부를 서로 다투게 될 다양한 의미 해석들임.
<2> 의미의 해석의 확장
단어 [A]
확장된 해석1 … 확장된 해석n
해석의 근거
‘확장된 해석1 … 확장된 해석n’은 모둠 토론에서 타당성 여부를 서로 다투게 될 다양한 확장된 해석들임.
<3> 평가
가치판단
<4> 생각의 정리
① [A]를 보면 ‘어머니’는 분단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않음을 알 수 있어. ‘어머니’는 분단 때문에 상처 받은 우리 민족 모두를 뜻하지. 한 역사학자는 분단을 우리 민족이 여전히 겪고 있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말했어. 위 글은 ‘어머니’를 통해 아직도 그 전쟁터에서 살아가야 하는 민족의 한을 전형적으로 형상화한 대목이야.
② [A]를 보면 ‘어머니’는 분단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어머니’는 분단을 개인과 가족의 비극으로 축소시키는 소시민에 속하지. 소시민의 현실 인식이 개인주의와 가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은 이미 주장된 바 있어. 위 글은 소시민이 그 점을 극복할 때에만 분단 상황을 극복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야.
③ [A]를 보면 ‘어머니’는 분단이라는 거대한 적과 대결하는 개인임을 알 수 있어. ‘어머니’라는 개인과 대결하는 분단이 거대한 적이라는 뜻이지. 그러나 분단이 아무리 거대한 적일지라도 개인은 그것과 대결하게 되지. 위 글은 거대한 적인 분단 상황과 맞서 싸우는 것이 개인이 가지게 될 태도라는 사실을 형상화한 대목이야.
④ [A]를 보면 ‘어머니’는 죽음으로써 분단과 대결하고 있어. 분단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어서도 묘지에 묻히기를 거부하게 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이지. 그러나 죽은 자가 결코 현실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경험적 진실이지. 위 글은 분단의 극복을 관념적인 문제로 축소시킨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야.
⑤ [A]를 보면 ‘어머니’는 분단 때문에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인물로 나오지. 비극적 역사는 반드시 그 역사 속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이지. 역사와 개인이 상호 작용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야. 위 글은 그 사실을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 제시하면서 있어야 할 올바른 우리 역사의 모습을 암시한 대목인 셈이지.
[30~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만장(萬章)이 물었다. “공자께서 진(陳)나라에 계실 적에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우리 마을의 선비들은 광간(狂簡)하고 진취적이거나 초심을 잃지 않았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진나라에 계시면서 어찌하여 노나라의 광견(狂獧)한 선비들을 생각하신 것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공자께서는 ‘중도(中道)의 인물을 얻어 함께할 수 없다면 차라리 광견(狂獧)한 자와 함께하리라. 광(狂)한 자는 진취적이고, 견(獧)한 자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공자께서 어찌 중도(中道)의 인물을 얻고 싶지 않으셨겠느냐마는, 반드시 그런 사람을 얻을 수 없기에 차선의 인물을 생각하신 것이다.”
“어떤 사람이 광한 자인지 감히 여쭙겠습니다.”
“공자께서는 금장과 증석 그리고 목피와 같은 사람들을 광한 자라고 하셨다.”
“왜 광한 자라고 합니까?”
“뜻이 높고 커서 ⓑ‘옛사람이여, 옛사람이여!’ 하지만, 그의 평소 행실을 살펴보면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이러한 광한 자를 얻지 못하면,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 선비를 얻어 함께하고자 하셨다. 이것이 견한 자이니, 광한 자 다음가는 사람이다.”
“공자께서는 ‘내 문 앞을 지나면서 내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내가 유감스러워 하지 않을 자는 바로 향원(鄕原)이다. 향원은 덕(德)을 해치는 자이다.’라고 하셨는데, 어떤 사람을 향원이라 합니까?”
만장이 말했다.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점잖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는 어디서든 ‘점잖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자께서 그를 일컬어 왜 ‘덕을 해치는 자’라고 하시는 겁니까?”
“비난하려 해도 비난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 해도 풍자할 것이 없다. 유행하는 풍속에 동화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면서도 충직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인 것처럼 굴고 청렴결백한 듯이 행동하여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스스로는 옳다고 여기지만 ⓓ더불어 요순(堯舜)의 도에 들어서지 못한다. 그러므로 ‘덕을 해치는 자’라고 하신 것이다. 공자께서는 ⓔ‘같은 듯하면서 아닌 것[사이비(似而非)]’을 싫어하셨으니, 강아지풀을 싫어하는 것은 벼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아첨하는 자를 싫어하는 것은 의(義)를 어지럽힐까 걱정해서다.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 자를 싫어하는 것은 믿음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정(鄭)나라 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다. 자주색을 싫어하는 것은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향원을 싫어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다.’라고 하셨다. ㉠군자라면 떳떳한 도로 돌아갈 뿐이다. 떳떳한 도가 바르게 되면 뭇 백성이 흥기(興起)하고, 뭇 백성이 흥기하면 사특함이 없어질 것이다.”
* 정(鄭)나라 소리 : 음란하고 야비한 음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우리 마을의 선비들은 광간(狂簡)하고 진취적이거나 초심을 잃지 않았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진나라에 계시면서 어찌하여 노나라의 광견(狂獧)한 선비들을 생각하신 것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공자께서는 ‘중도(中道)의 인물을 얻어 함께할 수 없다면 차라리 광견(狂獧)한 자와 함께하리라. 광(狂)한 자는 진취적이고, 견(獧)한 자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공자께서 어찌 중도(中道)의 인물을 얻고 싶지 않으셨겠느냐마는, 반드시 그런 사람을 얻을 수 없기에 차선의 인물을 생각하신 것이다.”
“어떤 사람이 광한 자인지 감히 여쭙겠습니다.”
“공자께서는 금장과 증석 그리고 목피와 같은 사람들을 광한 자라고 하셨다.”
“왜 광한 자라고 합니까?”
“뜻이 높고 커서 ⓑ‘옛사람이여, 옛사람이여!’ 하지만, 그의 평소 행실을 살펴보면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이러한 광한 자를 얻지 못하면,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 선비를 얻어 함께하고자 하셨다. 이것이 견한 자이니, 광한 자 다음가는 사람이다.”
“공자께서는 ‘내 문 앞을 지나면서 내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내가 유감스러워 하지 않을 자는 바로 향원(鄕原)이다. 향원은 덕(德)을 해치는 자이다.’라고 하셨는데, 어떤 사람을 향원이라 합니까?”
[A]
“ ‘[광한 자는] 왜 저렇게 잘난 척하는가? 말은 행실을 외면하고, 행실은 말을 외면하는데도 입을 열었다 하면 옛사람이여, 옛사람이여 하는가.’하고 ‘[견한 자는] 어찌 혼자서만 도도하게 살아가는고?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세상과 어울려 사는 것이 좋은 것이지.’ 하면서 자신은 음흉하게 세상에 아첨하는 자가 바로 향원이다.”
“비난하려 해도 비난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 해도 풍자할 것이 없다. 유행하는 풍속에 동화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면서도 충직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인 것처럼 굴고 청렴결백한 듯이 행동하여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스스로는 옳다고 여기지만 ⓓ더불어 요순(堯舜)의 도에 들어서지 못한다. 그러므로 ‘덕을 해치는 자’라고 하신 것이다. 공자께서는 ⓔ‘같은 듯하면서 아닌 것[사이비(似而非)]’을 싫어하셨으니, 강아지풀을 싫어하는 것은 벼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아첨하는 자를 싫어하는 것은 의(義)를 어지럽힐까 걱정해서다.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 자를 싫어하는 것은 믿음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정(鄭)나라 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다. 자주색을 싫어하는 것은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향원을 싫어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다.’라고 하셨다. ㉠군자라면 떳떳한 도로 돌아갈 뿐이다. 떳떳한 도가 바르게 되면 뭇 백성이 흥기(興起)하고, 뭇 백성이 흥기하면 사특함이 없어질 것이다.”
* 정(鄭)나라 소리 : 음란하고 야비한 음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0. 위 글의 인물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민호 : ‘만장(萬章)’은 공손하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겠군.
② 은혜 : ‘중도(中道)의 인물’이란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유형의 인물이겠군.
③ 철수 : ‘향원(鄕原)’은 시류에 지나치게 영합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것 같아.
④ 영희 : ‘광(狂)한 자’는 이상은 높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봐.
⑤ 수영 : ‘견(獧)한 자’는 깐깐해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어.
31. [A]에는 여러 층위의 화자가 존재한다.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로 적절한 것은? [1점]
① 맹자는 향원을 비판하고 있다.
② 맹자는 광한 자를 조롱하고 있다.
③ 향원은 광한 자를 흠모하고 있다.
④ 향원은 견한 자를 칭찬하고 있다.
⑤ 광한 자는 옛사람을 비난하고 있다.
32. ㉠의 의미가 삶의 자세로 가장 잘 표현된 시조는?
①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그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② 공명도 나는 몰라 부귀도 나는 몰라/ 허랑한 인생이 세상일도 나는 몰라/ 아마도 이 강산 아니면 내 몸 둘 데 없어라.
③ 홍로 가운데 타는 밭에서 종일 일하는 저 농부야/ 네 고생이 저러하거늘 내 놀고 먹음은 어인 일인가/ 우리도 군자를 길러 내는 노력을 하여 백성을 사랑하기 바라노라.
④ 북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휘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⑤ 옛 성인도 날 못 보고 나도 옛 성인을 못 봬/ 옛 성인을 못 봬도 가던 길 앞에 있네/ 가던 길 앞에 있으니 아니 가고 어쩔꼬.
33.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의 이유는 진나라에 중도의 인물은 없고 광견한 이들만 있기 때문이다.
② ⓑ의 말버릇을 가진 사람은 과거에 얽매여 현실을 개혁하려는 마음을 잃은 자들이다.
③ ⓒ를 공자가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너무 원칙에 사로잡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④ ⓓ와 같은 사람들은 융통성이 없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사람들이다.
⑤ ⓔ를 공자가 싫어하는 이유는 그것이 올바른 기준을 흐려 놓기 때문이다.
[34~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주의 만물은 모두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의 종류는 약 100여 종이다. 흔히 이들은 우주가 생겨날 때부터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원소에 따라 그 생성 기원이 다르다. 우주가 생겨날 때 만들어진 것, 별의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 것이 있다.
우주가 생성될 때 일어난 대폭발로 수소와 일부의 헬륨이 생겼다. 그리고 별이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머지 헬륨과 또 다른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의 생성 초기에는 수소로부터 헬륨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는 천만 도($10^{7}$K)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고온에서 원자핵이 반응하여 더 큰 원자핵이 되는 것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수소가 핵융합을 하여 헬륨을 생성하는 단계가 끝난 후, 별의 중심부 온도가 일억 도($10^{8}$K) 정도로 올라가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헬륨 3개가 결합하여 탄소가 만들어지며, 탄소에 하나의 헬륨이 더해져 산소가 만들어진다. 별의 중심부 온도가 십억 도($10^{9}$K) 이상이 되면 탄소와 산소가 다시 작은 원소로 깨어지고 서로 합쳐져 질량이 더 큰 마그네슘, 규소, 황 등 다양한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는 원소 중 철보다 무거운 것은 단순히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록 철 원소가 만들어지는 조건에서 일시적으로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더라도 곧 다시 분해되어 안정된 철로 되돌아간다. ㉠이것은 철의 원자핵 내 핵자 결합 에너지가 원소 중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핵자는 양성자나 중성자이며, 그 결합 에너지는 핵으로부터 핵자를 떼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질량이 클수록 핵자 결합 에너지가 크지만,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질량이 클수록 핵자 결합 에너지가 작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다음과 같이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철이 많아질수록 별의 수축이 일어난다. 별 중심부로의 수축이 진행될수록 온도가 높아지다가 어떤 한계점에 이르게 되면 별은 폭발한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이 폭발할 때 생기는 높은 밀도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그 전에 만들어진 원소와 결합하여 순간적으로 만들어진다. 라듐이나 우라늄 등이 이렇게 만들어진 원소이다.
결국 수소와 일부의 헬륨을 제외한 원소들은 오래 전에 존재하였던 별의 잔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소들도 우주에서 태어난 탄생 순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주가 생성될 때 일어난 대폭발로 수소와 일부의 헬륨이 생겼다. 그리고 별이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머지 헬륨과 또 다른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의 생성 초기에는 수소로부터 헬륨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는 천만 도($10^{7}$K)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고온에서 원자핵이 반응하여 더 큰 원자핵이 되는 것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수소가 핵융합을 하여 헬륨을 생성하는 단계가 끝난 후, 별의 중심부 온도가 일억 도($10^{8}$K) 정도로 올라가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헬륨 3개가 결합하여 탄소가 만들어지며, 탄소에 하나의 헬륨이 더해져 산소가 만들어진다. 별의 중심부 온도가 십억 도($10^{9}$K) 이상이 되면 탄소와 산소가 다시 작은 원소로 깨어지고 서로 합쳐져 질량이 더 큰 마그네슘, 규소, 황 등 다양한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재 존재하는 원소 중 철보다 무거운 것은 단순히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록 철 원소가 만들어지는 조건에서 일시적으로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더라도 곧 다시 분해되어 안정된 철로 되돌아간다. ㉠이것은 철의 원자핵 내 핵자 결합 에너지가 원소 중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핵자는 양성자나 중성자이며, 그 결합 에너지는 핵으로부터 핵자를 떼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질량이 클수록 핵자 결합 에너지가 크지만,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질량이 클수록 핵자 결합 에너지가 작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다음과 같이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지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철이 많아질수록 별의 수축이 일어난다. 별 중심부로의 수축이 진행될수록 온도가 높아지다가 어떤 한계점에 이르게 되면 별은 폭발한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이 폭발할 때 생기는 높은 밀도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그 전에 만들어진 원소와 결합하여 순간적으로 만들어진다. 라듐이나 우라늄 등이 이렇게 만들어진 원소이다.
결국 수소와 일부의 헬륨을 제외한 원소들은 오래 전에 존재하였던 별의 잔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소들도 우주에서 태어난 탄생 순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34. 위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산소는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② 헬륨 중에는 별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있다.
③ 우주가 생성될 때 대부분의 원소도 같이 만들어졌다.
④ 탄소가 만들어지려면 일억 도($10^{8}$K)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⑤ 현재 존재하는 원소 중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다.
35. 위 글의 서술상 특징을 바르게 설명한 것을 묶은 것은? [1점]
<보 기>
ㄱ. 비유적 진술을 활용하고 있다.
ㄴ. 대상을 몇 가지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ㄷ. 개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ㄹ. 대립적인 견해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ㄴ. 대상을 몇 가지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ㄷ. 개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ㄹ. 대립적인 견해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36. 위 글로 보아 온도가 약 일천 오백만 도($1.5\times10^{7}$K)인 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원소는? [1점]
① 수소
② 헬륨
③ 탄소
④ 황
⑤ 우라늄
37. 위 글에 나타난 사실의 인과 관계를 바르게 정리한 것은?
① 철의 생성 → 별의 중심부 온도 상승 → 헬륨의 생성
② 헬륨의 생성 → 별의 중심부 온도 상승 → 수소의 생성
③ 마그네슘의 생성 → 별의 중심부 온도 상승 → 탄소의 생성
④ 별의 내부에 철 축적 → 별의 수축 → 별의 중심부 온도 상승
⑤ 핵융합에 의한 별의 중심부 온도 상승 → 라듐의 생성 → 별의 폭발
38. ㉠의 내용을 적절하게 나타낸 그래프는?
①
②
③
④
⑤
[39~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전통 수사학에서는 환유(換喩)를 비유법의 한 종류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유와 같은 다양한 비유법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인간이 지닌 인지(認知)의 기본적 특성의 하나로 밝혀지면서 비유법은 여러 언어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비유법을 활용할 줄 아는 인지 기제(機制)가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환유적 표현을 무리 없이 이해하거나 우리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환유는 인접성(隣接性)을 바탕으로 사물이나 관념을 지칭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령 ‘주전자가 끓고 있다’는 표현에서 실제 끓고 있는 것은 주전자의 물이지만, ‘주전자’라는 용기(容器)의 이름이 그 내용물을 지칭한다. 이러한 지칭 기능은 지시물 사이의 인접성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주전자가 끓고 있다’는 표현을 ‘물이 끓고 있다’로 이해하는 것은 ‘주전자’와 ‘물’ 사이에 ㉠밀접한 인접성이 있어서 의미 연상을 통한 의미 전이(意味轉移)가 신속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접성에 의한 의미 전이로 인해서 환유는 일상 언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확대 지칭’과 ‘축소 지칭’으로 구별된다. 확대 지칭은 부분으로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며, 축소 지칭은 전체로 부분을 지칭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손이 모자라다’에서는 신체의 부분인 ‘손’으로 ‘일꾼’을 확대 지칭하며, ‘온 동네가 기뻐했다’에서는 전체인 ‘동네’로 ‘동네 사람’을 축소 지칭한다.
환유가 사용된 표현을 살펴보면 의미가 불충분하거나 표현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이 의사소통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이유는 전체로 부분을 지칭하거나 ㉢부분으로 전체를 지칭하는 인간 인지의 융통성 때문이다. ‘차를 열다’ 또는 ‘차를 수리하다’의 경우, 이를 차의 문이나 트렁크를 열거나 차의 부품을 수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실제의 사물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면을 자유자재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차’라는 전체로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유의 지칭 기능이 모든 조건에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환유의 지칭 기능은 다분히 상황 의존적이다. ㉣동일한 낱말이 환유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환유적으로 쓰인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환유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으려면 화자와 청자 사이에 상황에 대한 공유(共有)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환유는 인접성(隣接性)을 바탕으로 사물이나 관념을 지칭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령 ‘주전자가 끓고 있다’는 표현에서 실제 끓고 있는 것은 주전자의 물이지만, ‘주전자’라는 용기(容器)의 이름이 그 내용물을 지칭한다. 이러한 지칭 기능은 지시물 사이의 인접성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주전자가 끓고 있다’는 표현을 ‘물이 끓고 있다’로 이해하는 것은 ‘주전자’와 ‘물’ 사이에 ㉠밀접한 인접성이 있어서 의미 연상을 통한 의미 전이(意味轉移)가 신속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접성에 의한 의미 전이로 인해서 환유는 일상 언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확대 지칭’과 ‘축소 지칭’으로 구별된다. 확대 지칭은 부분으로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며, 축소 지칭은 전체로 부분을 지칭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손이 모자라다’에서는 신체의 부분인 ‘손’으로 ‘일꾼’을 확대 지칭하며, ‘온 동네가 기뻐했다’에서는 전체인 ‘동네’로 ‘동네 사람’을 축소 지칭한다.
[A]
그런데 왜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직설적인 표현 대신 이러한 환유 표현을 사용할까? 언어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만일 우리가 전체로 부분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이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분으로 전체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의미가 훨씬 쉽게 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유의 지칭 기능이 모든 조건에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환유의 지칭 기능은 다분히 상황 의존적이다. ㉣동일한 낱말이 환유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환유적으로 쓰인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환유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으려면 화자와 청자 사이에 상황에 대한 공유(共有)된 지식이 있어야 한다.
39. 위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예를 들어 중심 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② 화제를 나열하면서 최종적인 결론을 맺고 있다.
③ 상반된 견해를 절충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④ 핵심 개념을 제시하고 이에 비추어 문제점을 도출하고 있다.
⑤ 문답 형식을 통해 통념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40. 위 글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1점]
① 영희 : 환유의 예는 일상 언어 표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어.
② 병근 : 환유와 같은 비유적 표현은 인지적 융통성 때문에 가능한 거구나.
③ 철수 : ‘아침을 먹다’나 ‘새 얼굴이 등장했다’는 표현에도 환유가 사용됐구나.
④ 민정 : 특정 사물이나 구체적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야 환유의 효과가 클 거야.
⑤ 명현 : 환유를 사용할 때는 화자와 청자 사이에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어야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겠군.
41. [A]의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은? [1점]
① 언어의 형태와 의미는 자의적 관계로 이루어진다.
② 언어는 소리의 체계와 의미의 체계로 분리되어 있다.
③ 인간은 연속적인 세계를 분절적으로 인식하여 표현한다.
④ 인간은 언어를 좀더 경제적으로 사용하려는 성향이 있다.
⑤ 언어는 그 언어가 쓰이는 사회 현상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42. 다음 밑줄 친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그릇’이 ‘용기’라는 뜻과 ‘담긴 내용물’이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② ㉡으로 보면 ‘비둘기’가 ‘평화’의 환유임을 알 수 있다.
③ ㉢에서 ‘부분’은 대상 전체로 인지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나 특징이어야 한다.
④ ㉣의 예로는 ‘김 과장은 자리를 옮겼다’를 들 수 있다.
⑤ ㉤으로 보면 ‘손’이 상황에 따라 식당에서는 ‘요리사’, 병원에서는 ‘의사’를 지칭할 수 있다.
[43~4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찰찰하신* 노(老)주인이 조석으로 물을 준다, 거름을 준다, 손아(孫兒)**들을 데리고 일삼아 공을 들이건마는 이러한 ⓐ간호만으로는 병들어 가는 화단을 어찌하지 못하였다.
그 벌벌하고*** 탐스럽던 수국과 옥잠화의 넓은 잎사귀가 모두 누릇누릇하게 뜨기 시작하고 불에 데인 것처럼 부풀면서 말라들었다.
“빗물이나 수돗물이나 물은 마찬가질 텐데…….”
물을 주고 날 때마다, 화단에서 어정거릴 때마다 노인은 자못 섭섭해 하였다.
비가 왔다. 소나기라도 한줄기 쏟아졌으면 하던 비가 사흘이나 순조로 내리어 화분마다 맑은 물이 가득가득 고이었다.
노인은 비가 개인 화단 앞을 거닐며 몇 번이나 혼자 수군거리었다.
“그저 하눌 물이라야…… 억조창생(億兆蒼生)이 다 비를 맞아야…….”
만지기만 하면 가을 가랑잎 소리가 날 것 같던 풀잎사귀들이 ⓑ기적과 같이 소생하였다. 노랗게 뜸이 들었던 수국잎들이 시꺼멓게 약이 오르고 나오기도 전에 옴츠러지던 꽃봉오리들이 부르튼 듯 탐스럽게 열리었다. 노인은 기특하게 여기어 잎사귀마다 들여다보며 어루만지었다.
원래 서화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화초를 끔찍이 사랑하는 노인이라, 가만히 보면 그의 손이 가지 않은 나무가 없고 그의 공이 들지 않은 가지가 없다. 그 중에도 석류나무 같은 것은 철사를 사다 층층이 테를 두르고 곁가지 샛가지를 자르기도 하고 휘어 붙이기도 하여 사층 나무도 되고 오층으로 된 나무도 있다. 장미는 홍예문같이 틀어 올린 것도 있고 복숭아나무는 무슨 ⓒ비방으로 기른 것인지 키가 한 자도 못 되는 어린 나무에 열매가 도닥도닥 맺히었다. 노인은 가끔 안손님들까지 사랑 마당으로 청하여 이것들을 구경시켰다. 구경하는 사람마다 희한해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이러한 화단이 우리 방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노주인의 ⓓ재공(才功)을 치하하지 못한 것은 매우 서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있는 재주를 다 내어 기르는 그 사층 나무 오층 나무의 석류보다도 나의 눈엔 오히려 한편 구석 응달 밑에서 주인의 ⓔ일고지혜(一顧之惠)도 없이 되는 대로 성큼성큼 자라나는 봉선화 몇 떨기가 더 몇 배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무럭무럭 넘치는 기운에 마음대로 뻗고 나가려는 가지가 그만 가위에 잘리우고 철사에 묶이어 채반****처럼 뒤틀려 있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괴로운 꼴이다. 불구요 기형이요 재변이라 안 할 수 없다.
노인은 푸른 채반에 붉은 꽃송이를 늘어놓은 것 같다고 하나 우리의 무딘 눈으로는 도저히 그런 날카로운 감상을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불유쾌를 느낄 뿐이었다.
자연은 신이다. 이름 없는 한 포기 작은 잡초에 이르기까지 신의 창조가 아닌 것이 없다. 신의 작품으로서 우리 인간이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될 만한 그러한 졸작, 그러한 미완품이 있을까? 이것은 생각만으로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고 불구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창조하거나 개작할 재주는 없을 것이다.
- 이태준, 화단(花壇) -
* 찰찰하다 : 지나치게 꼼꼼하고 자세하다.
** 손아(孫兒) : 손주를 일컫는 말.
*** 벌벌 : 식물의 가지 따위가 옆으로 벌어진 모양.
**** 채반(-盤) : 껍질을 벗긴 싸릿개비나 버들가지 따위를 엮어 만든 바구니.
그 벌벌하고*** 탐스럽던 수국과 옥잠화의 넓은 잎사귀가 모두 누릇누릇하게 뜨기 시작하고 불에 데인 것처럼 부풀면서 말라들었다.
“빗물이나 수돗물이나 물은 마찬가질 텐데…….”
물을 주고 날 때마다, 화단에서 어정거릴 때마다 노인은 자못 섭섭해 하였다.
비가 왔다. 소나기라도 한줄기 쏟아졌으면 하던 비가 사흘이나 순조로 내리어 화분마다 맑은 물이 가득가득 고이었다.
노인은 비가 개인 화단 앞을 거닐며 몇 번이나 혼자 수군거리었다.
“그저 하눌 물이라야…… 억조창생(億兆蒼生)이 다 비를 맞아야…….”
만지기만 하면 가을 가랑잎 소리가 날 것 같던 풀잎사귀들이 ⓑ기적과 같이 소생하였다. 노랗게 뜸이 들었던 수국잎들이 시꺼멓게 약이 오르고 나오기도 전에 옴츠러지던 꽃봉오리들이 부르튼 듯 탐스럽게 열리었다. 노인은 기특하게 여기어 잎사귀마다 들여다보며 어루만지었다.
원래 서화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화초를 끔찍이 사랑하는 노인이라, 가만히 보면 그의 손이 가지 않은 나무가 없고 그의 공이 들지 않은 가지가 없다. 그 중에도 석류나무 같은 것은 철사를 사다 층층이 테를 두르고 곁가지 샛가지를 자르기도 하고 휘어 붙이기도 하여 사층 나무도 되고 오층으로 된 나무도 있다. 장미는 홍예문같이 틀어 올린 것도 있고 복숭아나무는 무슨 ⓒ비방으로 기른 것인지 키가 한 자도 못 되는 어린 나무에 열매가 도닥도닥 맺히었다. 노인은 가끔 안손님들까지 사랑 마당으로 청하여 이것들을 구경시켰다. 구경하는 사람마다 희한해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이러한 화단이 우리 방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노주인의 ⓓ재공(才功)을 치하하지 못한 것은 매우 서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있는 재주를 다 내어 기르는 그 사층 나무 오층 나무의 석류보다도 나의 눈엔 오히려 한편 구석 응달 밑에서 주인의 ⓔ일고지혜(一顧之惠)도 없이 되는 대로 성큼성큼 자라나는 봉선화 몇 떨기가 더 몇 배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무럭무럭 넘치는 기운에 마음대로 뻗고 나가려는 가지가 그만 가위에 잘리우고 철사에 묶이어 채반****처럼 뒤틀려 있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괴로운 꼴이다. 불구요 기형이요 재변이라 안 할 수 없다.
노인은 푸른 채반에 붉은 꽃송이를 늘어놓은 것 같다고 하나 우리의 무딘 눈으로는 도저히 그런 날카로운 감상을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불유쾌를 느낄 뿐이었다.
자연은 신이다. 이름 없는 한 포기 작은 잡초에 이르기까지 신의 창조가 아닌 것이 없다. 신의 작품으로서 우리 인간이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될 만한 그러한 졸작, 그러한 미완품이 있을까? 이것은 생각만으로도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고 불구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창조하거나 개작할 재주는 없을 것이다.
- 이태준, 화단(花壇) -
* 찰찰하다 : 지나치게 꼼꼼하고 자세하다.
** 손아(孫兒) : 손주를 일컫는 말.
*** 벌벌 : 식물의 가지 따위가 옆으로 벌어진 모양.
**** 채반(-盤) : 껍질을 벗긴 싸릿개비나 버들가지 따위를 엮어 만든 바구니.
43.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의태어를 활용하여 표현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② 생활 주변의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③ 예스러운 어투가 사용되어 글쓴이의 개성이 드러나고 있다.
④ 글쓴이의 체험을 상징화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⑤ 화초를 가꾸는 노인에 대한 글쓴이의 분명한 생각이 드러나 있다.
44. 글의 내용으로 보아 의 뜻풀이로 적절한 것은?
① 일삼아 - 뜻하던 일은 못 하고
② 어정거릴 - 주의 깊게 살필
③ 순조로 - 세차게
④ 약이 오르고 - 은근히 화가 나고
⑤ 안손님 - 여자 손님
45.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1점]
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② 자연은 그것 자체로 최선이다.
③ 자신을 망치는 것은 욕심이다.
④ 인생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⑤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참된 지혜이다.
※ 위 글을 읽은 학생이 <보기>의 작품을 접하였다. 위 글과 <보기>를 바탕으로 46번, 47번 두 물음에 답하시오.
<보 기>
푸른 시내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렀으니,
천손운금(天孫雲錦)*을 그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헌사토 헌사할사.**
산중에 책력(冊曆) 없어 사시(四時)를 모르더니
눈 아래 펴진 경치 철철이 절로 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仙間)이라.
매화 창 아침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선옹(仙翁)의 하실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쪽에 외씨를 뿌려 두고
김 매거니 북 주거니 빗김에 손질하니,
청문(靑門)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망혜(芒鞋)를 죄어 신고 죽장(竹杖)을 흩짚으니
도화(桃花) 핀 시냇길이 방초주(芳草洲)****에 이어 있다.
잘 닦은 명경(明鏡) 중에 그림 같은 돌 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西河)로 함께 가니
도원(桃源)은 어디인가? 무릉(武陵)이 여기로다.
- 정철, 성산별곡(星山別曲) -
* 천손운금(天孫雲錦) : 직녀가 짠 아름다운 비단으로, 은하수를 가리킴.
** 헌사토 헌사할사 : 매우 호화스럽고 아름답다는 뜻.
*** 청문(靑門) 고사 : 중국 한나라 때 소평(邵平)이라는 사람이 창문 밖에 오이를 심었다는 고사.
**** 방초주(芳草洲) : 꽃다운 풀이 우거진 물가의 작은 섬.
천손운금(天孫雲錦)*을 그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헌사토 헌사할사.**
산중에 책력(冊曆) 없어 사시(四時)를 모르더니
눈 아래 펴진 경치 철철이 절로 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仙間)이라.
매화 창 아침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선옹(仙翁)의 하실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쪽에 외씨를 뿌려 두고
김 매거니 북 주거니 빗김에 손질하니,
청문(靑門)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망혜(芒鞋)를 죄어 신고 죽장(竹杖)을 흩짚으니
도화(桃花) 핀 시냇길이 방초주(芳草洲)****에 이어 있다.
잘 닦은 명경(明鏡) 중에 그림 같은 돌 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西河)로 함께 가니
도원(桃源)은 어디인가? 무릉(武陵)이 여기로다.
- 정철, 성산별곡(星山別曲) -
* 천손운금(天孫雲錦) : 직녀가 짠 아름다운 비단으로, 은하수를 가리킴.
** 헌사토 헌사할사 : 매우 호화스럽고 아름답다는 뜻.
*** 청문(靑門) 고사 : 중국 한나라 때 소평(邵平)이라는 사람이 창문 밖에 오이를 심었다는 고사.
**** 방초주(芳草洲) : 꽃다운 풀이 우거진 물가의 작은 섬.
46. 위 글의 ⓐ~ⓔ 중 <보기>의 밑줄 친 부분과 문맥적으로 의미가 상통하는 것은?
① ⓐ 간호
② ⓑ 기적
③ ⓒ 비방
④ ⓓ 재공
⑤ ⓔ 일고지혜
47. <보기>의 화자가 ‘선옹(仙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위 글의 ‘노인’에게 노래를 들려준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3점]
① 무상(無常)ᄒᆞᆫ 이몸애 무ᄉᆞᆫ 지취(志趣) 이스리마ᄂᆞᆫ 두세 이렁 밧논을 다 무겨 더뎌두고 이시면 죽(粥)이오 업시면 굴물망졍 남의 집 남의 거슨 전혀 부러 말렷노라.
② 봉(峰)마다 ᄆᆡ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ᄆᆞᆰ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ᄆᆞᆰ디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인걸(人傑)을 ᄆᆞᆫᄃᆞᆯ고쟈. 형용(形容)도 그지업고 톄세(體勢)도 하도 할샤.
③ 도화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④ 강산풍월(江山風月) 다 거ᄂᆞᆯ리고 내 백년(百年)을 다 누리면 악양루상(岳陽樓上)의 이태백(李太白)이 사라 오다 호탕정회(浩蕩情懷)야 이에서 더ᄒᆞᆯ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⑤ 동풍(東風)이 건듯 부러 적설(積雪)을 헤텨내니, 창(窓) 밧긔 심근 매화(梅花) 두세 가지 피여셰라. ᄀᆞᆺ득 냉담(冷淡) 한ᄃᆡ 암향(暗香)은 무ᄉᆞ 일고. 황혼(黃昏)의 ᄃᆞᆯ이 조차 벼마ᄐᆡ 빗최니, 늣기ᄂᆞᆫ ᄃᆞᆺ 반기ᄂᆞᆫ ᄃᆞᆺ 님이신가 아니신가.
[48~5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는 흔히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말 대신에 예술 작품을 향유(enjoyment)한다고 하기도 하며, 예술 작품을 평가(appreciation)한다고 하기도 한다. 향유한다거나 평가한다는 것은 곧 예술 작품에서 쾌감을 얻거나 예술 작품의 가치를 따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의미 속에는 예술 작품은 감상의 주체인 감상자의 수용을 기다리는 존재이며, 고정된 채 가치를 측정당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은 그 가치가 확정되어 있거나 감상자의 수용을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예술 작품은 창작자와 창작된 시간, 문화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창작되는데, 예술 작품의 창작과 관계되는 이 요소들에는 사회 규범과 예술 전통, 작가의 개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예술 작품의 의미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은 창작자에 의해 텍스트로 조직되면서 변형되어 단지 참조 체계로서의 배경으로만 존재할 따름이다.
따라서 예술 작품이 계속 전해지기만 한다면,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참조 체계를 통해 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근본적으로 예술 작품의 의미는 무궁하다. 이것은 ⓐ“셰익스피어는 모두 다 말하지 않았다.”라는 말과도 같다. 이때 ‘다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가 예술 작품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작품의 의미는 예술 작품 밖에 존재하는 참조 체계의 무궁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끊임없이 새로운 ( ㉠ )를 찾으며 그로부터 새로운 ( ㉡ )를 획득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 ㉢ )를 형성하며 새로운 ( ㉣ )를 생산한다.
감상의 과정은 주체와 주체의 대화이다. 감상 과정에서 예술 작품과 감상자는 서로 다른 관점과 개성을 지닌 두 명의 개인과 마찬가지로 묻고 대답하면서 서로의 관점을 교정해 가는 개방적 태도를 갖는다. 자신의 ⓑ시계(視界)속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진리로 나아간다. 감상자는 예술 작품 속에 존재하는 진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대화 방식의 감상을 통해 예술 작품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 낸다. 예술 작품을 자신이 갖고 있는 전이해(前理解)의 예증(例證)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외재(外在)하는 예술 작품을 통해 이를 초월ㆍ확대ㆍ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야(視野)를 획득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 작품도 자신과는 다른 감상자를 통해 자신의 의미를 초월하게 된다.
감상은 감상자와 예술 작품이 양방향으로 초월하는 미적 체험의 과정이다. 예술 작품은 감상자를 향하여, 감상자는 예술 작품을 향하여 서로 열려 있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창작자와 창작된 시간, 문화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창작되는데, 예술 작품의 창작과 관계되는 이 요소들에는 사회 규범과 예술 전통, 작가의 개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예술 작품의 의미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은 창작자에 의해 텍스트로 조직되면서 변형되어 단지 참조 체계로서의 배경으로만 존재할 따름이다.
[A]
예술 작품의 의미는 역사의 특정한 순간에 만나게 되는 감상자에 의해 해석된다. 그런데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준거틀이 있어야 한다. 준거틀이 없다면 해석은 감상자의 주관적 이해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석의 준거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참조 체계이다. 감상자가 예술 작품과 만나는 역사적 순간의 참조 체계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며, 이러한 새로운 관계에 의거해 감상자는 예술 작품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 낸다.
감상의 과정은 주체와 주체의 대화이다. 감상 과정에서 예술 작품과 감상자는 서로 다른 관점과 개성을 지닌 두 명의 개인과 마찬가지로 묻고 대답하면서 서로의 관점을 교정해 가는 개방적 태도를 갖는다. 자신의 ⓑ시계(視界)속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진리로 나아간다. 감상자는 예술 작품 속에 존재하는 진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대화 방식의 감상을 통해 예술 작품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 낸다. 예술 작품을 자신이 갖고 있는 전이해(前理解)의 예증(例證)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외재(外在)하는 예술 작품을 통해 이를 초월ㆍ확대ㆍ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야(視野)를 획득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 작품도 자신과는 다른 감상자를 통해 자신의 의미를 초월하게 된다.
감상은 감상자와 예술 작품이 양방향으로 초월하는 미적 체험의 과정이다. 예술 작품은 감상자를 향하여, 감상자는 예술 작품을 향하여 서로 열려 있는 것이다.
48. 위 글의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예술 작품 감상의 의의
② 예술 작품 감상의 배경
③ 예술 작품의 창작과 감상
④ 향유로서의 예술 작품 감상
⑤ 소통으로서의 예술 작품 감상
49. [A]의 내용으로 볼 때 ㉠~㉣에 들어갈 말로 알맞은 것은?
① ㉠ : 참조 체계 - ㉡ : 감상자 - ㉢ : 의미 - ㉣ : 관계
② ㉠ : 감상자 - ㉡ : 참조 체계 - ㉢ : 관계 - ㉣ : 의미
③ ㉠ : 참조 체계 - ㉡ : 감상자 - ㉢ : 관계 - ㉣ : 의미
④ ㉠ : 감상자 - ㉡ : 참조 체계 - ㉢ : 의미 - ㉣ : 관계
⑤ ㉠ : 참조 체계 - ㉡ : 관계 - ㉢ : 감상자 - ㉣ : 의미
50. ⓐ“셰익스피어는 모두 다 말하지 않았다.”의 문맥적 의미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1점]
① 셰익스피어 작품의 의미는 준거틀이 달라짐에 따라 변화한다.
② 셰익스피어는 모든 것을 말해 버려서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았다.
③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새로운 감상자들에게 언제나 한결같은 의미로 다가간다.
④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에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모두 다 말하지 않았다.
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감상자들은 셰익스피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모두 읽어 내지 못했다.
51. 위 글의 문맥으로 보아 ⓑ시계(視界)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① 과정
② 전이해
③ 외재
④ 시야
⑤ 초월
[52~5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민(閔) 영감은 어릴 때부터 매우 영리하고 총명하며, 말을 잘하였다. ㉠특히 옛사람의 기이한 절개나 거룩한 발자취를 흠모하여 이따금 의기가 북받쳐서 흥분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한숨 쉬며 눈물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중략)
손님이 또 물었다.
“영감님은 신선도 보았소?”
“보았지.”
“신선은 어디에 있소?”
“ⓐ집이 가난한 자가 바로 신선이라오. 부자들은 늘 속세를 그리워하는데, 가난한 자는 언제나 속세를 싫어하니, 속세를 싫어하는 게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럼 영감님은 가장 훌륭한 맛도 보았겠구려?”
“보았지. ⓒ하현달이 되어서 썰물이 물러나면, 바닷가의 흙을 평평하게 해서 염전을 만들거든. 그 갯벌을 구워서 성긴 것으로는 수정염을 만들고, 고운 것으로는 소금을 만들지. 온갖 맛을 조화시키면서, 소금 없이 어찌 맛을 내겠소?”
그러자 모두들 말하였다.
“좋소. 그러나 불사약은 영감님도 결코 못 보았겠죠?”
민 영감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거야말로 내가 아침저녁으로 늘 먹는 것인데, 어찌 모르겠소? 큰 골짜기 굽은 소나무에 달콤한 이슬이 떨어져 땅속으로 스며든 지 천 년만에 복령(茯笭)이 되지. 인삼 가운데는 신라의 토산품이 으뜸인데, 단정한 모양 붉은 빛에 사지가 갖추어진 데다, 쌍갈래로 땋은 머리는 아이처럼 생겼지. 구기자가 천 년 되면 사람을 보고 짖는다우. 내가 일찍이 이 세 가지 약을 먹고는 백 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숨결이 가빠져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지. 이웃집 할미가 와서 보고는 이렇게 탄식합디다.
‘자네 병은 굶주렸기 때문에 생겼지. 옛날에 신농씨(神農氏)가 온갖 풀을 다 맛보고 비로소 오곡(五穀)을 뿌렸으니, 병을 다스리려면 약을 쓰고 굶주림을 고치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네. 이 병은 오곡이 아니면 고치기 어렵겠네.’
나는 그제야 쌀로 밥을 지어먹고는 죽기를 면했다우. ⓓ불사약치고 밥보다 나은 게 없는 셈이지. 그래서 나는 아침에 한 그릇, 저녁에 또 한 그릇 먹고, 이제 벌써 일흔이 넘었다우.”
(중략)
어떤 사람이,
“해서 지방에 황충(蝗蟲)***이 생겨서, 관청에서 백성들더러 잡으라고 감독한답디다.”
하고 말하자, 민 영감이 물었다.
“황충을 잡아서 무엇 한다우?”
“이 벌레는 누에보다도 작은데, 알록달록한 빛에 털이 돋혔지요. 이놈이 날면 명(螟)이 되고, 붙으면 모(蟊)가 되어서 우리 곡식을 해치는데 거의 전멸시키지요. 그래서 잡아다가 땅속에 묻는답니다.”
민 영감이 말했다.
“이따위 조그만 벌레를 가지고 걱정할 게 무어람. ⓔ내 보기엔 종로 네거리에 한길 가득히 오가는 것들이 모두 황충일 뿐이야. 키는 모두 일곱 자가 넘고, 머리는 검은 데다 눈은 빛나지. 입은 주먹이 드나들 만큼 큰 데다 무슨 소린지 지껄여 대고, 구부정한 허리에 발굽이 서로 닿고 궁둥이가 잇달아 있지. 이놈들보다 더 농사를 해치고 곡식을 짓밟는 놈들이 없다우. 내가 그놈들을 잡고 싶은데, 큰 바가지가 없는 게 한스럽구려.”
마치 이런 벌레가 참으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두려워했다.
- 박지원, 민옹전(閔翁傳) -
* 후생(後生) : 뒤에 태어난 사람.
** 책력(冊曆) : 일 년 동안의 월일, 절기, 특별한 기상 변동 따위를 적은 책.
*** 황충(蝗蟲) : 풀무치. 메뚜깃과의 곤충.
(중략)
손님이 또 물었다.
“영감님은 신선도 보았소?”
“보았지.”
“신선은 어디에 있소?”
“ⓐ집이 가난한 자가 바로 신선이라오. 부자들은 늘 속세를 그리워하는데, 가난한 자는 언제나 속세를 싫어하니, 속세를 싫어하는 게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A]
“영감님은 나이 많은 사람도 보았겠구려?”
“보았지. 내가 오늘 아침 숲 속에 들어갔더니, 두꺼비와 토끼가 제각기 나이가 많다고 다투더군. 토끼가 두꺼비더러, ‘내가 팽조와 동갑이니까, 너 같은 자야말로 후생(後生)*이다.’
하고 말하니까, 두꺼비가 머리를 숙이고 훌쩍훌쩍 웁디다. 토끼가 깜짝 놀라서,
‘왜 그리 슬퍼하냐?’
물었더니, 두꺼비가 이렇게 말합디다.
‘나는 저 동쪽 이웃집 어린아이와 동갑인데, 그 아이는 다섯 살 때에 벌써 글을 읽을 줄 알았단다. 그는 아득한 옛날 천황씨(天皇氏) 때에 태어나서 인년(寅年) 역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왕(王)과 제(帝)를 거쳤으며, 주(周)나라에 이르러 왕통이 끊어지자 책력(冊曆)** 하나를 이루었지. 진(秦)나라 때에 윤달이 들었고, 한(漢) 당(唐)을 거쳐 아침엔 송(宋)나라가 되었다가 저녁엔 명(明)나라가 되었지. 모든 사변을 겪으면서 기쁜 일, 놀라운 일, 죽은 이를 슬퍼하는 일, 가는 이를 보내는 일 등으로 지루한 세월을 보내다가 오늘에 이른 것이야. 그런데도 오히려 귀와 눈이 밝아지고, 이와 털이 나날이 자란단 말이야. 저 아이처럼 나이 많게 살았던 자는 없을 거야. 그런데 팽조는 겨우 팔백 살을 살다가 일찍 사라졌다니, 그는 세상을 겪은 것도 많지 못하고, 일을 경험한 것도 오래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내가 슬퍼하는 거지.’
결국 토끼가 두 번 절하고 뒷걸음질치면서,
‘네가 내 할아버지뻘이다.’
합디다. ⓑ이로써 본다면 글 많이 읽은 자가 가장 목숨이 긴 거라우.”
“보았지. 내가 오늘 아침 숲 속에 들어갔더니, 두꺼비와 토끼가 제각기 나이가 많다고 다투더군. 토끼가 두꺼비더러, ‘내가 팽조와 동갑이니까, 너 같은 자야말로 후생(後生)*이다.’
하고 말하니까, 두꺼비가 머리를 숙이고 훌쩍훌쩍 웁디다. 토끼가 깜짝 놀라서,
‘왜 그리 슬퍼하냐?’
물었더니, 두꺼비가 이렇게 말합디다.
‘나는 저 동쪽 이웃집 어린아이와 동갑인데, 그 아이는 다섯 살 때에 벌써 글을 읽을 줄 알았단다. 그는 아득한 옛날 천황씨(天皇氏) 때에 태어나서 인년(寅年) 역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왕(王)과 제(帝)를 거쳤으며, 주(周)나라에 이르러 왕통이 끊어지자 책력(冊曆)** 하나를 이루었지. 진(秦)나라 때에 윤달이 들었고, 한(漢) 당(唐)을 거쳐 아침엔 송(宋)나라가 되었다가 저녁엔 명(明)나라가 되었지. 모든 사변을 겪으면서 기쁜 일, 놀라운 일, 죽은 이를 슬퍼하는 일, 가는 이를 보내는 일 등으로 지루한 세월을 보내다가 오늘에 이른 것이야. 그런데도 오히려 귀와 눈이 밝아지고, 이와 털이 나날이 자란단 말이야. 저 아이처럼 나이 많게 살았던 자는 없을 거야. 그런데 팽조는 겨우 팔백 살을 살다가 일찍 사라졌다니, 그는 세상을 겪은 것도 많지 못하고, 일을 경험한 것도 오래지 못했을 거야. 그래서 내가 슬퍼하는 거지.’
결국 토끼가 두 번 절하고 뒷걸음질치면서,
‘네가 내 할아버지뻘이다.’
합디다. ⓑ이로써 본다면 글 많이 읽은 자가 가장 목숨이 긴 거라우.”
“보았지. ⓒ하현달이 되어서 썰물이 물러나면, 바닷가의 흙을 평평하게 해서 염전을 만들거든. 그 갯벌을 구워서 성긴 것으로는 수정염을 만들고, 고운 것으로는 소금을 만들지. 온갖 맛을 조화시키면서, 소금 없이 어찌 맛을 내겠소?”
그러자 모두들 말하였다.
“좋소. 그러나 불사약은 영감님도 결코 못 보았겠죠?”
민 영감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거야말로 내가 아침저녁으로 늘 먹는 것인데, 어찌 모르겠소? 큰 골짜기 굽은 소나무에 달콤한 이슬이 떨어져 땅속으로 스며든 지 천 년만에 복령(茯笭)이 되지. 인삼 가운데는 신라의 토산품이 으뜸인데, 단정한 모양 붉은 빛에 사지가 갖추어진 데다, 쌍갈래로 땋은 머리는 아이처럼 생겼지. 구기자가 천 년 되면 사람을 보고 짖는다우. 내가 일찍이 이 세 가지 약을 먹고는 백 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숨결이 가빠져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지. 이웃집 할미가 와서 보고는 이렇게 탄식합디다.
‘자네 병은 굶주렸기 때문에 생겼지. 옛날에 신농씨(神農氏)가 온갖 풀을 다 맛보고 비로소 오곡(五穀)을 뿌렸으니, 병을 다스리려면 약을 쓰고 굶주림을 고치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네. 이 병은 오곡이 아니면 고치기 어렵겠네.’
나는 그제야 쌀로 밥을 지어먹고는 죽기를 면했다우. ⓓ불사약치고 밥보다 나은 게 없는 셈이지. 그래서 나는 아침에 한 그릇, 저녁에 또 한 그릇 먹고, 이제 벌써 일흔이 넘었다우.”
(중략)
어떤 사람이,
“해서 지방에 황충(蝗蟲)***이 생겨서, 관청에서 백성들더러 잡으라고 감독한답디다.”
하고 말하자, 민 영감이 물었다.
“황충을 잡아서 무엇 한다우?”
“이 벌레는 누에보다도 작은데, 알록달록한 빛에 털이 돋혔지요. 이놈이 날면 명(螟)이 되고, 붙으면 모(蟊)가 되어서 우리 곡식을 해치는데 거의 전멸시키지요. 그래서 잡아다가 땅속에 묻는답니다.”
민 영감이 말했다.
“이따위 조그만 벌레를 가지고 걱정할 게 무어람. ⓔ내 보기엔 종로 네거리에 한길 가득히 오가는 것들이 모두 황충일 뿐이야. 키는 모두 일곱 자가 넘고, 머리는 검은 데다 눈은 빛나지. 입은 주먹이 드나들 만큼 큰 데다 무슨 소린지 지껄여 대고, 구부정한 허리에 발굽이 서로 닿고 궁둥이가 잇달아 있지. 이놈들보다 더 농사를 해치고 곡식을 짓밟는 놈들이 없다우. 내가 그놈들을 잡고 싶은데, 큰 바가지가 없는 게 한스럽구려.”
마치 이런 벌레가 참으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두려워했다.
- 박지원, 민옹전(閔翁傳) -
* 후생(後生) : 뒤에 태어난 사람.
** 책력(冊曆) : 일 년 동안의 월일, 절기, 특별한 기상 변동 따위를 적은 책.
*** 황충(蝗蟲) : 풀무치. 메뚜깃과의 곤충.
52. 위 글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공간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② 대화를 통해서 극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③ 인물의 내면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④ 여러 개의 삽화가 병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⑤ 간결한 문체로 사건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53. 위 글로부터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민 영감은 학식이 풍부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② 민 영감은 신선이나 불사약이 헛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③ 손님들은 당시 정치 현실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④ 민 영감은 당시 현실이 옛사람의 도(道)에서 멀어졌다고 보고 있다.
⑤ 손님들의 질문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소망이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54. [A]의 내용에 착안해서 도서 광고 문안을 작성해 보았다. 민 영감이 말하고자 한 의도를 가장 잘 살린 것은?
① 어린이를 위한 『중국사 오천 년』, 초등학교 어린이 독자를 위해서 쉽게 풀어썼습니다.
② 생각을 키우는 『중국사 오천 년』, 오천 년의 경험과 지혜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 드립니다.
③ 시대 구분이 새로운 『중국사 오천 년』, 고대사와 중세사에 대한 최근 연구 성과를 반영했습니다.
④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 오천 년』, 한국인이 알아야 할 내용들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서술했습니다.
⑤ 한 권에 담은 『중국사 오천 년』, 선사 시대부터 명나라까지 시대별 주요 사항을 간명하게 요약했습니다.
55. <보기>는 가상해서 쓴 글쓴이의 회고록이다. 위 글의 ⓐ~ⓔ 중 <보기>의 밑줄 친 ‘측면 공격이나 역습’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보 기>
돌아보건대 민 영감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나고도 기이하고, 능청스럽고도 걸쭉했다. 민 영감은 말 속에 단단한 속뜻을 담아 생각을 펼치곤 했다. 민 영감은 언제나 말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끝에 가서는 모두 이치에 맞았다. 게다가 속속들이 풍자를 머금었으니, 변사(辯士)라고 할 만했다. 마치 전투에 나선 장수가 작전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듯 했는데, 자주 측면 공격이나 역습을 펼쳤다.
① ⓐ
② ⓑ
③ ⓒ
④ ⓓ
⑤ ⓔ
56. ㉠에 나타난 민 영감의 심정을 표현한 것은? [1점]
① 비분강개(悲憤慷慨)
② 맥수지탄(麥秀之嘆)
③ 망양지탄(亡羊之嘆)
④ 후생가외(後生可畏)
⑤ 후회막급(後悔莫及)
[57~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다른 사람이 내 컴퓨터와 인터넷 쇼핑몰의 컴퓨터 사이에 오고가는 정보를 읽어서 내가 입력한 신용 카드 정보를 ㉠빼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공개키 암호화 방식을 이용하면 정보를 주고받는 당사자 이외에는 그 정보를 볼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나)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서는 각각의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와 절대로 겹치는 법이 없는 한 쌍의 키를 준비한다. 내 컴퓨터가 준비한 키 쌍을 각각 공개키 A와 비밀키 a라고 하자. 공개키 A는 다른 컴퓨터에 알려주는 데에 사용하고 비밀키 a는 내 컴퓨터에만 보관한다. 공개키 A로 암호화된 정보는 오직 비밀키 a가 있어야만 해독되어 원래의 정보로 만들 수 있으며, 공개키 A를 가지고도 해독될 수 없다. 따라서 비밀키 a만 내 컴퓨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면 공개키 A는 다른 컴퓨터에 알려 주어도 무방하다.
(다)
이제 인터넷 서점 ‘책마을’에 접속하여 책을 구매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책마을 컴퓨터가 공개키 B와 비밀키 b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내 컴퓨터가 책마을 컴퓨터에 접속하자마자 두 컴퓨터는 자동적으로 자신들의 공개키를 교환한다. 즉 내 컴퓨터는 B를, 책마을 컴퓨터는 A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책을 주문하기 위해서 신용 카드 정보를 내 컴퓨터에 입력하면 내 컴퓨터는 이것을 책마을 컴퓨터의 공개키 B로 암호화하여 전송한다. 책마을 컴퓨터는 암호화된 정보를 자신의 비밀키 b로 해독하여 원래의 신용 카드 정보를 얻는다. 공개키 B로 암호화하여 보내진 정보는 비밀키 b를 갖고 있는 책마을 컴퓨터만 해독할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내 신용 카드 정보를 해독하기는 불가능하다.
(라)
내 컴퓨터의 공개키 A는 다른 컴퓨터에서도 알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나인 척하고 자기 컴퓨터에서 공개키 A를 알려주고 책을 주문한다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책마을 컴퓨터가 받고 있는 정보의 송신자가 내 컴퓨터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책마을 컴퓨터는 내 컴퓨터에 ‘책마을만세’와 같은 임의의 단어를 보내면서 이 단어를 내 컴퓨터의 비밀키 a로 암호화한 후, 원래 단어와 암호화된 단어를 함께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서는 비밀키 a로 암호화된 정보가 공개키 A로만 해독이 가능하다. 따라서 ㉡내 컴퓨터는 원래의 단어와 암호화된 단어를 함께 전송하고, 이 두 정보를 전송 받은 책마을 컴퓨터는 암호화된 단어를 공개키 A로 해독한 후에 전송 받은 원래 단어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만약 이들이 일치한다면 공개키 A를 가진 컴퓨터(내 컴퓨터)가 보낸 정보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
어떤 사람은 자기 컴퓨터가 가르쳐 준 공개키 A에서 비밀키 a를 알아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비밀키 a에서는 간단한 계산만으로 공개키 A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키 A에서 비밀키 a를 구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수십 년 동안 계산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공개키 암호화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다른 사람이 내 컴퓨터와 인터넷 쇼핑몰의 컴퓨터 사이에 오고가는 정보를 읽어서 내가 입력한 신용 카드 정보를 ㉠빼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공개키 암호화 방식을 이용하면 정보를 주고받는 당사자 이외에는 그 정보를 볼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나)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서는 각각의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와 절대로 겹치는 법이 없는 한 쌍의 키를 준비한다. 내 컴퓨터가 준비한 키 쌍을 각각 공개키 A와 비밀키 a라고 하자. 공개키 A는 다른 컴퓨터에 알려주는 데에 사용하고 비밀키 a는 내 컴퓨터에만 보관한다. 공개키 A로 암호화된 정보는 오직 비밀키 a가 있어야만 해독되어 원래의 정보로 만들 수 있으며, 공개키 A를 가지고도 해독될 수 없다. 따라서 비밀키 a만 내 컴퓨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면 공개키 A는 다른 컴퓨터에 알려 주어도 무방하다.
(다)
이제 인터넷 서점 ‘책마을’에 접속하여 책을 구매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책마을 컴퓨터가 공개키 B와 비밀키 b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내 컴퓨터가 책마을 컴퓨터에 접속하자마자 두 컴퓨터는 자동적으로 자신들의 공개키를 교환한다. 즉 내 컴퓨터는 B를, 책마을 컴퓨터는 A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책을 주문하기 위해서 신용 카드 정보를 내 컴퓨터에 입력하면 내 컴퓨터는 이것을 책마을 컴퓨터의 공개키 B로 암호화하여 전송한다. 책마을 컴퓨터는 암호화된 정보를 자신의 비밀키 b로 해독하여 원래의 신용 카드 정보를 얻는다. 공개키 B로 암호화하여 보내진 정보는 비밀키 b를 갖고 있는 책마을 컴퓨터만 해독할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내 신용 카드 정보를 해독하기는 불가능하다.
(라)
내 컴퓨터의 공개키 A는 다른 컴퓨터에서도 알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나인 척하고 자기 컴퓨터에서 공개키 A를 알려주고 책을 주문한다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책마을 컴퓨터가 받고 있는 정보의 송신자가 내 컴퓨터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책마을 컴퓨터는 내 컴퓨터에 ‘책마을만세’와 같은 임의의 단어를 보내면서 이 단어를 내 컴퓨터의 비밀키 a로 암호화한 후, 원래 단어와 암호화된 단어를 함께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서는 비밀키 a로 암호화된 정보가 공개키 A로만 해독이 가능하다. 따라서 ㉡내 컴퓨터는 원래의 단어와 암호화된 단어를 함께 전송하고, 이 두 정보를 전송 받은 책마을 컴퓨터는 암호화된 단어를 공개키 A로 해독한 후에 전송 받은 원래 단어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만약 이들이 일치한다면 공개키 A를 가진 컴퓨터(내 컴퓨터)가 보낸 정보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
어떤 사람은 자기 컴퓨터가 가르쳐 준 공개키 A에서 비밀키 a를 알아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비밀키 a에서는 간단한 계산만으로 공개키 A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키 A에서 비밀키 a를 구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슈퍼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수십 년 동안 계산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공개키 암호화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고 할 수 있다.
57. 각 단락의 중심 화제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가) : 공개키 암호화 방식의 효용성
② (나) : 공개키와 비밀키를 생성하는 방법
③ (다) : 공개키 암호화 방식의 동작 원리
④ (라) : 송신자 컴퓨터를 확인하는 원리
⑤ (마) : 공개키 암호화 방식의 안전성
58. 위 글에 나타난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정보를 주고받는 컴퓨터끼리는 공통의 비밀키를 사용한다.
② 공개키로 암호화하여 보내는 정보는 비밀키로 해독될 수 없다.
③ 컴퓨터의 속도가 빨라지면 공개키 암호화의 안전성은 높아진다.
④ 정보를 주고받는 컴퓨터끼리는 상대방 컴퓨터의 비밀키를 모르고 있다.
⑤ 공개키로 암호화된 정보는 암호화에 사용된 공개키를 알면 해독될 수 있다.
59. 국어 사전에서 ㉠의 의미를 바르게 찾은 것은? [1점]
빼-내다[빼ː--] 〔-내어(-내), -내니〕동 (…에서 …을) (1)박혀 있거나 끼워져 있는 것을 뽑다. (2)여럿 가운데에서 필요한 것 혹은 불필요한 것만을 골라내다. (3)남의 물건 따위를 돌려내다. (4)남을 꾀어서 나오게 하다. (5)얽매인 사람을 자유롭게 해 주다.
① (1)
② (2)
③ (3)
④ (4)
⑤ (5)
60. ㉡의 내용을 그림으로 올바르게 표현한 것은? [3점]
①
②
③
④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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