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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시행 : 1994.11.23(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삽화, 사진, 표는 누락되어 있습니다. 원본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푸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이 뉴스의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태권도, 금메달 축배
② 태권도, IOC 총회 통과
③ 한국 태권도, 파리에 입성
④ 한국 태권도, 세계로 비상
⑤ 2000년 올림픽, 금메달 7개 확보
2. (물음) 말하는 사람과 의견과 일치하는 것은?
① 굿을 텔레비전으로 보면 새로운 흥미를 느낀다.
② 현세에서의 선행이나 악행에 따라 내세가 결정된다.
③ 우리 민족은 현세에서 잘 사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④ 씻김굿은 우리 조상의 전통이므로 길이 보존되어야 한다.
⑤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따라 굿의 의미는 재해석되어야 한다.
3. (물음) 두 사람의 대화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 현상 판단도 일치하고, 원인 판단도 일치한다.
② 현상 판단도 일치하고, 해결 방안도 일치한다.
③ 현상 판단은 일치하지 않지만, 해결 방안은 일치한다.
④ 원인 판단도 일치하지만, 해결 방안은 일치하지 않는다.
⑤ 원인 판단도 일치하지 않고, 해결 방안도 일치하지 않는다.
4. (물음) 여동생이 오빠의 말에 반대를 계속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지금의 컴퓨터 가지고는 안 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전혀 다른 컴퓨터가 개발될 수도 있잖아? 앞일을 누가 알겠어?
②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듯이, 인간 사고에 관한 모든 비밀이 다 밝혀지면 그 땐 진짜 인공 지능이 가능하잖아?
③ 온 세계가 정보화 시대로 나아가는 마당에 그런 생각은 너무 구식이야. 오빠, 좀 신세대답게 생각할 수 없어?
④ 과거엔 공상에 불과했던 것들이 하나씩 실현되어 왔잖아? 옛날에 누가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⑤ 비유는 무슨 비유? 인공 지능이 사실이지 그게 어째서 비유야? 지금 인공 지능에 대해서 연구가 얼마나 많이 되고 있는데.
[5~6] 대담을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이 대담에서 남자 학자는 주로 표준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여자 학자는 주로 방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를 바르게 정리한 것은?
① 남자는 설득적 어조이고, 여자는 공격적 어조이다.
② 남자는 방언을 부정하고, 여자는 방언을 인정한다.
③ 남자는 개념을 말하고 있고, 여자는 가치를 말하고 있다.
④ 남자는 단편적 관점을 취하고, 여자는 총체적 관점을 취한다.
⑤ 남자는 직관에 의존해서 말하고, 여자는 감정에 의존해서 말한다.
6. (물음) 이 대담을 듣고 내릴 수 있는 판단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좋은 방언을 널리 활용할 수 있다.
② 표준어의 역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③ 한 개인의 말에서 표준어의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다.
④ 방언과 표준어는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상보적이다.
⑤ 멱장구라는 말은 평안도의 개별성과 토착성이 살아 있는 말이다.
이제 듣기 문제는 다 끝났습니다. 7번 문제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어법이 바르고 자연스러운 문장은?
① 세상 시름에서 훨훨 벗어난 그는 이 첩첩 산중에서 신선처럼 살았다.
② 오늘도 어김없이 바람 부는 날인데도 노인은 외출할 생각을 마음먹었다.
③ 그녀는 자신이 이기적인 줄을 알면서도 남에게서는 무척 듣기 싫어한다.
④ 회원 각자의 현재의 자기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⑤ 그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은 누구에게도 감출 수 없는 사랑의 표정이었다.
8. <보기>에 제시된 추상적 진술에 바로 이어서, 이 내용을 온전하게 포함하는 구체적 설명을 하려고 한다. 부분에 들어갈 글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지적 재산권(知的財産權)은 인간의 지적(知的) 활동에 의해 얻어진 무형재(無形財)에 대한 소유권이다.
① 지적 활동이라는 것은 인간의 육체적 노력에 의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과학 기술 분야의 모든 개인적, 공동적 연구 활동을 말한다.
② 저작, 특허,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타베이스 등 지력으로 개발된 결과물 가운데 재산 가치를 지니는 것들에 대한 소유 권리를 말한다.
③ 오늘날 세계는 인간의 창의력과 지적 활동이 더욱 중시되는 정보화 시대로 줄달음치고 있어서 누구나 지적 재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④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입, 사용하여 경영을 개선함으로써 기업이 많은 돈을 벌게 되었을 때, 기업이 그 돈을 관리하는 권한이 지적 재산권이다.
⑤ 남이 심혈을 기울여 이룩해 낸 연구 결과나 피땀 흘린 노동의 산물 중에서 화폐적 가치로는 따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유권을 말한다.
9. <보기>의 진술을 글의 서두에 배치하여 현대의 교육 현상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뒤에 올 비판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에덴 동산에서 아담은 동물의 이름을 짓기 전에 동물 그 자체를 먼저 보았다. 그런데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동물을 보기도 전에 동물의 이름부터 배운다.
① 고답적이고 선험적인 앎이 무시되는 현상
②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앎이 천시되는 현상
③ 경험적이고 실제적인 앎이 경시되는 현상
④ 논리적이고 이상적인 앎이 약화되는 현상
⑤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앎이 강조되는 현상
10. <보기>와 같은 분류에 적용된 기준 두 가지를 바르게 제시한 것은? [1.2점]
<보 기>
◦ 자선 활동(慈善活動)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유형
<유형 1> 내가 돕든 남이 돕든, 불쌍한 이를 돕는 모든 자선 활동을 좋아하는 인간형
<유형 2> 자선 활동의 일반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자선 활동 참여는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
<유형 3> 자기 만족을 위해서 자신은 자선 활동에 참여하지만, 타인의 자선 활동은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
<유형 4> 몰인정하고 인색하여 자신은 물론이고 그 누구의 어떤 자선 활동도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
<유형 1> 내가 돕든 남이 돕든, 불쌍한 이를 돕는 모든 자선 활동을 좋아하는 인간형
<유형 2> 자선 활동의 일반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자선 활동 참여는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
<유형 3> 자기 만족을 위해서 자신은 자선 활동에 참여하지만, 타인의 자선 활동은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
<유형 4> 몰인정하고 인색하여 자신은 물론이고 그 누구의 어떤 자선 활동도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
① (기준 1) 자선 대상 / (기준 2) 자선 활동의 가치
② (기준 1) 자선 의지 / (기준 2) 자선 활동의 빈도
③ (기준 1) 자선 방법 / (기준 2) 자선 활동의 순수성
④ (기준 1) 자선 동기 / (기준 2) 자선 활동에 대한 만족
⑤ (기준 1) 자선 주체 / (기준 2) 자선 활동에 대한 태도
11. 다음은 ‘소비 생활과 인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위해 작성한 글의 개요이다. 부분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개 요>
제목 : 소비 생활과 인격
[서론]
◦소비 생활의 일상화
가. 모든 생활인은 소비 주체이다.
나. 소비 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넘친다.
다. 일상 속에서 소비의 공간과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본론]
1. 소비 현상에 나타난 현대인의 모습
가. 부정적 모습 : 자아를 상실한 채 소비하는 모습
나. 긍정적 모습 : 자아를 확립하여 소비하는 모습
2. 소비에 다스림을 당하는 인격
가. 충동적 소유욕으로 인해 소비 통제를 못 하는 사람
나. 허영적 과시욕으로 인해 소비 통제를 못 하는 사람
3. 소비를 다스리는 인격
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소비를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사람
나. 절약을 위해 소비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사람
[결론]
◦
가.
나.
제목 : 소비 생활과 인격
[서론]
◦소비 생활의 일상화
가. 모든 생활인은 소비 주체이다.
나. 소비 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넘친다.
다. 일상 속에서 소비의 공간과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본론]
1. 소비 현상에 나타난 현대인의 모습
가. 부정적 모습 : 자아를 상실한 채 소비하는 모습
나. 긍정적 모습 : 자아를 확립하여 소비하는 모습
2. 소비에 다스림을 당하는 인격
가. 충동적 소유욕으로 인해 소비 통제를 못 하는 사람
나. 허영적 과시욕으로 인해 소비 통제를 못 하는 사람
3. 소비를 다스리는 인격
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소비를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사람
나. 절약을 위해 소비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사람
[결론]
◦
가.
나.
① ◦소비 습관의 교정
가. 습관은 곧 인격이다.
나. 잘못된 소비 습관이 중대한 문제이다.
② ◦소비 억제와 과소비 추방
가. 검약과 절제는 언제나 미덕이다.
나. 미덕을 발휘하는 인간이 되자.
③ ◦소비자 보호 운동의 실시
가. 소비자가 다스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나. 소비자의 인격을 존중하자.
④ ◦주체성 있는 소비 철학 확립
가. 소비 생활 그 자체가 인격이다.
나. 소비를 잘 다스려 건전한 인격을 갖추자.
⑤ ◦소비 생활의 편의성 추구
가. 소비 생활도 첨단 기술에 의존한다.
나. 새로운 소비 행동과 인격이 요구된다.
12. 다음은 ‘고속 도로’라는 소재를 두고, 글 쓰는 이가 자유 연상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연상이 전개될수록 그 의미가 일반화, 추상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① 고속 도로 → 산업 → 기간 산업
② 고속 도로 → 국도 → 산업 도로
③ 고속 도로 → 길 → 도리(道理)
④ 고속 도로 → 여행 → 관광 버스
⑤ 고속 도로 → 휴게소 → 안식(安息)
13. 다음 글에서 ㉠~㉤의 논리적 관계를 바르게 말한 것은?
한 민족의 전통은 고유한 것이다. 그러나
㉠ 고유하다, 고유하지 않다 하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 어느 민족의 어느 사상도 완전히 동일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다 고유하다고 할 수 있다.
㉢ 한 종교나 사상이나 정치 제도가 다른 나라에 도입된다 하더라도 꼭 동일한 양상으로 발전되는 법은 없으며, 문화, 예술은 물론이고 과학 기술조차도 완전히 동일한 발전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 이런 점에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유산이 다 고유하다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또 한펀, 한 민족이 창조하고 계승한 문화나 관습이나 물건이 완전히 고유하여, 다른 민족의 문화 내지 전통과 유사점을 전연 찾을 수가 없고, 상호의 영향이 전연 없는 그런 독특한 것은, 극히 원시 시대의 몇몇 관습외에는 없다고 할 것이다.
㉠ 고유하다, 고유하지 않다 하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 어느 민족의 어느 사상도 완전히 동일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다 고유하다고 할 수 있다.
㉢ 한 종교나 사상이나 정치 제도가 다른 나라에 도입된다 하더라도 꼭 동일한 양상으로 발전되는 법은 없으며, 문화, 예술은 물론이고 과학 기술조차도 완전히 동일한 발전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 이런 점에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유산이 다 고유하다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또 한펀, 한 민족이 창조하고 계승한 문화나 관습이나 물건이 완전히 고유하여, 다른 민족의 문화 내지 전통과 유사점을 전연 찾을 수가 없고, 상호의 영향이 전연 없는 그런 독특한 것은, 극히 원시 시대의 몇몇 관습외에는 없다고 할 것이다.
① ㉠은 ㉡의 근거이다.
② ㉡은 ㉢의 근거이다.
③ ㉢은 ㉣의 근거이다.
④ ㉣은 ㉤의 근거이다.
⑤ ㉤은 논증의 결론이다.
[14~1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웃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나)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여 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춰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조그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를 끄실러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 관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 가지고 그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르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출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놓고 가지 각색의 ⓒ화장품 별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 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내음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중략)
(라)
어느덧 손수건만해졌던 볕이 나갔는데 아내는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요만 일에도 좀 피곤하였고 또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내 방으로 가 있어야 될 것을 생각하고 그만 내 방으로 건너간다. 내 방은 침침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잠을 잔다. 한번도 걷은 일이 없는 내 이부자리는 내 몸뚱이의 일부분처럼 내게는 참 반갑다. 잠은 잘 오는 적도 있다. 그러나 또 전신이 까칫까칫하면서 영 잠이 오지 않는 적도 있다. 그런 때는 아무 제목으로나 제목을 하나 골라서 연구하였다.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 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 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가 없고, 한 잠 자고 깨인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 껍질로 띵띵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하였다.
그러기에 나는 빈대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러나 내 방에서는 겨울에도 몇 마리의 빈대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내게 근심이 있었다면 오직 이 빈대를 미워하는 근심일 것이다. 나는 빈대에게 물려서 가려운 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었다. 쓰라리다. 그것은 그윽한 쾌감에 틀림없었다. 나는 흔곤히 잠이 든다.
(마)
나는 그러나 그런 이불 속의 사색 생활에서도 적극적인 것을 궁리하는 법이 없다. 내게는 그럴 필요가 대체 없었다. 만일 내가 그런 좀 적극적인 것을 궁리해 내었을 경우에 나는 반드시 내 아내와 의논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고 - 나는 꾸지람이 무섭다느니보다도 성가셨다. 내가 제법 한 사람의 사회인의 자격으로 일을 해 보는 것도 아내에게 사설 듣는 것도,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도 싶었다.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지리가미 : ‘휴지’의 일본어
―이상의 「날개」에서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웃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나)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여 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춰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조그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를 끄실러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 관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 가지고 그 초점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르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출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놓고 가지 각색의 ⓒ화장품 별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 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내음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중략)
(라)
어느덧 손수건만해졌던 볕이 나갔는데 아내는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요만 일에도 좀 피곤하였고 또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내 방으로 가 있어야 될 것을 생각하고 그만 내 방으로 건너간다. 내 방은 침침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낮잠을 잔다. 한번도 걷은 일이 없는 내 이부자리는 내 몸뚱이의 일부분처럼 내게는 참 반갑다. 잠은 잘 오는 적도 있다. 그러나 또 전신이 까칫까칫하면서 영 잠이 오지 않는 적도 있다. 그런 때는 아무 제목으로나 제목을 하나 골라서 연구하였다. 나는 내 좀 축축한 이불 속에서 참 여러 가지 발명도 하였고 논문도 많이 썼다. 시도 많이 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잠이 드는 것과 동시에 내 방에 담겨서 철철 넘치는 그 흐늑흐늑한 공기에 다―ⓓ비누처럼 풀어져서 온데간데가 없고, 한 잠 자고 깨인 나는 속이 무명 헝겊이나 메밀 껍질로 띵띵찬 한 덩어리 ⓔ베개와도 같은 한 벌 신경이었을 뿐이고 하였다.
그러기에 나는 빈대가 무엇보다도 싫었다. 그러나 내 방에서는 겨울에도 몇 마리의 빈대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내게 근심이 있었다면 오직 이 빈대를 미워하는 근심일 것이다. 나는 빈대에게 물려서 가려운 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었다. 쓰라리다. 그것은 그윽한 쾌감에 틀림없었다. 나는 흔곤히 잠이 든다.
(마)
나는 그러나 그런 이불 속의 사색 생활에서도 적극적인 것을 궁리하는 법이 없다. 내게는 그럴 필요가 대체 없었다. 만일 내가 그런 좀 적극적인 것을 궁리해 내었을 경우에 나는 반드시 내 아내와 의논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고 - 나는 꾸지람이 무섭다느니보다도 성가셨다. 내가 제법 한 사람의 사회인의 자격으로 일을 해 보는 것도 아내에게 사설 듣는 것도,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도 싶었다.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지리가미 : ‘휴지’의 일본어
―이상의 「날개」에서
14.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나타난 심경이 드러나고 있는 단락은?
<보 기>
이상(李箱)의 「오감도」가 신문에 발표되자, 정신병자가 아니냐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대해 이상(李箱)은 이렇게 말했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 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 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깜빡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어쨌 든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면서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 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 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깜빡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어쨌 든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면서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15. 작중 인물 ‘나’의 행동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있다.
② 자기 아내와 대화하고 있다.
③ 일상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④ 이불 속에서 몽상을 하고 있다.
⑤ 제한된 공간에서 이동하고 있다.
16. ㉠의 상징적 의미를 바르게 말한 것은?
① 자아가 억압되는 공간
② 갈등이 심화되는 공간
③ 현실을 극복하는 공간
④ 내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
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는 공간
17. ⓐ~ⓔ 중, ‘나’를 형상화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18~2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지붕은 집이 위치하는 지역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붕의 형상을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지역의 기후라고 할 수 있다. 지붕의 크기는 ㉠처마의 깊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처마의 깊이는 처마 폭에 의해 결정되는데, 처마 폭은 도리로부터 지붕 끝까지의 너비를 말한다. 처마가 깊다 깊지 않다 하는 것은 기둥의 높이에 비해 처마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가늠하여 하는 말이다.
처마를 깊게 잡는 구조는 우리 나라 건축의 특색 가운데 하나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태양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중부 지방, 대략 북위 38도선 부근에서의 하짓날 태양의 남중 고도는 약 70도의 각도를 지닌다. 중천에 뜬 태양이 이글거리며 뙤약볕이 쏟아진다. 그러나 깊은 처마가 차양이 되어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에, 방안이나 대청에서는 나무 그늘 밑에서와 같은 시원함과 청량감을 느끼게 된다. 동짓날 태양의 남중 고도는 대략 35도 가량이다. 낮게 뜬 해가 따뜻한 햇살을 방 속 깊숙히 투사하여 준다. 따뜻해진 공기는 깊은 처마의 삼각상대에 머무른다. 방의 열을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빼앗아 가려고 할 때, 이 삼각상대의 따뜻한 온기가 상당한 저항 작용을 하여, 그만큼의 훈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처마를 깊게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건축 자재의 취약성과 생활 관습을 들 수 있다. 목재가 집을 짓는 자재의 중심이 되던 시절에는 습기에 약한 목재가 빗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였다. 따라서 낙숫물이 튀어 나무에 닿지 못하도록 처마를 깊게 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농사를 짓는 데는 깊은 처마가 필요하였다. 농사에 쓰이는 연모나 거둔 곡식을 저장하는 일차적인 장소로 처마 밑이 알맞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작업장으로도 유용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처마는 점점 깊어지게 되었다.
이렇듯이 자연 여건 및 생활 관습이 반영된 처마는 우리 나라 건축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농가의 자그마한 살림집뿐만 아니라 공공 건축물에도 그대로 채택되어, 규모가 큰 기와집이라 할지라도 깊은 처마를 가지게 되었다. 기와 지붕은 초가 지붕의 구성에서 발달한 것이며, 처마 구성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곡선 모양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형태와 아름다움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처마를 깊게 잡는 구조는 우리 나라 건축의 특색 가운데 하나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태양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중부 지방, 대략 북위 38도선 부근에서의 하짓날 태양의 남중 고도는 약 70도의 각도를 지닌다. 중천에 뜬 태양이 이글거리며 뙤약볕이 쏟아진다. 그러나 깊은 처마가 차양이 되어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에, 방안이나 대청에서는 나무 그늘 밑에서와 같은 시원함과 청량감을 느끼게 된다. 동짓날 태양의 남중 고도는 대략 35도 가량이다. 낮게 뜬 해가 따뜻한 햇살을 방 속 깊숙히 투사하여 준다. 따뜻해진 공기는 깊은 처마의 삼각상대에 머무른다. 방의 열을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빼앗아 가려고 할 때, 이 삼각상대의 따뜻한 온기가 상당한 저항 작용을 하여, 그만큼의 훈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처마를 깊게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건축 자재의 취약성과 생활 관습을 들 수 있다. 목재가 집을 짓는 자재의 중심이 되던 시절에는 습기에 약한 목재가 빗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였다. 따라서 낙숫물이 튀어 나무에 닿지 못하도록 처마를 깊게 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농사를 짓는 데는 깊은 처마가 필요하였다. 농사에 쓰이는 연모나 거둔 곡식을 저장하는 일차적인 장소로 처마 밑이 알맞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작업장으로도 유용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처마는 점점 깊어지게 되었다.
이렇듯이 자연 여건 및 생활 관습이 반영된 처마는 우리 나라 건축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농가의 자그마한 살림집뿐만 아니라 공공 건축물에도 그대로 채택되어, 규모가 큰 기와집이라 할지라도 깊은 처마를 가지게 되었다. 기와 지붕은 초가 지붕의 구성에서 발달한 것이며, 처마 구성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곡선 모양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형태와 아름다움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18. ㉠은 다음 그림에서 어느 것인가? [0.8점]
19. 처마를 깊게 하는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① 농경 생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② 집의 규모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③ 집을 짓는 주된 재료가 목재이기 때문이다.
④ 그늘을 만들어 주고 비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20.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지붕의 곡선은 처마의 깊이에 따라 결정된다.
② 지붕의 형태는 생활의 필요를 반영한 결과이다.
③ 지붕의 구성 재료에 따라서 보온 상태가 달라진다.
④ 지붕의 크기는 소유자의 재산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⑤ 지붕의 치장은 건물의 용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21~2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역사가 옛날로 올라갈수록 개인의 비중이 사회보다도 컸던 것 같다. 사회 구조가 개인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산업과 정치가 현대와 같은 복잡 사회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되므로, 마치사회는 개인을 위해 있으며, 개인이 사회를 주인들인 것같이 생각되어 왔다.
(나)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는 정치,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개인보다도 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영국을 출발점으로 삼는 산업 혁명은 경제의 사회성을 강요하게 되었고, 프랑스 혁명은 정치적인 사회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다)
19세기 중엽에 탄생된 여러 계통의 사회 과학을 보면, 우리들의 생활이 급속도로 사회 중심 체제로 변한 것을 실감케 된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개인이 중심이고 사회가 그 부수적인 현상같이 느껴졌으나, 오늘에 이르러서는 사회가 중심이 되고 개인은 그 사회의 부분들인 것으로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사회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만든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부터 그 성격이 점차 ㉠굳어졌다. 실제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내가 살고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으며, 이 때의 ‘우리’라 함은 정치, 경제 등의 집단인 사회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라)
현대가 그렇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정당하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함은 별개의 문제이다. 일찍이 키에르케고르나 니체 같은 사람들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강하게 호소한 바 있다. 오늘날까지도 사회와 개인에 대한 대립된 견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전부이며 개인은 의미가 없다든지, 개인의 절대성을 주장한 나머지 사회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도 모두 정당한 견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는 개인 속에서 그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를 발견하며, 그 사회 속에서 개인을 발견한다. 사회와 개인은 서로 깊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이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으며, 사회에 속하지 않는 개인을 생각한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
그러면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어떠한가? 어떤 사람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원자와 물질의 역학적 관계와 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원자가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며, 물질이 없다면 원자의 존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존재성만을 중심으로 본다면, 개인과 사회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다 설명될 수는 없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세포와 유기체의 관계와 같이 생각한다. 생명적 존재를 위한 생성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의 영향을 받은 스펜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존재나 생성의 과정에 그치지 않는 보다 높은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존재하면서 생성하며, 생성하면서 문화 역사를 창조해 가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관계는 발전과 비약을 가능하게 하는 변증법적 관계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역사가 옛날로 올라갈수록 개인의 비중이 사회보다도 컸던 것 같다. 사회 구조가 개인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산업과 정치가 현대와 같은 복잡 사회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모여서 사회가 되므로, 마치사회는 개인을 위해 있으며, 개인이 사회를 주인들인 것같이 생각되어 왔다.
(나)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는 정치,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개인보다도 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영국을 출발점으로 삼는 산업 혁명은 경제의 사회성을 강요하게 되었고, 프랑스 혁명은 정치적인 사회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다)
19세기 중엽에 탄생된 여러 계통의 사회 과학을 보면, 우리들의 생활이 급속도로 사회 중심 체제로 변한 것을 실감케 된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개인이 중심이고 사회가 그 부수적인 현상같이 느껴졌으나, 오늘에 이르러서는 사회가 중심이 되고 개인은 그 사회의 부분들인 것으로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사회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만든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부터 그 성격이 점차 ㉠굳어졌다. 실제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내가 살고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으며, 이 때의 ‘우리’라 함은 정치, 경제 등의 집단인 사회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라)
현대가 그렇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정당하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함은 별개의 문제이다. 일찍이 키에르케고르나 니체 같은 사람들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강하게 호소한 바 있다. 오늘날까지도 사회와 개인에 대한 대립된 견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전부이며 개인은 의미가 없다든지, 개인의 절대성을 주장한 나머지 사회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도 모두 정당한 견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는 개인 속에서 그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를 발견하며, 그 사회 속에서 개인을 발견한다. 사회와 개인은 서로 깊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이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으며, 사회에 속하지 않는 개인을 생각한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
그러면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어떠한가? 어떤 사람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원자와 물질의 역학적 관계와 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원자가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며, 물질이 없다면 원자의 존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존재성만을 중심으로 본다면, 개인과 사회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다 설명될 수는 없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세포와 유기체의 관계와 같이 생각한다. 생명적 존재를 위한 생성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의 영향을 받은 스펜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존재나 생성의 과정에 그치지 않는 보다 높은 차원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존재하면서 생성하며, 생성하면서 문화 역사를 창조해 가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관계는 발전과 비약을 가능하게 하는 변증법적 관계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21. 각 단락의 성격을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가)―문제 해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② (나)―이 글을 쓰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③ (다)―여러 가지 관점들을 비교하고 있다.
④ (라)―글쓴이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⑤ (마)―주장을 구체적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22. <보기>는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말들이다. 빈 칸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보 기>
개인, 사회, ( ), ( )
① 중심, 발전
② 발견, 창조
③ 현대, 비약
④ 관계, 상호 작용
⑤ 주인, 변증법적
23. ㉠과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은? [0.8점]
①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다.
② 한번 굳어진 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③ 내가 협조를 거절하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④ 너무 당황하니까 혀가 굳어져 말이 잘 안 나온다.
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아서 머리가 굳어진 것 같다.
24. (라)의 내용에 대하여 제기할 수 있는 비판으로 가장 타당한 것은? [1.2점]
① 여기서 비판하고 있는 두 관점은 개인을 의미 없다고 본 것도 아니며, 개인이 절대적이라고 본 것도 아니다. 자신이 반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주장을 확대 해석해 놓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다.
②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말에는 개인은 철두철미하게 사회적 존재라는 생각이 이미 들어 있다.
③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에 중요한 할 일이 많아 있는데 개인과 사회의 문제 따위나 생각하다니, 이런 문제보다는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루어야 한다.
④ 개인과 사회를 논하면서 키에르케고르와 니체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가? 우리 역사에도 뛰어난 사상가들이 많이 있었으므로 그들의 그들을 빌려 논의해야 한다.
⑤ 사회에 속하는 개인들은 매우 복잡한 상호 관계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개인간의 상호 관계가 철저하게 규명되지 않고서는 인간의 본질이 이해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아무런 빛도 던져 주지 못한다.
[25~2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니리] “어, 차마 못 보겠다. 내가 어사 된 것이 선영 덕택인 줄 알았더니, 예 와 보니 춘향 모 정성이 반이나 되겠구나. 저러헌 형상에 이 모양으로 들어가면, 저 늙은이 성질에 괴변이 날 테니 잠시 속일 수밖에 없지.”
[중모리] 어사또 목이 매여 춘향 손을 ⓐ부여잡더니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네가 이것이 웬일이냐. 부드럽고 곱던 손길이 피골(皮骨)이 상연(相連)쿠나.”
㉠“나는 이게 내 죄요마는, 서방님은 웬일이요?”
“나도 역시 팔자로다.”
“서방님을 잠시라도 뵈오니 이제 죽어 한이 없나이다. 내일 본관 사또 생신 잔치 끝에 나를 올려 죽인다니, 서방님은 먼 데 가지 말고 옥문 밖에 서겼다가, 날 올리라 영(令)이 내리거든 ⓑ칼머리나 들어 주어. 나를 죽여 내어 놓거든 다른 사람 손대기 전에, 싹군인 체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나와, 우리 둘이 인연 맺던 부용당(芙蓉堂)에 나를 누이고 서방님 속옷 벗어 입혀 주고 나를 묻어 주되, 신산(新山) 구산(舊山) 다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서, 선대감(先大監) 제절 하(除節下)에 ⓒ은근히 묻어 주고, 정조 한식(正朝寒食) 단오 추석 선대감 시제(時祭) 잡순 후, 주과포혜(酒果脯醯) 따로 차려 놓고 술 한 잔 부어 들고, 나의 무덤에 우에 올라서서 발 툭툭 세 번 구르고, ‘춘향아’ 부르시고, 청초(靑草)는 우거진디 앉었느냐 누었느냐? 내가 와 주는 술이니 ⓓ퇴(退치) 말고 많이 먹어라.’ 그 말씀만 하여 주오. 그 말밖에 할 말 없오.”
어사또 목이 메여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우지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애 춘향아, 우지 마라. 상여(喪輿) 탈지 가마를 탈지 그것이야 누가 알겠느냐마는,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 하였으니 솟아날 굼기가 있느니라. 오늘 밤만 죽지를 말고 내일 날로 상봉하자.”
[아니리] “춘향아, 내가 너더러 할 말이 있다마는…….”
춘향 모 이 말 듣더니,
㉡“자네 누구 땜세 말 못 허는가, 나 있다고 말 못허는가?”
“향단아, 마나님 잘 모시고 어서 집으로 가거라.”
“서방님, 마나님 하시는 말씀 곡해(曲解) 마시고 집으로 가사이다.”
“그런 게 아니다. 나는 볼일이 있어 같이 못 가니, 내일 아침이나 잘 지어 놓아라.”
향단이와 춘향 모는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가고, 어사또는 객사(客舍)로 들어가 거사(擧事) 할 일을 생각할 제 날이 차차 밝아 오니, (하략)
―정정렬 판 「춘향가」에서
㈎
어사또가 춘향 모를 속여 부르는디, 꼭 이렇게 부르것다.
“이로너라, 이로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춘향 모 울다가 깜짝 놀라,
“향단아, 이것이 뭔 소리다냐?”
향단이도 어찌 놀랬던지,
“비 올라고 천둥헝개비요.”
“너의 애기씨 들어가시게 되니, 성조 지신이 발동을 하였는가, 어느 놈이 술 담뿍 먹고 와서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를 허는지, 나가서 좀 보고 오너라.” (중략)
“이로너라, 이로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춘향 모 울다가 깜짝 놀라,
“향단아, 이것이 뭔 소리다냐?”
향단이도 어찌 놀랬던지,
“비 올라고 천둥헝개비요.”
“너의 애기씨 들어가시게 되니, 성조 지신이 발동을 하였는가, 어느 놈이 술 담뿍 먹고 와서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를 허는지, 나가서 좀 보고 오너라.” (중략)
“네가 이것이 웬일이냐. 부드럽고 곱던 손길이 피골(皮骨)이 상연(相連)쿠나.”
㉠“나는 이게 내 죄요마는, 서방님은 웬일이요?”
“나도 역시 팔자로다.”
“서방님을 잠시라도 뵈오니 이제 죽어 한이 없나이다. 내일 본관 사또 생신 잔치 끝에 나를 올려 죽인다니, 서방님은 먼 데 가지 말고 옥문 밖에 서겼다가, 날 올리라 영(令)이 내리거든 ⓑ칼머리나 들어 주어. 나를 죽여 내어 놓거든 다른 사람 손대기 전에, 싹군인 체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나와, 우리 둘이 인연 맺던 부용당(芙蓉堂)에 나를 누이고 서방님 속옷 벗어 입혀 주고 나를 묻어 주되, 신산(新山) 구산(舊山) 다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서, 선대감(先大監) 제절 하(除節下)에 ⓒ은근히 묻어 주고, 정조 한식(正朝寒食) 단오 추석 선대감 시제(時祭) 잡순 후, 주과포혜(酒果脯醯) 따로 차려 놓고 술 한 잔 부어 들고, 나의 무덤에 우에 올라서서 발 툭툭 세 번 구르고, ‘춘향아’ 부르시고, 청초(靑草)는 우거진디 앉었느냐 누었느냐? 내가 와 주는 술이니 ⓓ퇴(退치) 말고 많이 먹어라.’ 그 말씀만 하여 주오. 그 말밖에 할 말 없오.”
어사또 목이 메여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우지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애 춘향아, 우지 마라. 상여(喪輿) 탈지 가마를 탈지 그것이야 누가 알겠느냐마는,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 하였으니 솟아날 굼기가 있느니라. 오늘 밤만 죽지를 말고 내일 날로 상봉하자.”
[아니리] “춘향아, 내가 너더러 할 말이 있다마는…….”
춘향 모 이 말 듣더니,
㉡“자네 누구 땜세 말 못 허는가, 나 있다고 말 못허는가?”
“향단아, 마나님 잘 모시고 어서 집으로 가거라.”
“서방님, 마나님 하시는 말씀 곡해(曲解) 마시고 집으로 가사이다.”
“그런 게 아니다. 나는 볼일이 있어 같이 못 가니, 내일 아침이나 잘 지어 놓아라.”
향단이와 춘향 모는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가고, 어사또는 객사(客舍)로 들어가 거사(擧事) 할 일을 생각할 제 날이 차차 밝아 오니, (하략)
―정정렬 판 「춘향가」에서
25.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춘향의 심리 상태는?
① 과거를 뉘우친다.
② 더 살기를 단념한다.
③ 모친의 안부를 걱정한다.
④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린다.
⑤ 이 도령의 모습을 보고 분노한다.
26. (가)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제를 바꿈으로써 조바심을 갖게 한다.
② 해학을 통해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킨다.
③ 함축적 대화를 통해 사건의 결말을 암시한다.
④ 위기 상황을 조성하여 극적 흥미를 유발시킨다.
⑤ 방언을 구사하여 인물의 내면 심리를 알게 한다.
27. ㉠을 근거로 춘향의 인물됨을 적절히 말한 것은?
① 춘향이야말로 자기 희생적인 여인이지. 자기의 처지보다 이도령의 신세를 걱정하고 있잖아.
② 춘향이야말로 정절의 여인이지. 이 도령과의 사랑을 위하여 본관 사또의 명을 거역하고 있잖아.
③ 춘향이야말로 현실적인 인물이지. 이 도령의 몰락한 모습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잖아.
④ 춘향이야말로 심성이 고운 인물이지. 이 도령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잖아.
⑤ 춘향이야말로 의지가 강한 인물이지. 이 도령이 자신을 구원 해 줄 것을 믿고 있잖아.
28. ㉡의 어조로 적절한 것은? [0.8점]
① 은근하게
② 반기면서
③ 슬퍼하면서
④ 기대에 차서
⑤ 못마땅해 하며
29. ⓐ~ⓔ의 뜻풀이로 바른 것은?
① ⓐ―살며시 잡더니
② ⓑ―칼자루나 잡아 주오
③ ⓒ―남몰래 묻어 주고
④ ⓓ―물러서지 말고
⑤ ⓔ―나을 듯 말 듯
[30~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무에 아주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이 있고, ⓐ바람이 있고, 새가 있다.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 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웃을 뿐 말이 없으나, 이심전심(以心傳心) 의사(意思)가 잘 소통되고 아주 비위에 맞는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그야말로 바람장이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올 뿐 아니라, 어떤 때에는 쏘삭쏘삭 알랑거리고, 어떤 때에는 난데없이 휘갈기고, 또 어떤 때에는 공연히 뒤틀려 우악스럽게 남의 팔다리에 생채기를 내 놓고 달아난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가다 믿고 와 둥지를 틀고, 지쳤을 때 찾아와 쉬며 푸념하는 것이 귀엽다. 그리고 가다 흥겨워 노래할 때, 노래 들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기쁨이 되지 아니할 수 없다. 나무는 이 모든 것을 잘 가릴 줄 안다. 그러나 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물리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달을 유달리 후대(厚待)하고 새와 바람을 박대(薄待)하는 일도 없다. 달은 달대로, 새는 새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다 같이 친구로 대한다. 그리고 친구가 오면 다행하게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고 하여 불행해 하는 법이 없다.
같은 나무, 이웃 나무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나무는 서로 속속들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동정하고 공감한다.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기쁘고, 일생을 이웃하여 살아도 싫증나지 않는 참다운 친구다.
그러나 나무는 친구끼리 서로 즐긴다느니보다는, 제각기 하늘이 준 힘을 다하여 널리 가지를 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더 힘을 쓴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항상 감사하고 찬송하고 묵도(黙禱)하는 것으로 일삼는다. 그러기에 나무는 언제나 하늘을 향하며, 손을 쳐들고 있다. 온갖 나뭇잎이 우거진 숲을 찾는 사람이 거룩한 전당에 들어선 것처럼 엄숙(嚴肅)하고 경건(敬虔)한 마음으로 절로 옷깃을 여미고, 우렁찬 찬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理由)도 여기 있다.
―이양하(李敭河)의 「나무」에서
(나)
오우가(五友歌)
윤선도(尹善道)
내 버디 몃치나 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의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 밧긔 또 더야 머엇리.
구룸빗치 조타 나 검기를 로 다.
ⓑ람소 다 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뿐인가 노라.
고즌 므스 일로 퓌며서 쉬이 디고,
플은 어이야 프로 누르니.
아마도 변티 아닐 바회뿐인가 노라.
더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
솔아, 너 얻디 눈서리 모다.
구천(九泉)의 블희 고 줄을 글로 야 아노라.
나모도 아닌 거시 플로 아닌 거시
곳기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다.
뎌러코 사시(四時)에 프르니 그를 됴하노라.
쟉은 거시 노피 떠서 만물(萬物)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명(光明)이 너만니 또 잇냐.
보고도 말 아니 니 내 벋인가 노라.
(다)
서 시(序詩)
윤동주(尹東株)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라)
바 위
유치환(柳致環)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나무에 아주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이 있고, ⓐ바람이 있고, 새가 있다. 달은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찾고, 고독한 여름 밤을 같이 지내고 가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다. 웃을 뿐 말이 없으나, 이심전심(以心傳心) 의사(意思)가 잘 소통되고 아주 비위에 맞는 친구다.
바람은 달과 달라 아주 ㉡변덕 많고 수다스럽고 믿지 못할 친구다. 그야말로 바람장이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올 뿐 아니라, 어떤 때에는 쏘삭쏘삭 알랑거리고, 어떤 때에는 난데없이 휘갈기고, 또 어떤 때에는 공연히 뒤틀려 우악스럽게 남의 팔다리에 생채기를 내 놓고 달아난다. 새 역시 바람같이 믿지 못할 친구다. 자기 마음 내키는 때 찾아오고, 자기 마음 내키는 때 달아난다. 그러나 가다 믿고 와 둥지를 틀고, 지쳤을 때 찾아와 쉬며 푸념하는 것이 귀엽다. 그리고 가다 흥겨워 노래할 때, 노래 들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기쁨이 되지 아니할 수 없다. 나무는 이 모든 것을 잘 가릴 줄 안다. 그러나 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물리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달을 유달리 후대(厚待)하고 새와 바람을 박대(薄待)하는 일도 없다. 달은 달대로, 새는 새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다 같이 친구로 대한다. 그리고 친구가 오면 다행하게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고 하여 불행해 하는 법이 없다.
같은 나무, 이웃 나무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나무는 서로 속속들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동정하고 공감한다.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기쁘고, 일생을 이웃하여 살아도 싫증나지 않는 참다운 친구다.
그러나 나무는 친구끼리 서로 즐긴다느니보다는, 제각기 하늘이 준 힘을 다하여 널리 가지를 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더 힘을 쓴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항상 감사하고 찬송하고 묵도(黙禱)하는 것으로 일삼는다. 그러기에 나무는 언제나 하늘을 향하며, 손을 쳐들고 있다. 온갖 나뭇잎이 우거진 숲을 찾는 사람이 거룩한 전당에 들어선 것처럼 엄숙(嚴肅)하고 경건(敬虔)한 마음으로 절로 옷깃을 여미고, 우렁찬 찬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理由)도 여기 있다.
―이양하(李敭河)의 「나무」에서
(나)
오우가(五友歌)
윤선도(尹善道)
내 버디 몃치나 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의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 밧긔 또 더야 머엇리.
구룸빗치 조타 나 검기를 로 다.
ⓑ람소 다 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뿐인가 노라.
고즌 므스 일로 퓌며서 쉬이 디고,
플은 어이야 프로 누르니.
아마도 변티 아닐 바회뿐인가 노라.
더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
솔아, 너 얻디 눈서리 모다.
구천(九泉)의 블희 고 줄을 글로 야 아노라.
나모도 아닌 거시 플로 아닌 거시
곳기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다.
뎌러코 사시(四時)에 프르니 그를 됴하노라.
쟉은 거시 노피 떠서 만물(萬物)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명(光明)이 너만니 또 잇냐.
보고도 말 아니 니 내 벋인가 노라.
(다)
서 시(序詩)
윤동주(尹東株)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라)
바 위
유치환(柳致環)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0. (가)~(라)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② 수동적인 삶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③ 과거를 통해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④ 현실을 도피하고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⑤ 자연물을 통해 지은이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31. (가)에 나타난 ‘나무’의 속성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① 사교적이고 진취적이다.
② 주변의 사물들과 친화한다.
③ 세상사에 대하여 긍정적이다.
④ 포용적인 자세와 태도를 보인다.
⑤ 자연의 질서와 섭리에 순응한다.
32. 현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다)와 가장 가까운 것은? [1.2점]
①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신석정, 「꽃덤풀」
② 님이여, 당신은 백번(百番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 뽕나무 뿌리가 산호(珊瑚)가 되도록 천국(天國)의 사랑을 받옵소서. /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 볕의 첫걸음이여.
―한용운, 「찬송」
③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 많이는 아니고 조금 /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 옥수수 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김수영, 「꽃잎」
④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 순이(順伊), 포도 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장만영, 「달ㆍ포도ㆍ잎사귀」
⑤ 오월(五月)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三百)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33. 다음은 (다)에 대한 학생들의 감상이다. 작품 자체의 내재적 의미만을 주목한 것은?
① 말도 안돼. 바람이 어떻게 별까지 갈 수 있니? 부끄럼 없이 살겠다고 하면서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어? 하긴 세상이 험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② 참 멋있다. 별은 천상 세계에 속하고, 바람은 지상 세계에 있는 것인데, 끝에 가서 별이 바람에 스치는 것을 보니 이야말로 두 세계가 만나는 경지 아니겠어?
③ 이 시는 우리 같은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작품이야. 우리가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 나갈 때, 지금과 같은 젊고 순수한 마음을 결코 잃지 말라는 것 같아.
④ 내 생각에 이 시는 젊은 사람이 아니라 나이가 좀 든 사람이 지은 것 같아.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항상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살라고 말씀하시거든.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말이야.
⑤ 이 시를 쓴 사람은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직업이 그런 쪽일 거야.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말이야. 나는 그런 직업이 보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34. (다), (라)에서 ‘말하는 사람[화자(話者)]’의 공통적인 태도가 아닌 것은?
① 자기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② 삶의 허무함을 극복하려 한다.
③ 자기 성찰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④ 시련 속에서 신념을 다지고 있다.
⑤ 현실에서 오는 번뇌를 이기려 한다.
35. ㉠의 전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무는 불행하다.
② 나무는 고독한 존재다.
③ 나무는 믿을 만한 존재다.
④ 나무는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⑤ 나무는 평등 사상을 가지고 있다.
36. ㉡의 의미와 거리가 먼 것을 (나)에서 찾으면?
① 구룸빗치 조타 나 검기를 로 다
② 람 소 다 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③ 고즌 므스 일로 퓌며서 쉬이 디고
④ 플은 어이야 프로 누르니
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37. ㉢의 시적 의미가 형상화된 시행을 (라)에서 찾으면?
①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②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③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④ 흐르는 구름 / 머언 원뢰(遠雷)
⑤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8. ⓐ~ⓓ 중, 함축적 의미가 유사한 것끼리 묶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9~4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백성을 위하여 목(牧)*이 존재하는가, 백성이 목을 위해 태어났는가? 백성들은 곡식과 피륙을 내어 목을 섬기고, 수레와 말을 내어 따르면서 목을 영송(迎送)하며, 고혈(膏血)을 다하여 목을 살찌게 하니 백성들이 목을 위해서 태어난 것인가?
그런데 후세에는 어느 한 사람이 스스로 황제가 되어 자기의 자제와 종복들을 제후로 삼고, 제후는 자기 심복을 뽑아 주장을 삼으며, 주장 역시 자기 심복을 가려 당정ㆍ이정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황제는 자기 욕망을 좇아 법을 제정하여 제후에게 내리고, 제후는 다시 자신의 욕망대로 법을 제정하여 주장에게 내린다. 이와 같이 주장은 당정에게, 당정은 다시 이정에게 내리니, 그 법은 통치자를 존숭(尊崇)하고 백성을 비하하며, 아랫사람에게는 각박하고 윗사람에게는 너그럽게 되었다. 이렇듯 백성은 한결같이 목을 위하여 태어난 것처럼 되어 버렸다.
㈏
오늘날 수령들은 옛날의 제후와 같아져 궁실과 수레, 의복과 음식, 그리고 좌우의 시종을 거느린 것이 마치 국군의 그것에 비길 만하다. 또 그들은 넉넉히 다른 사람을 경복(慶福)할 만하고, 그들의 형률(刑律)과 위엄은 충분히 사람들을 두렵게 할 만하다. 결국 수령들은 오만스럽게 자신을 뽐내고, 태평스럽게 스스로 안일에 빠져서 자신이 목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만다. 사람들이 분쟁을 일으켜 찾아가 판결을 구하면 번거로워 하면서 “왜 이렇게 시끄러우냐?” 하고, 굶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제 스스로 죽은 것일 뿐이다.“라고 한다. 곡식과 피륙을 바쳐서 섬기지 않으면 곤장을 치고 몽둥이질을 하여 피가 흘러서야 그친다. 날마다 거둬들인 돈꾸러미를 헤아려 낱낱이 기록하고, 돈과 피륙을 부고하여 전답과 주택을 장만하여, 권세 있는 재상가에 뇌물을 보내 뒷날의 이익을 기다린다. 이러고서야 백성이 목을 위하여 태어난 것이어니와, 어찌 이것이 타당한 이치이겠는가?
*목 : 백성을 맡아 다스리는 자의 총칭.
39. (가)와 같이 묻게 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목과 백성은 결국 평등한 인간일 뿐이므로
② 백성들의 목에 대한 태도는 달라져야 하므로
③ 목과 백성의 본질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④ 목과 백성을 구별하는 의의를 알 수 없으므로
⑤ 현실 속의 목과 백성의 관계가 잘못되어 있으므로
40. (나)에 나타난 수령의 형태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가렴주구(苛斂誅求)
② 환골탈태(換骨奪胎)
③ 자중지란(自中之亂)
④ 부화뇌동(附和雷同)
⑤ 자승자박(自繩自縛)
41. 글쓴이의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자신이 처한 시대 현실을 고뇌하고 있다.
② 기본적으로 다수의 백성을 신뢰하고 있다.
③ 태고의 정치 체제를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④ 신분제적 질서를 역사적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⑤ 통치자 선임과 법 제정 절차가 상응한다고 보고 있다.
42. 이 글이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① 민본주의 회복
② 배금주의 추방
③ 충효 사상 고취
④ 사회 기강 확립
⑤ 분배 정의 실현
43. 글쓴이가 백성을 보는 관점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은? [1.2점]
① 천하의 공통된 원리는 통치자가 다른 사람을 사역(使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사령(使令)과 노복은 관직에 있는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유형원(柳馨遠)
② 옛날에 법을 만드는 일은 모두 백성을 이롭게 하고 풍속을 선도하려는 뜻에서 비롯하였다. 형벌을 가하는 데는 공평하게 하고, 털끝만큼도 사사로운 편견이 없었다.
―우하영(禹夏永)
③ 인주(人主)가 백성을 존중하면 천자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필부가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백성이란 ‘임금의 하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수광(李睟光)
④ 한 나라의 일은 마땅히 온 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도모해야 한다. 한 나라의 공론은 온 나라 사람과 함께 생각하는 의논이다.
―최한기(崔漢綺)
⑤ 백성 개개의 힘은 지극히 작지만 그 백성의 도움이 있어야 큰 일을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나라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길밖에 없다.
―이익(李瀷)
[44~4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프랑스 시민 혁명 후에 나온 인권 선언문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법적인 평등권은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남성에게만 주어졌을 뿐이다. 시민혁명에 동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신분이 낮은 남성에게는 법적인 평등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프랑스 혁명 발발 2년 후인 1791년 올랭프 드 구즈를 중심으로 자유와 평등, 참정권을 주장하는 ‘여성 선언’이 발표되었고, 1792년 영국에서는 월스톤 크라프트가 여권옹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나)
여성의 평등권에 대한 주장과 요구는 19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나 여성이 법적인 시민권, 곧 보통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그 후 한동안 침체했던 여성 운동은 1960년대부터 다시 활성화되어 성 역할의 개선, 교육과 고용의 평등, 가사 노동의 가치 인정 등 여성의 자율과 평등에 관한 법률적 보장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더불어 여성 취업은 양적으로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상승되었다.
(다)
여성 문제에 관한 이론도 다양해지고 체계화되었다. 초기 여성 운동을 주도해 왔던 자유주의적 여성 해방론 외에 마르크스주의 여성 해방론, 사회주의 여성 해방론, 급진주의 여성 해방론 등이 새로이 출현하였고, 성 차별의 사회화에 관한 문제들이 사회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발전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로써 남녀의 능력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교육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뒷받침되었다. 또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의 성 역할과 성격 형성이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인류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 결과 사회적 역할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는 아니며,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은 성 차별의 사회화 결과로서 그릇된 인간관을 형성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라)
그러나 이것으로써 남녀의 불평등 구조가 아주 개선된 것은 아니다. 남편은 생산 활동을 하고 부인은 가사를 전담하는 식으로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한, 생산 활동에서 소외된 여성은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많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일이 점차 늘어 가고는 있으나, 여성의 노동력은 자본가의 필요에 따라서 이용되거나 버려지기 쉬운, 매우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임금 역시 여성은 대체로 남성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의 조건 속에서도 일하지 않을 수 없는 대수수의 저소득층 여성들로서는 자본을 위해 값싼 노동력의 ㉡저수지 역할을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 활동에 참여할 때에도 가사 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이들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 역할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마)
오늘날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가치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잘못되어 있다. 사회의 구성이나 역할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이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인식 변화를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남녀 고용 평등과 육아에 관한 법규를 개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적인 노력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프랑스 시민 혁명 후에 나온 인권 선언문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법적인 평등권은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남성에게만 주어졌을 뿐이다. 시민혁명에 동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신분이 낮은 남성에게는 법적인 평등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프랑스 혁명 발발 2년 후인 1791년 올랭프 드 구즈를 중심으로 자유와 평등, 참정권을 주장하는 ‘여성 선언’이 발표되었고, 1792년 영국에서는 월스톤 크라프트가 여권옹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나)
여성의 평등권에 대한 주장과 요구는 19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나 여성이 법적인 시민권, 곧 보통 선거권을 획득한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그 후 한동안 침체했던 여성 운동은 1960년대부터 다시 활성화되어 성 역할의 개선, 교육과 고용의 평등, 가사 노동의 가치 인정 등 여성의 자율과 평등에 관한 법률적 보장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더불어 여성 취업은 양적으로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어느 정도 상승되었다.
(다)
여성 문제에 관한 이론도 다양해지고 체계화되었다. 초기 여성 운동을 주도해 왔던 자유주의적 여성 해방론 외에 마르크스주의 여성 해방론, 사회주의 여성 해방론, 급진주의 여성 해방론 등이 새로이 출현하였고, 성 차별의 사회화에 관한 문제들이 사회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발전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로써 남녀의 능력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교육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뒷받침되었다. 또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녀의 성 역할과 성격 형성이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인류학 분야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기도 하였다. 그 결과 사회적 역할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는 아니며,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고정 관념은 성 차별의 사회화 결과로서 그릇된 인간관을 형성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라)
그러나 이것으로써 남녀의 불평등 구조가 아주 개선된 것은 아니다. 남편은 생산 활동을 하고 부인은 가사를 전담하는 식으로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한, 생산 활동에서 소외된 여성은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많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일이 점차 늘어 가고는 있으나, 여성의 노동력은 자본가의 필요에 따라서 이용되거나 버려지기 쉬운, 매우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임금 역시 여성은 대체로 남성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의 조건 속에서도 일하지 않을 수 없는 대수수의 저소득층 여성들로서는 자본을 위해 값싼 노동력의 ㉡저수지 역할을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 활동에 참여할 때에도 가사 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이들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 역할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마)
오늘날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가치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잘못되어 있다. 사회의 구성이나 역할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이것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인식 변화를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남녀 고용 평등과 육아에 관한 법규를 개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적인 노력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44.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1960년대 이후에 남녀간의 사회적 지위는 대등해졌다.
② 20세기 이전까지는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③ 여성의 지위는 개인의 인식 변화를 통하여 개선해야 한다.
④ 여성들은 가사 노동 때문에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가 없다.
⑤ 프랑스 혁명 직후에는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이 보장되었다.
45. 각 단락에서 평등에 관하여 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선언적 평등
② (나)―법률적 평등
③ (다)―사회적 평등
④ (라)―경제적 평등
⑤ (마)―교육적 평등
46. 이 글에서 말하지 않은 것은?
① 여성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
② 여성 운동이 전개되어 온 과정
③ 여성 문제에 관한 이론의 발전
④ 여성이 사회에서 차별되는 현실
⑤ 여성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평가
47. ㉠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① 우리 언니는 마음이 좋아서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오빠보다 언니를 더 좋아하지요.
② 요즘엔 사내 아이들이 여자 애들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오히려 여자 애들보다 더 나약하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③ 그 애가 공부를 잘하는 건 다 아버지 때문이야. 그 애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아주 똑똑하다고 동네에서 소문이 났거든.
④ 어머니로부터 감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남성은 아내에게서 강한 모성을 느끼는 법이지요.
⑤ 대부분의 결혼한 여성들은 남편을 내조하면서 사회 활동도 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여성들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지요.
48. 문맥상 ㉡과 바꿔 쓸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원천(源泉)
② 수문(水門)
③ 공급원(供給源)
④ 양성소(養成所)
⑤ 제조실(製造室)
49. ㉢의 논리적 전제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남녀 평등은 실현되어야 한다.
② 여성의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③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④ 실질적인 남녀 평등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⑤ 편견이 여성 문제 해결의 장애가 되고 있다.
[50~5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과학 이론은 우리가 세계를 보는 눈이기도 하다. 흔히 과학이란 관찰과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과학 이론도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으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밖에 없다고들 생각한다. 경험된 사실들을 토대로 해서 형성된 과학 이론은 자연 현상에 대해 기술하고 예측하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어떤 이론에서 예측된 내용이 실제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때 그 이론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관찰 결과가 이론의 생사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나)
그러나 관찰과 이론의 관계가 항상 그렇게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다. 뉴턴의 예를 들어 보자. 뉴턴은 중력과 운동에 관한 이론을 발표하여 과학사상 거의 유례가 없는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당시 뉴턴의 이론이 모든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천문 학자들은 뉴턴의 이론을 근거로 예측한 달의 운동이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턴은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천문학자들에게 달을 관찰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다시 관찰하도록 충고하였다. 천문학자들은 뉴턴의 충고를 따라서 그들의 관찰 방법을 수정하였고, 그 결과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천문학자들이야말로 ( ㉠ ) 격이라 할 수 있다.
(다)
뉴턴의 이론이 발표된 이후 거의 한 세기가 지나서 천문학자들은 다시 천왕성의 궤도가 뉴턴의 이론이 예측한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들은 뉴턴의 이론을 의심하지 않았다. 따라서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뉴턴의 이론을 토대로 그 행성의 위치와 질량을 계산해서 추적한 결과 실제로 해왕성이라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론이 새로운 발전을 유도한 사례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이론에 모순되는 관찰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이론을 쉽게 포기하지 않은 예는 과학사에 드물지 않다.
(라)
뉴턴의 이론은 그것을 신뢰했던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명료하게 다듬어졌고, 과학사에 탁월한 업적으로 길이 남게 되었다. 이와 같이 권위 있는 과학 이론은 토마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의 역할을 한다. 패러다임이란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의 총체를 말한다. 패러다임은 과학적으로 탐구할 만한 문제를 규정해 주고, 과학자들이 취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모형을 제공하며,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분별하는 기준이 된다. 과학에서 패러다임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보호하려고 한다. 따라서 패러다임과 일치하지 않는 관찰 결과가 나왔을 때, 과학자들은 이론을 의심하기보다 관찰 결과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그 불일치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마)
그러나 이론에 모순된 관찰 결과들이 증가하면 패러다임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런 관찰 결과들을 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들이 쏟아져 나와 서로 경합하는 ㉡혼돈(混沌)의 시기로 접어들게 한다. 이 때에도 과학자들은 하나의 이론이 승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립되기까지 기존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론에 모순되는 관찰들, 다시 말해서 이론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반례(反例)들을 앞에 놓고서도 기존의 과학 이론을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자들의 태도가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과학적 이론이란 세계를 보는 도구이며, 도구 없이 세계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 이론은 우리가 세계를 보는 눈이기도 하다. 흔히 과학이란 관찰과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과학 이론도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으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밖에 없다고들 생각한다. 경험된 사실들을 토대로 해서 형성된 과학 이론은 자연 현상에 대해 기술하고 예측하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어떤 이론에서 예측된 내용이 실제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때 그 이론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관찰 결과가 이론의 생사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나)
그러나 관찰과 이론의 관계가 항상 그렇게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다. 뉴턴의 예를 들어 보자. 뉴턴은 중력과 운동에 관한 이론을 발표하여 과학사상 거의 유례가 없는 존경과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당시 뉴턴의 이론이 모든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천문 학자들은 뉴턴의 이론을 근거로 예측한 달의 운동이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턴은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천문학자들에게 달을 관찰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다시 관찰하도록 충고하였다. 천문학자들은 뉴턴의 충고를 따라서 그들의 관찰 방법을 수정하였고, 그 결과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천문학자들이야말로 ( ㉠ ) 격이라 할 수 있다.
(다)
뉴턴의 이론이 발표된 이후 거의 한 세기가 지나서 천문학자들은 다시 천왕성의 궤도가 뉴턴의 이론이 예측한 위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들은 뉴턴의 이론을 의심하지 않았다. 따라서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뉴턴의 이론을 토대로 그 행성의 위치와 질량을 계산해서 추적한 결과 실제로 해왕성이라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론이 새로운 발전을 유도한 사례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이론에 모순되는 관찰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이론을 쉽게 포기하지 않은 예는 과학사에 드물지 않다.
(라)
뉴턴의 이론은 그것을 신뢰했던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명료하게 다듬어졌고, 과학사에 탁월한 업적으로 길이 남게 되었다. 이와 같이 권위 있는 과학 이론은 토마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의 역할을 한다. 패러다임이란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의 총체를 말한다. 패러다임은 과학적으로 탐구할 만한 문제를 규정해 주고, 과학자들이 취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모형을 제공하며,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분별하는 기준이 된다. 과학에서 패러다임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보호하려고 한다. 따라서 패러다임과 일치하지 않는 관찰 결과가 나왔을 때, 과학자들은 이론을 의심하기보다 관찰 결과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그 불일치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마)
그러나 이론에 모순된 관찰 결과들이 증가하면 패러다임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런 관찰 결과들을 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들이 쏟아져 나와 서로 경합하는 ㉡혼돈(混沌)의 시기로 접어들게 한다. 이 때에도 과학자들은 하나의 이론이 승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립되기까지 기존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론에 모순되는 관찰들, 다시 말해서 이론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반례(反例)들을 앞에 놓고서도 기존의 과학 이론을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자들의 태도가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과학적 이론이란 세계를 보는 도구이며, 도구 없이 세계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0. 각 단락의 핵심 내용과 거리가 먼 것은?
① (가)―이론이 관찰에 의해 좌우된다는 통념
② (나)―이론이 관찰 방법을 수정시킨 사례
③ (다)―이론이 새로운 발견을 유도한 사례
④ (라)―패러다임의 성립과 이론적 근거
⑤ (마)―패러다임에 대한 과학자들의 태도
51. (나)의 내용으로 보아 ㉠에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길러 준 개 주인 문
② 돈 잃고 친구 잃은
③ 다 된 밥에 재 뿌린
④ 소 잃고 외양간 고친
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52. ㉡의 사전적 의미는?
① 몹시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함.
② 무질서하게 뒤섞여 몹시 북적댐.
③ 뒤숭숭하고 수선스러워 어질어질함.
④ 뒤범벅이 되어 구별이 확실하지 않음.
⑤ 구별되어야 하는 것들이 같은 것으로 취급됨.
53. ㉢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변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관찰 결과를 중시해야만 하니까요.
② 그것은 성급한 비판입니다. 새로운 대안이 없는 한, 완전하지 않은 이론일지라도 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③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모름지기 자기 이론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하니까요.
④ 유감이지만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관찰과 모순되는 이론이란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니까요.
⑤ 뉴턴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자기 주장을 견지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54. ⓐ : ⓑ의 관계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장미 : 꽃
② 물고기 : 강
③ 악어새 : 악어
④ 후보자 : 당선자
⑤ 어머니 : 아버지
55. 뉴턴의 이론이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실이 아닌 것은?
① 뉴턴의 이론은 과학자 사회의 신뢰를 받았다.
② 뉴턴의 이론에 따라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였다.
③ 뉴턴은 중력과 운동에 관한 이론을 발표하였다.
④ 뉴턴의 이론은 과학자들의 문제 해결에 모형을 제공하였다.
⑤ 뉴턴의 충고대로 천문학자들은 달에 대한 관찰 방법을 수정하였다.
[56~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6세기 초반, 가야국의 가실왕이 중국의 악기를 모방하여 가야금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오래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고분에서 오늘날의 가야금과 같은 모양의 악기를 들고 있는 흙인형이 출토되었고, 3세기 후반 중국 진(晉)나라의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에 우리 나라 남부 지방[변진(弁辰)]에 지금의 가야금 비슷한 현악기가 존재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가실왕의 가야금 창제설, 특히 중국 악기의 모방이라는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오래 전부터 전해 오던 우리 악기를 가실왕이 중국 악기를 참조하여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야국의 악사인 우륵이 신라에 투항하고, 그를 통하여 가야의 음악이 신라에 정착되는 과정은 당시의 음악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기에 『삼국사기』의 기록을 인용해 본다.
신라의 옛 기록에 의하면, 가야국의 가실왕이 당나라의 악기를 보고 가야금을 만들었다. 왕이 “여러 나라의 방언이 서로 다른데 어찌 음악이 같을 수 있겠는가“? 하며 악사 우륵에게 명하여 열두 곡을 만들게 하였다.
나중에 그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우륵은 악기를 들고 신라 진흥왕에게 투항하였다. 왕은 우륵을 맞아들여 국원(國原)에 살게하고, 계고ㆍ법지ㆍ만덕 세 사람으로 하여금 우륵의 음악을 전수받게 하였다. 세 사람이 그 음악을 다 배운 후 서로 의논하기를 “이 음악은 번거롭고 거칠어 아정(雅正)하지 못하다.” 하고, 이를 줄여 다섯 곡으로 만들었다.
우륵이 이를 듣고 크게 화를 내었으나, 다섯 곡의 음악을 다 듣고 나서는 감탄의 눈물을 흘리며 “재미있으되 저속하지 않고[樂而不流], 슬프되 비통하지 않으니[哀而不悲] 가히 올바른 음악이다. 그러니 왕께 나아가 연주하여라.” 하였다. 왕이 음악을 듣고 크게 기뻐하자, ㉠“가야는 망한 나라인데, 그 나라의 음악을 취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하고 신하들이 간언하였다. 그러자 왕은 “왕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망한 것이지 음악이 무슨 죄가 있는가?” 하며 이 음악을 취하여 신라의 궁중 음악으로 삼았다.
『삼국사기』에는 우륵이 작곡한 열두 곡의 이름을 전하고 있는데, 이들 음악은 민요처럼 당시 가야 여러 지방의 향토적인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 음악이었던 것 같다.
진흥왕이 우륵을 만난 낭성(娘城)은 지금의 청주 지방인데, 왕은 그를 지금의 충주인 국원에 살도록 하였다. 그리고 신라의 관리 세 사람을 선발하여 그에게서 음악을 배우도록 하였는데, 우륵은 제자들의 재능을 ㉡헤아려 계고에게는 가야금, 법지에게는 노래, 만덕에게는 춤을 가르쳤다고 한다. 우륵은 고향 생각이 날 때면 멀리 고향 하늘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올라 가야금으로 향수를 달랬는데, 그 언덕이 바로 지금의 탄금대(彈琴臺)이다.
다만 가야국의 악사인 우륵이 신라에 투항하고, 그를 통하여 가야의 음악이 신라에 정착되는 과정은 당시의 음악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기에 『삼국사기』의 기록을 인용해 본다.
신라의 옛 기록에 의하면, 가야국의 가실왕이 당나라의 악기를 보고 가야금을 만들었다. 왕이 “여러 나라의 방언이 서로 다른데 어찌 음악이 같을 수 있겠는가“? 하며 악사 우륵에게 명하여 열두 곡을 만들게 하였다.
나중에 그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우륵은 악기를 들고 신라 진흥왕에게 투항하였다. 왕은 우륵을 맞아들여 국원(國原)에 살게하고, 계고ㆍ법지ㆍ만덕 세 사람으로 하여금 우륵의 음악을 전수받게 하였다. 세 사람이 그 음악을 다 배운 후 서로 의논하기를 “이 음악은 번거롭고 거칠어 아정(雅正)하지 못하다.” 하고, 이를 줄여 다섯 곡으로 만들었다.
우륵이 이를 듣고 크게 화를 내었으나, 다섯 곡의 음악을 다 듣고 나서는 감탄의 눈물을 흘리며 “재미있으되 저속하지 않고[樂而不流], 슬프되 비통하지 않으니[哀而不悲] 가히 올바른 음악이다. 그러니 왕께 나아가 연주하여라.” 하였다. 왕이 음악을 듣고 크게 기뻐하자, ㉠“가야는 망한 나라인데, 그 나라의 음악을 취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하고 신하들이 간언하였다. 그러자 왕은 “왕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망한 것이지 음악이 무슨 죄가 있는가?” 하며 이 음악을 취하여 신라의 궁중 음악으로 삼았다.
『삼국사기』에는 우륵이 작곡한 열두 곡의 이름을 전하고 있는데, 이들 음악은 민요처럼 당시 가야 여러 지방의 향토적인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 음악이었던 것 같다.
진흥왕이 우륵을 만난 낭성(娘城)은 지금의 청주 지방인데, 왕은 그를 지금의 충주인 국원에 살도록 하였다. 그리고 신라의 관리 세 사람을 선발하여 그에게서 음악을 배우도록 하였는데, 우륵은 제자들의 재능을 ㉡헤아려 계고에게는 가야금, 법지에게는 노래, 만덕에게는 춤을 가르쳤다고 한다. 우륵은 고향 생각이 날 때면 멀리 고향 하늘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올라 가야금으로 향수를 달랬는데, 그 언덕이 바로 지금의 탄금대(彈琴臺)이다.
56. 글쓴이가 『삼국사기』의 기록을 그대로 믿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①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었기 때문에
② 외국의 악기를 모방하였다는 점 때문에
③ 가야의 사실을 신라인이 기록하였기 때문에
④ 고고학적인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⑤ 삼국 시대의 사실을 고려 때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57. 이 글에 나타난 우륵의 음악관(音樂觀)은?
① 향토적인 특성이 담겨야 훌륭한 음악이다.
② 번거롭고 거친 음악은 아정한 음악이 아니다.
③ 망한 나라의 음악은 결코 훌륭한 음악이 될 수 없다.
④ 나라마다 말이 다르듯이 각 나라의 음악도 달라야 한다.
⑤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짙게 표현된 것은 바르지 못한 음악이다.
58. 이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알 수 없는 것은?
① 가실왕의 가야금 창제설은 문헌적 근거가 있다.
② 우륵은 악(樂), 가(歌), 무(舞)에 능한 인물이었다.
③ 민요는 향토적인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음악이다.
④ 신라 사람들은 주술적인 목적으로 흙인형을 만들었다.
⑤ 우륵은 적성에 따른 전문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59. ㉠과 같은 형태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1.2점]
① 그가 발표한 새로운 이론을 믿을 수가 없어요. 그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후진국에서 온 학자인데 그런 사람이 제대로 된 이론이 뭔지 알기나 하겠습니까?
② 구름은 수증기의 응결체라고 한다. 그런데 원래 수증기의 입자는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구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③ 내가 어제 갈비를 뜯다가 이를 부러뜨릴 뻔했어. 그러니까 너희들은 절대로 갈비를 먹어서는 안 돼. 잘못하면 이가 부러진다.
④ 이 과목마저 낙제를 하면 전 졸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제 어머니께서 얼마나 낙담하시겠습니까? 그러니 선생님, 낙제만은 면하게 해 주십시오.
⑤ 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성경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성경의 기록은 모두 진리이다. 그것은 신의 계시이므로.
60. ㉡의 문맥상 의미와 거리가 먼 것은? [0.8점]
① 참작하여
② 계산하여
③ 판단하여
④ 고려하여
⑤ 감안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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