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국어

1995-11 고3 수능 국어

고인도르 2023. 2. 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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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시행 : 1995.11.22(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1995-11 고3 수능 1국어[문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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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 고3 수능 1국어[듣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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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 고3 수능 1국어[정답].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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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 고3 수능 1국어[해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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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이 두 사람의 말에서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화자들의 말하기 특징을 지적한 것은?

① 남학생은 구어체로 말하지만, 여학생은 문어체를 구사한다.
② 남학생은 논리적인 면이 강하지만, 여학생은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③ 남학생은 우리의 문화적 관습을 중시하여 말하고, 여학생은 개성을 부각하여 말한다.
④ 남학생은 대표로서의 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여학생은 대표로서의 능력이 확인된다.
⑤ 남학생은 청중의 반응을 고려하여 말하는데 비하여, 여학생은 청중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말한다.

2. (물음) 이 시인이 독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가장 중심된 생각은?

① 나의 시에는 부끄러운 고백이 많다.
② 시는 슬퍼할 줄 아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③ 이제 더 이상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④ 우리는 언젠가는 지금의 슬픔을 극복할 것이다.
⑤ 독자가 알아 주지 아니하는 시는 무의미한 시이다.

3. (물음) 이 대화에서 남자가 범하고 있는 논리상의 오류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근거는 대지 않고 주장만 반복한다.
② 지나치게 감정을 호소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③ 상대방의 잘못을 말함으로써 논점을 벗어난다.
④ 일부의 경우를 가지고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있다.
⑤ 남녀가 평등하다는 점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4. (물음) 이 강연의 내용에서 느낄 수 있는 특성을 정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계몽적(啓蒙的)
② 비유적(比喩的)
③ 회고적(回顧的)
④ 분석적(分析的)
⑤ 비판적(批判的)

5. (물음) 두 학자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0.8점]

① 서원은 선비 정신을 길러 내는 교육의 장이었다.
② 향교와 성균관은 서원 창설의 정신을 인정하였다.
③ 서원의 증가로 선비의 정치적 힘이 강해지게 되었다.
④ 선비 정신은 과거 제도로 인해 훼손되었다.
⑤ 퇴계는 정치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6. (물음) 두 학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선비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입신 양명(立身揚名)의 가치관
② 실용주의적(實用主義的) 지향
③ 학리 궁구(學理窮究)의 자세
④ 정경 분리(政經分離)의 원칙
⑤ 공리주의(功利主義) 정신

이제 듣기 문제는 다 끝났습니다. 7번 문제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다음 중, 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의 결속(結束)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0.8점]

① 우리 나라의 네 계절은 모두 아름답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새가 지저귄다. 또한 겨울에는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다.
② 인류 문명 발달사에서 전쟁은 양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 지역의 문명을 송두리째 파괴하기도 하지만, 그 지역의 문명을 다른 곳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③ 냉장고는 음식을 차게 보관하는 생활 필수품이다. 그런데 냉장고의 기능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냉장고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면 상해 버리니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④ 과일은 대체로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사과가 그렇고 감도 그렇다. 파인애플도 전체적으로 보아 둥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는 바나나는 둥글다고 할 수 없다.
⑤ 나는 학창 시절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초등 학교 때의 선생님은 무척 자상하셨고, 중학교 때에는 엄격하지만 너그러운 분이셨다. 또한 고등학교 때에는 좋은 친구를 만나 뜻있게 보냈다.

8. <보기>의 내용을 서두로 하여, ‘만화’를 소재로 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바로 이어서 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초등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화를 보는 시간은, 중학교에서 시작하여 고등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보다 길다고 한다.

① 아이들의 관심 방향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② 아이들이 만화를 보는 시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③ 아이들에게 좋은 내용의 만화를 보여 주어야 한다.
④ 아이들이 만화의 폭력성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⑤ 아이들에게 만화를 올바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9. <보기>는 어느 회사 제품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을 설명하는 글을 쓰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보기>에 나타난 각 요인들이 인과적인 순화 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서술한 것은?

 <보 기> 
첨단 기술 개발 실패
연구 개발 의욕 저하
해외의 첨단 기술 의존 심화
기술 개발 투자비 감소

① 첨단 기술을 기초 과학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러니 회사는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 개발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초 과학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② 회사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만 만족하고 해외의 첨단 기술 정보 수집을 등한시하였다. 그러니 독자적인 첨단 기술을 갖출 수가 없어서 제품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③ 연구 개발 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기술 개발 투자비가 미미한 탓이다. 회사는 연구원에서 기술을 도입하여 첨단 기술 개발에 실패한다.
④ 첨단 기술 개발 실패는 연구원들의 연구 의욕을 저하시킨다. 이 때문에 회사는 기술 개발 투자비를 삭감하고 그 대신 해외에서 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
⑤ 기술 개발 투자비가 감소한 것은 해외의 첨단 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탓이다. 그러므로 연구 개발 의욕이 떨어지고 첨단 기술 개발에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또 다시 해외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

10.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 <보기>의 의도를 잘 반영하여 표현한 것은?

 <보 기> 
가. 개나리꽃이 핀 모습을 인간 현상에 비추어 표현한다.
나. 유추와 비유의 효과를 살린다.
다. 가치의 요소를 여운있게 드러낸다.

① 춤으로 치면 독무(獨舞)가 아니라 군무(群舞)이며, 운동으로 치면 화려함이 돋보이는 개인 경기가 아니라 일사불란한 짜임으로 이루어진 단체 경기이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전체를 빛낸다.
② 춤으로 치면 독무(獨舞)가 아니라 군무(群舞)이며, 운동으로 치면 화려함이 돋보이는 개인 경기가 아니라 일사불란한 짜임으로 이루어진 단체 경기이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전체를 빛낸다.
③ 매연에 찌든 도시에서도 조그마한 언덕배기라도 있으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모습이 대견하다. 공해를 이기는 강한 생명력은 나약(懦弱)한 현대인에게는 좋은 교훈이 된다.
④ 겨울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장 화려한 빛으로 피어서 인간에게 마침내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가까이서 알려 준다. 새 계절을 알리면서도 금세 지고 말아 늘 아쉽다.
⑤ 송이송이 뜯어 보면 꾸밈이 없고 단촐하여 달리 두드러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어렵고, 그 빛깔도 혼자로는 요란하지 않지만, 무리지어 피면 백합이나 장미보다 눈부시다. 소박미의 극치라고나 할까?

11. <보기>의 글을 가장 잘 요약한 것은?

 <보 기> 
초기 인류의 화석을 보면, 원시인의 골격은 오늘날의 인간들과는 동떨어지고 오히려 유인원에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극히 미미하지만 분명히 다른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미미한 특징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된다. 그것은 두 다리로 서서 걷기에 알맞은 신체 구조, 즉 직립 보행이 가능한 신체 구조였다.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은, 곧 두 팔을 보행히라는 동작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의미였고, 이렇게 자유로워진 두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또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되어서 인류 문명 발달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놓았다.

① 원시인의 골격을 살펴보면, 두 팔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갖고 있어 유인원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② 초기 원시인의 화석에 나타난 인간의 골격은 유인원에 가깝지만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③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로 말미암아 두 팔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서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④ 인류의 문명을 발달시킨 요인은 인간의 골격이 유인원과 달리 두 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차이를 낳게 되고, 이것은 인류 문명을 발달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12. <보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동(自動)’이라는 말을 정의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속성끼리 묶인 것은?

 <보 기> 
‘자동(自動)’이라는 말을 ‘저절로 움직임’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다. 예컨대, 태양이 동쪽에서 떳다가 서쪽으로 지는 것을 보고 태양이 ‘자동’으로 떴다 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는 강물이 ‘자동적’으로 흐른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자동’이라는 말은 자동 카메라 처럼 인간이 해야 하는 여러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라는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① 동작성, 인위성, 편의성
② 동작성, 연속성, 가변성
③ 동작성, 인위성, 연속성
④ 편의성, 연속성, 가변성
⑤ 편의성, 인위성, 가변성

[13~1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는 흔히 어떤 현상이나 사람들의 행위가 정상적이지 못하거나 기대한 바와 다를 때, 혹은 잘못 되었을 때, “문제가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 때 문제라는 말 속에는 분명 그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이미지는 홀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준거를 필요로 한다. 말하자면, 무엇에 비추어 볼 때 부정적이고 무엇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인가를 판가름해 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문제라는 개념이 등장할 때에는 이미 그 문제 상황을 바꾸려 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내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문제 상황은 개인적일 수도 있고 사회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현상이 다 사회 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든지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되었다 하자. 이것도 분명 문제 상황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여기에 사회문제라는 개념을 적용시키지는 않는다. 또한, 홍수라든가 가뭄 등은 ㉡자연적 재해라고 하지 그 자체를 사회 문제라고 정의하지는 않는다. 흔히 우리는 신문에서 빈부 격차의 문제, 노동 문제, 실업 문제, 교육 문제, 가족 해체, 인구 문제, 청소년 비행, 교통 체증, 주택 문제, 부동산 투기 등의 내용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 때 이것들이 중대한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곧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위에 열거된 상황들이 자연 현상에 관계되거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회적 차원의 문제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위의 문제 상황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온 것들이 있는 반면, 최근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부각되고 인식되는 문제들도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복잡하게 됨에 따라 사회 문제로 포착되는 문제 상황들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문제라는 용어 속에 포괄되는 구체적인 상황들은 필연적으로 역사성을 띨 수밖에 없다.
한편, 사회 문제의 ㉣개념적 규정을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객관적 상황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문제 상황이 모두 사회 문제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현상이 사회 문제라고 정의되기 위해서는 “문제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하는 주관적 가치 판단이 덧붙여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동일한 상황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상이성과 상대성으로 말미암아 문제로 파악되는 방식과 영역은 달라지게 된다.

13. 윗글에서 설명하지 않은 것은?

① 사회 문제의 다양한 측면
② 사회 문제의 객관성과 주관성
③ 사회 문제와 문제 상황의 관계
④ 사회 문제의 발생 원인
⑤ 사회 문제의 역사성

14. 윗글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의 개념을 정리 할 때, 적절한 것은?

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문제 상황
② 지속성과 반복성을 지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
③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인식된 사회적 차원의 문제
④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여기는 객관적인 사회 상황
⑤ 정상적이지 못하고 기대한 바와 다른 현상이나 행위

15. 글쓴이의 견해와 부합하지 않는 것은? [1.2점]

① 노인 문제가 사회 문제의 하나로 부각된 것은 근대화가 일정한 수준에까지 진전된 시점부터이다. 따라서 노인 문제는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②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 가운데 하나는 권력형 비리와 부정 부패이다. 이러한 부정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한, 사회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또한 계속 유지될 것이다.
③ 많은 사람들은 각종 선거에서 나타나는 지역감정을 시급히 없어져야 할 ‘망국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④ 환경 오염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 그러나 예전의 환경 오염과 오늘날의 환경 오염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에, 비로소 그것이 사회 문제로 인식되었다.
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사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사회 문제라고 하는 것은 개개인의 가치 판단과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현상이다.

16. 윗글에서 글쓴이가 사회 문제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글을 전개한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회 문제에 관한 여러 가지 상반된 인식들을 대비시킨다.
② 사회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定義)를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분석한다.
③ 여러 가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어떤 준거에 의해 차례차례 밝힌다.
④ 사회 문제로 규정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살핀다.
⑤ 구체적인 사례들을 가급적 많이, 여러 각도에서 제시한다.

17. ㉠~㉤ 중 ‘적(的)’의 쓰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① ㉠ 사회적 현상(社會的 現象)
② ㉡ 자연적 재해(自然的 災害)
③ ㉢ 개인적 차원(個人的 次元)
④ ㉣ 개념적 규정(槪念的 規定)
⑤ ㉤ 주관적 판단(主觀的 判斷)

[18~2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자야곡(子夜曲)
이육사

수만 호 비치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나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라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느라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나)
삼수갑산(山水甲山)
김소월

삼수갑산(山水甲山)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가니 기험(奇險)타 아하 물도 많고 산(山) 첩첩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 오고 내 못가네
불귀(不歸)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가네 내 못
가네 오다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不歸)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 벗어난다 아하하

(다)
산(山)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속에서도
흙 한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봐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좋게 엎대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18. (가) ㉠~㉤ 중 <보기>의 ‘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보 기> 
(나)에서 ‘새’는 삼수갑산의 첩첩 산중에 있는 화자의 마음을 고향으로 실어 나른다고 볼 수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19. (가)의 흐름으로 보아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미지끼리 묶인 것은? [1.2점]

① 빛―꽃불―연기
② 빛―파이프―무덤
③ 고향―자랑―소금
④ 노랑나비―연기―그림자
⑤ 연기―발자취 소리―이끼

20. (다)의 ⓐ~ⓔ 중 산의 자애로운 덕성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21. (나), (다)에 나타나는 ‘산’의 공통적인 속성을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인간과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② 회상적 시간 속에 있는 다채로운 공간이다.
③ 고향 가는 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④ 의지를 가진 존재로 형상화된 것이다.
⑤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드러내는 소재이다.

[22~2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987년 2월 마지막 주에 과학자들은 오랜만에 육안으로 별의 장렬한 죽음을 목격했다.
큰 별은 수명을 다하는 순간, 대폭발을 하며 태양보다 몇억 배의 찬란한 빛을 내면서 타 버린다.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라는 강한 중력장을 만드는 실체를 남긴다는 것이 천체 물리학의 통설이다. 이렇게 폭발하는 순간,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별이 갑자기 밝아짐으로써 마치 새로운 큰 별이 나타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과학자들은 이런 별을 초신성(超新星)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선조들은 객성(客星), 즉 손님별이라 불렀다. 아마 불쑥 찾아온 손님을 연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 선조 37년(1604년) 10월 31일 조를 보면 객성을 발견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 있다. 즉 “초저녁에 객성이 미수 10도 거극(去極) 110도 자리에 있었는데 목성보다 작고 황적색 빛깔로 흔들리고 있었다. 이른 새벽녘에는 안개가 끼었다.”라고 하였으며, 그 뒤 약 1년 동안 관측된 이 객성의 모습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증보문헌비고』에는 『삼국사기』 이래의 객성 관측 기록을 모아 정리하면서, 객성이란 돌연히 출현한 괴이한 별들을 이른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항성(恒星)의 하나인 노인성(老人星)을 객성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점에 대하여 편찬자는 노인성이 우리 나라에서는 쉽게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그러나 일찍이 고려 시대에는 ㉠노인성을 수성(壽星)으로 보았으며, 따라서 이별이 나타나면 장수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고려사』에 의하면 의종 24년(1170년) 2월에 낭성(狼星)이 남극에 나타났는데, 이를 서해도 안찰사 박순가가 노인성으로 알고 역마를 달려 보고하게 했다. 의종은 이 노인성의 출현을 기꺼워하여 잔치를 거듭하다가 그해 9월 정중부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후 낭성을 노인성으로 잘못 보고한 박순가에게는 그 자손까지 금고에 처해지는 벌이 내려졌다.
이렇게 인간의 삶과 연관지어 파악되던 별들도 그 나름의 삶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별은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수소가 중력에 의하여 뭉쳐지면서 탄생한다. 별의 중심부는 그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받아 수축하면서 내부 온도가 높아진다. 태양의 경우도 중력에 의한 압력 때문에 중심부의 온도는 수천만 도가 되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핵융합 반응은 핵들이 서로 합쳐지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방출되며, 이 에너지는 태양이 붉게 타는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별이나 태양의 중심부에 있는 핵연료는 언젠가는 소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별은 짓누르는 중력의 압력을 감당하지 못하여 수축할 수밖에 없다. 수축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면 별의 중심부는 마치 억눌린 거대한 용수철처럼 그 위에 떨어지는 물질들을 튕겨내고, 그 때 생기는 거대한 충격파가 별을 폭파시켜 ㉢최후를 맞이한다.

2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객성은 갑자기 출현한다.
② 별이 폭발해도 그 실체는 남는다.
③ 별은 시간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④ 전통 사회에서는 별의 관측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⑤ 별에 부여하는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23. 윗글에서 ‘별이 탄생하는 과정’과 ‘객성이 되는 과정’을 설명한 내용으로 공통적인 것은?

① 충격파 발생
② 블랙홀 형성
③ 수소의 뭉쳐짐
④ 핵연료의 소진
⑤ 중력에 의한 수축

24. 윗글로 미루어 ㉠과 관련된 진술로 바른 것은? [0.8점]

① 노인성은 블랙홀로 인해 생겨난다.
② 노인성은 태양과 같은 원리로 밝게 빛난다.
③ 의종은 노인성의 출현으로 왕위에서 쫓겨났다.
④ 우리 선조들은 노인성을 상서롭지 못한 별로 생각했다.
⑤ 노인성에 대한 최초의 관측 기록이 『고려사』에 나타난다.

25. 밑줄 친 ㉡과 관계 없는 것은?

① 별의 크기를 변화시킨다.
② 압력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③ 수소 핵들이 있어야 한다.
④ 별의 온도가 높아야 한다.
⑤ 에너지를 방출하여 별이 빛나게 한다.

26. ㉢과 바꾸어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① 일생(一生)을 마감한다.
② 미궁(迷宮)에 빠진다.
③ 종언(綜焉)을 고한다.
④ 종지부(終止符)를 찍는다.
⑤ 대단원(大團圓)의 막을 내린다.

[27~3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언어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어원(語源)에 대한 관심에서 싹튼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김대문(金大問)의 어원 연구가 국어사 연구의 첫 업적이었다. ‘차차웅(次次雄)’, ‘이사금’, ‘마립간(麻立干)’ 등에 대한 그의 어원 해석이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인용되어 있음을 본다. 그 뒤에도 어원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전통적인 어원 연구는, ㉠몇몇 예외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개 어쭙지않은 한자(漢字)의 지식에 기댄 것이었다.

(나)
한자와의 밀착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 방법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어원 연구를 개척한 학자는 권덕규였다. 지난 1920 년대에 그가 논한 단어는 모두 합해야 여남은에 불과 하지만, 중세어(中世語)와 고대어(古代語)의 연구에서 ‘시내’를 ‘실’과 ‘내’의 복합어로 보고 『삼국유사』에 나타나는 인명 표기와 지명 표기의 예를 들어 ㉡‘실’이 골짜기를 뜻한 고대어 단어라고 한 것은 탁견(卓見)이었다. 그 뒤에 충청, 전라, 경상 지역의 속지명에 ‘밤실[栗谷]’, ‘돌실[石谷]’ 등이 ⓐ겅성드뭇하게 흩어져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실(谷)’의 존재가 확증되었다.

(다)
이렇게 새로이 시작된 어원 연구는 오늘날까지 계속되었지만, ㉢아직 확고한 터전을 닦았다고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어원 연구는 음운, 문법, 어휘, 의미 등 여러 분야의 역사적 연구 성과가 충분히 축적되었을 때에 비로소 믿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원 연구는 하나하나의 단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체계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느 한 단어의 내력을 밝히고 그 근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국어의 역사를 비추는 크고 작은 조명들이 그 단어에 초점을 맞출 때에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라)
한 예로 ‘하루’를 들어 본다. 중세어에서 이 단어는 휴지(休止) 또는 자음으로 시작된 조사 앞에서는 ‘’로,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 앞에서는 ‘리, ’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 ㉣학자들은 이보다 이른 시기에 이 명사가 단일형(單一形)을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추측하고, 그것을 재구(再構)한다. 여기서는 ‘’을 재구하게 된다. 이 재구는 다행히도 제주도 방언의 지지를 받는다. 제주도의 늙은이들은 지금도 ‘를’이란 단일형을 유지하고 있다.

(마)
탐색이 이에서 그친다면, 모처럼 ‘’을 재구한 것도 별로 큰 의미가 없다. 이 ‘’을 토대로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을까? 먼저, 이 단어를 둘러싼 어휘 체계에 눈을 돌리면, 중세어 문헌에서 ‘이틀, 사, 나, 다쐐, 여쐐, 닐웨, 여래, 아래, 열흘’ 등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수사(數詞)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틀’의 ‘잍’은 좀 특이하지만 ‘읻’에서 볼 수 있는 것이요, ‘사, 나’의 ‘사, 나’는 ‘서, 너’가 모음의 변화를 입은 것이요, ㉤나머지는 ‘다, 여슷, 닐굽, 여~여듧, 아홉, 열’과의 관련이 쉽게 인정된다. 그리고 ‘이틀, 사, 나, 열흘’ 등도 ‘’과 같이 ‘~을’을 가지고 있음을 본다.

27. 각 단락의 중심 화제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전통적 어원 연구의 역사
② (나) : 과학적 어원 연구의 개척
③ (다) : 어원 연구의 기초적 조건
④ (라) : 어원 연구의 구체적 사례
⑤ (마) : 어원 연구의 실제적 의의

28. (가)의 뒷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예로 적절한 것은?

① ‘개(犬)’는 ‘가이’에서 왔다.
② ‘우레’는 ‘우뢰(雨雷)’로 표기해야 한다.
③ 잘못 표기된 ‘이사’는 ‘의사(醫師)’로 바꾸어야 한다.
④ 방언의 ‘사이’는 ‘새(鳥)’로 교정해야 한다.
⑤ ‘밝은 달’은 ‘명월(明月)’로 표현하는 것이 품위 있다.

29. ㉠~㉤의 각 진술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① ㉠ : 전통적인 어원 연구에서도 과학적인 연구가 있었다.
② ㉡ : 권덕규는 자료를 바탕으로 고대어를 재구하였다.
③ ㉢ : 역사적 연구의 성과들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④ ㉣ : 국어의 명사들은 일반적으로 고대에 단일형이었다.
⑤ ㉤ : 어원적으로 보면 수사는 날짜 명사에서 유래되었다.

30. ⓐ의 문맥적 의미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개재(介在)
② 산재(散在)
③ 실재(實在)
④ 잠재(潛在)
⑤ 편재(偏在)

31. (라)에서 ‘하루’의 어원을 재구하는 과정과 가장 가까운 것은? [1.2점]

① 경호는 부둣가에서 상어의 배를 가르는 장면을 보았다. 상어의 배 속에는 고등어가 있었다. 그 고등어의 배 속에서는 새우가 나왔다.
⇒ 고등어가 새우를 잡아 먹은 다음, 상어에게 잡아 먹혔다.
② 순희는 연못에서 올챙이를 잡은 후, 어항 속에 넣었다. 며칠 후, 순희는 어항 속에서 개구리를 발견하였다.
⇒ 올챙이는 얼마간 자란 다음, 개구리로 변한다.
③ 영희는 자기 집 비둘기의 발목에 고리를 끼운 후, 바깥으로 날렸다. 며칠 후 발목에 고리가 있는 비둘기가 영희의 집으로 날아왔다.
⇒ 비둘기는 귀소 본능이 있는 새이다.
④ 철수는 며칠 전 개구리가 심하게 울더니 곧 비가 오는 것을 보았다. 오늘 밤에는 개구리가 시끄럽게 운다.
⇒ 곧 비가 올 것이다.
⑤ 민철은 자기의 개에게 야구공의 냄새를 맡게 한 후, 공을 방망이로 힘껏 쳐서 멀리 날려 보냈다. 잠시 후, 개는 그 공을 입에 물고 민철이에게 돌아왔다.
⇒ 개는 후각이 대단히 발달하였다.

[32~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 날의 첫 모험은 우리들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는 하나의 신비한 꿈이었다. 사실상 내가 수병으로 입대한 것도 그 신비로운 꿈을 실현시켜 보려는 하나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파도는 높고 하늘은 흐렸지만 그 속에 솟구막치면서 흐르는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영상은 푸르고 맑은 희망이었다.
나는 어떻게 누구의 손에 의해서 구원됐는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내가 의식이 회복되었을 땐 다만 한 쪽 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대개 병원에 입원했던 부상병이 퇴원할 즈음이 되면 곧잘 모여 낮은 자리에서 자기가 산 것을 기적같이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나 자신이 살아난 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그 날의 일은 모두가 과거요, 추억이지만 그 날 내가 본 신기한 꿈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그 때까지는 미래에 속하여 있었다. 내가 나의 생환을 기적이라고 생각지 않은 원인도 이런데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절망에 빠졌어도 꿈을 갖는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파도에 떠 흐르는 동안 내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이런 소중한 꿈을 갖고 있었던 까닭에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 같지가 않았다.
나의 부상은 경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부터 불구자가 되었다. 관절의 자유를 잃은 나는 한 쪽 다리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배를 타는 데 무슨 부자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배에 오르면 성한 사람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군복을 벗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배를 타지 못하였다.
수병의 자랑은 배에 올라 일하는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자신이 육지에 있어야 했고, 저는 다리로 걸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더할 수 없는 모욕이기도 했다.
바다의 아침이란, 우리가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장엄한 풍경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장엄한 풍경이라 해도 우리를 매혹시키지는 못했다.
주림과 피곤에 지친 우리들은 이러한 풍경을 바라다 볼 기력도 없이 주저앉아 있기 마련이었다. 우리 세 동갑 중 가장 치밀하고 슬기있는 것이 상운이다. 치밀이라고 할까 또는 슬기라고나 할까 어떻든 그 날 아침 불안과 절망에 묻혀 있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은 상운이었다.
“됐어 됐어! 자 이것 봐……. 이것만 있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 않아…….”
그가 중얼거리며 선창에서 끌어당길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야! 살았다. 살았어…….”
순복이가 이런 소리를 칠 때야 겨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물이다…….
그물……. 내 마음 속에서도 그들모양 생기가 꿈틀거렸다.
매듭과 매듭으로 그물이 짜여 있듯이 새로운 불안이 우리들의 가슴을 얽어 매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물을 친다는 것은 겨우 투망질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큰 그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나의 물음에 상운이도 대답을 잃은 채 그물만 들고 뒤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기적을 바라듯 멍청히 하늘을 쳐다 보았다. 하늘도 제 빛을 차지하여 파란 바탕으로 우리들의 머리 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 때 나는 확실히 어떤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이 아니라 어제 일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었다. 머리 위에 빙빙 돌며 우리들의 길 안내를 해 주던 갈매기는 어디로 갔을 까? 나는 가장 중요한 일이 갈매기의 방향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들이 길을 잃은 것은 갈매기의 그림자를 잃은 때부터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갈매기의 울음소리는 비어 있는 하늘 아래 아무데서도 들려 오질 않았다. 나는 모든 희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의 기적을 바라는 자신의 어리석은 것 같아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상운이와 순복이가 큰 그물을 칼로 자르고 있는 것을 보았던 까닭이다.
“어떻게 하지?”
놀란 나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무엇을……?”
나는 대답에 궁했다. 상운과 순복은 번갈아 나의 표정을 쳐다보며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표정에 가벼운 노기가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배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선주에게 빌린 배다. 그물도 역시 그러했다. 그물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운과 순복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처럼 우리 식구들의 생명이 그물코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본 적은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햇살이 퍼진 탓에 누긋한 바람이 목덜미를 씻고 지나갔다. 눈 앞에 두 번 세 번 떠오르는 아버지의 얼굴을 잊으려고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물이 중하지…….”
뱃머리를 두드리는 파도 소리보다도 그 목소리는 고요 속에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물도 중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한다는 것은 더 절박한 일이야”
나는 이 말에 이상한 감동을 느꼈다.

<정한숙, IYEU도>

32. 윗글의 내용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삶의 지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실 상황에서는 고난과 환희가 늘 교차하게 마련이다.
②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극적 상황에 항시 대비하여야 한다.
③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의지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④ 고난의 체험은 훗날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된다.
⑤ 자신에게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 준다.

33. 윗글의 서술상 특징과 효과를 정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회상을 통해 과거의 두 체험을 관련지어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② 한 인물이 사건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여 사건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잘 드러냈다.
③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상징적 사물을 통해 그림으로서 전달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④ 사건을 체험한 사람이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해 작품 내용을 보다 신빙성 있게 하였다.
⑤ 서술자가 인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독자가 직접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다.

34. 윗글의 ‘세 동갑’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은?

① 고립무원(孤立無援)
② 일진일퇴(一進一退)
③ 오리무중(五里霧中)
④ 암중모색(暗中摸索)
⑤ 점입가경(漸入佳境)

35.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에
② 동료의 성숙한 상황 판단 때문에
③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④ 투망질을 했던 추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⑤ 그물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36. 주인공 ‘나’의 성격을 바르게 이해한 것은? [0.8점]

① 위험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나 소심한 편이다.
② 환상적인 꿈을 쫓고 미래를 낙천적으로 생각한다.
③ 개인적 신념이 투철하며 냉정하게 현실에 대처해 나간다.
④ 현실 파악은 다소 느리지만 저돌적으로 자기 목표를 실현한다.
⑤ 매사를 치밀하게 파악하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37~4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고대의 조각품을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감상의 고전적인 척도가 필요하다. 동서양의 고대 조각품들은 대부분 그 당시 사람들의 종교적 이상을 실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조각품을 바람직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그 조작이 상징하는 그 무엇에 대한 숭배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럴 때 그것은 단순히 돌로 만들어진 물질의 의미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 된다. 우리가 고대의 조각품을 볼 때, 미적 정서가 직감적으로 촉발(觸發)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적 정서를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 것은 훨씬 후대에 와서야 가능해진 것이다. 한마디로 고대의 조각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성함’, ‘거룩함’등과 같은 초월적인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19세기 초 지중해 연안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미로의 비너스’상이 좋은 사례가 된다. 발견 당시 이것은 굴 안의 북쪽 벽 앞에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제단으로 보이는 큰 돌 주위에 토기(土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로 미루어 그리스 시대의 인체 조각상은 동양의 불상처럼 신정에 모셔졌으며, 당시 사람들의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의 조각품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그리스의 조각품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조각상에 나타난 그들의 ㉡인체 탐구 정신은 지극히 사실적(事實的)이면서도 이상화(理想化)된 것이었다. 이런 정신은 서구 미술의 근본 정신이 되었다. 동양에서는 자연물이 표현의 주된 대상이었던 데 반하여, 서구에서는 자연물보다는 주로 인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서구인들은 그 많은 소재 중에서 하필이면 인간만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을까? 그것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그들의 독특한 사상에서 비롯된다. 즉, 인간의 몸에는 다른 어떤 피조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황금비례가 있는데, 이 비례가 만물을 재는 기준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인체를 탐구하는 것은 그 속에 신이 인간을 창조한 모든 비밀이 숨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서구의 미술가들이 누드를 평생의 소재로 삼게 한 불후(不朽)의 사상인 것이다.
한편, 동양의 화가들은 유구한 세월 동안 산ㆍ물ㆍ나무ㆍ동물ㆍ곤충ㆍ꽃 등과 같은 자연의 물상을 단골 소재로 삼았다. 동양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사생(寫生)이라고 일컬어 왔다. 사생은 산수나 화조(花鳥)처럼 자연을 그리는 일을 말한다. 이것은 자연물을 있는 그대로 모방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그들이 그리고자 하는 목적은 단순히 자연물을 있는 그대로 모방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그들이 그리고자 하는 목적은 단순히 자연물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대상이 어떻게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는가를 탐구하고 또 이러한 자연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탐구했던 것이다.
동양 미술이 자연의 탐구를 통하여 인간의 본성을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이렇듯 서구와 동양의 미술은 얼핏 보아 서로 대립적인 것 같지만, 궁극적인 정신의 지향점은 일치한다. ㉢자연은 인간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자연이 곧 인간이고 인간이 또한 자연이기 때문이다.

37.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동양의 화가들은 자연물의 움직임을 재현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었다.
② 고대의 조각품은 미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③ 동서양의 미술은 표현 방법과 표현 대상이 동일하다.
④ 서구의 미술가들은 인체 탐구를 통하여 신이 인체 탐구를 통하여 신이 인간을 창조한 비밀을 찾으려 했다.
⑤ 서구의 미술가들은 인간의 욕망을 승화시키기 위해 누구를 평생의 소재로 삼았다.

38.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① 서구 미술은 동양 미술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② 미술은 인체를 탐구하려는 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③ 동서양의 고대 미술은 모두 종교적 속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④ 고대 미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문화특성을 아야 한다.
⑤ 동서양의 미술은 모두 표현 대상에 숨겨져 있는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39. ㉠의 문맥적 의미를 바탕으로 대상을 바라 본 것은? [1.2점]

① 이 초상화는 생전의 근엄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② 신라인의 얼을 생각하며 석굴암 본존불을 보니, 그 자비로움이 나를 숙연케 해.
③ 이 그림 속의 물방울은 마치 아침 이슬이 햇살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빛나는 것 같아.
④ 경북궁 경회루의 우아한 곡선미는 우리 조상의 예술적 감각이 대단히 뛰어났음을 알 수 있게 해.
⑤ 미로의 비너스는 두 팔이 잘려 나갔지만, 그리스인의 세련되고 섬세한 솜씨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40. 다음 중 ㉡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41. ㉢의 의미를 드러내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순례자를 위하여 미리 준비해 놓은 듯한 석간수는 얼마나 달고 시원한지 연거푸 몇 표주박을 들이키니, 상쾌한 기운이 더위를 씻어 준다.
② 봄철이라면 벚꽃이 대단하다. 그것도 겹벚 꽃이다. 벚꽃이 제아무리 맵시를 자랑해도 개심사 종루(鐘樓) 한 쪽에 서 있는 늠름한 늙은 매화의 기품을 벚꽃은 가히 넘보지 못한다.
③ 빛의 약동! 색의 환히! 만개한 복숭아 꽃, 오얏꽃, 그 새로이 파릇파릇 움트는 에메랄드의 싹들! 섬세하고 윤택하게 자라나는 아름다운 꽃잎들. 회화(繪畵)는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④ 벌거벗은 나무 끝을 사정없이 흔들어대며 지나가는 매서운 겨울 바람과 눈 덮인 벌판을 차갑게 비쳐 주는 겨울 달빛 사이로 기러기와 청둥오리가 하늘을 비껴 줄지어 날아 가면 겨울은 깊어 같다.
⑤ 신록의 노래가 금시에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파지 아니할 수 없으며, 그의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42~4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육경(六經)의 글은 모두 요ㆍ순 이래 성현의 말씀을 기록한 것으로서 조리가 매우 정밀하고 자세하며, 뜻이 깊고도 멀다. 정밀한 것으로 말하자면 털끝만큼도 어지럽힐 수 없고, 자세한 것으로 말하자면 미세한 것도 빠뜨린 것이 없다. 깊이를 헤아리고자 하나 그 밑바닥을 찾을 수 없고, 멀리 추구하고자 해도 끝간데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진ㆍ한 시대로부터 수ㆍ당 시대에 이르기까지 갈래를 나누어 쪼개며 잘라내고 찢어발겨 마침내 대체(大體)를 훼절한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이단에 빠진 자는 근사한 것을 끌어다가 간사한 말을 꾸며대고, 옛 전적(典籍)만을 굳게 지키는 자는 고집스럽고 편벽되어 평탄한 길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어찌 부지런하고 간절하게 육경을 지어 말씀을 남긴 성현들이 천하 후세에 기대한 뜻이겠는가.
『중용』에 이르기를 “먼 곳을 가려거든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하였으니, 이른바 깊은 곳은 얕은 데서부터 들어가고, 자세한 부분 역시 간략한 데서부터 미루어가며, 정밀한 경지 또한 거친 데서부터 차츰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육경을 탐구하는 자들은 대부분 얕고 가까운 것을 뛰어 넘어서 깊고 먼 데로만 치달리며, 거칠고 간략한 것은 소홀히 하고서 정밀하고 자세한 것만을 엿보고 있으니, 어둡거나 어지럽고 빠져 헤어나지 못하거나 넘어지고 말아 끝내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저들은 비단 깊고 멀고 정밀하고 자세한 것을 잃을 뿐만 아니라, 얕고 가까우며 거칠고 간략한 것마저 모두 잃게 될 것이니, 슬프다. 얼마나 미혹된 일인가. 무릇 가까운 것은 미치기 쉽고 얕은 것은 헤아리기 쉬우며 간략한 것은 알기 쉽고 거친 것은 터득하기 쉽다. 그 도달한 바를 딛고 한 발 멀리 가고 또 한발 멀리 간다면 먼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며, 그 헤아린 바를 연유하여 차츰 깊게 들어가다 보면 마침내 깊은 끝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저 귀먹은 이는 천둥과 벼락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눈먼 이는 해와 달의 빛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 자신의 신체적 장애로 인한 것일 뿐, 천둥과 벼락, 또는 해와 달은 의연히 ㉠그대로인 것이다. 천둥과 벼락은 천지에 굴러 다녀 소리가 진동하고 해와 달은 고금에 비추어 빛이 찬연하니, 일찍이 귀먹은 이가 듣지 못하고 눈먼 이가 보지 못했다하여 그 소리나 빛이 혹여 작아지거나 흐려진 적이 없다. 그러므로 송나라 때 정자(程子)와 주자(朱子)가 나와서 마침내 해와 달 같은 거울을 닦아 내고 천둥과 벼락같은 북을 울리어 소리가 멀리 미치고 빛이 넓게 퍼지게 되자 육경의 뜻이 다시 세상에 환히 밝혀졌으니, 이제 지난날의 편벽된 것들이 사람의 사려를 막을 수 없으며, 근사한 것들이 명분을 빌 수 없게 되어 간사한 선동과 유혹이 마침내 끊어지고 평탄한 표준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경전에 실린 말은 그 근본은 비록 하나지만 그 가닥은 천 갈래 만 갈래이니, 이것이 이른바 ㉡“한 가지 이치인데도 백가지 생각이 나오고 귀결은 같을지라도 이르는 길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깊은 조예를 가졌다 해도 그 뜻을 완전히 알아서 세밀한 것까지 잃지 않기는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여러 사람의 장점을 널리 모으고 보잘 것 없는 성과도 버리지 않는 다음에야 거칠고 간략한 것이 유실되지 않고 얕고 가까운 것이 누락되지 아니하여 깊고 멀고 정밀하고 자세한 체제가 비로소 완전하게 갖추어지는 것이다.

<박세당, 사변록>

4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육경 연구는 훼손된 경전의 원형을 복구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② 육경이 난해한 까닭은 일상의 구체적 현실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③ 육경의 사상과 가치는 특정 시대와 상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④ 육경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는 동등한 비중을 지닌다.
⑤ 육경의 해석에는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43. 윗글에서 추론할 수 있는 글쓴이의 태도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간의 능동적인 실천 강조
② 끊임없는 진리 탐구의 자세 견지
③ 일상에 토대를 둔 실용적 학문 추구
④ 주자의 연구성과에 대한 비판적 수용
⑤ 감각 기관 장애로 인한 오류의 극복 중시

44. (가)에서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과 거리가 가장 먼 것은?

① 학문에 몰두하는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고자 힘쓰고, 이익에 몰두하는 사람은 재화를 얻고자 힘쓰며, 권력에 몰두하는 사람은 비천하게 되고, 악행에 몰두하는 사람은 패망으로 끝난다.
② 학문을 하는 데는 본분에 따라 가깝고 평범한 공부에서 시작하여 그 연구와 체험을 오랫동안 쌓은 뒤에야, 원대하고도 끝없는 경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③ 오직 배운 연후에 도리를 알게 되고, 도리를 알아야 사물의 본말을 알 수 있으므로, 학문을 하고서 벼슬을 해야 선후와 본말의 순서를 잃지 않을 것이다.
④ 말단에 집착하여 근본을 잃기 때문에 도가 밝혀지지 못하는 것이며, 먼저 할 바를 뒤로 미루고 나중에 할 바를 먼저 하기 때문에 도가 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⑤ 농사에 힘써 우러러 어버이를 섬기고 굽어 자녀를 길러서 집집마다 넉넉해지고 마을마다 풍족하여 나라의 근본이 견고해지면,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45. ㉠의 문맥적 의미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동학 농민군은 관군 300명을 장성의 황룡강 전투에서 대파한 후, 그대로 북진하여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전주성에 입성하였다.
② 대체로 역사가는 불만을 품은 한 농부를 무시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한 지역의 불만 세력으로 성장했을 경우, 그대로는 지나칠 수 없게 된다.
③ 인류가 꿈꾸어 온 유토피아가 당장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여, 이상 사회에 대한 우리의 동경마저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④ 현실이 우리를 배신하는 것 같을지라도, 자유와 평등과 박애로 충만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유구한 역사의 물줄기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우리는 실망하지 않는다.
⑤ 조선은 제국주의 열강의 시장 쟁탈이 격화되는 가운데 모든 주체적 대응에 실패한 나머지,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하는 순간 그대로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46. (나)의 문맥 속에서 ㉡의 의미를 바르게 설명한 것은? [1.2점]

① 경전의 내용이 추상적인 데서 초래되는 불변성에 주목한 것이다.
② 경전에 쓰인 개념의 모호함과 다의성에 대해 비유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③ 경전 연구에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수용해야할 당위성을 지적한 것이다.
④ 경전에 대한 연구자들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배제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⑤ 경전의 사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해석하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을 예시한 것이다.

[47~5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남산골 샌님들은 그다지 출입하는 일이 없다. 사람이 있든지 없든지 방 하나를 따로 차지하고 들어 앉아서, 폐포파립(敝袍破笠)이나마 의관을 정제하고, 대개는 꿇어앉아서, 사서오경을 비롯한 수많은 유교 전적(典籍)을 얼음에 박 밀듯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내리 외는 것이 날마다 그의 과업이다. 이런 친구들은 집안 살림살이와는 아랑곳없다. 가다가 굴뚝에 연기를 내는 것도 안으로서 부인이 전당을 잡히든지 빚을 내든지. 이웃에서 꾸어 오든지 하여 겨우 연명이나 하는 것이다. 그러노라니 쇠털같이 허구헌 날 그 실내의 고심이야 형용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샌님의 생각으로는 청렴개결(淸廉介潔)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로서, 재물을 알아서는 안 된다. 어지 감히 이해를 따지고 가릴 것이냐?
겨울이 오니 땔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지 설상(雪上) 삼척 냉돌에다 변변치도 못한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으니, 사뭇 뼈가 저려 올라오고 다리 팔 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 몸이 곧아오는 판에,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꽁꽁 안간힘을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하고 벼르더라는 이야기가 전하여 오지마는, 이것이 옛날 남산골 ‘딸깍발이’의 성격을 단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다. 사실로는 졌지마는 마음으로는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지조(志操), 이 몇 가지가 그들의 생활 신조였다.

<이희승, 딸깍발이>

(나)
생원 : 쉬이. (가락과 춤 멈춘다) 이놈, 말뚝아.
말뚝이 : 예예, 아! 이 양반이 허리 꺾어 절반인지, 개다리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말뚝이 꼴뚝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에 밀뚝아, 잣대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 엿장수 오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생원 :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이리 돌아다니느냐?
말뚝이 :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예에, 이마만큼 터를 잡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새처를 잡아 놨습니다.
생원 : 이놈 뭐야!
말뚝이 : 아, 그 ㉢양반 어찌 듣소.
<중 략>
생원 :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 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시조(時調) 한 수씩 불러 보세.
서방 : 형님,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양반들 : (시조를 읊는다) “……반남아 늙었으니 다시 젊지는 못하리라…….” 하하 (㉤양반들, 말뚝이 모두 웃는다. 그 다음에 말뚝이가 자청하여 소리를 한다.)
말뚝이 :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에…….”
생원 : 다음은 글이나 한 수씩 지어 보세. 동생 한 귀 지어 보세.
서방 : 그럼 형님이 운(韻)자를 하나 내십시오.
생원 : 총자, 못잘세.
서방 : 아, 그 운자 벽자로군. (한참 낑낑거리다가) 형님, 한 마디 들어 보십시오. “짚세기 앞총은 헝겊총하니 나막신 뒤축에 거멀못이라.”
말뚝이 : 샌님, 저도 한 수 지을 터이니 운자로 하나 불러 주시오.

<봉산탈춤 대본>

47. ㉠~㉤ 중 그 쓰임이 <보기>의 밑줄 친 ‘양반’과 가장 가까운 것은?

 <보 기> 
“여보, 미안해 청이오마는, 나 저―기본관 옆에 앉은 기생 불러 권주가 한 마디 시켜주!”
“이 양반아! 그러면 말로 할 것이지, 남의 옆구리를 그렇게 찌른단 말이오?”

① ㉠
② ㉡
③ ㉢
④ ㉣
⑤ ㉤

48. (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앞 문단에서는 간접적인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② 뒷문단은 앞 문단의 예화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③ 부분적으로 대상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드러난다.
④ 전체적으로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⑤ 뒷문단은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대상의 한 면모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49. (나)를 읽고 감상하는 태도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철수 : 이 작품은 대화로 이루어졌으므로 극적 특성에 주목해서 읽어 보려고 해.
② 창호 : 나는 대본의 내용을 통해서 이 작품이 어떻게 연희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려고 해.
③ 연식 : 탈춤에서는 관객도 중요하다는데 공연장에 직접 가서 관객의 성향을 알아보려고 해.
④ 순이 : 나는 인물들의 성격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대사를 꼼꼼히 검토해 보고 싶어.
⑤ 영희 : 나는 양반들과 말뚝이의 대사를 분석해서 인물들의 관계를 밝혀 보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봐.

50. (가)의 ‘양반’이 (나)의 ‘양반들’의 행동을 비판한다면, 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호사한 사치를 탐하고 있다는 점
② 신분을 망각하여 체통을 잃고 있다는 점
③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잃고 있다는 점
④ 풍류가 지나쳐 미풍양속을 해치고 있다는 점
⑤ 아랫사람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

51. (나) ⓐ에서 말을 엮어 나가는 방식과 거리가 가장 먼 것은?

① 여보, 아주벰이고 도마뱀이고 세상이 다 귀찮아요. 언제 전곡을 갖다 맽겼었나. 아나 밥, 아나 돈, 아나 쌀.
② 얘야! 밤낮 주야로 오매불망, 올망졸망하고 기다리던 네 서방인지 남방인지 이몽룡씨 영락없이 비렁거지 신세되어 와버렸다.
③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 배여 잘잘 가는 것은 잡남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
④ 얘, 누가 찾아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꼴 하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거야. 친구라고 찾아온다는 것이 왜 모두 그 따위뿐이냐?
⑤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다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52~5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승상이 길동의 모를 불러 가까이 앉으라 하여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려 왈,
“내 너를 잊지 못함은 길동이 나간 후에 소식이 돈절하여 사생존망을 모르니 내 마음에 이같이 사념이 간절하거든 네 마음이야 더욱 측량하랴 길동이 녹녹한 인물이 아니라. 만일 살아있으면 너를 저버릴바 없으리라. 부디 몸을 가볍게 버리지 말고 안보하여 좋게 지내라. 내 황천에 돌아가도 눈을 감지 못하리로다.”
하시고 인하여 별세하시니, 부인이 기절하시고, 좌우 다 망극하여 곡성이 진동하더라. 길현이 슬픈 마음을 억제치 못하여 눈물이 비오듯하며, 부인을 붙들어 위로하여 진정하신 후에 초상등절(初喪等節)을 예로써 극진히 차릴새, 길동의 모는 더욱 망극 애통하니 그 정상이 잔잉(殘仍)하여 차마 보지 못하더라. 인하여 졸곡(卒哭) 후에 ㉠명산지지(名山之地)를 구하여 안장하려 하고 각처에 사람을 놓아 여러 지관을 데리고 산지를 사방으로 구하되 마땅한 곳이 없어 근심하더니, 이 때에 ⓐ길동이 서강에 다다라 배에서 내려 승상댁에 이르러 바로 승상 영위(靈位) 전에 들어가 복지통곡하더니, 상인이 자세히 보니 이 곧 길동이라. ⓑ대성통곡 후에 길동을 데리고 바로 내당에 들어가 부인께 고하니, 부인이 대경대희하여 길동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왈,
“네 어려서 집을 떠나 이제야 돌아오니 석사(昔事)를 생각하면 도리어 참괴한지라. 그러하나 네 그 사이 삼사 년은 종적을 아주 끊어 어디로 갔었더냐? 대감이 임종시 말씀이 이러이러 하시고 너를 잊지 못하고 돌아가시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오?”
하시고, 그 어미를 부르시니, ⓒ그 모 길동 온 줄 알고 급히 들어와 모자 서로 대하니 흐르는 눈물을 서로 금치 못하더라. 길동이 부인과 모친을 위로한 후 그 형장(兄丈)을 대하여 왈,
“소제 그간은 산중에 은거하여 지리를 잠심(潛心)하여 대감의 ㉡말년유택(末年幽宅)을 정한 곳이 있사옵더니, 알지 못하겠구나! 이미 소점(所占)이 있사옵니까?”
그 형이 이 말을 듣고 더욱 반겨 아직 정하지 못한 말을 설화(說話)하고, 제인이 모여 밤이 새도록 정희를 베풀고, 이튿날 길동이 그 형을 모시고 한 곳에 이르러 가리켜 왈,
“이 곳이 소제의 정한 땅이로소이다.”
길현이 사면을 살펴보니, 중중한 석각이 험악하고, ㉢누누(壘壘)한 고총(古塚)이 수 없는지라. 심내에 불합(不合)하여 왈,
“소제의 높은 소견은 알지 못하되 내 마음은 이곳에 모실 생각이 없으니 다른 땅을 점복하라.”
길동이 거짓 탄식 왈,
“이 땅이 비록 이러하오나 누대 장상지지(將相之地)어늘 형장의 소견이 불합하오니 개탄이로다!”
하고, 도끼를 들어 수 척을 파하니, 오색 기운이 일며 청학 한 쌍이 날아가는지라. 그 형이 이 거동을 보고 크게 뉘우쳐 길동의 손을 잡고 왈,
“우형의 소견 ㉣절언대지(絶言大地)를 잃었으니 어찌 애닯지 아니 하리오? 바라나니 다른 땅은 없느냐?”
길동이 가로되,
“이에서 한 곳이 있어도 길이 수천 리라 그것을 염려하나이다.”
길현이 왈,
“이제 수만 리라도 부모의 ㉤백골이 평안할 곳이 있으면 그 원근을 취사치 아니하리라.”
한대, ⓔ길동이 함께 집에 돌아와 그 말씀을 설화하니, 부인이 못내 애달와 하시더라. 날을 가리어 대감 영위를 모시고 도중(島中)으로 향할새, 길동이 부인께 여쭈오되,
“소자 돌아와 모자지정을 다 펴지 못하옵고, 또 대감 영위에 조석공양이 난처하오니 어미와 함께 이번 길에 함께하오면 좋을까 하나이다.”
부인이 허락하시거늘, 직일 발행하여 서강에 다다르니 제군이 대선 한 척을 대후하였는지라.

<홍길동전, 완판본>

5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길동은 생모를 모시고 섬으로 떠난다.
② 길동의 생모는 첩의 신분을 벗어나 있다.
③ 길동의 아버지는 길동을 그리워한다.
④ 길동은 부친이 별세한 후 집에 돌아온다.
⑤ 길동은 아버지의 영위를 모셔가기 위해 형을 속인다.

53. ㉠~㉤ 중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① ㉠명산지지(名山之地)
② ㉡말년유택(末年幽宅)
③ ㉢누누(壘壘)한 고총(古塚)
④ ㉣절언대지(絶言大地)
⑤ ㉤백골이 평안할 곳

54. ⓐ~ⓔ 중 (가)의 밑줄 친 부분이 암시하는 바가 실현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55. ⓐ~ⓔ 중 (가)의 밑줄 친 부분이 암시하는 바가 실현된 것은?

① 아바님 가노이다 어마님 됴히 겨오
나라히 부리시니 이 몸을 잇젓다
내년의 이 시절 오나도 기리지 마쇼셔
②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냐
이시라 더면 가랴마 제 구여
보내고 그리 정은 나도 몰라 노라
③ 뫼 길고 길고 믈은 멀고 멀고
어버이 그린 뜯은 만코 만코 하고 하고
어듸셔 외기러기 울고 울고 가니
④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희고
내  둘듸 업서 냇에 안이다.
져 물도 내 안 도다 우러 밤길 녜놋다.
⑤ 심산(深山)의 밤이 드니 북풍이 더욱 차다
옥루고처(玉樓高處)에도 이  부게오
긴 밤의 치우신가 북두(北斗) 비겨 바로라.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키케로가 이미 갈파했듯이, ㉠철학자의 책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리석음뿐이다. 확실히 철학자들은 상식을 거부하고 온갖 지혜를 추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철학적 비상(飛翔)은 희박한 공기의 상승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은 항상 진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철학은 언제나 근거를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보이는 것은 철학이 과학적 방법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질서와 자유, 삶과 죽음 등과 같은 어렵고 위험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탐구 분야든지 정확한 공식화가 가능한 지식을 산출하면 곧 과학이라고 일컫는다. 과학은 철학에서 시작하여 기술(技術)로 끝나고, 또한 과학은 가설의 ⓐ에서 발원(發源)하여 성취의 ⓑ바다로 흘러간다. 철학은 미지의 것 또는 부정확한 것에 대한 가설적 해석이다. ㉡철학이 진리 세계를 탐구하는 최전선이고 과학이 점령 지대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지식과 기술로 건설된 후방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어쩔 줄 몰라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철학은 승리의 열매를 과학에게 넘겨주고 나서, ㉢거룩한 불만을 간직한 채 아직도 탐구되지 않은 불확실한 지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좀더 전문적으로 말하기로 하자. 과학은 분석적 기술(記述)이고 철학은 종합적 해석이다. 과학은 전체를 부분으로, 모호한 것을 확실한 것으로 분해하려고 한다. 과학은 사물의 가치나 이상적 가능성을 탐구하지 않으며, 사물의 전체적인 궁극적 의미를 묻지 않는다. 과학은 사물의 현상과 작용을 밝히는 데 만족하고, 현존하는 사물의 성질과 과정에만 시야를 국한한다. 과학자는 천재의 창조적 진통뿐만 아니라 벼룩의 다리에도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철학자는 사실의 기술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철학자는 사실과 경험의 관계를 확정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려고 한다. 철학자는 사물을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호기심 많은 과학자가 우주라는 거대한 시계를 분해해 놓으면, 철학자는 그 시계를 이전보다 더 훌륭하게 조립하려고 애쓴다. 과정을 관찰하고 수단을 고안해 내는 지식이 과학이라면, 여러 가지 목적을 비판하고 조절하는 지혜가 철학이다. 사실이 목적과 관련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철학이 없는 과학, 지혜가 없는 지식은 우리들을 절망으로부터 구해내지 못한다. 과학은 인간에게 지식을 주지만, 철학은 인간에게 지혜를 제공한다.

56. 윗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과학’과 ‘철학’의 대비적 속성을 잘못 짝지은 것은?

① 과학 : 지식(知識) / 철학 : 지혜(智慧)
② 과학 : 분석(分析) / 철학 : 종합(綜合)
③ 과학 : 사실(事實) / 철학 : 가치(價値)
④ 과학 : 기술(記述) / 철학 : 해석(解釋)
⑤ 과학 : 현존(現存) / 철학 : 현상(現像)

57. ㉠과 같이 말할 수 있는 직접적 논거에 해당하는 것은?

① 철학자들의 삶은 무의미하다.
② 철학자들은 지혜와 상식을 혼동한다.
③ 철학자들은 지식과 기술을 추구한다.
④ 철학자들은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⑤ 철학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리석게 표현한다.

58. ㉡에서 유추할 수 있는 비유적 표현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철학이 전깃줄이고 과학이 그 전깃줄을 따라 흐르는 전류하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추는 전등불과 같다.
② 철학이 철로를 따라 운행하는 기관차이고 과학이 객차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객차의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여행객과 같다.
③ 철학이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배이고 과학이 그 배를 운항하는 항해사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그 배에 타고 있는 승객과 같다.
④ 철학이 자갈밭을 걸어가는 두 다리이고 과학이 앞 길을 살피는 두 눈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두 다리에 실려 가는 몸통과 같다.
⑤ 철학이 광맥을 찾아 나가는 탐사대이고 과학이 그 광물을 채굴하는 광부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그 광물을 실생활에 이용하는 소비자와 같다.

59. 밑줄 친 ㉢의 내포적 의미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현실에 대한 종교적 성찰
② 철학 자체에 대한 회의
③ 진리에 대한 본원적 갈증
④ 자기를 포기한 자조적 독백
⑤ 자아 탐구의 본능적 욕구

60. 윗글의 문맥상 ‘ⓐ샘 : ⓑ바다’의 관계가 가장 유사한 것은? [0.8점]

① 싹 : 열매
② 빛 : 그림자
③ 비 : 구름
④ 휘발유 : 자동차
⑤ 바위 :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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