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국어

2003-06 고3 모평 국어

고인도르 2023. 2. 2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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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국어

시행 : 2003.06.11(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2003-06 고3 모평 1국어[문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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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 고3 모평 1국어[듣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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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이 강연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① 석빙고 빙실 천장의 재료와 형태
② 석빙고 빙실의 내부 모습 및 구조
③ 석빙고 빙실에 있는 작은 문의 기능
④ 석빙고와 냉장고의 공통점과 차이점
⑤ 석빙고 빙실의 경사진 바닥과 배수로가 중요한 이유

2. (물음) 이 토론자가 비판하고 있는 ‘김 선생님의 의견’은?

①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다.
② 외모에 집착하는 여성은 사고 방식이나 의식에 문제가 있다.
③ 여성들은 자신의 경제력을 고려하여 성형 수술을 해야 한다.
④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집착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⑤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지속적인 현상이니 해결하기 어렵다.

3. (물음)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여 <보기>와 같이 기사문을 쓴다고 할 때, ( ) 안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보 기> 
……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신종 기념일’에 대해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 ‘신종 기념일’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달랐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특별히 그런 날에는 ( )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였다.
- ○○○ 기자

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
② 평소에 사이가 나빴던 사람들과 화해할 수 있다
③ 부부나 연인 사이에 친밀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④ 소원해진 세대 간에 의사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⑤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4. (물음) 이 발표자에 대한 평가표이다. 평가가 타당하지 않은 것은?

①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② ‘처음-중간-끝’의 절차를 밟고 있다.
③ 발표 내용이 일관성을 갖추고 있다.
④ 다양한 비유를 통해 전달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⑤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5~6] 들려주는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이 대담을 제대로 이해한 학생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를 알아봐야겠어.
② 개인 정보 유출보다 국가 정보의 유출이 더 큰 문제야.
③ 우선 나부터 개인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
④ 개인 정보 유출을 차단하는 보안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꼭 필요해.
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개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해.

6. (물음) 두 대담자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남자는 직설적으로, 여자는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다.
② 남자는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하지만, 여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③ 남자는 권위 있는 견해를, 여자는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다.
④ 남자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 반해, 여자는 감정에 호소하며 말하고 있다.
⑤ 남자는 대상의 긍정적인 측면에, 여자는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듣기 문제가 끝났습니다. 7번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과대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글을 쓰고자 한다.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논의 대상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과대광고 여부를 판단하는지를 조사하여 과대광고의 특징과 속성에 대해 밝힌다.
② 어떠한 자료들을 활용할 것인가?
― 과대광고로 인한 피해 사례, 관련 통계 자료, 설문 조사 결과 등을 자료로 활용한다.
③ 글의 처음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 텔레비전, 신문은 물론 인터넷, 휴대 전화를 통해서까지 무수한 과대광고가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④ 어떤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할 것인가?
― 과대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⑤ 글의 결론은 어떻게 맺을 것인가?
― 다양한 방식의 광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끝맺는다.

8. 설정된 수신자에게 그림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여 그림과 함께 편지를 보내려 한다.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수신자 :
내용 :

① 수신자 : 학생회장 입후보를 망설이는 후배에게
내용 : 정상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정상을 향해 용감하게 도전할 필요는 있는 거야.
② 수신자 : 낯선 타국에서 외롭게 공부하고 있는 형에게
내용 : 고독한 생활일지라도 그 고독을 견뎌내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③ 수신자 : 재수 생활로 힘들어 하는 누나에게
내용 :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힘들고 고될수록 그것을 이루었을 때의 기쁨도 크다고 생각해요.
④ 수신자 : 졸업을 앞둔 선배에게
내용 :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목표의 성취 시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거예요.
⑤ 수신자 : 성적이 떨어져 실의에 빠져 있는 친구에게
내용 : 때로는 힘이 들더라도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야.

9. <보기>의 개요를 검토 의견에 맞게 수정하는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제목 : 대중 매체와 바람직한 언어 생활
Ⅰ. 서론 : 대중 매체에 의해 언어가 오염되고 있는 현실
Ⅱ. 본론
1. 대중 매체에 의한 언어 오염의 양상
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의 사용
나. 비속어와 유행어의 남용
2. 대중 매체에 의한 언어 오염의 원인
가. 대중 매체의 상업적인 속성
나. 대중 매체 종사자의 안이한 태도
다. 인터넷의 쌍방향적 특성
라. 언어 규범의 파괴
3. 매체 언어의 올바른 수용 방안
가. 매체 언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인식
나. 언어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Ⅲ. 결론 : 바람직한 언어 생활의 중요성
<검토 의견>
A. 실천적 차원의 논의가 되도록 내용을 보강한다.
B. 내용 전개가 논리적이며 통일성 있는 글이 되도록 한다.

① A를 반영하여 본론 2의 ‘인터넷의 쌍방향적 특성’이라는 항목을 본론 1로 옮긴다.
② B를 반영하여 본론 2의 ‘언어 규범의 파괴’를 본론 1로 옮긴다.
③ B를 반영하여 본론 3의 ‘언어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삭제한다.
④ A를 반영하여 본론 3에 ‘수용자 입장에서의 감시와 조언’이라는 내용을 추가한다.
⑤ B를 반영하여 결론을 ‘매체 언어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노력 촉구’로 수정한다.

10.<보기>는 ‘고령화 시대의 노인 복지 문제’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위해 수집한 자료이다. <보기>의 자료를 모두 종합하여 설정할 수 있는 논지 전개 방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 정부 통계 자료에서 : 노령화 지수 추이
연도 / 1990 / 2000 / 2010 / 2020 / 2030
노령화 지수 / 20.0 / 34.3 / 62.0 / 109.0 / 186.6
※ 노령화 지수 : 유년 인구 100명당 노령 인구
㉡ 신문 기사에서 : 경제 활동 인구 한 명당 노인 부양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에 대한 의료비 부담 증가로 건강 보험 재정도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노인 요양 시설 및 재가(在家) 서비스를 위해 부담해야 할 투자 비용도 막대하다.
㉢ 정년 퇴직한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 “연금 보험이나 의료 보험 같은 혜택도 중요하지만 우리 같은 노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작 중요하지 않을까?”

① 노인 인구의 증가 속도에 맞춰 노인 복지 예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노인 복지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②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
③ 노인 인구의 증가가 예상되면서 노인 복지 대책 또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 복지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④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복지 정책에 대한 노인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⑤ 현재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복지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11. 주어진 상황이나 느낌을 구체화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교통 체증 때의 지루함과 답답함 → 사람들은 오징어로 시간을 씹는다. 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차 안에서 오징어를 씹는 사람들의 입놀림은 수족관에 갇힌 붕어들의 입질과 닮아 있다.
② 장마철의 무력감 → 비는 살아 있는 것들 속에 숨어 있던 냄새를 밖으로 우려내어 번지게 한다. 며칠씩 비가 내려 깨끗이 씻긴 도시의 거리에는 젖은 가로수들의 몸 냄새가 자욱이 배어 나온다.
③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채송화의 생생함 → 채송화 무리는 여름 꽃들 중에서 가장 맹렬하다. 작은 단추 같은 것들이 존재의 밀도를 쟁쟁 울린다. 피어난 채송화 꽃들 속에서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④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느끼는 속도감 → 시야는 전방으로만 집중되고, 풍경은 자동차의 외곽을 돌아 백미러 뒤쪽으로 달음질쳐 사라진다. 질주하는 자동차 안에서 사람은 정면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⑤ 시골 길의 자연스러움 → 시골 길은 산하를 건너가지만 산하와 대결하지 않는다. 산맥을 넘어갈 때, 길은 산맥의 사나움을 건드리지 않는다. 시골 길은 땅의 가장 여리고 순한 곳을 찾아서 구불구불 돌아 나간다.

12. 밑줄 친 단어가 맞춤법에 맞는 것은? [1점]

① 아직 문자 멧시지에 대한 회답이 오지 않았다.
② 그는 하고 싶은 말은 아무 말이나 마구 뱉는 성미이다.
③ 인터넷 동호회 계시판에는 밤새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④ 구름은 말짱히 걷쳐 버려 산마루 뒤로 물러앉아 있었다.
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댓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13~1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A]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 목계 장터 -

(나)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碇泊) 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港口)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 황동규, 기항지(寄港地)Ⅰ-

(다)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

13. (가)~(다)의 시적 공간에 대한 해석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나루’는 떠남과 돌아옴,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등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② (나)의 ‘항구’는 여정(旅程)의 종착지이자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는 공간이다.
③ (나)의 ‘바다’는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상이 실현되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환희의 공간이다.
④ (다)의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다림이 담긴 공간이다.
⑤ (다)의 ‘정거장 가차운 언덕’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과 그리움이 담긴 공간이다.

14. (가)의 [A]를 바꾸어 창의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보기>의 조건에 맞게 표현한 것은?

 <보 기> 
ㆍ 원시(原詩)의 발상을 활용한다.
ㆍ 시어의 상징적 의미를 잘 살린다.

① 산은 날더러 나무가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풀이 되라 하네 / 눈보라 몰아치면 숲 속에 몸 낮추고 / 바람 거세거든 강가에 누우라네
② 산은 날더러 별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달이 되라 하네 / 산등성이 넘어서 눈물을 글썽이고 / 강 언덕 지나서 해사하게 웃으라 하네
③ 산은 날더러 불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물이 되라 하네 / 고난의 때 오거든 어둠 속 불 밝히고 / 소생의 때 오거든 생명의 물 적시라네
④ 산은 날더러 새가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갈대가 되라 하네 / 눈보라 시리거든 산 너머로 날아가고 / 비바람 드세거든 강물 속에 잠기라네
⑤ 산은 날더러 햇살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안개가 되라 하네 / 암흑의 때 오거든 어둠을 살라 먹고 / 새벽녘 피어오르는 강 안개가 되라네

15. (나)를 쓴 시인은 이후에 같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이를 (나)와 비교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기항지(寄港地)Ⅱ

다색(多色)의 새벽 하늘
두고 갈 것은 없다, 선창에 불빛 흘리는 낯익은 배의 구도(構圖)
밧줄을 푸는 늙은 뱃군의 실루에트
출렁이며 끊기는 새벽 하늘
뱃고동이 운다
선짓국집 밖은 새벽 취기
누가 소리죽여 웃는다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철새의 전부를 남북(南北)으로 당기는
마음의 마찰음(音) 끊기고
바람 받는 마스트의 검은 깃발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누가 소리죽여 웃는다
아직 젊군
다색(多色)의 새벽 하늘.

① ‘기항지’라는 제목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나)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② 관조적 어조에서 열정적인 어조로 바뀜으로써 시적 상황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③ ‘어두운 하늘’이 ‘다색의 새벽 하늘’로 바뀜으로써 시간적 배경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④ 정박했던 배가 출항하고 있는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화자의 행동이 변화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⑤ 불안하고 우울했던 분위기가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로 바뀜으로써 화자의 심리 변화가 암시되고 있다.

16. 다음은 (다)의 시인에 관한 평전의 일부이다. (다)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그는 이상을 추구하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봄’, ‘새벽’, ‘아침’ 등 새로운 날, 새로운 삶을 상징하는 시어가 많이 쓰인다.
② 그는 고뇌와 방황의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시어들이 나타난다.
③ 그는 자기 희생의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순교자적 희생을 통해 부정적 현실에 저항하려는 실존적 결단의 태도가 자주 나타난다
④ 그는 자아 성찰의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종종 ‘부끄러움’이라는 반성적 자기 인식의 시어가 직접적이거나 반어적인 진술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⑤ 그는 상실감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인이었다. 고향인 북간도를 떠나 평양, 서울, 동경 등 객지로만 떠돌았던 그의 시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17. (가)~(다)의 시를 모아 학교 교지에 특집으로 수록한다고 할 때, 세 작품의 주제와 분위기에 공통적으로 어울리는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고향을 찾아가는 길
② 사랑이 머무는 자리
③ 역사의 현장을 찾아
④ 삶의 여로(旅路)에서
⑤ 우정, 그 영원한 동반자

[18~2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 이른바 15세기의 초기 사림(士林)과 기묘 사림이 『소학(小學)』의 학습과 실천을 강조하면서 내세운 공부 태도를 가리킨다. 원래 이 말은 위인지학(爲人之學)과 함께 『논어(論語)』의 ‘헌문편(憲問篇)’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에 공부하던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공부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남을 위해 공부한다.” 즉 공자는 공부하는 사람의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가지고 학자를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음을 지적했던 것이다. 북송 대의 유학자인 정이(程頤)는 다음과 같이 이 말의 의미를 부연했다. “위기(爲己)란 자아의 성숙을 추구하는 것이고, 위인(爲人)이란 남들로부터의 인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했으나, 결국은 세상을 개선하는 일에 이바지했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공부하지만, 그 귀결은 자아의 상실일 뿐이다.”
조선 초기의 유학자들 중 이런 위기적(爲己的) 태도를 견지했던 사람들은 ‘길재-김숙자-김종직-김굉필’로 이어지는 초기 사림이었다. 성종 대부터는 『소학(小學)』을 진지한 태도로 실천하려고 한 사람들은 소학계(小學契)라는 일종의 이념 서클을 ⓐ만들어 자신들의 신념을 사대부 사회에 전파하려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성리학을 관통하는 정신은 바로 위기(爲己)에 있으며, 그것이 올바른 노선이라는 확신은 다음 세대인 ‘김제, 조광조, 박훈’ 등 기묘 사림에 이르러 더욱 또렷하게 표명되고 확산되었으며, 다시 명종ㆍ선조 대의 사림들로 이어졌다.
세 번째 세대에 속하는 이황(李滉)에게서 비로소 위기지학에 대한 흔들림 없는 확신을 전하는 분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위기지학이란, 우리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바가 도리(道理)이며 우리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덕행(德行)이라고 믿고 가까운 데서부터 착수해 나가되 자신의 이해[심득(心得)]를 통해서 몸소 실천하는 것[궁행(躬行)]을 목표로 삼는 공부이다. 위인지학이란, 심득과 궁행에 힘쓰는 대신 내면의 공허함을 감추고 관심을 바깥으로 돌려 지위와 명성을 취하는 공부이다.”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의 차이는 공부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있다기보다 공부를 하는 사람의 일차적 관심과 태도가 자신을 내면적으로 성숙시키는 데 있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 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문의 목적이 외재적 가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재적 가치에 의해서 정당화된다는 사고 방식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 방식의 출현은 당시 사대부들의 현실적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다시 말해 사대부로 하여금 치자층(治者層)의 일원으로서 출사(出仕)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 외에 학문과 교육에 종사하면서도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의를 주장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학자 또는 교육자로서의 삶의 방식이 관료 또는 정치가로서의 삶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위기지학의 출현은 종래 과거제에 종속되어 있던 교육에 독자성을 부여했다는 점, 또 해석하고 외우는 공부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웠던 경학(經學)이 교육의 힘을 가진 진정한 학문으로 승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 받아 마땅한 것이다.

18.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위기적 태도를 견지한 사람들은 자아의 성숙을 추구했다.
② 국가의 장려로 위기지학의 신봉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③ 위기지학의 정착으로 경학의 학문적 위상이 달라지게 되었다.
④ 위인지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학문의 외재적 가치를 중시했다.
⑤ 공자는 학문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학자들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19. 윗글의 내용 전개상의 특징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인용을 통해 대상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② 추상적인 내용을 친숙한 사물에 빗대어 구체화하고 있다.
③ 다른 대상과의 대조를 통해 대상의 특징을 부각시키고 있다.
④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상의 사적 전개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
⑤ 대상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 후 그 의의를 밝히고 있다.

20. <보기>는 ‘이황(李滉)’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조정에 나아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의 일부이다.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해석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봬.
고인을 못 봐도 ㉡가던 길 앞에 있네.
가던 길 앞에 있으니 아니 가고 어쩔고.

당시(當時)에 가던 길을 몇 해를 버려 두고
어디 가 다니다가 이제사 돌아온고.
이제나 돌아왔나니 ㉤딴 데 마음 말으리.

① ㉠은 본받고자 하는 도리와 덕행의 표상이다.
② ㉡은 자아 성숙을 목표로 한 위기지학의 길이다.
③ ㉢은 학자 또는 교육자로서의 삶에 대한 긍정이다.
④ ㉣은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의 조화에 대한 모색이다.
⑤ ㉤은 지위와 명성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21. 윗글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탐구 과제를 설정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과거제의 실시 목적과 그 기원
② 조선 시대 교육과 과거제의 관계
③ 위기지학을 바라보는 위인지학의 입장
④ 이황 이후 위기지학의 전개 과정과 계보
⑤ 위기지학에서 『소학(小學)』을 중시한 이유

22. ⓐ와 ⓑ의 뜻을 알아보려고 국어 사전에서 ‘만들다’의 항목을 찾아 보았다. <보기>로 보아 설명이 잘못된 것은?

 <보 기> 
만들다 ㈀노력이나 기술 따위를 들여 목적하는 사물을 이루다. ㈁기관이나 단체 따위를 결성하다. ㈂돈이나 일 따위를 마련하다. ㈃틈, 시간 따위를 짜내다. ㈄(‘…을 -게/도록’의 형태로) 그렇게 되게 하다. ㈅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내다. ……

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다’라고 할 때에는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② ⓐ는 ‘협동조합을 만들다’의 경우와 같이 ㈁의 뜻으로 쓰였다.
③ ‘여행 경비를 만들다’라고 할 때에는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④ ‘짬을 만들다’라고 할 때에는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⑤ ⓑ는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들다’의 경우와 같이 ㈄의 뜻으로 쓰였다.

[23~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 때에 상서가 국사(國事)에 매이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였더니 상서의 부인이 생*의 행동거지(行動擧止)가 수상함을 보고 하인들을 ⓐ힐문(詰問)하였다. 이에 하인들이 부득이하여 사실대로 아뢰니 부인이 크게 놀라 즉시 상서께 기별하였다. 상서가 또한 통분하나 ‘누님께서 주혼(主婚)**하고 선이 몹시 사랑한다 하니 달리 금치 못하리라.’ 하고 낙양 태수에게 기별하되,
“동촌 술 파는 할미 집에 숙향이라는 계집이 가장 ⓑ요악(妖惡)하다 하니 잡아다가 죽이라.”
하였다. 이생은 고모 집에 있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때 낙양 태수 김전이 상서의 말을 듣고 즉시 관원들을 풀어 숙향을 잡아 오니 숙향이 아무 것도 모르고 잡히어 관전(官前)에 이르니 태수가 물어 말하기를,
“너는 어떤 창녀이기에 상서 댁의 공자를 ⓒ고혹(蠱惑)하였느냐? 이제 쳐 죽이라는 기별이 왔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
하고 아랫사람들에게 호령하여 형틀에 매고 치려 하니 낭자가 원망하여 말하기를,
“소녀는 다섯 살 때 피란 가던 중에 부모를 잃고 동서로 구걸하며 다니다가 할미집에 의지하였는데, 이랑이 빙례(聘禮)***로 구혼하옴에 상하 체면에 거스리지 못하여 성혼하였습니다. 이는 진실로 첩의 죄가 아닙니다.”
하였다. 태수가 말하기를,
“나는 상서의 기별대로 할 뿐이다.”
하고 치기를 재촉하니 숙향의 화월(花月) 같은 용모에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눈물이 밍밍하여 슬피 우니 그 경상(景狀)을 차마 못 볼러라. 집장 사령이 매를 들어 치려 한즉 팔이 무거워 들지 못하였다. 태수가 크게 노하여 다른 사령으로 갈아 치웠으나 또한 매끝이 땅에 붙고 떨어지지 아니하니 태수가 고이히 여겨 말하기를,
“필시 애매한 사람이리라. 그러나 상서의 기별임에 나로서는 어쩌지 못하겠다.”
하고 동여매어 물에 넣으려 하였다. 이 때 태수의 부인인 장씨의 꿈에 숙향이 앞에 와 울며 말하기를,
“부친께서 저를 죽이려 하거늘 모친이 어찌 구하지 않으십니까?”
하니 부인이 놀라 깨어 시비로 하여금,
“상공이 무슨 공무를 보시는가 알아 오라.”
하였다. 시비가 되돌아 와 말하기를,
“상공이 이 상서의 영(令)으로 그 댁 며느리를 죽이려 하십니다.”
하니 장씨가 놀라 급히 태수를 청하여 말하기를,
“여아(女兒)를 잃은 지 십여 년에 한 번도 꿈에 뵈는 일이 없더니 아까 몽중에 숙향이 울며 여차저차하오니 매우 이상합니다. 오늘 보시는 공무(公務)는 어떤 일입니까?”
하였다. 태수가 말하기를,
“이 상서의 아들이 숙향에게 고혹되어 부모를 속이고 장가들었음에 제게 기별하여, ‘죽이라’ 하기에 이번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하니 장씨가 말하기를,
“몽사가 이상하고 이 상서의 며느리가 또한 피란 중에 부모를 잃었다 하니 그 근맥을 물어 보겠습니다. 일을 잠시만 미루어 주십시오.”
하였다. 태수가 이에 응낙하고 하령하여, 가두라 하니 낭자 약하디 약한 몸에 큰 칼을 쓰고 누수 만면(淚水滿面)****하여 옥에 들며 말하기를,
“이 곳이 어디입니까?”
하니 옥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낙양 옥중이다. 내일은 죽을 것이니 불쌍하구나.”
하거늘 낭자 헤아리되, ‘이랑은 내가 죽는 것을 모를 것이니 소식을 누가 전하리오?’ 하고 애통해 하더니 날이 밝음에 문득 청조(靑鳥) 날아와 울거늘 낭자가 적삼 소매를 떼어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편지를 써 새의 발목에 매어 주며, ‘이랑께 전하라.’ 경계하니 청조가 두 번 울고 날아 갔다.
이 날 이랑이 고모 집에서 자는데 문득 이랑의 고모가 잠결에 대경 대로하여 말하기를,
“선이 비록 상서의 아들이나 내 또한 길렀음에 주혼하였던 것인데, 내게 묻지도 아니하고 어찌 이렇듯 걱정을 끼칠 수 있는가?”
하거늘 생이 부인을 흔들어 깨웠다. 부인이 정신을 차려 생에게 꿈 얘기를 이를 즈음에 문득 청조가 날아와 이랑의 앞에 앉거늘 자세히 보니 발목에 한 봉물이 매어 있는지라 끌러 보니 그 글에 하였으되,
[A]
“박명 첩 숙향은 삼가 글월을 이랑 좌하에 올립니다. 첩이 전생 죄를 차생(此生)에서 피하지 못하여 속절없이 낙양 옥중의 흙이 되니 죽기는 섧지 아니하나 낭군을 다시 못 보니 지하에 가도 눈을 감지 못할 것입니다. 엎드려 비옵건대 낭군은 천첩을 생각지 말으시고 천금같이 귀한 몸을 ⓓ보중(保重)하십시오.”
하였거늘 이랑이 편지 글에 크게 놀라 그 글을 고모에게 드리고 낙양 옥중에 가 함께 죽고자 하니 고모가 말하기를,
“내 몽사와 같으니 장차 어찌하리오? 그러나 경솔히 굴지 말고 할미 집에 사람을 시켜 자세히 알아오라.”
하며 일변으로 상서 집 노복을 불러 물으니 노복 등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부인이 알으시고 상서께 기별하여 여차저차한 것입니다.”
하거늘, 부인이 대로하여 말하기를,
“내 주혼함을 업수이 여기고 내게 묻지도 아니하고 무작정 사람을 죽이려 하는구나. 내 친히 경성으로 올라가 상서를 만나 결단하리라.”
하고 ⓔ치행(治行)하여 경성으로 갔다.
- 작자 미상, 숙향전(淑香傳) -

* 생 : 이 상서의 아들, 이름은 선.
** 주혼 : 혼사(婚事)를 맡아 주관함.
*** 빙례 : 혼례.
**** 누수 만면 : 눈물이 얼굴에 흘러 내림.

23. 윗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보기>와 같은 구상을 했다고 할 때, 윗글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보 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숙향
∘ 어떻게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인가?
1. 상서로 하여금 이랑과 숙향의 관계를 알게 함
2. 상서와 낙양 태수의 상하 관계를 이용함
∘ 어떻게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
1. 처형의 보류
- 형장 장면의 이적(異蹟)
- 태수 부인의 꿈
- 동정적인 여론 조성
2. 상황 전환을 위한 공간 매개 - 청조 활용
3. 낙양과 경성의 연결 - 고모의 상경







24. ⓐ~ⓔ의 의미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 힐문(詰問) : 되받아 물음.
② ⓑ 요악(妖惡) : 요사하고 간사하며 악독함.
③ ⓒ 고혹(蠱惑) : 아름다움이나 매력 같은 것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함.
④ ⓓ 보중(保重) : 몸의 관리를 잘하여 건강하게 유지함.
⑤ ⓔ 치행(治行) : 길 떠날 여장을 준비함.

25. 윗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숙향’은 지순한 사랑의 소유자이다.
② ‘고모’는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
③ ‘낙양 태수’는 위계 질서를 중시하고 있다.
④ ‘상서’는 가문과 신분을 중히 여기고 있다.
⑤ ‘이랑’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고 있다.

26. [A]에 나타난 숙향의 심리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낙동강에서 당신 처음 만났더니
보제원에서 다시 당신과 헤어지네.
이 도화(桃花)야 땅에 떨어져 흔적조차 없을지언정
달 밝으면 어느 때인들 당신 생각 않으리.
- 도화, 낙동강 -
② 약초를 캐다가 길을 잃었네.
봉우리마다 단풍잎이 지네.
중이 물을 길어 돌아가니
문득 연기가 나무 끝에서 피어나네.
- 이이, 산속에서 -
③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세상에 나를 알아 주는 이 없네.
창 밖에 밤 깊도록 비만 내리는데,
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 최치원, 가을 밤 비 내릴 때 -
④ 세상은 어지러운 시비(是非)뿐
십 년 동안 내 마음에 때만 묻혔네.
지는 꽃 우는 새 봄바람 속
어느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살고 싶네.
- 김제언, 무설사에 부치다 -
⑤ 슬퍼도 참아야지, 세상사 이런 것을.
당신은 반평생을 그림을 공부했네.
내일이면 호연히 떠난 뒤에는
나는 몰라, 또 어디로 떠돌아다닐는지…….
- 계생, 이별에 부쳐 -

27. 윗글을 TV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하자. 다음 회를 예고하고자 할 때, 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상서와 고모의 만남, 아! 가엾은 숙향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또한 낙양 태수 부부와 숙향의 관계는 밝혀질 것인가?
② 애통하게 헤어진 연인을 이어 주는 태수 부부의 활약상은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애틋하여라, 숙향과 이랑은 다시 만나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
③ 사랑하는 연인의 가슴 아픈 이별, 이랑에 대한 숙향의 애절한 그리움, 그러나 운명은 철저하게 숙향을 외면하고……. 홀로 남은 이랑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④ 숙향에 대한 태수와 상서의 횡포는 날로 심해지는데……. 한편, 숙향을 구하기 위한 태수 부인의 은밀한 움직임은 분주해지고……. 과연 태수 부인은 숙향을 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⑤ 갈수록 깊어지는 상서 부인과 고모의 갈등……. 젊은 연인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안타까워라, 숙향에 대한 태수 부부의 뜻밖의 호의도 결국은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인가?

[28~3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진은 하나의 고립된 이미지이다. 시간적으로 한 순간이 잡히고 공간적으로 일부분이 찍힐 뿐, 연속된 시간과 이어진 공간이 그대로 찍히지 않는다. 현실이 현실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한, 사진은 결국 한 개의 이미지, 즉 영상일 뿐이다. 따라서 사진에 대한 이해는 사진이 시간적으로 분리되고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현실과 따로 떨어진 곳에서 홀로 저를 주장하는 독자적 영상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근대 사진은 현실과 영상 사이에 ㉠벌어져 있는 이 틈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현실이 곧 사진이요, 사진이 곧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현대 사진은 현실과 영상 사이에 벌어져 있는 이 틈을 발견한 데서 출발한다. 그 틈을 정확히 보고, 자기 나름대로 채색도 하고 두께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현대 사진인 것이다.
근대 사진은 현실이 그대로 사진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현실을 어떻게 사진으로 수용할 것인가가 유일한 문제였다. 근대 사진은 현실이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간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야말로 사진이 포장해야 할 내용물로 간주하고 있었다. 사진이 현실 재현 수단이라는 기본 구도 아래,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현실을 골라 이를 영상화한 것이 근대 사진이었다. 따라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들의 능력을 집중시켰으며, 영상의 왜곡은 물론, 작가의 주관마저도 가능한 한 배제하고자 노력을 했다.
그에 비해 현대 사진은 현실을 포장지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의 주관적 사상이나 감정, 곧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소재로 현실을 인식한다. 따라서 현실 자체의 의미나 가치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진이 현실에 묶여 떠나지 못하는 것은, 대상이 없는 한 찍히지 않고 실체로서의 현실을 떠나서 성립할 수 없는 사진의 메커니즘 탓이다. 작가의 주관적 사상이나 감정은 구체적 사물을 거치지 않고서는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이 추구하는 바가 현실의 재현이 아니다 보니 현대 사진은 연출을 마음대로 하고, 온갖 기법을 동원해 현실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심지어 필름이나 인화지 위에 인위적으로 손질을 가해 현실성을 지워 버리기도 한다. 현실이 왜곡되는 것에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물의 정확한 재현에만 익숙해 있던 눈에는 이런 현대 사진이 난해하기만 하다.
이러한 현대 사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창조적 사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눈이다. 이는 작가에게만 한정된 요구가 아니다. 사진을 현실로 생각하는 수용자 쪽의 고정관념 또한 현대 사진의 이해에 장애가 된다.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암호가 설정되기 위해서는 수신자 쪽에서도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작가나 수용자나 고정관념과 인습에서 벗어날 때, 현실과 영상 사이에 벌어진 커다란 틈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때 비로소 사진은 자기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현대 사진에 대한 이해의 첫 관문은 그렇게 해서 통과할 수가 있다.

28.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근대 사진은 현실의 재현이 사진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② 현대 사진은 현실과 영상 사이의 틈을 좁히려고 노력해 왔다.
③ 사진에서 작가의 사상과 감정은 구체적 사물을 통해 표현된다.
④ 사진의 현실 왜곡은 사진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⑤ 현대 사진은 다양한 표현 기법을 동원해서 현실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29. 윗글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문을 쓰려고 한다. 표제와 부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창조적 사진 찍기
- 순간과 찰나를 보는 눈
② 현대 사진의 과제
- 현실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③ 사진이 추구하는 세계
-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④ 사진 예술의 참된 출발
- 근대 사진과 현대 사진의 만남
⑤ 사진은 어떻게 변모해 왔는가
- 외형적 모사에서 내면적 창조의 세계로

30. 윗글에서 언급한 ‘현대 사진’의 관점에서 <보기>의 사진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① 특수한 촬영 기법을 사용하여 실물을 왜곡하고 있군.
② 일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고 있어.
③ 이 사람에게 주먹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 게 아닐까?
④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주먹이 머리보다 크게 찍혀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⑤ 작품 속의 인물은 주제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소재라고 봐야 해.

31. 현대 사진 작가와 <보기>의 샤갈이 공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보 기> 
화가 샤갈이 거리에서 캔버스를 세워 놓고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행인 중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별난 사람도 다 있군. 세상에 날아다니는 여자를 그리는 사람 처음 보겠네.”
이때 샤갈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웃으며 던진 한 마디는 이런 것이었다.
“그러니까 화가지.”

① 예술은 다양한 표현 기법을 써서 시대의 문제 의식을 표현한다.
② 예술은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관조의 대상이 아니다.
③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창조적인 작가 의식을 드러낼 수 있다.
④ 대중이 현대의 난해한 예술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⑤ 예술 작품이 현실을 모방하는 것은 현실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2. ㉠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괴리(乖離)
② 단절(斷絶)
③ 상충(相衝)
④ 격리(隔離)
⑤ 차별(差別)

[33~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반적으로 국가의 힘은 한 국가의 경제적ㆍ군사적ㆍ정치적 힘의 크기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의 힘이 국가 간의 협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하나는 현실주의적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주의적 입장이다.
현실주의적 입장에서는 국가 간의 협상에 있어서 협상력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힘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본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소위 강대국과 개도국의 협상에서는 강대국이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강대국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힘으로 개도국의 협상에 대한 기대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입장은 이와 다르다. 자유주의적 입장은 협상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상의 구조적인 면과 절차적인 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구조적인 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강대국과 개도국이라는 일반적인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협상의 주제와 관련된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정 주제와 관련된 힘이란 협상 테이블에 오른 아주 구체적인 협상의 대상과 관련된 힘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 힘은 협상 대상과 관련된 자원(resources), 즉 해당 산업의 규모ㆍ고용ㆍ국가 경제상의 위치ㆍ상대국에 대한 시장 접근도 등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강대국은 국가 전체의 경제력이 개도국보다 월등할지 모르나 특정 산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쿠바보다 힘센 나라이지만 궐련의 생산에 있어서는 쿠바보다는 ㉠떨어지고, 마찬가지로 고무의 생산에 있어서는 말레이시아에 떨어진다.
협상의 절차적인 면이란 협상의 전술을 의미한다. 협상의 전술이란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협상을 고의로 기피하거나 연기하기, 다른 협상 의제와 연결시켜 처리할 것을 주장하기, 자국 내부의 사정을 내세워 호소하기 등과 같은 방법을 의미한다.
구조와 절차의 두 측면을 고려하여 자유주의적 입장은 “협상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구조적 요소로서의 ‘특정 주제와 관련된 힘’과 절차적 요소로서의 ‘협상 전술’이다.”라고 결론을 짓는다. 이에 따라 약소국도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거나 협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리스 로버트라는 학자는 사례 분석을 통하여 이러한 결론을 적절하게 뒷받침한 바 있다. 그는 자원과 전술을 적절히 조화시킬 경우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질 경우 협상에서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자유주의적 입장대로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적 입장은 수긍할 만하다. 다만 자유주의적 입장을 따른다 하더라도 특정 주제와 관련된 힘과 강력한 전술은 단지 실제 협상에 임하는 협상가의 개인적 능력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협상 주제와 관계된 힘과 협상의 전술은 협상에 임하는 국가가 자신의 내부에서 어떠한 국민적 합의 혹은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이 두 요인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국내의 협의 과정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약소국은 강대국과의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내부의 협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협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33.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은?

① 기존의 이론으로부터 새로운 이론을 도출하고 있다.
② 상반된 주장을 소개하고 필자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③ 가설을 설정하고 사례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④ 다양한 이론을 대비해 가며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⑤ 필자의 생각과 반대되는 견해를 일관되게 비판하고 있다.

34. ㉠의 쓰임과 가장 가까운 것은? [1점]

① 그는 발을 헛디뎌서 구덩이로 떨어졌다.
② 이미 그 일에 정이 떨어진 지 꽤 되었다.
③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큰 고생을 하였다.
④ 그의 실력은 평균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⑤ 그 성이 적의 손에 떨어졌다는 전갈이 왔다.

35.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보기>와 같은 협상 상황에 대해 논리적으로 판단한 것은?

 <보 기> 
약소국인 B국은 강대국인 A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농산물을 수출하여 A국과의 무역 수지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 A국에서는 이 품목에 대한 관세를 현행보다 높임으로써 자국 내에서 이 농산물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어 B국과의 무역 수지를 개선하려 한다. 이 문제를 놓고 두 나라가 통상 협상에 임하였다.

① B국은 약소국이므로 불리한 협상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② B국은 협상 전술을 잘 구사한다면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③ B국은 협상 주제와 관련된 힘을 키우면 자국의 뜻대로 협상의 결과를 얻을 것이다.
④ B국은 협상 주제와 관련된 힘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으므로 절충안을 들고 나올 것이다.
⑤ B국은 협상 주제와 전술이 모두 우위에 있으므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36. ㉡과 같은 전술을 구사하는 협상 대표의 말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어제 회의에서 당신들이 제시한 협상안을 면밀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이제 협상을 속개하도록 합시다.”
② “이제 더 이상 협상이 진전될 것 같지 않군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1년 후에 다시 협상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③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이 의제는 단독으로 처리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조만간 있을 다른 협상과 관련지어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④ “당신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우리 국내 여론이 매우 악화될 것이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칫 현 정권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⑤ “우리의 산업 구조에서 이 분야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산업에 피해가 가는 결과가 초래되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37. 윗글을 읽고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협상 주제와 관련된 힘에 비해 협상 전술이 훨씬 더 중요하겠군.
② 약소국에서는 강대국에 비해 우위에 있는 산업을 잘 육성해야 하겠군.
③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부의 협의 과정을 통해 협상력을 키워야겠군.
④ 협상에 실패했다고 해서 협상 대표에게 무조건 책임을 추궁할 일은 아니군.
⑤ 강대국이라고 해서 협상에서 항상 유리한 결과만 얻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군.

[38~4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까운 부락들에는 안 갔었지만 먼 데 동냥을 나갔던 사람들은 계속 수상한 소문들을 듣고 왔다. 그만큼 했음 떠날 줄 알았던 문둥이들이 내처 버티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아주 밖으로 내쫓는다, 정 안 들으면 모조리 강에다 밀어 넣어 버리겠다고까지 벼른다는 것이었다.
“미친놈들! 즈그만 살라는 땅인가? 어데 해보라지……?”
우중신 노인은 모두 들으란 듯이 일부러 큰 소리로써 구두덜거렸다.
밤에는 늦게까지 모닥불을 피워 놓고 놀았다. 그러면서 습격을 당한 이야기와,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어쩌겠느냐는 이야기들이 으레 나왔다. 속담에 문둥이가 풍은 대풍이라고, 모두 큰소리들을 쳤다.
맞서 싸우자는 정도가 아니었다. 정말 또 내쫓으러 온다면 놈들하고만 싸울 게 아니라 놈들이 사는 동네까지 마구 덮치자는 놈도 있었다. 나라가, 법이 못 지켜 줄 바에는 자기들의 힘으로써 그러한 불법을 막는 수밖에 도리가 있겠느냐는 주장들이었다.
그들은 의논한 결과 향토 예비군처럼 반을 나누고, 밤에는 제법 보초까지 다 세웠다.
그와 동시에 부근 주민들의 동정을 살피는 정보활동까지 개시했다.
하루는 동냥을 나갔던 한 패가 지레 돌아왔다. 온다는 것이었다.
“한 집에서 한 사람씩 꼭 나오게 대 있담더!”
“응…….”
우중신 노인은 무슨 계책이라도 서 있는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곧 ‘인간단지’에 비상소집이 내렸다. 모두 보통 때와 같이 일을 하다가 부락민들이 또 몽둥이를 들고 올 때는 곧 한곳에 모이기로 했다.
“먼저 손을 대서는 안 댄데잇! 저쪽에서 기어이 덤빌 때는, 그때는 한번 해 보자 말이다. 알겠나? ㉡이기고 지고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우중신 노인은 이렇게 당부를 하고 치구를 시켜 몇 사람의, 손가락 없는 불구자만을 천막 안으로 불러들였다. 힘으로는 못 당할 테니 악으로써 대결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손가락이 없는 팔뚝들에 낫을 한 자루씩 동여매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두 자루씩 가진 셈이었다. 이것이 그날의 소위 특공대와 같은 것이었다.
“놈들이 간대로 때리 쥑이지는 몬할 끼다. 이래서 우리들의 결심을 비이자 말이다.”
“멋하면 한 놈 쥑이고 나도 죽을라요!”
이마가 몹시 까진 ‘소신랑’이 역시 표독스런 소릴 했다.
결국 올 것은 왔다.
2백여 명의 장정들이 백주에 괭이며 삽, 몽둥이들을 들고 몰이꾼처럼 몰려왔다. 어느 얼굴을 보나 인간 백정이다.
50명 남짓한 ‘인간단지’의 식구들은 우선 손에 쥔 것 없이 그들의 천막 앞에 앉아 있었다.
부락민들은 천막들을 죽 에워쌌다.
구장인지 뭔지 얼굴이 넓적하고 입이 메기처럼 커다란 사람이 겁에 질려 있는 듯한 단지의 사람들을 보고 명령을 하듯 했다.
“여러 말 할 것도 들을 것도 없으니 곧 이곳을 떠나시오!”
목소리도 입 따라 우렁찼다.
경기까투리가 일동을 대표해서 따지려 들었다. 그러나 그는 두 마디도 못하고 구장인 듯한 사내의 발길에 채여 넘어졌다.
단지민들은 우꾼 하려다 말고 천막 안을 돌아보았다.
흰 수염을 덜덜 떨며 우중신 노인이 예의 긴 지팡이를 짚고 경기까투리가 섰던 자리에 나타났다.
“자네 말마따나 여러 말 할 것 없네. 우릴 쥑이라. 우선 나부터!”
우중신 노인은 누더기 같은 윗도리를 확 찢어 젖히며 뼈만 남은 가슴을 쑥 내밀었다.
그러나 구장깨나 해 먹을 만한 사람같이 보이는 메기아가리에겐 그까짓 거러지들의 불평이나 위협 따위에 왼 눈도 깜짝할 필요가 없다.
“자네? 이 자식이 머 이런 기 있노!”
메기아가리의 넓적한 손바닥이 우노인의 얼굴을 몰강스럽게 냅다 갈겼다.
쓰러질 듯하다가 일어나는 우노인의 수염에 피가 벌겋게 흘러내렸다.
- 김정한, 인간단지(人間團地) -

38.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② 배경 묘사가 사건의 전개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③ 사투리를 활용하여 사건의 현장감을 강화하고 있다.
④ 외양과 행동을 묘사하여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⑤ 인물들 사이의 대립 구도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39. 우중신 노인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낙천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②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
③ 주위 사람들의 신망이 두텁다.
④ 대담하면서도 용의주도한 면이 있다.
⑤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40. 윗글의 소재가 된 사건을 심층 취재하여 <보기>와 같은 기사문을 쓴다고 할 때, ⓐ~ⓔ 중 본문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은?

 <보 기> 
나환자촌 단지민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 유혈 충돌

○일 오후 1시 경, △△군에 있는 무허가 나환자 천막촌에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이 시설의 철거를 요구하다가, 이를 지키려는 나환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주, 나환자 수용 시설인 ‘자유원’(원장 박○○)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한 나환자들은, 자유원을 떠나 ⓐ이 곳에 ‘인간단지’라는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나환자들이 이 곳에 정착하자 인근 마을 주민들은 극력 반발하였고, 급기야는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마을 구장은 “문둥이들이 우리의 철거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지를 떠나지 않아 ⓑ강압적으로 쫓아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유원 박 원장은 ⓒ자유원을 떠나 ‘인간단지’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간단지’의 대표격인 ⓓ우중신 노인은 마을 사람들의 폭력으로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항할 뜻을 밝혔다. 한편 단지민들은 소외 계층인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와 법에 대해서도 불신감을 드러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41. ㉠의 생략된 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거야?
② 어째서 방귀 뀐 놈이 먼저 성을 내는 거야?
③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거야?
④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거 아냐?
⑤ 쥐 새끼도 급하면 고양이에게 접어드는 것도 모르나?

42. 윗글을 희곡으로 각색하여 공연할 때, ㉡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작이나 표정은?

① 이죽거리며
② 반색을 하며
③ 손사래를 치며
④ 비장한 표정으로
⑤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43~4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천 리라 내 고향은 첩첩 봉우리 저쪽
돌아가고 싶은 마음 언제나 속이네.
한송정 곁에는 외로운 달빛이요
경포대 앞에는 한 떼의 바람이리.
모래밭의 백구는 모였다 흩어지고
물결 위의 어선들은 왔다갔다 하였네.
언제나 다시 임영(臨瀛)*의 을 밟아
때때옷에 춤추며 슬하에서 옷 지을꼬.
千里家山萬疊峰
歸心長在夢魂間
寒松亭畔雙輪月
鏡浦坮前一陣風
沙上白鷗恒聚散
波頭漁艇海西東
何時重踏臨瀛路
綵舞斑衣膝下縫
- 사임당 신씨, 사친(思親) -
* 임영 : 강릉의 옛 이름.

(나)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가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그로 설워하나이다.
- 박인로, 조홍시가(早紅柿歌) -
* 조홍감 : 일찍 익은 붉은 감.
** 유자가~하다마는 : 후한(後漢)의 육적이 남의 집에 갔다가 대접 받은 귤[유자]을 먹지 않고 어머니를 위해 품고 왔다는 고사에서 끌어온 표현.

(다)
님다히* 소식을 어떻게든 알자 하니
오늘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 올까.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잔 말가.
잡거니 밀거니 높은 뫼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고 안개는 무슨 일가.
산천이 어두운데 일월(日月)을 어찌 보며
지척(咫尺)을 모르는데 천리를 바라보랴.
차라리 물가에 가 뱃길이나 보려 하니
바람이야 물결이야 어수선히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가.
강천(江天)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님다히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모첨(茅簷)** 찬 자리에 밤중쯤 돌아오니
반벽(半壁) 청등(靑燈)은 누굴 위해 밝았는가.
오르며 내리며 헤매며 바장이니,
잠시 동안 역진(力盡)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님을 보니
옥(玉) 같은 몸이 반이나마 늙으셨네.
마음에 먹은 말씀 실컷 사뢰려니,
눈물이 쏟아지니 말씀인들 어찌하며,
정(情)을 못 다 하여 목조차 메이는데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아아 허사(虛事)로다 이 님이 어디 간고.
잠결에 일어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가엾은 그림자가 날 따를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져서 낙월(落月)이나 되어서
님 계신 창 안에 번드시 비추리라.
- 정철, 속미인곡(續美人曲) -
* 님다히 : 임 계신 곳.
** 모첨 : 초가집.

43. (가)~(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시적 화자의 태도로 적절한 것은?

① 자신과 대상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② 이별의 상황에서 재회의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③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④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떠올리며 슬퍼하고 있다.

44. (가)와 (다)의 밑줄 친 시어에 대한 다음의 설명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봉우리’와 (다)의 ‘높은 뫼’는 탈속적 공간이다.
② (가)의 ‘꿈’과 (다)의 ‘꿈’은 소망의 간절함을 담고 있다.
③ (가)의 ‘달빛’과 (다)의 ‘낙월’은 화자의 심정이 투영된 사물이다.
④ (가)의 ‘바람’과 (다)의 ‘바람’은 화자의 내면과 관련이 있다.
⑤ (가)의 ‘길’과 (다)의 ‘뱃길’은 소망을 성취할 수 있는 통로이다.

45. (가)의 시적 화자를 주인공으로 한 편의 소설을 쓰려고 한다. 이 소설에 필요한 장면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고향쪽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모습
② 마을 어귀에서 어머니와 이별하는 모습
③ 강릉 바닷가에서 백구를 바라보는 모습
④ 정답게 걷고 있는 모녀를 보며 부러워하는 모습
⑤ 밤새도록 언 손을 불어가며 바느질을 하는 모습

46. (나)에 대하여 학생이 스스로 탐구 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해결해 보는 중이다. <보기>에서 과제 해결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 중심 소재인 ‘조홍감’의 기능은?
→ 외적 기능 : 창작의 계기, 내적 기능 : 정서 환기
‧ ‘유자(柚子)’ 관련 고사(故事)를 인용한 효과는?
→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킴
‧ 표현 기법상의 특징은?
→ 표면과 이면의 의미가 다른 반어(反語)
‧ 주제와 관련된 한자 성어가 있을까?
→ 풍수지탄(風樹之嘆)
‧ 독자에게는 어떤 교훈을 주게 될까?
→ 부모님 생전에 효도를 다하자는 마음을 갖게 함







47. <보기>를 (다)의 화자가 쓴 일기의 일부라고 할 때, 작품의 내용과 어긋나는 것은?

 <보 기> 
오늘도 나는 그의 소식을 기다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기진하여 밤길을 더듬어 돌아왔을 때, ②나를 기다린 건 쓸 쓸한 등불뿐이었다. 홀로 빈방에 앉아 있다가 ③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 꿈에 본 그이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④실컷 하소연하다가 꿈에서 깨어 보니 그저 허망할 뿐이었다. ⑤그이의 곁에 가고 싶다. 아, 그 날이 언제 올까?

[48~5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일찍이 그라이스(Grice)는 ㉠‘협력 원리’라는 말로 대화에 내재하는 원리를 설명하고자 했다. 사람들이 대화의 방향이 어그러지지 않게 하는 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기 때문에 대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라이스가 말하는 대화의 협력 원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한 하위 규칙인 네 가지 격률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거짓이라고 믿는 것, 혹은 적절한 증거가 없는 것은 말하지 말라’는 <질(質)의 격률>, ‘진행되는 대화 목적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제공하라’는 <양(量)의 격률>, ‘관련성을 지니는 말을 하라’는 <관련성의 격률>, 그리고 ‘모호성이나 중의성을 피하고 간결하고 조리 있게 말하라’는 <태도의 격률> 등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상 대화에서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손님을 초대하여 잘 차린 음식상 앞에서)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 드세요.”
이 발화는 한국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하는 인사 표현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사실과 다르게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표현은 협력 원리를 준수한 발화라고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차린 것이 많다는 사실 그대로의 정보 전달에 충실하기보다는 사실과는 차이가 있더라도 청자에 대한 관계 유지를 생각해서 상대방에게 공손함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하여 의도적으로 협력 원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협력 원리에 우선하여 적용하고 있는 대화의 원리를 ㉡‘공손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대화 상황에서는 협력 원리를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호 관계의 증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협력 원리보다 공손 원리를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나)
인간은 사교적인 존재임을 자처한다.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른 사람들과 친교를 맺고 살아야 하고, 때로는 그것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데, 언어 또한 그 주요 수단의 하나로 이용된다. 이러한 언어 활동에서는 언어 형식의 관습적인 의미 내용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인사 중에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등의 안부를 묻는 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안 어른께 문안을 드리거나, 집 밖에서 친지를 만났을 때 피차에 건강하고 유쾌한 모습을 확인하고서도 이와 같은 의문 형식의 인사를 한다. 이러한 발화 행위가 상황에 따라 의사와 환자의 사이에서처럼 애초부터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나, 일상적인 인사의 경우에는 다만 친교를 확보하거나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다.
이와 같은 종류의 언어는 대체로 피차 합의에 도달하기 쉬운 문제를 화제로 선택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언어는 서먹서먹한 관계를 개선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인가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합의나 승낙을 얻어내기 위한 교섭에서, 이처럼 의견의 일치를 보기 쉬운 화제로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본론에 접근하면, 단도직입으로 난제를 꺼내는 것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48. (가), (나)를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 진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언어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② 대화는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다.
③ 합리적인 사고는 곧 합리적인 언어 표현으로 나타난다.
④ 말은 글과 달리 사회적 관습을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다.
⑤ 언어의 의미는 언어 형식보다 발화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

49. (가)와 (나)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효율적인 대화 요령’에 대해 강의를 하려고 한다. 강의안에 들어갈 항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근거가 없는 말은 하지 말라. 그러면 성공적인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②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대화를 시작하라. 그러면 대화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③ 어려운 문제일수록 급하게 말을 꺼내지 말라. 단계적으로 본론을 꺼내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④ 비유적이고 모호한 말보다는 간결하고 명확한 말을 사용하라. 상대방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⑤ 상대방으로 하여금 항상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도록 유도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쉽게 설득할 수 없다.

50. ㉠‘협력 원리’ : ㉡‘공손 원리’의 관계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자전 : 공전
② 협력자 : 구원자
③ 교차로 : 신호등
④ 일반법 : 특별법
⑤ 하수도 : 상수도

51.<보기>에서 ㉢의 예로 볼 수 있는 것은?

 <보 기> 
“오늘은 꼭 돈을 받고 말겠어.”
주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가게로 들어섰다.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안에 누구 없어요?”
주인은 가게를 둘러보며 큰 소리로 여자를 찾았다.
“아, 오셨군요. ⓒ식사는 하셨어요?
방 안에 있던 여자가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며 말을 건넸다.
“사글세가 여러 달 밀려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형편이 안 되네요. 우선 밀린 거 한 달치만 받아 가시면 안 될까요?”

① ⓐ
② ⓑ
③ ⓒ
④ ⓓ
⑤ ⓔ

[52~5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언젠가 행각하던 길에 날씨가 궂어 남도(南道)의 한 포교당에서 며칠을 묵고 있을 때였다. 그 절 주지 스님은 노령인데도 새벽 예불이 끝나면 자기 방에 돌아가 ‘원각경(圓覺經)’을 독송하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있었다. 그 때 들은 몇 구절은 아직도 나의 기억의 귓전에 쟁쟁하게 묻어 있다. “心淸淨故로 見魔가 淸淨하고 見淸淨故로 眼根이 淸淨하고 眼根淸淨故로 眼識이 淸淨하고….”(마음이 맑으므로 보이는 것마다 맑고, 보이는 것이 맑으므로 눈이 맑으며, 눈이 맑으므로 눈의 작용이 맑다는 뜻이다.)
노장님은 몇 십 년째 ‘원각경’을 독송한다고 했었다. 낭랑한 독경 소리를 객실에 앉아 들을 때 아무렇게나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는 독송의 일과에 이변이 생겼다. 갑자기 독경 소리가 멈추더니 “이놈, 이 버릇없는 이 고얀 놈 같으니….” 하는 노장님의 노기에 섞이어 “이놈의 노장, 눈을 떠!” 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객실에까지 크게 들려 왔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내가 급히 주지실로 가 보았더니, 그 전날 새로 온 젊은 객승이 주지 노장과 마주 앉아 서로 고함을 치고 있었다. 노장님은 화가 잔뜩 나 어쩔 바를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경전을 낯선 나그네는 한 손에 말아 쥔 채 웃음기마저 띠면서 노장의 이마를 톡톡 치고 있었던 것이다.
노장님은 오랜 세월 ⓐ그저 경을 읽고 있을 따름이지 그 경전의 내용대로 살 줄은 몰랐다. 마음의 맑음을 입으로는 줄줄 외우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마음을 맑힐 줄을 몰랐던 것이다. 젊은 선승(禪僧)은 ⓑ지묵(紙墨)의 경전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장을 풀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노장의 마음 속에 있는 노장 자신의 ⓒ경전을 읽히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장은 ⓓ지묵의 경전에만 팔려 경전으로 머리를 치던 그 뜻을 끝내 알아채지 못하고 화만 내었다. ⓔ책에 가려 자신의 눈을 뜨지 못한 것이다.
- 법정, 서 있는 사람들 -

(나)
강을 건너는 위험이 이와 같은데도 강물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일행은 모두들 요동의 벌판이 평평하고 드넓기 때문에 강물이 성난 듯 울어 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강을 잘 알지 못하고 한 말이다. 요동의 강이라고 해서 울어 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만 밤중에 건너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다. 낮에는 물을 볼 수 있으므로 눈이 오로지 위험한 광경(光景)을 보는 데에만 쏠려, 바야흐로 벌벌 떨면서 눈이 있는 것을 오히려 근심해야 할 판에 도대체 무슨 소리가 귀에 들릴 것인가.
그런데 지금 나는 밤중에 강을 건너기에 눈으로 위험한 광경을 보지 못하니 위험하다는 느낌이 오로지 청각(聽覺)으로만 쏠려, 귀로 듣는 것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근심을 견딜 수가 없다. 아, 나는 이제야 도(道)를 깨달았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사람은 귀와 눈이 그에게 장애(障碍)가 되지 않으나, 귀와 눈만을 믿는 사람은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할수록 더욱 병이 되는 것이다.
이제, 나의 마부(馬夫)가 말한테 밟혔으므로 뒤따라오는 수레에 그를 태우고는, 마침내 말 재갈을 풀어 주고 강물에 둥둥 뜬 채로, 두 무릎을 바싹 오그리고 발을 모두어 안장(鞍裝) 위에 앉았다. 한번 말에서 떨어지면 바로 강물이다. 강물을 땅으로 여기고, 강물을 나의 옷으로 여기며, 강물을 나의 몸으로 여기고, 강물을 나의 성정(性情)으로 여기리라. 이리하여 마음 속으로 한번 말에서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각오하자, 내 귓속에선 강물 소리가 마침내 그치고 말았다.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데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 마치 방 안의 안석(案席)과 자리가 있는 데에서 앉거나 누우며 지내는 것 같았다.
- 박지원,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

52.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 사물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② 낙천적인 삶의 태도를 긍정하고 있다.
③ 실천하지 않는 삶의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④ 자연물을 통해 계절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⑤ 체험한 사실을 토대로 깨달음을 이끌어 내고 있다.

53. (가)의 내용으로 보아 <보기>에 나타난 요소들의 관계를 잘못 설명한 것은?

 <보 기> 
필자 / 독자 / 객승 / 노장 / 작품 / 나

① 작품 속의 ‘나’는 필자 자신이야.
② ‘객승’과 ‘노장’은 갈등 관계에 있어.
③ ‘나’는 ‘객승’과 ‘노장’을 중재하고 있어.
④ ‘객승’은 필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지.
⑤ ‘노장’은 필자가 일깨우려는 독자로 볼 수 있어.

54. (나)의 내용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다. 글의 흐름으로 보아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Ⅰ. 편견 : 지형 때문에 강물이 울어 대지 않는다.
Ⅱ. 체험 : 1) 낮 -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시각(눈)에 의존
2) 밤 - 강물 소리가 무섭게 들린다. - 청각(귀)에 의존
Ⅲ. 깨달음 : 감각(귀와 눈)에 의존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Ⅳ-1. 태도 변화 : 큰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Ⅳ-2. 심정 변화 : 소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평정한 마음 상태를 유지했다.

① Ⅰ
② Ⅱ
③ Ⅲ
④ Ⅳ-1
⑤ Ⅳ-2

55.ⓐ~ⓔ 중에서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1점]

① ⓐ
② ⓑ
③ ⓒ
④ ⓓ
⑤ ⓔ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공생명론은 생명체의 행동을 보여 줄 수 있는 인공물의 개발을 겨냥하는 학문이다. 인공물이 ‘살아 있는 것 같은(lifelike)’ 행동을 보여 주려면 반드시 생명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인공생명론에서는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의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

(나)
인공생명론에서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개념은 활력론(vitalism)과 혼동되기 쉽다. 활력론은, 뼈와 살 따위의 물질이 생명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물질적인 성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생명관이다. 활력론에서는 생명의 성립에 필요한 비물질적인 성분을 ‘생명력(life-force)’이라고 부르며, 무생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 생물체는 비로소 생명을 갖는 것으로 생각한다. 생명력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활력론은, 다윈의 진화론을 계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유물론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고귀한 위치로부터 끌어내려 단순한 물질로 격하시킨 것에 대한 방어 수단의 하나로서 지난 2세기 동안 강력히 옹호되었다.

(다)
한편 생명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에서는 활력론을 거부하고, 생명이 궁극적으로 생화학에 의하여 완전히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생명체를 하나의 복잡한 생화학적 기계로 간주한다.

(라)
그러나 ⓑ인공생명론에서는 생명체를 ‘하나의 복잡한 기계’라기보다는 오히려 ‘비교적 단순한 기계의 복잡한 집단’으로 본다. 생명은 이러한 집단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하여 복잡한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핵산이나 아미노산 따위의 생체 분자는 살아 있지 않지만 그들의 집합체인 생물체는 살아 있다. 요컨대 생명은 수많은 무생물 분자가 집합된 조직에서 나타나는 창발적 행동(emergent behavior)이라 할 수 있다. 창발적 행동은 인공생명론의 핵심 개념이다. 인공생명론에서는 생명을, 생물체를 조직하는 물질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그 물질을 정확한 방식으로 조직했을 때 물질의 상호 작용으로부터 출현하는 특성으로 간주한다. 생체 분자들이 생명을 갖기 위해서 생명력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생체 분자들을 정확한 방식으로 결합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
인공생명론에서는 생명체의 행동을 구성 요소로 분석하는 방법 대신에 구성 요소를 모아서 행동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생명을 연구한다. 생물학은 생명을 다양한 계층 구조에 의하여 구성된 하나의 생화학적 기계로 보기 때문에, 상위 계층부터 하위 계층까지 더듬어 내려가는 ‘하향식(top-down) 방법’으로 물질을 분석하여 생명의 기제(機制)를 연구한다. 따라서 오로지 탄소 화합물의 생화학에 의존하는 생물학은, 모든 생명체가 본질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특성인 역동적인 형식을 설명할 수 없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공생명론은 생명을 구성 요소 간의 상호 작용에서 생겨나는 특성으로 보기 때문에, 상호 작용하는 간단한 구성 요소를 모아서 거대한 집합체를 만들어 내는 ‘상향식(bottom-up) 방법’으로 행동의 합성을 시도하여 생명의 역동적인 형식을 연구한다. ㉠아직까지는 아무도 규명해 내지 못한 생명의 역동적 과정을 인공생명론에서 설명하게 될 경우 생물학의 한계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6. (가)~(마)의 중심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인공생명론의 개념과 핵심 과제
② (나) : 인공생명론의 대두 과정
③ (다) : 생명체에 대한 생물학의 관점
④ (라) : 생명체에 대한 인공생명론의 관점
⑤ (마) : 인공생명론의 연구 방법과 학문적 의의

57. 윗글의 내용으로 보아 ‘활력론’의 관점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물질은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질 수 없다.
② 인간을 단순한 물질로 보아서는 안 된다.
③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의 위상을 격하시켰다.
④ 무생물도 생화학적 조합으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
⑤ 생명의 성립에는 비물질적 성분인 ‘생명력’이 필요하다.

58.<보기>를 이용하여 (라)의 내용을 설명한다고 할 때, 밑줄 친 ‘개개의 점’과 대응시킬 수 있는 것은?

 <보 기> 
신문의 인물 사진은 수많은 개개의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문지를 눈앞에 가까이 대어 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의 모양은 나타나지 않고 점들만 보이지만, 적당한 거리로 물러나서 점들의 집합체를 전체적으로 보면 얼굴의 윤곽이 나타난다.

① 복잡한 기계
② 생명
③ 생체 분자
④ 생물체
⑤ 창발적 행동

59. ⓐ와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는 ‘하향식 방법’을, ⓑ는 ‘상향식 방법’을 쓴다.
② ⓑ보다는 ⓐ가 생명체의 본질을 잘 설명할 수 있다.
③ ⓑ는 생명의 역동적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의 한계를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④ ⓐ는 생명을 ‘하나의 복잡한 생화학적 기계’로 보지만, ⓑ는 ‘단순한 기계의 복잡한 집단’으로 본다.
⑤ ⓐ는 행동을 구성 요소로 분석하지만, ⓑ는 구성 요소를 모아서 행동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생명을 연구한다.

60. ㉠에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고진감래(苦盡甘來)
② 유일무이(唯一無二)
③ 진퇴유곡(進退維谷)
④ 절차탁마(切磋琢磨)
⑤ 전인미답(前人未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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