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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시행 : 1997.11.19(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삽화, 사진, 표는 누락되어 있습니다. 원본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이 강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1.6점]
① 역사에 대한 애정
② 역사를 초월한 삶
③ 역사적 상상력의 필요성
④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해석
⑤ 역사에 대한 바른 판단과 전망
2. (물음) 이 내용으로 미루어 알 수 없는 것은?
① 언어는 사회 구성원간의 약속이다.
② 남북의 언어 차이는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③ 사물과 이름의 관계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④ 분단이 장기화되면 의사 소통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⑤ 학명(學名)이 남북의 언어 통일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다.
3. (물음) 원활한 토론을 위해, 이 상황에서 사회자가 남자 토론자에게 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2점]
① “발언 시간을 지켜 주십시오.”
②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③ “감정적인 발언을 자제해 주십시오.”
④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해 주십시오.”
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여 말씀하십시오.”
4. (물음)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은?
① 음악의 주된 기능은 스트레스 해소이다.
② 음악 감상법을 알아야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③ 우리의 전통 음악은 현대인의 취향에도 맞는다.
④ 음악에 대한 느낌은 음악적 경험에 따라 다르다.
⑤ 서양 음악과 한국 음악을 분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5~6] 두 사람의 대사를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이 대화에서 갈등의 원인은?
① 객관적 사실의 은폐
② 종교적 신념의 차이
③ 공동체 이념의 상실
④ 세대간의 의식 차이
⑤ 두 사람의 이해 관계
6. (물음) ‘촌장’이 ‘소년’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① 연장자의 권위를 앞세워 강요하고 있다.
② 소년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③ 소년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④ 공익을 내세우다가 동정심을 호소하고 있다.
⑤ 마을이 혼란에 빠졌던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이제 듣기 문제가 끝났습니다. 7번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어법에 맞고 자연스러운 문장은?
① 사회 복지란 모든 국민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안락하게 사는 상태를 말한다.
② 우리가 인체를 탐구하는 것은 그 속에 인간을 창조한 모든 비밀이 숨어 있다라고 생각한다.
③ 미술 작품은 그 표현 형식과 내용이 이해되어지는 경우에 비로소 감상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④ 모든 개인은 환경에 관한 정보에 대해 적절한 접근과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⑤ 저녁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들판에서 농부 내외가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경건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8. <보기>에서 연상의 과정이 비슷한 것끼리 묶은 것은?
<보 기>
㉠ 음악 → 한국 전통 음악 → 민속악 → 농악
㉡ 음악 → 현대 음악 → 영화 음악 → 상품화
㉢ 음악 → 음악의 역사 → 음악 감상법 → 비평가
㉣ 음악 → 낭만주의 음악 → 감정 중시 → 정서 함양
㉤ 음악 → 서양 중세 음악 → 교회 음악 → 성가
㉡ 음악 → 현대 음악 → 영화 음악 → 상품화
㉢ 음악 → 음악의 역사 → 음악 감상법 → 비평가
㉣ 음악 → 낭만주의 음악 → 감정 중시 → 정서 함양
㉤ 음악 → 서양 중세 음악 → 교회 음악 → 성가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9. “개발 제한 구역에 대한 규제 완화 방침은 철회되어야 한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을 <보기>에서 고르면?
<보 기>
㉠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 더 이상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 국토가 협소하므로 가용 면적을 넓혀야 한다.
㉣ 무분별한 개발은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 도시 근교 농업 지역의 소득 증대를 기여한다.
㉥ 부분적인 완화는 개발 요구을 연쇄적으로 확산시킨다.
㉡ 더 이상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 국토가 협소하므로 가용 면적을 넓혀야 한다.
㉣ 무분별한 개발은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 도시 근교 농업 지역의 소득 증대를 기여한다.
㉥ 부분적인 완화는 개발 요구을 연쇄적으로 확산시킨다.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10. 주제 문장과 뒷받침 문장이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것은? [2점]
① 소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경, 인물, 사건의 셋이다. 배경은 인물이 행동을 벌이는 시간, 공간, 분위기 등이며, 사건은 인물이 배경 속에서 벌이는 행동의 체계이다. 곧,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하였나 하는 것이 소설을 구성하는 뼈대라고 할 수 있다.
② 영화와 연극은 공통점이 많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크린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임에 비해, 연극은 시간예술이기는 하지만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두 예술은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흡사하다.
③ 뚝배기는 우리민족의 음식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는 그릇이다. 뚝배기는 금속이나 유리로 만든 서양의 그릇에 비해 모양은 투박하지만, 흙으로 두껍게 빚어져서 열을 오래 보존시켜 준다. 그래서 뜨거운 국을 유달리 즐겨 먹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식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④ 감이 익어 가는 모양은 한국인의 모습과 비슷하다. 요염한 꽃을 피우지도 않으며, 사람이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조용히 열매를 맺는다. 또 다른 과일들이 모두 선보인 다음에야 감은 익는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오래도록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모를 심거나 김을 맬 때, 여러 사람이 손발을 맞추기 위하여 노래를 했다. 또 벼를 벤다든지 타작을 할 때에도 노래를 부름으로써 일의 능률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으면 노래를 부르며 상여를 메고 나갔고, 노래 장단에 맞춰 무덤을 다졌다.
11. <보기>의 개요에 맞게 글감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글 감
㉠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
㉡ 무역외 수지 적자
㉢ 최근의 보신 관광, 도박 관광
㉣ 업무상 여행과 관광 여행
㉤ 목표와 계획이 뚜렷한 여행
개 요
주제 : 해외 여행의 문제점과 대책
1. 서론
2. 해외 여행의 문제점
가. 국가적 차원
나. 개인적 차원
3. 해외 여행의 개선 방안
가. 국가적 차원
나. 개인적 차원
4. 결론
① ㉠은 ‘1’에서 해외 여행의 실태를 언급하는 서두로 삼는다.
② ㉡은 ‘2-가’에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는 자료로 삼는다.
③ ㉢은 ‘2-나’에서 개인적인 낭비의 주된 사례로 제시한다.
④ ㉣은 ‘3-가’에서 여행의 유형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제시한다.
⑤ ㉤은 ‘3-나’에서 의미 있는 해외 여행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12. 다음은 퇴고의 한 사례이다. 고쳐 쓴 결과가 적절하지 못한 것은?
봄은 참으로 교묘하게 우리 곁에 다가와서곤 한다. 봄이 겨울 사이를 파고드는 것을 알아차리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봄에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필 때면, 봄은 이미 제2 악장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고향의 봄은 논물의 물결을 타고 왔다. 겨우내 썰매와 팽이가 돌던 논에는 어느새 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벌써 싸늘하기만 한 대 관령 바람에 파르르 떨던 잔물결은 분명 봄의 리듬이었다. 논 우렁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러면 우리는 맨발로 물 속에 들어가 그것을 주웠다. 아, 그 시리던 말, 봄은 그렇게 왔다.
[13~1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디자인(design)의 기본 개념은 기능과 모양새이다. 이 두 요소는 서로 상반된 목적을 지향하고 있어, 양자 사이의 조화를 찾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기능을 중시하다 보면 모양새가 마땅치 않고, 모양새에 치중하다 보면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비행기와 자동차를 예로 들어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디자인을 얻을 수 있는가 생각해 보자.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고 모양새를 창안해 냈다고 한다. 최초의 비행기는 새를 모방함으로써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비행기의 엔진이 점차 강력해짐에 따라 새의 날개가 지닌 양력(揚力)쯤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게 되었다. 초보 단계의 비행기 설계에서는 어떻게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가 하는 문제가 커다란 과제였지만, 더 발달된 비행기에서는 어떻게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 때 비행기는 오징어의 추진 원리를 응용했다. 오징어는 힘차게 물을 분사하여 얻어진 힘으로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데, 이것을 본떠서 비행기의 날개를 좀더 작게 만들어 뒤쪽에 다는 방식으로 디자인의 진보가 이루어졌다. 비행기를 만들때에는 하늘에 떠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충실해야 하므로, 모양새보다는 기능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비행기의 작은 날개조차도 철저하게 기능 위주로 설계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비행기의 모양새가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행기는 모양새를 무시하고 철저하게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얻었다. 유행에 현혹되지 않고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가장 단순하고 세련된 형태를 낳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는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의 모양새를 모방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운전자의 자리가 앞쪽에 있으며 앞 좌석에는 두 사람만 앉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이런 구조만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혹 이러한 생각 속에 자동차를 쌍두(雙頭) 마차의 일종으로 보는 선입견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디자인 연구가는 자동차의 디자인이 마차 시대의 관습과 유해에 얽매이고 말았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자동차의 전조등이 둘이라는 것, 운전석이 앞 좌석의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도 마차 시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좌우를 잘 보기 위해서라면, 자동차의 눈이 양 옆에도 붙어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현대의 조명 기술 정도면 전조등을 한 개의 평면광선으로 처리하고 운전자의 눈을 현혹시키지 않는 정도에서 노상(路上)의 필요한 곳만 비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자동차가 마차를 모방하는 경우에도 차라리 쌍두 마차 대신 사두(四頭) 마차를 모방했더라면, 운전자는 자동차 앞 부분의 좀더 높은 자리에 앉아 앞과 옆을 잘 보면서 핸들을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자동차가 사두 마차의 구조를 빌려온 예는 아직 보지 못했다.
탁월한 디자이너는 자연의 현상에 주목한다. 예컨대 비행기나 자동차 등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기계를 설계할 때에는 동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속도를 얻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비행기는 속도와 모양새를 성공적으로 얻었고, 자동차는 기존의 관념에 매달려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떤 디자인의 도식과 유행에 익숙해져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점차 거기에 우리 자신을 맞추어 가고 있다. 혹 이런 비유는 어떨까. 우리가 ㉡꽃을 보면서 그 꽃이 ‘조화(造花)’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유연성이다. 설령 인위적으로 잘 디자인된 작품을 보고서 감탄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결코 자연의 위력에는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인위적인 것에 대해서는 괄호를 치고,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고 모양새를 창안해 냈다고 한다. 최초의 비행기는 새를 모방함으로써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비행기의 엔진이 점차 강력해짐에 따라 새의 날개가 지닌 양력(揚力)쯤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게 되었다. 초보 단계의 비행기 설계에서는 어떻게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가 하는 문제가 커다란 과제였지만, 더 발달된 비행기에서는 어떻게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이 때 비행기는 오징어의 추진 원리를 응용했다. 오징어는 힘차게 물을 분사하여 얻어진 힘으로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데, 이것을 본떠서 비행기의 날개를 좀더 작게 만들어 뒤쪽에 다는 방식으로 디자인의 진보가 이루어졌다. 비행기를 만들때에는 하늘에 떠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충실해야 하므로, 모양새보다는 기능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비행기의 작은 날개조차도 철저하게 기능 위주로 설계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비행기의 모양새가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행기는 모양새를 무시하고 철저하게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얻었다. 유행에 현혹되지 않고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가장 단순하고 세련된 형태를 낳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는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의 모양새를 모방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운전자의 자리가 앞쪽에 있으며 앞 좌석에는 두 사람만 앉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이런 구조만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혹 이러한 생각 속에 자동차를 쌍두(雙頭) 마차의 일종으로 보는 선입견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디자인 연구가는 자동차의 디자인이 마차 시대의 관습과 유해에 얽매이고 말았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자동차의 전조등이 둘이라는 것, 운전석이 앞 좌석의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도 마차 시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좌우를 잘 보기 위해서라면, 자동차의 눈이 양 옆에도 붙어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현대의 조명 기술 정도면 전조등을 한 개의 평면광선으로 처리하고 운전자의 눈을 현혹시키지 않는 정도에서 노상(路上)의 필요한 곳만 비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자동차가 마차를 모방하는 경우에도 차라리 쌍두 마차 대신 사두(四頭) 마차를 모방했더라면, 운전자는 자동차 앞 부분의 좀더 높은 자리에 앉아 앞과 옆을 잘 보면서 핸들을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자동차가 사두 마차의 구조를 빌려온 예는 아직 보지 못했다.
탁월한 디자이너는 자연의 현상에 주목한다. 예컨대 비행기나 자동차 등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기계를 설계할 때에는 동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속도를 얻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비행기는 속도와 모양새를 성공적으로 얻었고, 자동차는 기존의 관념에 매달려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떤 디자인의 도식과 유행에 익숙해져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점차 거기에 우리 자신을 맞추어 가고 있다. 혹 이런 비유는 어떨까. 우리가 ㉡꽃을 보면서 그 꽃이 ‘조화(造花)’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유연성이다. 설령 인위적으로 잘 디자인된 작품을 보고서 감탄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결코 자연의 위력에는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인위적인 것에 대해서는 괄호를 치고,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
13.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디자이너는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② 디자이너는 전통적 기준을 중시해야 한다.
③ 유행에 얽매여서는 좋은 디자인을 얻을 수 없다.
④ 디자인에서는 기능과 모양새의 조화가 필요하다.
⑤ 기능을 추구하다 보면 독창적인 디자인을 얻을 수도 있다.
14. 디자인의 관점에서 볼 때, ‘비행기―자동차’의 특성에 해당하는 것은?
① 기능적―인습적
② 예술적―실용적
③ 도식적―창의적
④ 상징적―사실적
⑤ 전통적―현대적
15. ㉠에 가장 가까운 표현은? [1.6점]
① 진퇴양난(進退兩難)
② 점입가경(漸入佳境)
③ 일진일퇴(一進一退)
④ 갑론을박(甲論乙駁)
⑤ 양자택일(兩者擇一)
16. ㉡과 사고 방식이 가장 비슷한 것은?
①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함
② 현실 체험이 독서 체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함.
③ 풍경화를 보고서 자연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함
④ 새장에 갇힌 새를 보고 자유가 소중하다고 생각함
⑤ 맛 좋은 음식이 영양가 높은 음식보다 좋다고 생각함
17. 문맥상, ㉢의 핵심적인 내용은?
① 과학 기술과 윤리 의식의 조화
② 아름다움과 유연성의 조화
③ 단순성과 실용성의 조화
④ 모양새와 전통의 조화
⑤ 이성과 감성의 조화
18. 윗글의 논리 전개 방식을 바르게 말한 것은? [2점]
① 연관된 개념들을 제시함으로써 통념을 비판하고 있다.
② 대조되는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③ 인공물을 자연물과 비교함으로써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④ 대상의 변화 과정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⑤ 논리보다는 재치있는 수사법을 동원하여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2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辛夕汀)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들어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빛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블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田園)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보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나)
별 헤는 밤
윤동주(尹東柱)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스 짬’,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辛夕汀)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들어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빛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블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田園)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보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나)
별 헤는 밤
윤동주(尹東柱)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스 짬’, ‘라이넬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9. (가)와 (나)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점]
① 과거 회상을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꿈을 통해서 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③ 시적 화자는 현실 상황에 대하여 체념하고 있다.
④ ‘어머니’라는 시어는 시적 화자에게 슬픔을 불러 일으킨다
⑤ 시적 화자는 자연물들에 대하여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 (가)에서 ‘촛불’의 이미지와 가장 대조적인 것은?
① 녹색 침대
② 조용한 호수
③ 늙은 산
④ 검은 치맛자락
⑤ 물결 소리
21. (나)의 ‘별’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인의 불행한 운명을 예언하고 있다.
② 시인이 지향하는 내적 세계를 나타낸다.
③ 시인의 기원을 받아 주는 초월적 존재이다.
④ 시인과 외부세계를 단절시키는 기능을 한다.
⑤ 시인이 지니고 있는 현실적 욕망을 상징한다.
22. <보기>는 시 (가)의 첫 연에 대한 해설의 일부이다. <보기>의 예를 (나)에서 찾으면? [2점]
<보 기>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구절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작은 새들과 명상에 젖은 시인의 모습을 연결시킨 표현이다. 이처럼 시에서는 상황이나 심정을 자연대상에 이입(移入)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②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③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④ 어머님, /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⑤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23~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는 이번 여름을 백두산 등척(登陟)으로써 의의 있게 보냈다고 할까요? 산악 순례의 정신이 ⓐ피폐(疲弊)된 오늘에 있어서 또한 주위의 사정이 불여의(不如意)하게 하는 오늘에 있어서 교외의 조그마한 언덕에 올라가 본다는 것쯤도 용이한 일이 아니겠는데, 백두성산(白頭聖山)을 근배(謹拜)케 되었던 이번 기회야말로 내게는 다시 없을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야 봄을것이, 천지의 신비한 밤을 찬연한 성두(星斗) 아래서 꿈 좇아 장엄하게 지나 보던 것이, 하나하나 기억하기가 무섭게 감격으로 가슴이 터질 듯한 이번의 여행이야말로 나로서는 조선 사람 되었던 빚을 또 하나 갚았다고 밖에는 그 때의 이야기를 전하기가 어려울 만큼 의의 있고 장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금강과 같은 아기자기한 ⓑ경개(景槪) 속의 신비와 달라 백두는 ‘장려(壯麗)한 단조(單調)’를 뚫고 절정에 올라 웅대한 신비를 맛보는 데에 그 특수한 가치가 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내 모든 기억중에서는 가장 우뚝한 것으로 언제까지나 남아 있으리라 믿습니다.
―변영로의 「백두산 등척(白頭山登陟)」
(나)
조선의 국토는 산하 그대로 조선의 역사며 철학이며 시며 정신입니다. 문자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입니다. 조선인의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의 위에 박혀 있어 어떠한 풍우(風雨)라도 ⓒ마멸(磨滅)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나는 조선 역사의 작은 한 학도요 조선 정신의 어설픈 탐구자로, 진실로 남다른 애모촵탄미와 무한한 궁금스러움을 이 산하 대지에 가지는 자입니다. 자갯돌 하나와 마른 나무 밑둥도 말할 수 없는 감격과 흥미와 또 연상을 자아냅니다. 이것을 조금조금 색독(色讀)*하게 된 뒤로부터 조선이 위대한 시의 나라, 철학의 나라임을 알게 되고, 또 완정(完整) 상세한 실물적 오랜 역사의 소유자임을 깨닫고, 그리하여 쳐다볼수록 거룩한 조선 정신의 불기둥에 약한 시막(視膜)*이 퍽 어뜩해졌습니다.
㉠곰팡내 나는 서적만이 이미 내 지견(知見)의 웅덩이가 아 니며, 한 조각 책상만이 내 마음의 밭일 수 없이 되었습니다. (중략) 이제 그 첫 권으로 내는 이 「심춘순례(尋春巡禮)」는 작년 3월 하순부터 ⓓ수미(首尾) 50여 일간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순례기의 전반(前半)을 이루는 것입니다.
―최남선의 「심춘순례(尋春巡禮)」에서
(다)
석벽에 매달려 백록담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털썩 주저 앉아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였다. 모두 지쳐서 피곤했지만, 서쪽을 향해 있는 봉우리가 이 산의 정상이었으므로 조심스럽게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나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겨우 셋뿐이었다. 이 봉우리는 평평하게 퍼지고 넓어서 그리 까마득하게 높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로는 별자리를 바라보고 아래로는 세상을 굽어보며, 좌로는 해돋이를 바라보고 우로는 서양을 접했으며, 남으로는 소주(蘇州), 항주(抗州)를 가리키고, 북으로는 내륙(內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섬들이 옹기종기, 큰 것은 구금장만하고 작은 것은 달걀만하게 보이는 등 풍경이 천태만상이었다.
「맹자」에 “바다를 본 자는 바다 이외의 물은 물로 보이지 않으며,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 했는데, 성현의 ⓔ역량(力量)을 어찌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최익현의 「유한라산기(遊漢拏山記)」에서
*색독(色讀) : 문자대로 읽음
*시막(視膜) : 눈꺼풀
나는 이번 여름을 백두산 등척(登陟)으로써 의의 있게 보냈다고 할까요? 산악 순례의 정신이 ⓐ피폐(疲弊)된 오늘에 있어서 또한 주위의 사정이 불여의(不如意)하게 하는 오늘에 있어서 교외의 조그마한 언덕에 올라가 본다는 것쯤도 용이한 일이 아니겠는데, 백두성산(白頭聖山)을 근배(謹拜)케 되었던 이번 기회야말로 내게는 다시 없을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야 봄을것이, 천지의 신비한 밤을 찬연한 성두(星斗) 아래서 꿈 좇아 장엄하게 지나 보던 것이, 하나하나 기억하기가 무섭게 감격으로 가슴이 터질 듯한 이번의 여행이야말로 나로서는 조선 사람 되었던 빚을 또 하나 갚았다고 밖에는 그 때의 이야기를 전하기가 어려울 만큼 의의 있고 장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금강과 같은 아기자기한 ⓑ경개(景槪) 속의 신비와 달라 백두는 ‘장려(壯麗)한 단조(單調)’를 뚫고 절정에 올라 웅대한 신비를 맛보는 데에 그 특수한 가치가 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내 모든 기억중에서는 가장 우뚝한 것으로 언제까지나 남아 있으리라 믿습니다.
―변영로의 「백두산 등척(白頭山登陟)」
(나)
조선의 국토는 산하 그대로 조선의 역사며 철학이며 시며 정신입니다. 문자 아닌 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고 또 재미있는 기록입니다. 조선인의 마음의 그림자와 생활의 자취는 고스란히 똑똑히 이 국토의 위에 박혀 있어 어떠한 풍우(風雨)라도 ⓒ마멸(磨滅)시키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나는 조선 역사의 작은 한 학도요 조선 정신의 어설픈 탐구자로, 진실로 남다른 애모촵탄미와 무한한 궁금스러움을 이 산하 대지에 가지는 자입니다. 자갯돌 하나와 마른 나무 밑둥도 말할 수 없는 감격과 흥미와 또 연상을 자아냅니다. 이것을 조금조금 색독(色讀)*하게 된 뒤로부터 조선이 위대한 시의 나라, 철학의 나라임을 알게 되고, 또 완정(完整) 상세한 실물적 오랜 역사의 소유자임을 깨닫고, 그리하여 쳐다볼수록 거룩한 조선 정신의 불기둥에 약한 시막(視膜)*이 퍽 어뜩해졌습니다.
㉠곰팡내 나는 서적만이 이미 내 지견(知見)의 웅덩이가 아 니며, 한 조각 책상만이 내 마음의 밭일 수 없이 되었습니다. (중략) 이제 그 첫 권으로 내는 이 「심춘순례(尋春巡禮)」는 작년 3월 하순부터 ⓓ수미(首尾) 50여 일간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순례기의 전반(前半)을 이루는 것입니다.
―최남선의 「심춘순례(尋春巡禮)」에서
(다)
석벽에 매달려 백록담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털썩 주저 앉아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였다. 모두 지쳐서 피곤했지만, 서쪽을 향해 있는 봉우리가 이 산의 정상이었으므로 조심스럽게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나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겨우 셋뿐이었다. 이 봉우리는 평평하게 퍼지고 넓어서 그리 까마득하게 높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로는 별자리를 바라보고 아래로는 세상을 굽어보며, 좌로는 해돋이를 바라보고 우로는 서양을 접했으며, 남으로는 소주(蘇州), 항주(抗州)를 가리키고, 북으로는 내륙(內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섬들이 옹기종기, 큰 것은 구금장만하고 작은 것은 달걀만하게 보이는 등 풍경이 천태만상이었다.
「맹자」에 “바다를 본 자는 바다 이외의 물은 물로 보이지 않으며,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 했는데, 성현의 ⓔ역량(力量)을 어찌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최익현의 「유한라산기(遊漢拏山記)」에서
*색독(色讀) : 문자대로 읽음
*시막(視膜) : 눈꺼풀
23. (가)~(다)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여행 체험을 바탕으로 쓴글이다.
②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③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④ 대상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주목적을 둔 글이다.
⑤ 다양한 수사를 사용하여 글쓴이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24. 다음 중, 글쓴이의 심정이 (가)와 가장 유사한 작품은? [2점]
①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이호우
② 백운대 높이 옥순일대(玉脣一帶) 바라보니
향기와 광명이 온몸을 씻어 주네.
영뢰(靈籟)의 맑은 소리는 가슴 열어 주더라
―이은상
③ 말 없는 청산이요 태 없는 유수로다.
값 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
이 중에 병 없는 이 몸이 분별없이 늙으리리.
―성혼
④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이색
⑤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니
산채를 맫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이정신
25. ㉠이 의미하는 바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국토 순례를 떠나는 이유
②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기대
③ 서적 밖에서 지식을 얻을 필요성
④ 인생을 달관한 자의 초연한 삶의 태도
⑤ 탁상공론(卓上空論)을 극복하려는 마음의 자세
26. 글 (다)를 기초로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한다. 이 때 고려할 사항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2점]
① 해설자를 등장시킨다.
② 소주, 향주의 경관을 보여 준다.
③ 백록담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④ 정상을 오르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⑤ 한라산의 지리적 특성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넣는다.
27. ⓐ~ⓔ의 사전적 의미가 아닌 것은?
① ⓐ피폐(疲弊) : 지치고 쇠약해짐
② ⓑ경개(景槪) : 자연의 모습
③ ⓒ마멸(磨滅) : 닳아서 없어짐
④ ⓓ수미(首尾) : 처음과 끝
⑤ ⓔ역량(力量) : 깊이 헤아리는 마음
[28~3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한 나라의 모든 사람의 공통 의식(共通意識)이 모이면 민족 의식(民族意識)을 이룬다. 민족 의식의 표현은 그 나라말로 나타난다. 따라서, 각 민족이 쓰는 말에는 그 민족 나름대로의 세계상(世界像)이 들어 있다. ㉠우리 겨레가 쓰는 말은 우리 겨레의 세계상을 담는 그릇이요, 우리 겨레의 공통적인 정신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말은 겨레의 얼’이라고 한다. 이것은 겨레의 흥망(興亡)과 말의 흥망이 기복(起伏)을 같이하는 역사적 사실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말의 인식은 자기를 깨치는, 곧 자각(自覺)하는 일인 동시에 민족을 깨치는 일이요, 나아가서 민족을 결합하는 원동력(原動力)이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도 밝혀, “말의 공통성이 곧 같은 혈족(血族)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말은 공통적인 민족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민족 통일을 이루는 데에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한다.”고 했다.
말이 겨레의 얼의 상징(象徵)이며 민족 결합의 원동력이라는 데에서 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소중한 말의 순화를 들고 나올 때 문제 되는 것의 하나가 ⓐ들어온 말이다. 이 들어온 말은 우리 겨레의 참된 삶이나 정신이 투영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마땅히 우리말에서 솎아 내야 할 말의 ⓑ잡풀에 지나지 않는다. 밭의 잡풀은 뽑아 내는 것으로 끝나지만, ㉡말의 잡풀은 뽑아 낸 빈자리에 반드시 다른 말을 갈아 심어야 한다. 갈아 심는 말, 이것은 이미 쓰고 있는 말이거나, 혹은 옛 말에서 찾아 낸 것이거나, 아니면 주어진 천부의 창조력으로 새로이 만든 말이어야 한다. 새 말의 만듦, 이것은 언어의 자연 발생관(自然發生觀 )에는 어긋나지만, 우리 민족의 세계상(世界像)을 담은 그릇인 말을 순화하는 데 피할 수 없는 창조 작업이다.
말의 순화에서는, 먼저 말의 잡풀이 어느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이를 바로 고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외국어가 우리말에 들어올 때나 이미 들어와 혼돈(混沌)을 이루고 있을 때, 우리말은 이들에 대하여 중간 세계(中間世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중간 세계로서의 말은 객관적 세계의 일과 몸, 곧 사물(事物)을 인식의 세계로 걸러주는 ㉢‘체’로 비유할 수 있다. 이 체가 성글면 우리의 인식도 성글어지고, 이 체가 ㉣고우면 우리의 인식도 섬세하고 올바르게 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우리말은 우리의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판단하는 ‘자’가 되기도 한다. 중간 세계에서 인식을 걸러주는 ‘체’, 혹은 가치 판단의 ‘자’로서의 우리말에 확신이 서지 않은 사람은 들어온 말을 말의 잡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면에서 볼 때, 말의 잡풀이란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다. 우리말을 체로 하여 걸러지면서 비로서 그것이 잡풀로 확인되는 것이다.
우리말의 의식, 무의식은 민족의 자각, 자존의 사상과 함수관계(函數關係)에 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오랜 동안의 자아 상실(自我喪失)의 뒤나 국난(國難)을 겪은 뒤에는, 깨달음의 사상이 고조되어 자각, 자존으로 나타나곤 했다. 한편, 남의 사상과 함수 관계(函數關係)에 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오랜 동안의 자아 상실(自我喪失)의 뒤나 국난(國難)을 겪은 되에는, 깨달음의 사상이 고조되어 자각촵자존 곧 외국에 대한 이해가 역설적(逆說的)으로 자각, 자존의 사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상은 필연적으로 우리말, 우리글의 재발견(再發見)과 그것의 갈고 닦음으로 나타났다. 세종대(世宗代)의 자각 시대나, 영ㆍ정조대(英正祖代)의 실학 시대(實學時代)나, 개화기의 근대화 과정(近代化過程)에 서의 우리말, 우리글의 숭상은 그 역사적 실증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자각, 자존의 사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역사적인 시련이 있었고, 그러한 시련 속에서 우리말의 심한 오염 현상(汚染現象)이 있었음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깨달음의 때를 맞이하면서 우리말의 오염 현상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오염된 말의 순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한쪽에서는 깨달음의 의식이 아직도 흐리다. 그래서 말의 오염 현상을 확인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이는, 우리말이 말의 순화에서 제1차로 작용하는, 인식을 걸러 주는 ‘체’로서의 기능을 잃었음을 뜻한다. 오염 현상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제2차의 말다듬는 과정이 뒤따르지 못함을 뜻한다. 여기에 인식을 걸러 주는 체로서의 우리말의 기능 회복이 국어 순화의 이유로 제기된다. 이 기능 회복의 근원적 치료는 겨레의 자존의식(自尊意識)의 회복에서만 가능하다.
말이 겨레의 얼의 상징(象徵)이며 민족 결합의 원동력이라는 데에서 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소중한 말의 순화를 들고 나올 때 문제 되는 것의 하나가 ⓐ들어온 말이다. 이 들어온 말은 우리 겨레의 참된 삶이나 정신이 투영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마땅히 우리말에서 솎아 내야 할 말의 ⓑ잡풀에 지나지 않는다. 밭의 잡풀은 뽑아 내는 것으로 끝나지만, ㉡말의 잡풀은 뽑아 낸 빈자리에 반드시 다른 말을 갈아 심어야 한다. 갈아 심는 말, 이것은 이미 쓰고 있는 말이거나, 혹은 옛 말에서 찾아 낸 것이거나, 아니면 주어진 천부의 창조력으로 새로이 만든 말이어야 한다. 새 말의 만듦, 이것은 언어의 자연 발생관(自然發生觀 )에는 어긋나지만, 우리 민족의 세계상(世界像)을 담은 그릇인 말을 순화하는 데 피할 수 없는 창조 작업이다.
말의 순화에서는, 먼저 말의 잡풀이 어느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이를 바로 고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외국어가 우리말에 들어올 때나 이미 들어와 혼돈(混沌)을 이루고 있을 때, 우리말은 이들에 대하여 중간 세계(中間世界)의 역할을 해야 한다. ⓓ중간 세계로서의 말은 객관적 세계의 일과 몸, 곧 사물(事物)을 인식의 세계로 걸러주는 ㉢‘체’로 비유할 수 있다. 이 체가 성글면 우리의 인식도 성글어지고, 이 체가 ㉣고우면 우리의 인식도 섬세하고 올바르게 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우리말은 우리의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판단하는 ‘자’가 되기도 한다. 중간 세계에서 인식을 걸러주는 ‘체’, 혹은 가치 판단의 ‘자’로서의 우리말에 확신이 서지 않은 사람은 들어온 말을 말의 잡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면에서 볼 때, 말의 잡풀이란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다. 우리말을 체로 하여 걸러지면서 비로서 그것이 잡풀로 확인되는 것이다.
우리말의 의식, 무의식은 민족의 자각, 자존의 사상과 함수관계(函數關係)에 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오랜 동안의 자아 상실(自我喪失)의 뒤나 국난(國難)을 겪은 뒤에는, 깨달음의 사상이 고조되어 자각, 자존으로 나타나곤 했다. 한편, 남의 사상과 함수 관계(函數關係)에 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오랜 동안의 자아 상실(自我喪失)의 뒤나 국난(國難)을 겪은 되에는, 깨달음의 사상이 고조되어 자각촵자존 곧 외국에 대한 이해가 역설적(逆說的)으로 자각, 자존의 사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상은 필연적으로 우리말, 우리글의 재발견(再發見)과 그것의 갈고 닦음으로 나타났다. 세종대(世宗代)의 자각 시대나, 영ㆍ정조대(英正祖代)의 실학 시대(實學時代)나, 개화기의 근대화 과정(近代化過程)에 서의 우리말, 우리글의 숭상은 그 역사적 실증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자각, 자존의 사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역사적인 시련이 있었고, 그러한 시련 속에서 우리말의 심한 오염 현상(汚染現象)이 있었음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깨달음의 때를 맞이하면서 우리말의 오염 현상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오염된 말의 순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한쪽에서는 깨달음의 의식이 아직도 흐리다. 그래서 말의 오염 현상을 확인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이는, 우리말이 말의 순화에서 제1차로 작용하는, 인식을 걸러 주는 ‘체’로서의 기능을 잃었음을 뜻한다. 오염 현상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제2차의 말다듬는 과정이 뒤따르지 못함을 뜻한다. 여기에 인식을 걸러 주는 체로서의 우리말의 기능 회복이 국어 순화의 이유로 제기된다. 이 기능 회복의 근원적 치료는 겨레의 자존의식(自尊意識)의 회복에서만 가능하다.
28. ⓐ~ⓔ 중, 성격이 다른 하나는? [1.6점]
① ⓐ들어온 말
② ⓑ잡풀
③ ⓒ외국어
④ ⓓ중간 세계로서의 말
⑤ ⓔ오염된 말
29. ㉠과 같은 주장의 사례로 보기 어려운 것은? [2점]
① 우리 겨레의 말 : 높임법이 발달함 / 겨레의 공통 정신 : 신분이나 친소 관계를 중시함
② 우리 겨레의 말 : 주어가 흔히 생략됨 / 겨레의 공통 정신 :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지 않음
③ 우리 겨레의 말 : 남성을 앞세우는 어순 (예 : ‘남녀’, ‘아들딸’, ‘부모’) / 겨레의 공통 정신 : 가부장제적(家父長制的) 의식
④ 우리 겨레의 말 :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등의 표현을 흔히 씀 / 겨레의 공통 정신 : 겸양을 미덕으로 삼음
⑤ 우리 겨레의 말 : ‘나’ 대신에 ‘우리’를 더 즐겨 씀(예 : ‘우리 나라’, ‘우리 남편) / 겨레의 공통 정신 : 공동체적 연대 의식
30. ㉡의 구체적인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학생들이 과외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모임을 한때는 ‘서클’이라고 불렀는데, 요즈음 이를 ‘동아리’라고 고쳐 부르는 것은 잘된 일이다.
② 본래 포르투갈 말이었던 ‘빵’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굳어진 것처럼, 좋은 외래어가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③ ‘키’라는 말은 ‘자동차’나 ‘아파트’와 잘 어울리고, ‘열쇠’는 ‘장롱’이나 ‘곳간’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들을 혼동해서 써서는 안 된다.
④ 사람이 영리한 것을 가리켜 ‘브라이트하다’고 하는데, 이런 생소한 외국어를 사용하지 말고 좀더 친숙한 ‘샤프하다’는 말을 써야 한다.
⑤ ‘컬러’는 색, 색조, 색채, 개성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는데, 이를 단일한 의미로만 사용해야 한다.
3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말의 잡풀을 걸러 준다.
② 민족의 참된 삶과 정신을 반영한다.
③ 민족적 자각을 가질 때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④ 객관적 세계와 인식의 세계 사이에서 작용한다.
⑤ 말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을 때 저절로 생겨난다.
32. ㉣과 바꾸어 쓸 수 없는 것은?
① 배면
② 가늘면
③ 밋밋하면
④ 촘촘하면
⑤ 조밀(稠密)하면
33. 윗글에 대한 비판으로 가장 타당한 것은? [2점]
①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지구 저편의 사건을 한두 시간 안에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고유한 우리말을 간직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② 언어 정책 입안자들은 과거로부터 전해져 오는 언어 규범에 얽매이기보다는 대중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조사, 수집하여 우리말이 살아 있는 언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③ 오늘날의 우리말에서 외래적 요소들을 제거해 버린다면 이 시대의 정신적, 물질적 발전에 부응하는 표현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이들을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④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아야 하는 것이므로,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서구어를 적절하게 받아들여서 우리말이 더 고급스러운 언어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오늘날은 외국과의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외국인들의 생활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어를 우리말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4. 윗글을 바르게 이해한 독자의 반응으로 볼 수 없는 것은? [2점]
① “말이란 생활 속에서 익히는 것인데, 요즘처럼 너도 나도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을 거야.”
② “요즈음 거리의 간판에서도 우리말을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나가다가는 우리의 민족 정기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 몰라.”
③ “배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토씨 빼고는 거의 모두 외래어나 외국어로 된 말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니 참으로 문제야.”
④ “프랑스 사람들은 국가 기관에서 외래어 심사를 할 정도로 자기네 말을 아낀다는데, 참으로 본받을 만해.”
⑤ “오늘날 우리에게는 우리말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갖고 정확하고 예절 바르게 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봐.”
[35~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에, 자기 부친 윤용구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이 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위대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 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씨만 빼놓고, 서울 아씨, 태식이, 뒤채의 두 동서,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를 맞이하는 예를 표하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 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뒷벽 앞으로 갈라 앉았습니다. 방금 점심 밥상을 받을 참입니다.
“너 경손 애비, 부디 청신채리라……!”
윤 직원 영감이 종수더러 곰곰이 훈계를 하던 것입니다. 안식구가 있는 데라 점잖게 경손 애비지요.
“……정신을 채리야 헐 것이 늬가 암만히여두 네 아우 종학이만 못히여! 종학이는 그 놈이 재주두 있고 착실히여서, 너치름 허랑허지두 않고 그럴뿐더러 내년 내후년이머넌 대학교를 졸업허잖냐? 내후년이지?”
“네.”
“그렇지? 응, 그래, 내후년이면 대학교 졸업을 허구나와서, 삼 년이나 다직* 사 년만 찌들어 나머넌 그놈은 지가 목적헌, 요새 그 목적이란 소리 잘 쓰더구나, 응? 목적……목적헌 경부가 되야 갖구서, 경찰서장이 된담 말이다! 응? 알겄어.”
“네.”
“그러닝개루 너두 정신을 바싹 채리 갖구서, 어서 어서 군수가 되어야 않겠냐……? 아, 동생놈은 버젓한 경찰서장인디, 형놈은 게우 군서기를 댕기구 있담! 남 부끄러서 어쩔 티여? 응……? 아 글씨, 군수 되구 경찰서장 되구 허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내가 이렇게 아등아등 잔소리 허넌 것두 다 느덜 위히여서 그러지, 나는 파리 족통만치두 상관읎어야! 알아듣냐?”
“네.”
마침 이 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뜨겄구나?”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욱이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멋하러 오냐? 돈 달라러 오지?”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요…….”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를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둘러 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동경서? 전보?”
“종학이 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꿍-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선 온식구가 제가끔 정도에 따라 제각기 놀란 것은 물론이구요.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쨉혔다는 뜻일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 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으엉?”
―(중 략)―
윤 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야?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 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외지가 떵떵거리구 펀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단 말이여, 으응?”
―채만식의 「태평천하(太平天下)」에서
*다직 : 기껏
*영각 : 황소가 길게 뽑아 우는 소리
*참섭 : 남의 일에 참견하여 간섭하는 것
“이 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위대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 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씨만 빼놓고, 서울 아씨, 태식이, 뒤채의 두 동서,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를 맞이하는 예를 표하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 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뒷벽 앞으로 갈라 앉았습니다. 방금 점심 밥상을 받을 참입니다.
“너 경손 애비, 부디 청신채리라……!”
윤 직원 영감이 종수더러 곰곰이 훈계를 하던 것입니다. 안식구가 있는 데라 점잖게 경손 애비지요.
“……정신을 채리야 헐 것이 늬가 암만히여두 네 아우 종학이만 못히여! 종학이는 그 놈이 재주두 있고 착실히여서, 너치름 허랑허지두 않고 그럴뿐더러 내년 내후년이머넌 대학교를 졸업허잖냐? 내후년이지?”
“네.”
“그렇지? 응, 그래, 내후년이면 대학교 졸업을 허구나와서, 삼 년이나 다직* 사 년만 찌들어 나머넌 그놈은 지가 목적헌, 요새 그 목적이란 소리 잘 쓰더구나, 응? 목적……목적헌 경부가 되야 갖구서, 경찰서장이 된담 말이다! 응? 알겄어.”
“네.”
“그러닝개루 너두 정신을 바싹 채리 갖구서, 어서 어서 군수가 되어야 않겠냐……? 아, 동생놈은 버젓한 경찰서장인디, 형놈은 게우 군서기를 댕기구 있담! 남 부끄러서 어쩔 티여? 응……? 아 글씨, 군수 되구 경찰서장 되구 허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내가 이렇게 아등아등 잔소리 허넌 것두 다 느덜 위히여서 그러지, 나는 파리 족통만치두 상관읎어야! 알아듣냐?”
“네.”
마침 이 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뜨겄구나?”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욱이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멋하러 오냐? 돈 달라러 오지?”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요…….”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를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둘러 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동경서? 전보?”
“종학이 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으엉?”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꿍-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모여선 온식구가 제가끔 정도에 따라 제각기 놀란 것은 물론이구요.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쨉혔다는 뜻일테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 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으엉?”
―(중 략)―
윤 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야?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 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외지가 떵떵거리구 펀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단 말이여, 으응?”
―채만식의 「태평천하(太平天下)」에서
*다직 : 기껏
*영각 : 황소가 길게 뽑아 우는 소리
*참섭 : 남의 일에 참견하여 간섭하는 것
35. 윗글에서 ‘전보’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작품의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② 주인공의 운명을 암시해 준다.
③ 서술 시점이 바뀌는 장치로 작용한다.
④ 갈등 구조가 급전(急傳)하는 계기가 된다.
⑤ 두 사건을 연결하여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36. ‘윤 직원’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적대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② 사건의 전개에 따라 태도가 변하고 있다.
③ 일관되게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④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판적이다.
⑤ 대체로 냉정한 편이지만 때로는 동정하기도 한다.
37. <보기>와 같은 노래의 시적 화자는 ‘윤 직원’의 어떤 점을 비판하겠는가? [2점]
<보 기>
무산자 누구냐 탄식마라.
부귀와 빈천은 돌고 돈다.
감발을 하고서 주먹을 쥐고
용감하게도 넘어간다.
밭 잃고 집 잃은 동무들아
어데로 가야만 좋을까 보냐.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일제 강점기의 민요 「신아리랑」에서
부귀와 빈천은 돌고 돈다.
감발을 하고서 주먹을 쥐고
용감하게도 넘어간다.
밭 잃고 집 잃은 동무들아
어데로 가야만 좋을까 보냐.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일제 강점기의 민요 「신아리랑」에서
① 왜곡된 현실관
② 비타협적인 태도
③ 소극적인 인생관
④ 빗나간 자식 사랑
⑤ 체신머리 없는 행동
38. <보기>는 윗글에 대한 감상문의 일부이다. 밑줄 친 부분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보 기>
소설 작품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즐거움, 형상화된 세계에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깨닫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채만식의 「태평천하」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접근해 가면서 이 두 가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우선 당대의 현실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사람들은 궁핍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고,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열망하고 있었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실상이 그렇지만은 않았음을 말해 주고 있다. 시류에 영합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것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윤직원 영감 같은 인물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 작품은 실감나게 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일제에 대항한 인물들은 무척이나 힘겨운 상황 속에 놓여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 작품에 내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깨달음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당대의 현실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사람들은 궁핍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고,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열망하고 있었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실상이 그렇지만은 않았음을 말해 주고 있다. 시류에 영합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것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윤직원 영감 같은 인물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 작품은 실감나게 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일제에 대항한 인물들은 무척이나 힘겨운 상황 속에 놓여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 작품에 내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깨달음은 이런 것들이다.
① 윤 직원의 헛된 욕망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② 지금의 내 성격으로 보아 내가 당대에 태어났다면 종학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③ 종학같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일제에 맞서 대항한 인물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다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④ 윤 직원의 소위 ‘태평천하론’을 접하면서 역사 의식이란 피상적인 이해만으로는 형성될 수 없는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⑤ 나는 과연 윤 직원이라는 인물과는 달리 나 자신의 이익이나 사회의 이익을 더 중시하고 있는가 반문해 보았다.
[39~4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대저 왜노(倭奴)란 것은 섬 가운데 조그만 오랑캐로서 천지간에 사특한 기운을 타고난 것들이로되, 오늘날 우리 나라의 난신적자(亂臣賊子)와 부화뇌동하여 기어이 우리 종묘 사직을 ㉠전복(顚覆)하고, 우리의 산과 바다를 제 자원으로 만들며, 우리의 민생을 종으로 만들려 하는도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작은 일에 속하는 것이니, 심지어 남의 정신을 파괴하고 남의 정치와 법마저 변경하기를 감히 기도하는도다.
애급(埃及)*이 인종을 멸망당한 것은 서방에 밝은 전감(前鑑)*이 있고, 유구(琉球)*가 일본의 고을이 되고 만 것은 동양에 엎어진 전철(前轍)이 있도다. 우리 백성은 오라로 묶이고 형틀에 매여서 노예이 처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저들은 수레로 실어 가고 배로 운반하여 장차 동해같이 깊은 욕심을 채우리로다.
이제 우리는 죽을 때에 임하여 부르짖기보다는 시기를 타서 일제히 일어날 일이다. 아, 저들은 변경과 개혁을 마음대로 하고, 우리 임금을 폐하고 세움조차 저들 손에 달렸구나. 그대들 향교(鄕校)촵목사(牧使)촵수령(守令)들과 무릇 사촵농촵공촵상으로서 진실로 한푼 반푼의 사람 마음이 있다면, 오백년 종국(宗國)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28대의 현성(賢聖)이 차례로 계승하였으며, 이 나라 비록 쇠하였다 하나 삼천리 산천이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大臣) 직을 맡은 자는 적의 앞잡이 노릇 아니하는 자 없고, 상투 자르고 얄궂은 말하는 놈은 모두 왜놈의 배짱을 가진 자들이다. 비록 천벌에는 오랫동안 빠졌으나, 어찌 잠깐인들 사람의 베임에서 벗어나랴!
우리들은 조상의 피를 받아 이 문명한 나라에 태어났으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죽을지언정 작은 조정에서는 살지 못하겠고, 하늘처럼 이고 살기는 오직 태황제(太皇帝) 계신 줄만 아리로다. 의사(義士)를 불러 이끌고 영웅을 불러 일으켜, 피를 뿌리며 단(檀)에 올라 천지에 고하여 맹세하고 울면서 대궐을 바라보매, 기운은 바야흐로 바람과 구름처럼 설레이도다.
비록 무기가 정예하지 못하다 하나, 맹자의 말과 같이 덕이 있으면 몽둥이를 가지고도 진ㆍ초(秦楚)의 갑옷 입은 군사를 칠 수 있나니, 금성탕지(金城湯池)*를 잃었다 하지 말라. 뭇사람의 애국심이 성을 이룰 수 있으리라. 관동과 영남의 의병들이 이미 연락의 형세를 이루었고, 구미의 강국들이 이미 연맹해 줄 기미가 있도다. 주저하여 남에게 뒤지지 말고, 다행스러운 이 때에 맞춰 힘을 다하자. 궁벽하고 먼 고을은 기회를 보아 토벌할 수 있으니, 큰 성과 도시에 힘을 합쳐 함께 멸할지라.
제각기 반드시 죽겠다는 뜻을 분발하여, 일에 뒤떨어진 죽음을 뉘우치지 말라! 조선에 살고 조선에 죽어 아버지와 스승의 교훈을 저버리지 말라. 적을 죽이거나 적에게 붙거나 결단코 조종(祖宗)의 정한 상과 벌을 따를 것이라. 격문이 도착되거든 ㉡풀이 바람을 따르듯 하라. 복심(腹心)을 헤쳐 널리 고하노라.
―한말(韓末) 의병을 모집하는 격문(檄文)
*애급(埃及) : 이집트
*전감(前鑑) : 거울로 삼을 만한 지난 일
*유구(琉球) : 지금의 오키나와 일대에 있었던 나라
*금성탕지(金城湯池) : 견고한 성
애급(埃及)*이 인종을 멸망당한 것은 서방에 밝은 전감(前鑑)*이 있고, 유구(琉球)*가 일본의 고을이 되고 만 것은 동양에 엎어진 전철(前轍)이 있도다. 우리 백성은 오라로 묶이고 형틀에 매여서 노예이 처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저들은 수레로 실어 가고 배로 운반하여 장차 동해같이 깊은 욕심을 채우리로다.
이제 우리는 죽을 때에 임하여 부르짖기보다는 시기를 타서 일제히 일어날 일이다. 아, 저들은 변경과 개혁을 마음대로 하고, 우리 임금을 폐하고 세움조차 저들 손에 달렸구나. 그대들 향교(鄕校)촵목사(牧使)촵수령(守令)들과 무릇 사촵농촵공촵상으로서 진실로 한푼 반푼의 사람 마음이 있다면, 오백년 종국(宗國)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28대의 현성(賢聖)이 차례로 계승하였으며, 이 나라 비록 쇠하였다 하나 삼천리 산천이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大臣) 직을 맡은 자는 적의 앞잡이 노릇 아니하는 자 없고, 상투 자르고 얄궂은 말하는 놈은 모두 왜놈의 배짱을 가진 자들이다. 비록 천벌에는 오랫동안 빠졌으나, 어찌 잠깐인들 사람의 베임에서 벗어나랴!
우리들은 조상의 피를 받아 이 문명한 나라에 태어났으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죽을지언정 작은 조정에서는 살지 못하겠고, 하늘처럼 이고 살기는 오직 태황제(太皇帝) 계신 줄만 아리로다. 의사(義士)를 불러 이끌고 영웅을 불러 일으켜, 피를 뿌리며 단(檀)에 올라 천지에 고하여 맹세하고 울면서 대궐을 바라보매, 기운은 바야흐로 바람과 구름처럼 설레이도다.
비록 무기가 정예하지 못하다 하나, 맹자의 말과 같이 덕이 있으면 몽둥이를 가지고도 진ㆍ초(秦楚)의 갑옷 입은 군사를 칠 수 있나니, 금성탕지(金城湯池)*를 잃었다 하지 말라. 뭇사람의 애국심이 성을 이룰 수 있으리라. 관동과 영남의 의병들이 이미 연락의 형세를 이루었고, 구미의 강국들이 이미 연맹해 줄 기미가 있도다. 주저하여 남에게 뒤지지 말고, 다행스러운 이 때에 맞춰 힘을 다하자. 궁벽하고 먼 고을은 기회를 보아 토벌할 수 있으니, 큰 성과 도시에 힘을 합쳐 함께 멸할지라.
제각기 반드시 죽겠다는 뜻을 분발하여, 일에 뒤떨어진 죽음을 뉘우치지 말라! 조선에 살고 조선에 죽어 아버지와 스승의 교훈을 저버리지 말라. 적을 죽이거나 적에게 붙거나 결단코 조종(祖宗)의 정한 상과 벌을 따를 것이라. 격문이 도착되거든 ㉡풀이 바람을 따르듯 하라. 복심(腹心)을 헤쳐 널리 고하노라.
―한말(韓末) 의병을 모집하는 격문(檄文)
*애급(埃及) : 이집트
*전감(前鑑) : 거울로 삼을 만한 지난 일
*유구(琉球) : 지금의 오키나와 일대에 있었던 나라
*금성탕지(金城湯池) : 견고한 성
39.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왜노에 동조하는 무리가 있다.
② 주권과 국력이 매우 위축되었다.
③ 실제의 전투 역량은 아직 충분치 못하다.
④ 다른 지역의 의병들과 힘을 합칠 수 있다.
⑤ 작은 고을부터 탈환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40. 윗글에 나타난 글쓴이의 태도가 아닌 것은?
① 왕조 질서를 존중하고 있다.
② 정신 자세를 중시하고 있다.
③ 우리의 문화에 대해 자부하고 있다.
④ 임금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다.
⑤ 역사적 선례에 비추어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41. 글쓴이가 독자를 설득하는 방법이 아닌 것은? [2점]
① 영탄적 어법을 반복하여 호소력을 얻고 있다.
② 고사(故事)와 비유를 사용하여 효과를 높이고 있다.
③ 극한적 상황을 설정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④ 피아(彼我)를 확실히 구분하여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다.
⑤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여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42. 글쓴이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민족적 긍지
② 인류애적 사명감
③ 승리에 대한 확신
④ 좌절하지 않는 용기
⑤ 우리의 처지에 대한 자각
43. ㉠의 뜻은?
① 뒤집어 엎고
② 구렁에 빠뜨리고
③ 흔들어 놓고
④ 더럽히고
⑤ 업신여기고
44. 문맥상, ㉡의 뜻은?
① 유연하게 대응하라.
② 은밀히 일을 도모하라.
③ 일제히 떨쳐 일어나라.
④ 민심을 살펴 행동하라.
⑤ 사태에 신중히 대처하라.
[45~4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양 상서(楊尙書) 군대를 이끌고 전쟁에 나간 후로 승전보가 계속 날아오자 황제께서 태후를 뵙고 양 상서의 공을 칭찬하여 가라사대,
“양소유의 공은 곽분양* 이래 제일인이라. 돌아오기를 기다려 마땅히 승상을 시키려니와 오직 어매(御妹)*의 혼사를 오히려 정하지 못했으니, 마음을 돌이켜 순종하면 매우 좋겠으나 만일 다시 고집하면 공신(功臣)을 매양 죄주기도 어렵고 달리는 처치할 길이 없으니 이로써 염려하나이다.”
태후 가라사대,
“내 들으니 정씨 여자 매우 곱다 하고 양 상서와 서로 보았다 하니 상서 어이 즐겨 버리리요. 상서 나간 때를 타 정가(鄭家)에 조서(詔書)를 내려 다른 사람과 혼인하게 함만 같지 못하도다.”
황제께서 침음하여 결정하지 못하시다가 가시거늘, 이 때 난양 공주 태후를 모셨더니,
“낭랑(娘娘)*의 말씀이 도에 어긋나오니 정씨 여자를 다른 집안에 보내고 안 보내고를 조정에서 지휘할 일이옵니까?”
태후 가라사대,
“이 일은 너의 종신대사(終身大事)이니 본디 너와 의논하고자 하더니라. 양 상서의 풍류와 문체는 조정 신하 중에 비할이 없을뿐더러 퉁소 한 곡조로 인연을 점지 받은 지 오래니 결코 양 상서를 버리고 타인에게 구혼은 못할 것이오, 상서와 정씨 여자의 혼인 논의가 평범한 것이 아니고 정분이 중하여 서로 버리지 못할 듯하니 이 일이 극히 난처한지라. 내 뜻에는 상서가 조정에 돌아오면 너와 혼인한 뒤에 정씨 여자로 첩을 취하는 것을 허락하면 상서 말이 없을 듯하되 다만 네가 원치 아닐까 하노라.”
공주 아뢰되,
“소녀는 평생토록 투기를 알지 못하니 어이 정씨 여자를 용납지 못하리이꼬, 다만 양 상서가 처음에는 처로 폐백을 들였다가 뒤에 첩으로 취함이 예에 어긋나는 듯하고, 정 사도는 여러 대(代) 재상을 한 집이라 그 딸이 첩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듯하니 이 일이 마땅치 아닐까 하나이다.”
태후 가라사대,
“이도 마땅치 않으면 네 뜻에는 어찌코자 하나뇨?”
공주 아뢰되,
“제후(諸候)에게는 세 부인이 있다고 했으니, 양 상서가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크게는 왕이 되고 적어도 제후라, 두 부인을 둠이 외람치 아닐 듯하니 이로써 정씨 여자를 허락함이 어떠하니이꼬?”
태후 가라사대,
“이는 불가하니, 같은 여염집 여자는 한가지로 부인이 됨이 방해롭지 아니하거니와 너는 바로 선제(先帝)의 끼치신 몸이라, 하물며 상이 사랑하시는 누이요 일신이 가볍지 아니하니 어찌 여염의 소소한 여자로 더불어 나란히 설 수 있으리요.”
공주 아뢰되,
“소녀 또한 소녀의 몸이 존중한 줄 아오되 옛 성스럽고 밝은 제왕(帝王)도 어진 사람을 공경하며 천자(天子)도 필부(匹夫)로 벗한 이 있으니, 소녀 물으니 정씨 여자가 얼굴 재조와 덕이 다 갖추어져 옛사람에게 내리지 아니리라 하니, 진실로 그러할진대 저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함이 무슨 혐의 있으리이꼬. 비록 그러하나 전문(傳聞)이 실상에 지나기 쉬우니 소녀의 뜻에는 아무 길로나 정씨 여자를 보아 용모 재덕이 소녀보다 나으면 마땅히 몸이 다하도록 우러러 섬기려니와, 만일 직접 보아 소문과 같이 못할 양이면 첩으로 삼으나 종으로 삼으나 낭랑의 임의로 처치하소서.”
태후 이 말을 들으시고 차탄(嗟歎)하여 가라사대,
“여자는 본디 남의 재주를 꺼리거늘 너는 남의 재주를 사랑하니 가히 아름답도다. 너의 재덕이 옛 사람에 지나도다. 내 또한 정씨 여자를 보고자 하나니 명일에 당당히 정씨 여자를 불러들여 보리라.”
―김만중의 「구운몽(九雲夢)」에서
*곽분양 : 중국 당나라 장군
*어매(御妹) : 황제의 누이
*낭랑(娘娘) : 공주가 ‘태후’를 부르는 말
“양소유의 공은 곽분양* 이래 제일인이라. 돌아오기를 기다려 마땅히 승상을 시키려니와 오직 어매(御妹)*의 혼사를 오히려 정하지 못했으니, 마음을 돌이켜 순종하면 매우 좋겠으나 만일 다시 고집하면 공신(功臣)을 매양 죄주기도 어렵고 달리는 처치할 길이 없으니 이로써 염려하나이다.”
태후 가라사대,
“내 들으니 정씨 여자 매우 곱다 하고 양 상서와 서로 보았다 하니 상서 어이 즐겨 버리리요. 상서 나간 때를 타 정가(鄭家)에 조서(詔書)를 내려 다른 사람과 혼인하게 함만 같지 못하도다.”
황제께서 침음하여 결정하지 못하시다가 가시거늘, 이 때 난양 공주 태후를 모셨더니,
“낭랑(娘娘)*의 말씀이 도에 어긋나오니 정씨 여자를 다른 집안에 보내고 안 보내고를 조정에서 지휘할 일이옵니까?”
태후 가라사대,
“이 일은 너의 종신대사(終身大事)이니 본디 너와 의논하고자 하더니라. 양 상서의 풍류와 문체는 조정 신하 중에 비할이 없을뿐더러 퉁소 한 곡조로 인연을 점지 받은 지 오래니 결코 양 상서를 버리고 타인에게 구혼은 못할 것이오, 상서와 정씨 여자의 혼인 논의가 평범한 것이 아니고 정분이 중하여 서로 버리지 못할 듯하니 이 일이 극히 난처한지라. 내 뜻에는 상서가 조정에 돌아오면 너와 혼인한 뒤에 정씨 여자로 첩을 취하는 것을 허락하면 상서 말이 없을 듯하되 다만 네가 원치 아닐까 하노라.”
공주 아뢰되,
“소녀는 평생토록 투기를 알지 못하니 어이 정씨 여자를 용납지 못하리이꼬, 다만 양 상서가 처음에는 처로 폐백을 들였다가 뒤에 첩으로 취함이 예에 어긋나는 듯하고, 정 사도는 여러 대(代) 재상을 한 집이라 그 딸이 첩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듯하니 이 일이 마땅치 아닐까 하나이다.”
태후 가라사대,
“이도 마땅치 않으면 네 뜻에는 어찌코자 하나뇨?”
공주 아뢰되,
“제후(諸候)에게는 세 부인이 있다고 했으니, 양 상서가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크게는 왕이 되고 적어도 제후라, 두 부인을 둠이 외람치 아닐 듯하니 이로써 정씨 여자를 허락함이 어떠하니이꼬?”
태후 가라사대,
“이는 불가하니, 같은 여염집 여자는 한가지로 부인이 됨이 방해롭지 아니하거니와 너는 바로 선제(先帝)의 끼치신 몸이라, 하물며 상이 사랑하시는 누이요 일신이 가볍지 아니하니 어찌 여염의 소소한 여자로 더불어 나란히 설 수 있으리요.”
공주 아뢰되,
“소녀 또한 소녀의 몸이 존중한 줄 아오되 옛 성스럽고 밝은 제왕(帝王)도 어진 사람을 공경하며 천자(天子)도 필부(匹夫)로 벗한 이 있으니, 소녀 물으니 정씨 여자가 얼굴 재조와 덕이 다 갖추어져 옛사람에게 내리지 아니리라 하니, 진실로 그러할진대 저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함이 무슨 혐의 있으리이꼬. 비록 그러하나 전문(傳聞)이 실상에 지나기 쉬우니 소녀의 뜻에는 아무 길로나 정씨 여자를 보아 용모 재덕이 소녀보다 나으면 마땅히 몸이 다하도록 우러러 섬기려니와, 만일 직접 보아 소문과 같이 못할 양이면 첩으로 삼으나 종으로 삼으나 낭랑의 임의로 처치하소서.”
태후 이 말을 들으시고 차탄(嗟歎)하여 가라사대,
“여자는 본디 남의 재주를 꺼리거늘 너는 남의 재주를 사랑하니 가히 아름답도다. 너의 재덕이 옛 사람에 지나도다. 내 또한 정씨 여자를 보고자 하나니 명일에 당당히 정씨 여자를 불러들여 보리라.”
―김만중의 「구운몽(九雲夢)」에서
*곽분양 : 중국 당나라 장군
*어매(御妹) : 황제의 누이
*낭랑(娘娘) : 공주가 ‘태후’를 부르는 말
45. 윗글의 중심 화제는?
① 전공(戰功)을 세운 양 상서의 포상 문제
② 정씨 여자에 대한 태후와 황제의 의견 대립
③ 공주의 혼인과 관련된 정씨 여자의 처리 문제
④ 여러 부인을 두는 제후(諸侯)의 결혼 풍습 문제
⑤ 양 상서와 공주 사이의 원만하지 못한 애정 문제
46. 윗글에서 ‘공주’가 ‘정씨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은?
① 용모와 재덕
② 세상의 평판
③ 학문적 소양
④ 가문의 지위
⑤ 종교적 배경
47. ‘공주’에 대한 ‘태후’의 태도를 잘 지적한 것은? [2점]
① 공주를 과신(過信)하고 있다.
② 공주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③ 공주에 대해 연민을 보이고 있다.
④ 공주의 언행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⑤ 공주에 대한 맹목적 애정을 보이고 있다.
48. 윗글에서 ‘태후’와 ‘공주’가 주고받은 대화의 특징은? [2점]
① 태후와 공주는 각자의 명분에 입각하여 주장하고 있다.
② 태후는 상황 논리를, 공주는 권위를 앞세워 주장하고 있다.
③ 태후와 공주는 각자의 상황을 합리화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④ 태후는 인정에 호소하고, 공주는 상식을 내세워 주장하고 있다.
⑤ 태후는 비유를 중심으로, 공주는 증거를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다.
49. 윗글의 표현상 특징은?
① 다채로운 수사로 화려한 느낌을 받게 한다.
② 재치 있는 언어 사용으로 미소를 띠게 한다.
③ 법도에 맞은 언어를 사용하여 기품을 느끼게 한다.
④ 어두운 느낌의 어휘를 사용하여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⑤ 시정(市井)의 언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질박함을 느끼게 한다.
[50~5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정보 사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大勢)로서 우리의 생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생산 체계, 일을 조직하는 방법, 소비의 유형 등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산업의 위상도 바뀌고 있다. 또한 여가 및 취미 생활, 사회적 인간 관계 등 사람들의 생활 양식뿐 아니라 사고 방식, 가치관마저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18세기 산업 혁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바뀌리라는 생각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 변화의 결과가 어떠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기술(技術)과 사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변화의 방향이나 성격이 각각 다르게 예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술 결정론과 사회 구조론으로 구별된다. 기술 결정론적 관점에서는 정보 기술이 발전되면 정보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부문이 급격하게 떠오르게 되고, 그에 따라 고용 구조라든가 정부나 기업이 조직되고 작동하는 방식에까지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사회 구조의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즉, 정보 통신 기술은 변동의 기본 동인(動因)으로서 사회 변동에 자율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이러한 기술 결정론을 탈산업 사회론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관점에 선 학자들은, 정보 사회라는 탈산업 사회는 ‘재화를 생산하는 경제’보다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라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고 보면서, 정보 지식을 탈산업 사회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한다. 또한 이들은 ‘의회 민주주의보다는 참여 민주주의, 시민 운동에 의한 사회 변동, 물질주의적 가치의 퇴조’ 등이 미래 정보 사회의 주요 특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사회 구조론적 관점에서는 정보 기술을 독립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화가 진전되는 일도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일 따름이라고 본다. 정보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인정하기는 하면서도, 그 발전이 독립 변수가 아니라 일종의 매개 변수라고 보는 것이다. 요컨대, 기술 그 자체는 중립적일 수도 있지만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누가,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기술을 이용하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 구조론자들은, 정보 사회란 부가 가치가 높은 정보 기술을 생산과 관리에 도입함으로써 자본을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축적하고, 정보와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상품화함으로써 이윤의 원천을 다양화할 수 있는 사회라고 본다. 정보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한편에서는 제조업을 포함한 기존 산업을 정보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 자체를 산업화하는 양면 전략, 즉 ‘산업을 정보화’와 ‘정보의 상품화’를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보는 정보 사회의 미래는 탈산업 사회론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장밋빛 신세계가 아니다. 즉, 향후의 정보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보 불평등이 확대되고, 실업이 늘어나게 되며, 직무의 탈숙련화로 말미암아 노동자의 힘이 약화되고, 대규모의 다국적 조직을 통하여 정부가 지배력을 강화하게 되는 등의 부정적 특징들이 나타나게 되리라고 본다.
이처럼 정보 사회에 대한 예측이 학자들간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그 전망이 꼭 밝은 것만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보 사회를 전혀 새로운 사회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현재 사회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우리는 정보 사회와 관련된 갖가지 전망을 통하여 실제로 변화하게 될 것은 어떤 것이고 변화하지 않을 것은 어떤 것인지를 잘 분간하는 한편, 긴 역사적 과정 속에서 정보 사회가 어떠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주체적 관점에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보화 및 정보 사회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조건들에 맞는 바람직한 정보 사회의 모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술 결정론과 사회 구조론으로 구별된다. 기술 결정론적 관점에서는 정보 기술이 발전되면 정보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부문이 급격하게 떠오르게 되고, 그에 따라 고용 구조라든가 정부나 기업이 조직되고 작동하는 방식에까지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사회 구조의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즉, 정보 통신 기술은 변동의 기본 동인(動因)으로서 사회 변동에 자율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이러한 기술 결정론을 탈산업 사회론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관점에 선 학자들은, 정보 사회라는 탈산업 사회는 ‘재화를 생산하는 경제’보다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라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고 보면서, 정보 지식을 탈산업 사회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한다. 또한 이들은 ‘의회 민주주의보다는 참여 민주주의, 시민 운동에 의한 사회 변동, 물질주의적 가치의 퇴조’ 등이 미래 정보 사회의 주요 특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사회 구조론적 관점에서는 정보 기술을 독립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화가 진전되는 일도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일 따름이라고 본다. 정보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인정하기는 하면서도, 그 발전이 독립 변수가 아니라 일종의 매개 변수라고 보는 것이다. 요컨대, 기술 그 자체는 중립적일 수도 있지만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누가,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기술을 이용하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 구조론자들은, 정보 사회란 부가 가치가 높은 정보 기술을 생산과 관리에 도입함으로써 자본을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축적하고, 정보와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상품화함으로써 이윤의 원천을 다양화할 수 있는 사회라고 본다. 정보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한편에서는 제조업을 포함한 기존 산업을 정보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 자체를 산업화하는 양면 전략, 즉 ‘산업을 정보화’와 ‘정보의 상품화’를 동시에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보는 정보 사회의 미래는 탈산업 사회론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장밋빛 신세계가 아니다. 즉, 향후의 정보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보 불평등이 확대되고, 실업이 늘어나게 되며, 직무의 탈숙련화로 말미암아 노동자의 힘이 약화되고, 대규모의 다국적 조직을 통하여 정부가 지배력을 강화하게 되는 등의 부정적 특징들이 나타나게 되리라고 본다.
이처럼 정보 사회에 대한 예측이 학자들간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그 전망이 꼭 밝은 것만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보 사회를 전혀 새로운 사회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현재 사회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우리는 정보 사회와 관련된 갖가지 전망을 통하여 실제로 변화하게 될 것은 어떤 것이고 변화하지 않을 것은 어떤 것인지를 잘 분간하는 한편, 긴 역사적 과정 속에서 정보 사회가 어떠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주체적 관점에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보화 및 정보 사회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조건들에 맞는 바람직한 정보 사회의 모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50. 윗글의 주제는? [2점]
① 정보 사회와 산업 사회의 관계
② 정보 사회와 통신 기술의 역할
③ 정보 사회에 대한 정책적 대안
④ 정보 기술의 도입에 따른 문제점
⑤ 정보 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동의 방향
51.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기술 결정론자들은 정보 사회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② 정보 사회의 가치관과 인간 관계는 산업 사회의 그것과는 다르다.
③ 탈산업 사회론자들은 정보 지식을 정보 사회의 핵심 자원으로 본다.
④ 사회 구조론자들은 정보 사회를 자본주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사회로 본다.
⑤ 사회 구조론자들은 정보 사회에서는 이윤 획득의 원천이 다양화된다고 본다.
52. ㉠의 여러 변화들에 대한 유형화가 가장 바르게 된 것은?
① 경제적 변화, 문화적 변화, 이념적 변화
② 생산적 변화, 소비적 변화, 행동적 변화
③ 국가적 변화, 사회적 변화, 개인적 변화
④ 정치적 변화, 개인적 변화, 관념적 변화
⑤ 산업적 변화, 관계적 변화, 도덕적 변화
53. ㉡과 뜻이 같은 말은?
① 비교(比較)할
② 대조(對照)할
③ 상대(相對)할
④ 대립(對立)할
⑤ 비견(比肩)할
54. 사회 구조론자의 관점에서 정보 사회의 변화를 예측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① 실업이 늘어날 것이다.
② 정부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다.
③ 노동자들의 힘이 위축될 것이다.
④ 정보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⑤ 사회적 불평등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55. 윗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제는?
① 정보 사회로 변화하는 속도를 조절하는 일
② 경제적 평등과 정보 기술의 발전을 조화시키는 일
③ 우리 사회에 맞는 정보 사회의 모형을 설계하는 일
④ 정보 사회의 진전을 위해 시민 운동을 전개하는 일
⑤ 정보화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
[56~6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묻지 않았을 때에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지만, 정작 시간을 설명하려고 하면 시간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라는 성 어거스틴의 말은 시간의 성격을 잘 지적하고 있다.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마치 화살과 같이 과거로부터 미래를 향하여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근대에 들어와 비로소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는데,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우주론적 시간’과 ‘열역학적 시간’의 두 가지가 있다. 우주론적 시간이란 우주가 팽창(膨脹)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시간에 관련되는 개념이며, 열역학적(熱力學的) 시간이란 엔트로피, 즉 무질서의 정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시간에 관련되는 개념이다.
(나)
우주론적 시간, 즉 우주에 적용될 수 있는 시간의 개념은 뉴턴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相對性) 이론을 통하여 제시되었다. 뉴턴의 법칙에 따르면, 물체의 현재 상태, 즉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알게 되면 그것의 미래나 과거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법칙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게 되면, 그 시간의 방향이 과거로 향하는 것인지 미래로 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고만다. 바꿔 말하면, 시간이 역으로 흘러간다고 가정하더라도 물체의 운동은 뉴턴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말이다. 이를 ㉡시간의 대칭성(對稱性)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주 탐사선에서 행성 운동을 촬영한 필름은 앞뒤 어느 방향으로 돌리거나 뉴턴의 법칙에 잘 들어맞은 것이다. 따라서 뉴턴의 법칙만 가지고는 현재 우주가 팽창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 우주의 팽창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조차도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만은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다)
한편, 열역학적 시간이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되는 시간을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자연 현상은 에너지가 무산(霧散)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도자기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것처럼, 또는 방 안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서서히 흩어지다가 창문을 열면 밖으로 더욱 퍼져 나가는 것처럼, 자연은 최대 무질서 상태를 향해서 나아간다. 이러한 사례에서 관찰되는 시간은 돌이킬 수가 없으므로 비가역적(非可逆的)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연 현상의 진행 방향이 곧 열역학적 시간의 방향이다. 이 법칙은 우리가 일상 세계에서 경험하는 시간의 방향성을 실제와 어긋나지 않게 설명해 준다.
(라)
이러한 열역학 제2법칙에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이 법칙은 생명체가 탄생하여 질서 있는 조직체로 진화되어 간다는 것, 즉 진화론과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 하면 진화론은 단순한 생명체가 좀 더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된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질서의 정도가 오히려 증가(增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프리고진은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진화론과 열역학 제2법칙이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즉, 자연에는 열평형 상태, 곧 최대 엔트로피 상태를 지향하는 과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 증가를 최소화하려는 비평형 현상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자연계는 열평형 상태를 향하여 진행하는 것이 틀림없지만, 특정한 시공간에서는 비평형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물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리면 마지막 상태는 옅은 색 평형 상태가 되지만, 그 과정을 관찰하면 잉크가 퍼져 나가면서 만드는 무늬와 구조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물 속에서 잠정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비평형 상태의 예이다. 진화론도 이와 같은 비평형 상태가 지속(持續)되는 과정에 해당하는 현상이라고 본다. 이렇게 설명하게 되면, 열역학 제2법칙은 진화론과 모순 없이 양립하면서 일상적인 시간의 방향성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마)
그런데 이 열역학 제2법칙을 우주 전체에 확대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결국 우주는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엔트로피가 높은 무질서한 상태로 진행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엔트로피 증가 과정이 무한히 지속된다면, 우주는 최대 엔트로피의 상태, 즉 사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가 완전히 무산되어 더 이상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열사(熱死)’라고 부르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 열사의 상태가 시간의 최종 도착점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우주의 팽창 과정에서 만유인력이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가정에 불과할 뿐, 실제 우주의 시간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바)
이처럼 열역학 제2법칙도 일상적인 세계 안에서만 설명력을 가질 뿐, 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설명한 뉴턴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도 또한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시간의 방향성에 대한 진정한 설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시간의 방향성과 함께, 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시간의 방향성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통일된 이론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현대 과학이 안고 있는 큰 과제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묻지 않았을 때에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지만, 정작 시간을 설명하려고 하면 시간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라는 성 어거스틴의 말은 시간의 성격을 잘 지적하고 있다. 시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마치 화살과 같이 과거로부터 미래를 향하여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근대에 들어와 비로소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는데,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우주론적 시간’과 ‘열역학적 시간’의 두 가지가 있다. 우주론적 시간이란 우주가 팽창(膨脹)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시간에 관련되는 개념이며, 열역학적(熱力學的) 시간이란 엔트로피, 즉 무질서의 정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시간에 관련되는 개념이다.
(나)
우주론적 시간, 즉 우주에 적용될 수 있는 시간의 개념은 뉴턴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相對性) 이론을 통하여 제시되었다. 뉴턴의 법칙에 따르면, 물체의 현재 상태, 즉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알게 되면 그것의 미래나 과거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법칙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게 되면, 그 시간의 방향이 과거로 향하는 것인지 미래로 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고만다. 바꿔 말하면, 시간이 역으로 흘러간다고 가정하더라도 물체의 운동은 뉴턴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말이다. 이를 ㉡시간의 대칭성(對稱性)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주 탐사선에서 행성 운동을 촬영한 필름은 앞뒤 어느 방향으로 돌리거나 뉴턴의 법칙에 잘 들어맞은 것이다. 따라서 뉴턴의 법칙만 가지고는 현재 우주가 팽창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 우주의 팽창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조차도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만은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다)
한편, 열역학적 시간이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되는 시간을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자연 현상은 에너지가 무산(霧散)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도자기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것처럼, 또는 방 안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서서히 흩어지다가 창문을 열면 밖으로 더욱 퍼져 나가는 것처럼, 자연은 최대 무질서 상태를 향해서 나아간다. 이러한 사례에서 관찰되는 시간은 돌이킬 수가 없으므로 비가역적(非可逆的)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연 현상의 진행 방향이 곧 열역학적 시간의 방향이다. 이 법칙은 우리가 일상 세계에서 경험하는 시간의 방향성을 실제와 어긋나지 않게 설명해 준다.
(라)
이러한 열역학 제2법칙에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이 법칙은 생명체가 탄생하여 질서 있는 조직체로 진화되어 간다는 것, 즉 진화론과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 하면 진화론은 단순한 생명체가 좀 더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된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질서의 정도가 오히려 증가(增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프리고진은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진화론과 열역학 제2법칙이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즉, 자연에는 열평형 상태, 곧 최대 엔트로피 상태를 지향하는 과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 증가를 최소화하려는 비평형 현상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자연계는 열평형 상태를 향하여 진행하는 것이 틀림없지만, 특정한 시공간에서는 비평형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물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리면 마지막 상태는 옅은 색 평형 상태가 되지만, 그 과정을 관찰하면 잉크가 퍼져 나가면서 만드는 무늬와 구조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물 속에서 잠정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비평형 상태의 예이다. 진화론도 이와 같은 비평형 상태가 지속(持續)되는 과정에 해당하는 현상이라고 본다. 이렇게 설명하게 되면, 열역학 제2법칙은 진화론과 모순 없이 양립하면서 일상적인 시간의 방향성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마)
그런데 이 열역학 제2법칙을 우주 전체에 확대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결국 우주는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엔트로피가 높은 무질서한 상태로 진행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엔트로피 증가 과정이 무한히 지속된다면, 우주는 최대 엔트로피의 상태, 즉 사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가 완전히 무산되어 더 이상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열사(熱死)’라고 부르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 열사의 상태가 시간의 최종 도착점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우주의 팽창 과정에서 만유인력이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가정에 불과할 뿐, 실제 우주의 시간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바)
이처럼 열역학 제2법칙도 일상적인 세계 안에서만 설명력을 가질 뿐, 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시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설명한 뉴턴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도 또한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시간의 방향성에 대한 진정한 설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시간의 방향성과 함께, 우주 전체에 적용되는 시간의 방향성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통일된 이론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현대 과학이 안고 있는 큰 과제이다.
56. ㉠이 말하고 있는 시간의 특성은?
① 친숙성, 난해성
② 관념성, 실천성
③ 방향성, 대칭성
④ 종교성, 과학성
⑤ 특수성, 보편성
57. ㉡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1.6점]
① 행성의 운동
② 연기의 흩어짐
③ 생명체의 진화
④ 도자기가 떨어져서 깨짐
⑤ 물에 떨어진 잉크의 퍼짐
58. (다)의 중심 화제는?
① 에너지와 엔트로피의 관계
② 열역학 제2법칙의 예외 사례
③ 시간의 대칭성과 시간의 방향성
④ 열역학 제2법칙과 열역학적 시간
⑤ 상대성 이론과 열역학 제2법칙 간의 모순
59. (라)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2점]
① 생명체가 진화되는 것은 질서의 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② 자연에는 열평형 상태와 비평형 상태가 공존할 수 없다.
③ 물과 잉크를 섞으면 마지막 상태는 평형 상태가 된다.
④ 생명체의 진화는 비평형 상태가 지속되는 과정이다.
⑤ 열역학 제 2법칙은 진화론과 모순되지 않는다.
60. (마)에서 ‘우주의 열사(熱死)’에 대한 설명이 아닌 것은?
①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이다.
② 에너지가 완전히 무산된 상태이다.
③ 온도와 밀도가 극대화된 상태이다.
④ 만유인력을 고려하지 않은 가정이다.
⑤ 더 이상 아무런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이다.
61. 다음 중, 반의(反義) 관계가 아닌 것은? [1.6점]
① 팽창(膨脹) : 수축(收縮)
② 상대성(相對性) : 절대성(絶對性)
③ 무산(霧散) : 평형(平衡)
④ 증가(增價) : 감소(減少)
⑤ 지속(持續) : 단절(斷絶)
[62~6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비 개인 긴 강둑엔 풀빛이 짙었는데
(雨歇長堤草色多)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
(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 물은 그 언제나 다할런가
(大洞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의 눈물 푸른 물결에 더하거니.
(別淚年年添綠波)
―정지상의 「송인(送人)」
(나)
靑山(청산)은 내 이오 綠水(녹수) 님의 情(정)이
綠水 흘너간들 靑山이야 變(변)손가.
綠水도 靑山을 못 니져 우러 예어 가고.
―황진이의 시조
(다)
건곤(乾坤)이 폐(閉塞)야 셜(白雪)이 비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쇼샹 남반(瀟湘南畔)*도 치오미 이러커든, 옥누(玉樓)* 고쳐(高處)야 더옥 닐너 므리. 양츈(陽春)을 부쳐 내여 님 겨신 쏘이고져, 모쳠(茅簷)* 비쵠 옥누의 올리고져. 홍샹(紅裳)을 니믜고 슈(翠袖)* 반만 거더, 일모(日暮) 슈듁(脩竹)*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쳥등(靑燈) 거른 겻 뎐공후(鈿箜篌)* 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앙금(鴦衾)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도 열두 도 설흔 날, 져근덧 각 마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골슈(骨髓)의 텨시니, 편쟉(扁鵲)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 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라.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
*쇼샹 남반(瀟湘南畔) : 소상강 남쪽
*옥누(玉樓) : 옥황상제가 있는 곳
*모쳠(茅簷) : 초가집 처마
*슈(翠袖) : 푸른 소매
*슈듁(脩竹) : 긴 대나무
*뎐공후(鈿箜篌) : 자개 장식을 한 공후
비 개인 긴 강둑엔 풀빛이 짙었는데
(雨歇長堤草色多)
남포에서 그대 보내니 슬픈 노래 울리네.
(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 물은 그 언제나 다할런가
(大洞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의 눈물 푸른 물결에 더하거니.
(別淚年年添綠波)
―정지상의 「송인(送人)」
(나)
靑山(청산)은 내 이오 綠水(녹수) 님의 情(정)이
綠水 흘너간들 靑山이야 變(변)손가.
綠水도 靑山을 못 니져 우러 예어 가고.
―황진이의 시조
(다)
건곤(乾坤)이 폐(閉塞)야 셜(白雪)이 비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쇼샹 남반(瀟湘南畔)*도 치오미 이러커든, 옥누(玉樓)* 고쳐(高處)야 더옥 닐너 므리. 양츈(陽春)을 부쳐 내여 님 겨신 쏘이고져, 모쳠(茅簷)* 비쵠 옥누의 올리고져. 홍샹(紅裳)을 니믜고 슈(翠袖)* 반만 거더, 일모(日暮) 슈듁(脩竹)*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쳥등(靑燈) 거른 겻 뎐공후(鈿箜篌)* 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앙금(鴦衾)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도 열두 도 설흔 날, 져근덧 각 마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골슈(骨髓)의 텨시니, 편쟉(扁鵲)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 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라.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에서
*쇼샹 남반(瀟湘南畔) : 소상강 남쪽
*옥누(玉樓) : 옥황상제가 있는 곳
*모쳠(茅簷) : 초가집 처마
*슈(翠袖) : 푸른 소매
*슈듁(脩竹) : 긴 대나무
*뎐공후(鈿箜篌) : 자개 장식을 한 공후
62. (가)~(다)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임의 태도를 원망하고 있다.
② 임을 보내면서 부른 노래이다.
③ 이별을 운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④ 이별의 상황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⑤ 사랑의 속절없음에 대한 한탄이 주된 정서이다.
63. (가)의 결구(結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① 기구(起句)의 ‘풀빛’과 시각적으로 어울린다.
② 과장된 표현으로 이별의 슬픔을 강조하고 있다.
③ 전구(轉句)의 ‘언제나 다할런가’와 의미가 호응한다.
④ 이별의 정한(情恨)이 깊은 강물의 흐름과 어우러진다.
⑤ 해마다 더해 가는 현실에 대한 무상감이 푸른 물결과 대응한다.
64. (나)의 시적 형상화 방법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굳은 뜻과 변하는 정(情)을 대조시켰다.
② 울음을 물이 소리 내어 흐르는 것에 비유했다.
③ 청산(靑山)은 불변한다는 관습화된 상징을 이용했다.
④ 정(情)이 변하는 것을 물이 흘러가는 것으로 구상화했다.
⑤ 이별을 청산(靑山)의 탈속적(脫俗的)인 이미지로 나타냈다.
65. <보기>의 시조는 상상력을 통해 대상을 주관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변용이 이루어진 대상을 (다)에서 찾으면? [2점]
<보 기>
冬至(동지)ㅅ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① 옥누(玉樓)
② 양츈(陽春)
③ 홍샹(紅裳)
④ 앙금(鴦衾)
⑤ 골수(骨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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