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국어

1999-11 고3 수능 국어

고인도르 2023. 2. 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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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시행 : 1999.11.17(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교육과정평가원

1999-11 고3 수능 1국어[문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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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 고3 수능 1국어[듣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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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 고3 수능 1국어[정답].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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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 고3 수능 1국어[해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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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부터 6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입니다. 방송을 잘 듣고 답을 하기 바랍니다. 듣는 내용은 한 번만 방송됩니다.


1. (물음) 이 우화를 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는?

① ‘개인의 삶과 사회 생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주제의 대중 강연에서
②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공동체 의식의 확립을 촉구하는 시민 단체의 담화문에서
③ 매사를 자신의 처지에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친구에게 보내는 충고의 편지에서
④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기보다 남의 성실함을 허물로 여기는 세태를 경고하는 사설에서
⑤ 정책 시행에 앞서 집단 이기주의적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는 신문의 공익 광고에서

2. (물음) 어법 사용의 잘못이 남성 통화자의 경우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그 가게가 어딘지 정확히 가르쳐 봐.
② 철수야,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오시래.
③ 혜영아, 저녁에 서울역전 앞에서 만나자.
④ 어제 저녁에 한솔이네랑 외식 먹으러 갔었어.
⑤ 내가 너네 집으로 가는 것보다 너가 우리 집으로 와라.

3. (물음) 남성 발표자의 마지막 발언에 이어 여성 질문자가 제기할 수 있는 반론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영화와 연극을 비교해도 되는데 왜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셨지요?
② 소설과 영화라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③ 소설과 영화에 대한 친밀도가 다른 데서 오는 차이점을 고려하셨나요?
④ 카메라의 렌즈와 작가의 시선은 그 구조상 비교가 어려운 것 아닙니까?
⑤ 독자나 관객에 따라 읽고 보는 취향이 다르다고 하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4. (물음) 뉴스를 전하는 취재 기자의 태도는?

① 자신의 가치 판단을 중심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② 상반된 주장의 한 쪽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③ 사실을 쟁점화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④ 여론의 반향을 의식하여 보수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⑤ 자신의 시각보다는 방송사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5~6] 강의의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들려 준 판소리 대목에 나타나는 구성 요소들을 바르게 든 것은? [1.6점]

① 창, 북장단
② 아니리, 추임새
③ 창, 추임새, 북장단
④ 아니리, 추임새, 북장단
⑤ 창, 아니리, 추임새, 북장단

6. (물음) 이 강의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한 학생의 태도로 적절한 것은? [2점]

① 도서관에서 판소리의 역사와 이론에 대해 좀더 자료를 찾아봐야겠어.
② 판소리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것으로 와 닿도록 자주 들어야겠어.
③ 판소리를 한 번을 듣더라도 꼼꼼히 들으면서 분석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군.
④ 판소리와 대중 음악을 비교해 들으면서 어느 쪽이 듣기에 편한지 판단해 봐야지.
⑤ 명창들의 계보를 조사하고 그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

이제 듣기 문제가 끝났습니다. 7번부터는 문제지의 지시에 따라 답을 하기 바랍니다.

7.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홍보물을 만들려고 한다. ㉠에 들어갈 문구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삶, 그 처절한 몸부림
②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③ 성공은 과연 노력한 자의 몫인가
④ 가고 싶은 곳, 다시 오고 싶은 곳
⑤ 구원의 신호인가, 파멸의 손짓인가

8. 아래 지도를 보고, <보기>와 같은 구상을 하였다. 글을 완성하기 위한 자료 수집 및 활용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보 기> 
㉠ 문제 제기 : 전통적으로 대륙 지향적 사고를 해 왔다.
㉡ 사고 전환 : 지리적으로 환태평양 시대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 제언 : 세계로 뻗어 가기 위해서는 해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① 북방 진출을 추진했던 역사적 사례들을 수집하여, ㉠의 근거로 활용한다.
② 한반도를 호랑이 모양으로 그린 지도와 토끼 모양으로 그린 지도에 대한 국민 선호도를 조사하여 ㉡의 근거로 활용한다.
③ 환태평양 국가들 중에서 우리 나라가 지리적으로 항공 및 해양 교통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자료를 찾아, ㉡의 근거로 활용한다.
④ ㉢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 남북이 뒤바뀐 이 지도를 삽화 자료로 활용한다.
⑤ 우리 나라 수출입 화물의 대부분이 해양을 통해 운송됨을 입증하는 통계 자료를 수집하여, ㉢의 근거로 활용한다.

9. 구상한 내용을 수정하거나 상세화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제목 : 유행 다시보기
▶ 시작하는 말
▶ 유행의 폐해
과소비, 개성의 상실
▶ 유행 현상의 실태
음악, 춤, 머리, 옷 / 심지어 아이들 장난감까지
작년에 산 옷이 유행이 지나 새 옷을 산 경험
▶ 유행의 원인
대중 심리
기업의 판매전략, 소외 불안감
▶ 대응 태도
계획적인 경제생활, 주체성 확립 / 원만한 인간 관계 형성

① ㉠
② ㉡
③ ㉢
④ ㉣
⑤ ㉤

10. 교장 선생님께 풍물반을 만들어 달라는 요지로 글을 쓰기 위해 떠올린 생각들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여행을 좋아하시지. 해외 여행도 여러 번 다녀오셨어. 그래, 우리도 우리가 좋아하는 풍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자. 이 기회에 전통 놀이반, 민요반도 만들어 달라고 하자.
② 우리 학교 교훈이 ‘협동’이지. 풍물의 장단이나 춤사위는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고 호흡이 맞아야 되잖아. 그러니 풍물은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자.
③ 서예나 민요 같은 전통 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단 말야. 훈화 때에도 전통 문화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어. 그러니까 풍물도 우리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의 하나라는 점을 말씀드리면 좋겠어.
④ 풍물반이 각종 학교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자. 그러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겠다는 말씀도 함께 드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이웃 학교를 예로 드는 것도 괜찮겠어.
⑤ 우리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시는 편인데, 학생들이 풍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 드리지? 맞아, 지난번 시민 회관에서 풍물 공연이 있었을 때 많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관람했다는 것을 강조하면 될 거야.

[11~12] 초고 쓰기를 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과정이야 어쨋든 결과만 빨리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과정을 소홀히 하고 결과만을 빨리 얻으려는 이러한 결과 우선의 사고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기술이라는 열매를 어떻게 하면 빨리 딸 수 있을는지만 생각했지, 그 열매가 어떤 기후에서, 어떤 자양으로, 어떻게 자라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 ㉣그럴수록 과학 기술의 결과 우선 주의가 공헌한 바가 없는 것은 아니나, 기초 과학 분야를 도외시한 당장 써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응용 과학 분야만을 추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11. 윗글을 고쳐 쓰기 위해 여러 사람이 의논하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의견은? [2점]

① ㉠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없을까? 예를 들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와 같은 속담을 이용한다든지…….
② ㉡은 바로 앞 문장에서 나왔던 내용이니까, 삭제해도 괜찮을 것 같아.
③ ㉢은 앞 뒤 문장과 연결이 어쩐지 자연스럽지 않아. 맨 뒤로 보내서, 이 글의 중심 내용으로 삼으면 좋겠어.
④ ㉣은 앞 뒤 문장의 내용을 제대로 연결해 주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러면’으로 바꾸면 어떨까?
⑤ ㉤은 품위도 없고 또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드러나 있지 않아. 아, ‘근시안적인 처사’라고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12. 맞춤법에 어긋난 것은?

① 어쨋든
② 소홀히
③ 나날이
④ 있을는지만
⑤ 채

[13~1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세종이 조선 시대의 역대 왕 중에서 제도의 정비와 문치에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군주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에 맞게 음악을 정리하여 나라의 연례(宴禮)에 사용하도록 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음악을 정리한 그의 업적은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백성 사랑의 정신을 실천한 것과 더불어 위대한 문화 애호 정신의 발로라 할 만하다.
세종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음악에 정통하였다. 『세종실록』에 실린 다음의 기록은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세종은 박연이 제작한 경(磬)* 두 틀과 중국에서 도입한 경 한 틀을 시험해 본 다음, 중국의 경은 음이 잘 맞지 않지만 박연이 만든 경은 바르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하면서, 이칙(夷則)* 하나의 소리가 약간 높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칙은 서양 음악에서 ‘$G^{\#}$’에 가까운 소리인데, 이처럼 반음의 미세한 높낮이까지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은 결코 보통 사람의 음악적 소양이라 하기 어렵다.
세종은 우리 나라의 음악이 모두 잘 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중국에 뒤질 것도 없다고 보았다. ㉠중국의 음악이라고 하여 반드시 바른 것은 아니며, 따라서 우리 나라의 고유한 음악을 새로 제정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음악을 중국의 음악과 대등한 것으로 인식한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이다. 고려 시대부터 전해 온 향악(鄕樂)보다 중국계 속악인 당악(唐樂)과 송나라에서 들어온 아악(雅樂)이 중심이었던 당시 상황에서 우리의 음악에 대해 이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사실은 세종의 음악관이 매우 주체적이고 선진적이었음을 웅변해 주고 있다.
세종은 종묘 제례에 중국과는 다른 우리의 음악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당시에는 종묘의 제례에서 당악을 먼저 연주하고 삼헌(三獻)*에 이르러서야 우리 나라의 전통 궁중 음악인 향악을 연주하는 실정이었다. ㉡나아가 세종은 제례에서는 물론 사신을 접대하는 회례연(會禮宴)에서도 향악을 제외하고 중국계 아악 만을 사용하고자 하는 당시의 흐름이 우리의 고유한 음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 새롭게 출발한 왕조에 걸맞은 음악을 제정하려 하였다. 그는 신하들에게 조상들이 평소에 듣던 음악을 제례와 회례연에 쓰는 것이 어떠할지 상의하라고 명한 바, 여기서 우리 음악에 대한 그의 주체적인 자세를 다시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세종이 중국의 음악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만을 견지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계 아악에 편성되는 악기를 새로 제조하거나 아악을 정비하는 사업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국수주의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외래 음악의 좋은 점을 수용하려는 의도였다. 세종이 박연 등에게 조회에 사용할 아악을 정리하라고 명한 다음의 언급은 그러한 사정을 명확히 보여 준다.

내가 조회(朝會)에 사용할 아악을 창제하고자 하는데, 예로부터 법을 세우고 창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떤 때는 임금이 하고자 하는 바를 신하가 저지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신하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임금이 듣지 아니하기도 한다. ㉢위와 아래에서 모두 하고자 하여도 시운(時運)이 불리한 때도 있는데, 지금은 나의 뜻이 먼저 정해지고 또 국가에도 별다른 일이 없는 좋은 기회이니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이루도록 하라

그러나 당시 음악을 정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던 사람들은 중국계 아악의 정리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향악은 상대적으로 홀대하였다. 그 때 참여했던 인물 중에 “가정에서 삼현(三絃)* 가무를 가르치는 일은 실로 집안을 망치는 근원이니 삼가 그러한 뜻을 갖지 말라. ㉣금슬(琴瑟)*은 정악의 그릇으로, 예로부터 군자가 늘 곁에 두고 이것으로써 성정(性情)을 길렀으니 조용히 스스로 연주함이 옳을 것이다.”라고 자손에게 유훈(遺訓)을 남긴 사람이 있다는 데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세종이 “아악은 본래 중국의 음악인데, 그것을 제례에 사용한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살아서는 향악을 듣다가 죽은 뒤에는 아악 연주를 들어야 하니 옳은 일인가?”라고 한 것과 명백히 대조된다.
세종의 처음 의도와는 달리 종묘 제례 음악이 중국계 아악으로 바뀜으로써, 그의 주체적인 음악 정책은 만족할 만한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세종의 음악 정책과 거기에 깔려 있는 자주적인 음악 애호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의 국악이 서양 음악에 밀려 합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경 : 악기의 이름
*이칙 : 동양의 십이 음계에서 아홉째 음
*삼헌 : 제사 때 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일
*삼현 : 거문고, 가야금, 비파
*금슬 : 거문고와 비파

13.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세종은 제례 음악에 향악을 주로 사용하려 하였다.
② 세종은 박연 등을 통하여 향악을 정리하려 하였다.
③ 세종은 우리 나라와 중국의 음악을 대등하게 인식하였다.
④ 세종의 음악 정책은 아악과 향악의 조화를 꾀하려는 것이었다.
⑤ 세종은 미세한 음의 차이까지 구별할 정도로 음악적 소양이 있었다.

14. <보기>는 정인지가 쓴 『훈민정음』 서문의 일부이다. ㉠의 주장과 상통하지 않는 것은? [2점]

 <보 기> 
천지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그것을 표기할 글자와 글이 있다. 그래서 ⓐ옛 사람이 그 소리를 바탕으로 하여 글자를 만들어서 만물의 정(情)을 통하게 하고, 삼재(하늘, 땅, 사람)의 도리를 실었으니, 후세 사람이 선인이 만든 글자를 함부로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가 다르고, 사람의 발음도 이에 따라 다르다. 대개 중국 이외의 외국어는 중국어와 다른 그 언어의 음이 있으나 그 음을 기록할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쓰고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낀 것과 같이 서로 어긋나는 일이니 어찌 능히 막힘 없이 통달하겠는가!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각각 처해 있는 바를 따라 편하게 할 것이지 억지로 똑같게 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우리 동방은 예악, 문장 등 문물 제도가 중국과 견줄 만하나 우리말과 사투리는 중국과 같지 않다.

① ⓐ
② ⓑ
③ ⓒ
④ ⓓ
⑤ ⓔ

15. 상황 인식과 대처 방향이 ㉡과 유사한 것은? [2점]

① 구보는 다시 밖으로 나오며, 자기는 어디 가 행복을 찾을까 생각한다. 발 가는 대로, 그는 어느 틈엔가 안전 지대에 가 서서, 자기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② 현대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③ 날씨는 급격히 변화되어, 이 골짝 저 골짝에 안개가 자옥하고 음산한 구름장이 산허리에 감기더니, 은제(銀梯), 금제(金梯)에 다다랐을 때 기어이 비가 내렸다. 젖빛 같은 연무(煙霧)가 짙어서 지척을 분별할 수 없다.
④ 흥보 치레를 볼작시면, 철대 부러진 헌 파립, 버레줄 총총 매어 조새 갓끈을 달아 써, 며낮 떨어진 헌 망건 밥풀 관자 노당줄을 뒷통 나게 졸라매고, 떨어지 헌 도포 실띠로 총총 이어 고픈 배눌러 띠고, 한 손에다 곱돌 조대를 들고, 또 한 손에대가는 떨어진 부채 들고, 죽어도 양방이라고 여덟 팔자 걸음으로 엇비식이 들어간다.
⑤ 새봄이 온 세계에 돌아와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구나. 혹심한 추위가 사람의 숨을 막아 꼼짝 못 하게 한 것이 저 지난 한 때의 형세라 하면, 화창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에 원기와 혈맥을 떨쳐 펴는 것은 이 한때의 형세이니, 천지의 돌아온 운수에 접하고 세계의 새로 바뀐 조류를 탄 우리는 아무 주저할 것도 없으며, 아무 거리낄 것도 없도다.

16. ㉢과 잘 어울리는 것은?

① 갑론을박(甲論乙駁)
② 공평무사(公平無私)
③ 동문서답(東問西答)
④ 천재일우(千載一遇)
⑤ 백년하청(百年河淸)

17. 세종의 음악 정책에 담긴 지향점과 거리가 먼 것은?

① 우리 문화의 세계화
② 문화적 정체성 확립
③ 민족 문화의 활성화
④ 전통 문화의 재인식
⑤ 외국 문화의 창조적 수용

18. ‘㉣금슬(琴瑟) : 부부의 금실이 좋다.’의 관계와 가장 비슷한 것은?

① 고간(庫間) : 곳간이 비었다.
② 세월(歲月) : 세월이 빠르다.
③ 중생(衆生) : 짐승보다 못하다.
④ 내외(內外) : 서로 내외를 한다.
⑤ 우레(雨雷) : 우레 소리가 크다.

[19~2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간만이 ㉠을 한다는 주장을 인간 중심의 사고로 보는 견해가 있다. 벌이 춤으로 꿀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정확히 알려 주듯이, 인간 이외에도 의사 소통 수단을 가진 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물의 의사 소통 수단과 인간 언어의 차이를 알기 위해 인간 언어의 특질 몇 가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나)
우선, 언어 표현과 그것이 지시하는 내용 사이의 결합이 자의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을 언어마다 달리 발음하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간혹 ㉡의성어의 경우는 이 관계가 필연적이라는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필연성은 없다. 예를 들어 국어로는 개가 짖는 소리를 ‘멍멍’이라고 하지만 러시아 어로는 ‘가브가브’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지각한 소리에 대한 언어 표현이 꼭 그래야 할 필연성이 없음을 보여 준다. 게다가 실제 소리와 언어 표현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소의 울음을 국어에서는 ‘음매’라고 발음하지만, 소는 그 소리대로 울지 않는다. ‘음매’라는 발음으로 우는 소가 있다면 그 소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소라고 하겠다.

(다)
의미에 대한 언어 표현이 언어 사회마다 다른 것은 이들을 연결시키는 약속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연결이 약속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래의 예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연필을 달라고 하셨다. 연필을 드렸더니 그게 아니라고 하시면서 공책을 집으셨다. 그리고는 앞으로 이 수업 시간에는 공책은 ‘연필’로, 연필은 ‘공책’으로 부르자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다시 ‘연필’을 달라고 하셨다. 나는 얼른 공책을 드렸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다가 새로운 약속을 하니까 의사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는 언어의 내용과 표현이 약속에 의해 결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단 사회에 수용된 약속은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라)
벌들도 서로의 약속이 없다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벌의 춤은 한정된 정보만 전달한다. 반면 인간은 한정된 수의 음소 및 단어와 그것들을 결합시키는 규칙을 토대로 새로운 단어와 문장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유한한 요소로 들어 보지도 못한 새로운 표현을 창조해내는 것인 인간이다. 이러한 특성을 창조성이라고 한다.

(마)
인간의 언어는 지금 여기에 없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특질도 가지고 있다. 어제의 일이나 다른 곳의 일을 오늘, 여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국어의 경우 과거의 사건은 어미 ‘-었-’으로, 다른 곳의 사건은 ‘저기에서’와 같은 부사어로 실현시킨다. 이처럼 현재 여기에 없는 상황을 전달하는 것을 ㉢전위(轉位)라고 한다.

(바)
이상에서 인간 언어의 특질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인간의 언어와 동물의 의사 소통은 내용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위에 든 특질들은 인간과 동물의 의사 소통 수단을 구별해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19. 윗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① 사고의 범위는 언어의 범위보다 좁다.
② 인간은 언어의 약속을 가지고 태어난다.
③ 동물과 인간은 의사 소통 방법에 차이가 없다.
④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도 창조성이 실현된다.
⑤ 언어가 내용과 형식을 모두 갖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20. 윗글로 볼 때, (다)의 특질이 생기는 이유는?

① 인간 언어에 보편성이 있어서
② 국가에 따라 언어 규범이 달라서
③ 언어마다 독특한 어휘 체계가 있어서
④ 인종마다 청각 기관의 구조가 달라서
⑤ 말소리와 의미의 결합에 자의성이 있어서

21. (라)에서 설명한 인간 언어의 특질에 해당하는 것은?

① 전하고 싶은 바를 춤으로 표현한다.
② 작품성이 뛰어난 시를 외워서 낭송한다.
③ 인간과 벌 사이의 의사 소통 수단을 고안한다.
④ 이미 있던 단어를 합성하여 새 단어를 만든다.
⑤ 영어를 잘하기 위해 국어의 /ᄉ/를 /Z/로 발음한다.

22. ‘’이 ㉠에 해당하는 뜻으로 쓰인 것은? [1.6점]

① 제가 먼저 ‘을 꺼내겠습니다.
② ‘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③ 그런데 ‘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④ 감정이 격해지니까 ‘도 거칠어지는데요.
⑤ 벌써 ‘이 퍼져서 이 일은 포기해야 하겠어요.

23. ㉡에 대해 ‘소의 울음’을 예로 들어 설명하려고 한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① 소의 울음을 나타내는 단어가 언어마다 다르다.
② 소의 실제 울음은 ‘음매’라는 발음과 똑같지 않다.
③ 소의 울음은 ‘음매’라고 발음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④ 소의 울음을 ‘음매, 엄매’ 등으로 달리 발음할 수 있다.
⑤ 소의 울음을 ‘음매’라고 하는 것은 한국어 화자가 그렇게 지각하기 때문이다.

24. ㉢의 사례에 해당하는 것은?

① 함께 갑시다.
② 골고루 먹어라.
③ 비가 오는구나!
④ 이게 뭔지 알아?
⑤ 책은 안방에 있어.

[25~3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뒷벽 중앙에 새긴 십일면관음보살은 더할 나위 없는 여성미와 육체미까지 나타내었다. 어디까지나 아름답고 의젓한 얼굴판은 그만두더라도, 곱고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드리운 오른팔, 엄지와 장지 사이로 살며시 구슬 줄을 들었는데, 그 어여쁜 손가락이 곰실곰실 움직이는 듯. 병을 치키어 쥔 포동포동한 왼쪽 팔뚝! 종교 예술품으로 이렇게 곡선미를, 여성미를 영절스럽게도* 나타낼 수 있으랴? 그나 그뿐인가! 수없이 늘인 구슬 밑에 하늘하늘하는 옷자락은 서양 여자의 야회복을 생각나게 한다. 그 아른아른옷자락 밑으로 알맞게 볼록한 젖가슴, 좁은 듯하면서도 슬밋한 허리를 대어 둥그스름하게 떠오른 허벅지, 토실토실한 종아리가 뚜렷이 드러났다. 그는 살아 움직인다! 그의 몸엔 분명히 맥이 뛰고 피가 흐른다. 지름이라도 선뜻 벽을 떠나 지그시 감은 눈을 뜨고 빙그레 웃을 듯, 고금의 예술품을 얼마쯤 더듬어 보았지만, 이 묵묵한 돌부처처럼 나에게 감흥을 주고 법열(法悅)을 자아낸 것은 드물었다. 나는 마치 일생을 두고 ⓑ그리고 그리던 고운 님(보살님이시여! 그릇된 말씨의 모독을 용서하사이다. 보살님이 내 가슴에 붙여 주신 맑은 불길은 이런 모독쯤은 태우고야 말았습니다.)을 만난 것처럼 그 팔뚝을 만지고, 손을 쓰다듬고, 가슴을 어루만지며, 어린 듯 취한 듯, 언제까지고 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현진건, <불국사 기행>

(나)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오래 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 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 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案山)* 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 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 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영절스럽다 : 아주 그럴 듯하다
*안산 :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

25. (가)와 (나)의 차이점을 잘못 말한 것은? [2점]

① (가)는 시선이 하나의 대상으로 초점화된 데 비해, (나)는 여러 대상으로 분산되어 있다.
② (가)는 현재의 시각에서 기술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기술하고 있다.
③ (가)는 주관적 감흥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객관적 지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④ (가)는 대상과의 거리가 밀착되어 있는 데 비해, (나)는 대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⑤ (가)는 대상을 동적(動的)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는 데 비해, (나)는 대상을 정적(靜的)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다.

26. (가)를 ‘한국미의 순례’라는 영상물로 제작하려고 한다. (가)의 내용에 더 추가된 것은?

① 옥피리를 불며 승천하는 관음보살을 환상적으로 처리해 본다.
② 고풍스러운 음악과 함께 관음상의 전신(前身)을 두루 비추게 한다.
③ 관음보살이 웃음 지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표현해 본다.
④ 화자가 관음상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 준다.
⑤ 화자가 관음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심경을 감동적인 어조로 말하게 한다.

27. 다음은 ‘석굴암 관음상을 보고’라는 제목으로 창작을 하기 위한 구상들이다. (가)에 나타난 필자의 느낌과 유사한 것은?

① 관음상은 종교적 대상이 아닐 수 없어. 엄숙함과 경건함이 잘 드러나도록 그림을 그리려고 해.
②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관음보살께 자기의 심정을 하소연하는 내용으로 편지를 쓰려고 해.
③ 관음상을 만든 석공은 위대한 장인임이 분명해. 그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싶어.
④ 관음상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야. 차가운 돌에 뜨거운 생명을 불어넣는 내용을 담은 시를 쓰고 싶어.
⑤ 관음상은 선인들의 얼이 담겨 있는 고귀한 문화재이잖아. 여러 곳에 있는 관음상을 탐방하는 내용의 기행문을 쓰려고 해.

28. <보기>는 예술품의 창작과 수용 관계를 나타낸 그림이다. (나)의          안의 말들을 ㉠~㉢에 바르게 대응시킨 것은?

 <보 기> 
부석사 / 의상 대사 / 필자
창작 / 수용 / 감동
㉠ / ㉡ / ㉢

① ㉠ : 안목과 미덕 / ㉡ : 순리의 아름다움 / ㉢ : 사무치는 고마움
② ㉠ : 안목과 미덕 / ㉡ : 사무치는 고마움 / ㉢ : 순리의 아름다움
③ ㉠ : 순리의 아름다움 / ㉡ : 안목과 미덕 / ㉢ : 사무치는 고마움
④ ㉠ : 순리의 아름다움 / ㉡ : 사무치는 고마움 / ㉢ : 안목과 미덕
⑤ ㉠ : 사무치는 고마움 / ㉡ : 순리의 아름다움 / ㉢ : 안목과 미덕

29. (나)에서 필자가 주목한 대상을 그려 보았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2점]

30. <보기>는 (가)의 ⓐ, ⓑ와 관련한 사전 풀이이다. 설명이 그른 것은? [2점]

 <보 기> 
그리다1(타) (어떤 대상을) 애틋한 감정으로 간절히 바라거나 생각하다. ¶고국을 ~.
그ː리다2(타) ⓛ(연필∙붓 등으로 모습이나 형태를 )이루어 나타내다. ¶풍경을 ~. ②글 따위로 나타내다. ¶인간의 고뇌를 그린 소설. ③마음으로 상상하거나 떠올리다. ¶미래의 내 모습을 ~. ④(물체의 형태나 움직임이) 어떤 모습을 만들어 내다. ¶손가락으로 V자를 ~.

① 그리다1와 그ː리다2는 서로 다른 낱말이다.
② 그ː리다2의 첫 음절 ‘그’는 길게 발음한다.
③ 그리다1와 그ː리다2는 모두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이다.
④ ⓐ는 그ː리다2의 ④에 해당하며, ⓑ는 그리다1에 해당한다.
⑤ “마음 속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라고 할 때의 ‘그려’는 그리다1의 뜻이다.

[31~3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래랑 먹고 쳥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아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         바므란  엇디 호리라
얄리얄리 얄라성 얄리 얄라

―<청산별곡靑山別曲>

(나)
추(秋)∙2

슈국(水國)의 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만경딩파(萬頃澄波)의 슬지 용여(容與)쟈*
지국총 지국총 어와
인간(人間)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

추(秋)∙4

그러기 떳 밧긔 못 보던 뫼 뵈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려니와 츄ㅣ(取) 거시 이 흥(興)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와
셕양(夕陽)이 니* ⓑ쳔산(千山)이 금슈(錦繡)ㅣ로다

―윤선도,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용여쟈 : 마음대로 하자, 안겨 보자
*니 : 비치니, 눈이 부시니

(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으로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밤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가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鄕愁)>

(라)
하이얀 모색(暮色)속에 피어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가 한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우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外人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있는 촌락(村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우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김광균, <외인촌(外人村)>

31. (가)~(라)의 시적 공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쳥산’은 일상적 삶의 터전과 구별된다.
② (나)의 ‘슈국’은 화자의 소망이 충족된 세계이다.
③ (나)의 ‘뫼’는 화자에게 흥취를 주는 공간이다.
④ (다)의 ‘넓은 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뜻한다.
⑤ (라)의 ‘산협촌’은 화자의 외로운 내면 세계를 표상한다.

32. ㉠, ㉣의 공통적인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적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② 특정 음운을 거듭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얻는다.
③ 시상을 매듭 지으며 각 단계의 의미에 긴밀히 대응한다.
④ 반복의 효과를 바탕으로 시 전체가 통일감을 갖도록 한다.
⑤ 연과 연의 관계를 분명히 하여 시상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도록 한다.

33. <보기>를 참조할 때,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2점]

 <보 기> 
갑 : 차라리 강으로 달려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어찌 희고 흰 결백한 몸으로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쓰겠는가?
을 : 강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강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① (가)의 화자가 ‘을’이라면,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가)의 화자가 ‘갑’이라면, 현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나)의 화자가 ‘을’이라면,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나)의 화자가 ‘갑’이라면, 현실에 적응하여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가)와 (나)의 화자가 ‘갑’이라면,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4. 시상 전개상 ㉡에 들어갈 시구는? [1.6점]

① 게우즌 바비나 지
② 고우닐 스싀옴 녈셔
③ 오리도 가리도 업슨
④ 믜리도 괴리도 업시
⑤ 조롱곳 누로기 와

35. 발상 및 표현이 ㉢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면, 아랫사람은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 아닌가요?
② 날씨가 추워지면 옷을 더 입는 것처럼, 살기가 어려워질수록 친구를 더 많이 사귀어야 하는 법이란다.
③ 땀 흘려 산에 오르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이고,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네.
④ 제가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전공을 살릴 수 있을 뿐더러, 저의 이상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⑤ 문학 작품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읽었는가가 아니라, 작품이 얼마나 뛰어난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36. (다)의 각 단계의 장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할 때, 시적 화자의 시각과 거리가 먼 것은?

① 멀리서 바라본 농촌의 들판을 그리되, 평화롭고 향토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한다.
② 시골집 방 안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그리되, 노년의 서글픔이 느껴지도록 한다.
③ 풀숲을 달리는 소년을 그리되, 동심이 꾸밈 없이 드러나도록 한다.
④ 들판에서 이삭 줍는 여인네들을 그리되, 소박한 삶의 모습이 나타나도록 한다.
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초가집을 그리되,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37. (라)를 내재적 접근 방법에 따라 감상한 태도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화원지’, ‘묘지’ 같은 공간이 지닌 상징성을 찾아본다.
② ‘하이얀’, ‘묻히인’ 같은 시어가 주는 느낌을 음미해 본다.
③ ‘마차’, ‘벤치’ 같은 이국적 소재를 끌어 쓴 이유를 추측해 본다.
④ ‘파-란 역등’, ‘새빨간 노을 ‘ 같은 묘사에 담긴 심상을 떠올려 본다.
⑤ ‘가벼운 웃음’이 흩어져 있다든지, ‘푸를 종소리’가 분수처럼 흩어진다든지 하는 표현의 특징을 분석해 본다.

38. (다)와 (라)의 시적 화자를 동일 인물로 설정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해서 연극을 꾸미고자 한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2점]

① 의식이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넘나들게 한다.
② 소극적이고 예민한 심성의 소유자로 성격화한다.
③ 외적 현실과 내면 의식의 대립이 잘 드러나게 한다.
④ 현실에 찌들어 더 이상 고향을 생각하지 않게 한다.
⑤ 낯선 도시 생활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으로 한다.

39. ⓐ~ⓔ 중 시인이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가장 이질적인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40~4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루소의 사상은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는 선하고 자유롭고 행복했으나, 사회와 문명이 들어서면서 악해지고 자유를 상실하고 불행해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에밀』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세상 만물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선하지만, 인간의 손에 와서 타락한다. 인간은 어떤 땅에다 다른 땅에서 나는 산물을 재배하려 드는가 하면, 어떤 나무에 다른 나무의 열매를 열리게 하려고 애를 쓴다. 인간은 기후ㆍ환경ㆍ계절을 뒤섞어 놓기도 한다. 무엇 하나 자연이 만들어 놓은 상태 그대로 두지 않는다.

루소에 의하면,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필요한 만큼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이상 아무 것도 취하지 않았으며,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도 않았다. 심지어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본능적인 심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인지(認知)가 깨어나면서 ㉠인간의 욕망은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이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사유 재산 제도가 형성되고, 그 결과 불평등한 사회가 등장하게 되었다. 즉 이기적 욕망으로 인해 인간은 타락하게 되었고, 사회는 인간 사이의 대립과 갈등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러한 인간과 사회의 병폐에 대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 쓰여진 것이 『에밀』로서, 그 처방은 한마디로 인간에게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아 주는 것이다. 즉 인간에게 자연 상태의 원초의 무구(無垢)함을 되돌려 주어, 선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루소는 이것이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 교육의 실체는 ㉡가공(架空)의 어린이 ‘에밀’이 루소가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이상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교육은 자연 상태의 인간이 본래의 천진무구함을 유지하면서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스스로를 도야해 가는 과정을 따르는 것을 원리로 삼는다. 그래서 지식은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배우게 하고, 심신의 발달 과정에 따라 어린이가 직접 관찰하거나 자유롭게 능동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유로우면서도 정직과 미덕을 가진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연 상태의 인간을 중시하는 그의 인간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루소가 말하는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인류의 역사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본래 무구한 존재라고 본 그의 인간관과 인간 사이의 유대를 도모하고 평들을 실천 할 수 있는 인간상을 추구했던 그의 이상은 인간을 탐욕의 노예로 몰고 가는 오늘날에 더욱 빛을 발한다

40. 윗글에 나타난 루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문명의 발전을 인성의 발전과 동일시하였다.
② 사유 재산 제도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평가했다.
③ 무구함의 회복이 인간의 행복과 통한다고 여겼다.
④ 사회 병폐에 대한 처방책의 핵심을 교육으로 보았다.
⑤ 도덕적 인간 양성이 이상적인 사회 구축의 첩경이라고 믿었다.

41. 윗글에서 루소가 말하는 ‘교육’의 개념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교육은 지식의 습득을 기본 목표로 한다.
②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③ 교육은 자아의 독립과 완전한 개성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④ 교육은 특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⑤ 교육은 제멋대로 흐르는 개울을 반듯한 수로로 변하게 하는 것이다.

42. 문맥상 ㉠의 사례로 가장 적절한 것은? [1.6점]

① 식수를 구하려고 우물을 팠다.
② 추위를 막기 위해 의복을 만들어 입었다.
③ 먹고 남은 곡식으로 해마다 농토를 사들였다.
④ 추수가 끝나면 신께 감사하는 의식을 치렀다.
⑤ 외부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 생활을 하였다.

43. ㉡‘가공’의 사전적 의미는?

① 일부러 꾸며 놓음
② 다듬어서 새롭게 만듦
③ 이루어질 가망성이 없음
④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 놓음
⑤ 이미 있는 것에 새 것을 더함

44. ㉢에 제시된 교육 방법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점]

① 아는 것이 병이라는 말처럼,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되면 해롭지 않을까?
②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는 말도 있듯이, 아이들을 제멋대로 내버려두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겠어?
③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듯이, 어려서 이루어진 성격은 평생을 좌우하지 않을까?
④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교육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아이도 있는데, 뛰어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45~4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는 역사상의 모든 인간 사회들이 ㉠물질적 풍요라는 가치를 추구했을 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은 공동체적 유대와 평화로움을 중시하는 칼라하리 사막의 수렵 채집민인 쿵 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최소한의 식욕을 해결하면 각종 놀이와 의례 행위를 통해 정신적인 즐거움과 화목한 사회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쿵 족의 태도는 사바나 생태계에서 경험적으로 체득한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 즉 이들은 건기와 우기의 생태적 변화 과정이나 먹이감의 이동 경로, 식용 식물에 대한 지식 등에 기초하여 노동을 배분한다. 또한 자신이 속한 씨족 집단의 구성원들과 생산물ㆍ사냥 도구를 공유함으로써 궁핍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응 체계를 발전시켰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하여 우선 먹어야 하지만, 얼마나 먹을 것인가 하는 것은 문화에 따라 다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무분별한 ㉡의 추구가 한 문화를 완전히 파괴시킨 경우를 아프리카의 유목민인 새홀 족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부터 인구 증가로 고통 받던 이 부족은 1960년대 중반 평균 강수량보다 많은 비가 내려 목초가 풍부해 지자 경쟁적으로 가축의 수를 크게 늘려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날씨가 건조해지자 그들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더 많은 가축들을 방목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그 결과 그들의 삶의 터전인 목초지는 서서히 사막으로 변하여 생존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문화적 적응 방식에 담겨 있는 생태 체계와의 조화라는 원리가 ㉢개인적인 욕구 추구로 대체됨으로써 나타난 결과라고 하겠다.
부의 축적이 ㉣물질적인 안락함과 편리함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를 많은 인류학자들이 보고하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콰큐틀 인디언은 20세기 초까지 ㉤낭비적 소비가 이루어지는 포틀라치라는 축제를 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더 높은 위신과 권위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손님을 초대하여 많은 선물을 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귀중한 재화를 파괴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집을 불태우기도 하였다. 현대인의 눈에는 낭비적이고 파괴적으로 보이는 이 축제는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사회적 신분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조건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또한 정치적 위신과 권위를 얻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문화를 통해 부의 분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뉴기니아 마링 족의 대규모 돼지 도살 축제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들 수 있다. 마링 족은 사육하는 돼지의 수가 곧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권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정성껏 돼지를 돌보고 돼지고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이러한 금기가 깨어지는 것이 카이코라 불리는 축제 기간이다. 이 축제는 돼지의 수가 늘어나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노동력이 달려서 돼지를 돌보기 어려워지는 시기에 열린다. 축제가 열리면 평소에 먹기 어려운 돼지고기를 실컷 먹고 동맹 부족의 사람들을 부러 돼지를 선물한다. 이를 통해 전쟁에서의 동맹 세력을 확보하고, 노동력에 여유를 얻으며 생태계의 균형을 복원한다.
이상의 사례들은 물직적 풍요의 추구가 한 문화의 중심적 가치가 아닐 수 있고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각 문화의 제도나 관습들이 그 나름의 역사적ㆍ경제적ㆍ생태적 조건 등을 기초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기준으로 문화의 우열을 정한다든지, 어떤 문화 요소의 좋고 나쁨을 논하기는 어렵다.

45. 윗글의 요지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정신 문화의 중요성 강조
② 다양한 문화와 그 가치의 인정
③ 우리 문화의 고유성에 대한 재인식
④ 물질적 풍요의 고유성에 대한 재해석
⑤ 서구적 가치의 지속적 추구에 대한 재평가

46. 윗글의 논지 전개 방식을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여러 개념을 주관적인 기능에 따라 분석하고 있다
② 역사적 관점에서 대상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③ 여러 사례를 들어 주장하는 바를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④ 여러 이론적 입장을 대비시켜 주장하는 바를 개진하고 있다.
⑤ 주장하는 바를 유사한 경험을 들어 순차적으로 밝히고 있다.

47. ㉠~㉤ 중 의미하는 바가 다른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48. ⓐ의 사례에 어울리는 속담은?

①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
②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③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④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49. 윗글의 논지와 거리가 먼 진술은? [2점]

① 대중 가요도 ‘고급 문화’가 될 수 있어.
② 사람에 따라서는 채식만 하는 경우도 있어.
③ 중ㆍ고등 학생들이 이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해.
④ 사주팔자를 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야.
⑤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어.

[50~5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각설 이 때 한림[유연수]이 물가를 따라 점점 가며 탄식하되,
“내 당초에 혼미하고 용렬(庸劣)하여 요사한 말을 귀담아 들어 현인(賢人)을 방출하고, 위로 조상 제사를 받들지 못하고 아래로 처자의 성명을 보전치 못하고 또 신세 만 리에 떠돌고 문호(門戶) 하루 아침에 몰락하니, 이 또한 만고의 우부(愚夫)요 천지간 죄인이라. 부부의 정이 사씨에게 멀어지고 부자의 정이 인아(鱗兒)에게 단절하니 살아 무엇하리오.”
무수히 탄식하며 악주(岳州)*에 이르러 강가에서 방황하며 어부를 만나면 문득 사씨의 소식을 탐문하되 종적이 막연하고 소식이 묘연하니 한림이 더욱 원통하고 울적함을 이기지 못하여 강촌에 가 곳곳에 묻더니 촌사람이 말하되,
“그 때 사씨 회사정(懷沙亭)으로 향한다 하더니다.”
오래 듣다가 황망히 행하여 회사정 아래 이르니, 고목의 잎이 누렇게 떨어진 가운데 인적이 끊어지고 여러 짐승들이 좌오루 울되, 다만 눈앞에 보이는 바는 동정호(洞庭湖)*구의산(九疑山)*과 소상(瀟湘)*의 저물 무렵의 구름이라.
한림이 방황하며 탄식하더니 홍연 벽 위의 글을 보니 크게 썼으되, ‘모년 모월 모일에 사씨 정옥은 물에 빠져 죽노라.’하였거늘 한림이 크게 놀라 대성통곡 왈,
“무죄한 부인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슬프다, 나의 용렬함이여. 비록 후회한들 어찌 부인을 위로하리오. 내 이미 황천에 가지 못하고 물에 몸을 던지지 못하니 이 죄를 어찌 면하리오. 슬프고 슬프다. 보인이 무슨 죄로 만경창파(萬頃蒼波)에 죽었느뇨?”
굽어보며 방성대곡(放聲大哭)하니 물결이 흐느끼고 천지가 참담하더라. 이 때 해는 서산에 지고 안개는 동정호에 일어나니 한림의 무한한 비회(悲懷)와 부인의 구천(九泉)에 사무치는 애원(哀怨)이 전후(前後)가 똑같더라.

(나)
한림이 이에 원혼을 위로하고자 하여 강촌에 내려가 술상을 갖추고 등불 밑에 앉아 제문을 지으며 슬픈 감회 가슴에 가득하여 피눈물 흘러 지필(遲筆)을 적시니 밤늦도록 지으나 한 자도 이루지 못하고 앉아 탄식만 하더니, 문득 함성 소리 진동하거늘 한림이 대경하여 창을 열고 보니, 한떼 도적이 창검을 가지고 들어오며 크게 소리하여 왈,
“유연수는 가지 말라.”
하거늘 한림이 크게 놀라 북쪽 창을 열고 나와 급히 도망하여 동서를 분별치 못하고 달아나니, 황급한 말을 어찌 다 기록하리오. 겨우 백여 걸음 가다가 뒤를 보니 불빛이 점점 가까워 오고 함성이 더욱 진동하니 한림이 당황하여 초목 사이로 살기를 바라 달리더니 의관이 다 부서지더라. 급히 가매 수풀이 다하고 큰 강이 닥치니 몸에 날개 없으니 어찌 능히 달아나리오. 적당(賊黨)이 외쳐 왈,
“유연수 비록 살고자 한, 팔랑개비라 하늘로 오르며 두더지라 땅으로 들랴?”
하며 급히 쫓아오거늘 한림이 하늘을 보고 탄식 왈,
“내 어찌 이 곳에서 죽을 줄을 알았으리오. 차라리 강게 던져 부인의 혼백을 의지하리라.”
하고 강을 향하고 달리더니, 홀연 바람결에 사람 소리 들리거늘 한림이 생각하되 이곳에 혹 어선인가 하고 황망히, 달리더니 달빛은 희미하고 적적한데 멀리 바라보니 조각배 하나 떠오고 푸른 옷을 입은 여동(女童)이 뱃머리에 의지하여 손으로 물결을 희롱하며 낭랑한 소리를 시를 읊고 있거늘,
(……중략……)
한림이 급히 불러 왈,
“여동은 인명을 구하라.”
하거늘 이 때 묘화와 부인이 배의 창문을 반쯤 열고 여동을 명하여 가로되,
“급히 배를 대어 저 상공을 구하라.”
하니 여동이 급히 배를 저어 언덕에 대니 한림이 급히 오르며 왈,
“뒤에 강도들이 급히 따라오니 바삐 행하여 수중의 어육(魚肉)을 면하게 하라.”
말을 마치지 못하여 조적 등이 이미 강가에 이르러 대성 왈,
“여동은 바삐 배를 대라. 그 배 안의 행인이 살인한 도적이매 계림 태수께서 우리를 보내어 급히 잡아 오라 하여 왔으니 만일 놓치면 너희 등이 그 도적과 같이 죽을 죄를 당하리라. 바삐 배를 대라.”
하니 한림이 비로소 동청(董靑)의 적당인 줄 알고 더욱 두려워하여 여동에게 왈,
“나는 경성의 유한림이요, 저 놈들은 다 도적이니 급히 배를 건너 화를 면하게 하라.”
하니 여동이 적당에게 이르되,
“너희 무리 지어 죄 없는 군자를 해코자 하니 우리 어찌 군자를 구치 아니 하리오.”
모든 도적이 왈,
“감히 관청의 명령을 어기니 장차 어디로 가리오.”
여동이 크게 웃고 배의 창문을 의지하고 돛대를 쳐 노래하며 돛을 달아 배를 저어가니 적당이 하릴없이 돌아가더라.

―김만중,<사씨남정기>

*악주, 동정호, 구의산, 소상 : 중국의 지명

50.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한림의 정서와 공간적 배경이 상응하고 있다.
② (가) :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림의 회한이 깊어지고 있다.
③ (나) : 한림의 내면 갈등이 대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④ (나) : 급박한 상황 전개가 시간적 배경과 상응하고 있다.
⑤ (나) : 한림의 비통한 심리에 극도의 위기감이 부가되고 있다.

51. 윗글을 읽고 사건 전개의 필연성과 관련하여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은?

① 유한림은 왜 회사정에 갔을까?
② 유한림은 왜 물에 빠져 죽을 생각을 했을까?
③ 도적의 무리는 왜 퇴로도 차단하지 않고 달려들었을까?
④ 묘희와 부인의 배가 어떻게 해서 그 순간에 나타났을까?
⑤ 유한림은 촌사람들에게 사씨에 대해 어떻게 물어 보았을까?

52. (가)의 밑줄 친 부분에 담긴 사씨의 심정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 흰 빛을 시샘할세라
청강에 기껏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② 묻노라 멱라수야 굴원이 어찌 죽다터니
참소에 더럽힌 몸 죽어 묻힐 땅이 없어
청파에 골육을 씻어 고기 뱃속 감추니라
③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 아니로다
밤낮으로 흐르거든 옛 물 있을소냐
사람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도다
④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⑤ 욕심 난다 하고 몹쓸 일을 하지 마라
나는 잊어도 남이 내 모습 보느니라
한 번을 악명을 얻으면 어느 물로 씻으리

53. (나)에서 유한림이 못 쓴 ‘제문’을 독자가 대신 쓰려고 한다. <보기>처럼 초안을 작성하였을 때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점]

 <보 기> 
사월 보름날, 연수는 부인에게 조촐한 음식을 차려 놓고 고하오. 부인이 죽었다니 그것이 정말이오? 아직도 그것이 믿어지지 않소.
돌이켜 보니 우리 처음 혼인했을 때가 제일 화평했던 때가 아니었던가 싶소. 그 좋았던 시절도 이제는 추억이 되고 말았구려.
                               
내 잠시 혼미하고 용렬하여 요망한 말을 듣고 부인을 쫓아냈으니 차마 볼 면목이 없소.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그러나 이제 후회한들 어쩌겠소.
부인이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 내 무슨 낯으로 살겠소. 부인을 따라 죽고 싶은 심정이오. 저승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명복을 비오.

① 부인의 현숙한 덕행을 칭송함
② 부인이 쫓겨난 후의 행적을 기술함
③ 부인을 모함한 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함
④ 부인과 헤어진 후의 경제 사정을 회고함
⑤ 부인을 죽도록 한 불합리한 제도를 비판함

54. 위 소설을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운동’의 대상 작품으로 추천하고자 한다. 윗글을 바탕으로 할 때, 추천의 이유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2점]

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통적인 가치 인식과 함께 속도감과 박진감을 한 축으로 삼는 현대적 서사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②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지향해야 하는 시점에서, 중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국제적 감각과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돋보인다.
③ 당대의 풍속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며, 유교적 가치관을 실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대상으로 적절하다.
④ 독백을 통한 인물의 내면 묘사가 탁월하고, 집단의 고뇌와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 소설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⑤ 쫓고 쫓기는 행위, 위기 일발의 상황, 극적인 조력자의 출현 등 활극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은 요즘의 대중소설과 견줄 만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55~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 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었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만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대인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 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힝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너, 얼른 시집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세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받는 점순이었다. 본시 부끄러움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바구니로 한번 모지게 후러때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나)
설혹 주는 감자를 안 받아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땅을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집이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점순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농사 때 양식이 딸리면 점순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꾸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열일곱씩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리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또 어머니였다. 왜냐 하면, 내가 점순이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점순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땅도 떨어지고 집도 내 쫓기고 하지 않으 면 안 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다)
눈물을 흘리고 간 그 담날 저녁 나절이었다. 나무를 한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닭이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 집에서 닭을 잡나 하고 점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뚱그래졌다. 점순이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아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씨암탉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닭!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알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 돌아보고야 그제서 점순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 지게막대기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닭 알 못 낳으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뻑 질렀다.
그러나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닭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너 보란 듯이 내 앞에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튀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닭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김유정,<동백꽃>

55. ⓐ, ⓑ의 ‘울타리’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점]

① ⓐ는 화자와 점순네의 심리적 거리감을 상징한다.
② ⓐ는 화자의 생활 공간이 고립되어 있음을 말한다.
③ ⓐ와 ⓑ의 역할과 의미는 동일하다.
④ ⓑ와 감자는 동일한 감정을 매개하고 있다.
⑤ ⓑ는 화자의 행동을 제약하는 심리적 금기와도 같다.

56. ㉠‘쌩이질을 하는 것’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토라지는 것
② 이죽거리는 것
③ 역성을 드는 것
④ 귀찮게 구는 것
⑤ 거들먹거리는 것

57. ‘나(화자)’가 점순의 마음을 안다고 가정할 때, ㉡ 바로 뒤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의 생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은?

① 내가 무관심한 척하니까 곰같이 미련하다고 생각하겠지.
② 내가 전혀 못 알아듣는 척하니까 벽창호라고 생각하겠지.
③ 내가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목석 같다고 생각하겠지.
④ 내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니까 너구리처럼 의뭉스럽다고 생각하겠지.
⑤ 내가 자꾸 거절하니까 겨울 다람쥐처럼 모아둔 게 많다고 생각하겠지.

58. (가)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점순’의 심정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백설이 흩날려도 아니 오시네
② 아주까리 동백아 피지를 마라
산골의 큰애기 봄바람 난다
③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④ 산천의 초목은 달이 달달 번해도
우리들 먹은 마음 변치를 말자
⑤ 춘산에 지는 꽃이 지고 싶어 지느냐
사세가 부득하여 지는 꽃이로구나

59. (나)의         를 <보기>로 바꾸었을 때 독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적절한 것은? [2점]

 <보 기> 
그의 부모가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아무 거처도 없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 때 그들을 구해 준 것은 바로 점순네였다. 점순네의 도움으로 그들은 집터를 마련할 수 있었고, 또 양식이 떨어지면 곧바로 빌려다 먹을 수 있었다. 그 은혜에 감복하여 그의 부모는 늘 고마워했고 인품으로는 그런 집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점순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쓸데없는 행동을 삼가라고 주의를 주었던 것이다. 더구나 나이가 열일곱이나 되는 그가 동갑인 점순과 어울려 다닌다면 동네에 나쁜 소문이 나는 것은 불을 보듯 번한 노릇이고, 또 자칫 마름집을 노하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무례한 행동으로 소작지가 떨어지고 집에서도 쫓겨날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① 극적 긴장감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② 인물의 육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③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다.
④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60. 윗글을 바탕으로 ‘나(화자)’가 50년 후에 자서전을 쓴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점순이가 봉당에 걸터앉아 우리 집 씨암탉을 쥐어박던 일을 생각하면 내 입가에는 웃음이 번지곤 한다.
② 농촌 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볼 때마다 새빨개진 얼굴로 논둑을 달려가던 점순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③ 소작인의 아들로서 감정조차 마음대로 드러낼 수 없었던 힘든 때였으나 되돌아보면 그래도 순박했던 시절로 기억되곤 한다.
④ 요즘 젊은이들의 대담한 감정 표현을 볼 때 점순이가 그 때 좀더 적극적이었더라면 내가 그토록 숙맥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⑤ 마름집의 인품을 늘 칭찬하셨지만 그래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셨던 어머니의 근심 어린 얼굴이 지금도 아련하게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61~6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수학’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서양의 수학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동양에는 수학적인 사고 방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우리 선조들이 수학적인 문제 상황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였는지 확인함으로써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황윤석의 『이수신편(理藪新編)』에 있는 ‘난법가(難法歌)‘의 문제중 하나르 보자. “㉠만두 백 개에 ㉡스님이 백 명인데, ㉢‘큰 스님’에게 세 개씩 나누어주고‘작은 스님’은 세 사람당 한 개식 나누어 준다면,큰 스님은 몇 명이고 작은 스님은 몇 명일까?”
요즈음의 중ㆍ고등 학생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가? 아마도 많은 학생들은 연립방정식을 세워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즉, 큰스님의 수를 $x$, 작은 스님의 수를 $y$라 하면, ‘$x+y=100$, ⓐ$\underline{3x+\dfrac{1}{3}y=100}$’이므로 이를 풀어 답을 구할 것이다. 이러한 해법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으로, 서양에서는 17세기 경부터 쓰여 온 방법이다.
그런데 난법가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만두가 100개, 스님이 100명이니까, 큰 스님 1명이 먹는 3개와 작은 스님 3명이 함께 먹는 1개를 묶은 4개를 기본 단위로 삼는다. 이것은 만두 4개에 스님 4명이 대응한다는 데서 이루어진 발상이다. 그리고 만두 100개를 기본 단위인 4로 나누면 25가 나온다. 이 25는 3개씩 먹는 큰 스님의 수이면서 동시에 작은 스님들이 먹는 만두의 개수이다. 따라서 큰 스님의 수가 25이므로, 작은 스님의 수는 75가 된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예로 많이 이용되는 ‘계토산(鷄兎算)’문제도 『이수신편』에 소개되어 있다. “닭과 토끼가 모두 100마리인데, 다리를 세어보니 272개였다. 닭과 토끼는 각각 몇 마리인가?” 이 문제는 이율분신(二率分身)이라는 방법으로 풀고 있다. 이율분신이란 닭과 토끼가 모두 다리의 절반을 들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닭은 다리가 하나, 토끼는 다리가 둘이 되고, 그 수는 모두 136이 된다. 여기서 다리 수와 총 마리 수의 차이, 곧 36은 토끼의 마리 수가 된다. 왜냐하면 이율분신에 의해 닭은 다리 수와 마리 수가 같지만, 토끼는 다리 수가 마리수 보다 하나씩 많기 때문이다. 기발한 착상이다. 이율분신 역시 연립방정식을 세워 푸는 과정과 비교할 때 그 착상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즉, ‘$x+y=100$, $2x+4y=272$’에서 둘째 식의 양변을 2로 나누면 ‘$x+2y=136$’이 되는 것과 동일한 조작이다.
연립방정식의 해법에 익숙한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풀이는 상당히 낯설면서도 기발한 착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풀이에 대해, 직관에만 의존하였을 뿐 수식에 입각한 논리적인 추론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 풀이과정에서도 분명히 가설과 논리적인 추론이 작용한다. 직관적으로 만두 네 개와 스님 네 명을 대응시킨 것과 이율분신의 발상을 한 것은 가설에 해당하며,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설명을 해 가는 것은 바로 논리적 추론 그 자체이다.
이러한 사례는 서양과는 다른, 우리 식의 수학적 사고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그것이 현재까지 계승되지 못하였을 뿐이다.

61. 윗글에 나타난 우리 선조들의 수학적 사고의 특징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① 현실적 이해 관계의 중시
② 보편 타당한 방법론의 설정
③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추구
④ 격식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반영
⑤ 구체적인 문제 상황 설정과 해결

62. 난법가의 풀이와 연립방정식에 의한 풀이의 공통점은?

① 추론 과정이 있다.
② 적용 사례가 제한되어 있다.
③ 생활 경험에 기초하여 푼다.
④ 개념을 기호로 바꾸어서 푼다.
⑤ 실험과 관찰의 방법을 이용한다.

63. ⓐ가 함축하는 의미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1.6점]

① ㉠
② ㉡
③ ㉢
④ ㉣
⑤ ㉤

64. ⓑ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서양식의 수학적 사고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② 알려지지 않는 풀이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③ 연립방정식에 의한 풀이보다 더 논리적이어서
④ 예상치 않은 방향에서 풀이의 실마리를 찾기 때문에
⑤ 수와 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서

65. 윗글의 논지를 바탕으로 학술 발표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초청장에 들어갈 발표회의 주제로 적절한 것은? [2점]

① 서양 수학의 동양적 해석
② 정보화 시대의 수학적 사고
③ 수학적 사고의 대중화 방안
④ 전통 수학과 서양 수학의 원류
⑤ 전통 수학의 재평가와 계승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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