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6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시행 : 2002.06.12(수)
대상 : 고등학교 3학년
출제 : 서울교육청
1. (물음) 부분에 들어갈 그림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②
③
④
⑤
2. (물음)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알맞은 것은?
① 진리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하다.
② 진리는 일상적인 삶에서는 얻을 수 없다.
③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
④ 진리는 꾸준한 연구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다.
⑤ 진리를 얻기 전에 먼저 바른 인간성을 갖춰야 한다.
3. (물음) 남성 토론자의 말하기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감정에 호소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② 주관적인 의견을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③ 법률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에 권위를 더하고 있다.
④ 상대방의 주장을 감정적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균형 있는 처벌을 강조하고 있다.
⑤ ‘성 범죄’의 개념을 먼저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4. (물음) 이 인터뷰의 중심 화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철학의 역할
② 철학자의 임무
③ 철학의 연구 과제
④ 철학이 어려운 이유
⑤ 철학과 일상 생활의 관계
[5~6] 들려주는 내용을 잘 듣고, 5번과 6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5. (물음) 이 방송 대담의 취지를 바르게 이해한 학생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우리나라에서 새로 떠오르는 ‘골든 직종’이 무엇인지 신문에서 조사해야겠다.
② 내 적성이 이공계에 적합하다면 시류에 신경 쓰지 않고 이공계로 진학해야겠다.
③ 미국 의사들의 평균 수입과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수입을 비교해 보아야겠다.
④ 남들이 이공계 대학을 기피하고 있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테니 더 지켜보아야겠다.
⑤ 이공계 대학이라도 전공에 따라 취업률이 다를 테니까 더 조사해서 진로를 결정해야겠다.
6. (물음) 이 방송 대담을 예고하기 위한 광고 문안을 만들고자 한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각광 받는 이공계 대학, 원인을 분석한다.
② 이공계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인가?
③ 이공계 대학 기피 현상, 과연 바람직한가?
④ 이공계 대학 출신도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다.
⑤ 바이오 혁명 시대, 이공계 대학 출신을 손짓한다.
7. 다음은 글쓰기에서 문제를 구체화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의 보람됨을 알리는 글을 쓴다. →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도움이 필요한 시설이나 사람들의 현황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를 찾아 제시한다.
②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의 보람됨을 알리는 글을 쓴다. →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거리의 배식소에서 길게 줄을 서 점심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진을 제시한다.
③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의 보람됨을 알리는 글을 쓴다. →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쉬운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줄 수 없을까? → 목발을 짚은 장애인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그들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일도 쉽게 남을 돕는 방법임을 제시한다.
④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의 보람됨을 알리는 글을 쓴다. →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쉬운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줄 수 없을까? → 게으르거나 헛된 욕망을 좇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여 계도하는 글을 인용한다.
⑤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의 보람됨을 알리는 글을 쓴다. → 어떻게 하면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 → 힘들게 번 돈을 사회에 기부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제시하여 그들의 보람된 삶을 느끼게 한다.
8. 다음은 어떤 강연의 상황을 그린 만화이다. 빈칸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2.2점]
남겨 둘 수 없습니다. / 다 써야죠.
바로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가 그런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정확히 86,400초를 받습니다.
①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② 저축은 쓰고 남은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③ 건전한 소비 생활이 건전한 국가 경제를 만듭니다.
④ 후회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지내야 합니다.
⑤ 남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야 합니다.
[9~10] ‘2002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개요 (가)를 작성하였다가 (나)로 고쳤다. 두 개요를 비교해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본론
1. 월드컵 준비 상황
2. 월드컵 개최가 주는 경제적 효과
3. 월드컵 개최에 따른 관광객의 증가
4. 월드컵을 통해 높아지는 국가적 위상
5. 월드컵 개최를 위한 개인적 자세
결론 : 월드컵의 개최를 통한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 확립
본론
1. 월드컵 개최를 통한 기대효과
가. 경제적 측면
나. 문화적 측면
다. 국가 위상의 측면
2. 월드컵 개최를 위한 준비
가. 국가적 차원
나. 개인적 차원
결론 :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의지 다짐
9. (가)를 (나)로 고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②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 주기 위해
③ 주제에 보다 포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④ 나열된 항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⑤ 서론과 본론을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10. 다음은 (나)의 개요를 구체화하기 위한 내용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본론 1.
가. 월드컵 개최에 따라 관광 수입이나 중계권료 등 경제적인 이익이 많이 발생한다.
나. 월드컵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장이 된다.
다. 월드컵을 보는 세계의 모든 이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홍보 효과를 얻게 되며 이를 훌륭히 치르면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본론 2.
가. 국가적으로는 한국을 찾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게 교통, 숙박, 경기장 시설 등에 관한 대책을 마련한다.
나. 월드컵을 맞이하여 각자 건강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운동을 통한 건전한 생각의 배양에 힘쓴다.
결론 : 한국의 위상을 세계 속에 드높일 수 있는 2002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와 국민이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①
②
③
④
⑤
11. 다음은 학급 문집을 발간하면서 <보기>의 머리말을 완성하기 위해 의견을 나눈 것이다. 적절한 의견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지선 : 이번 문집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도 좋지 않겠니?
② 영수 : 학급 문집의 머리말이니까 문집을 발간하는 의의를 좀더 보충하여 넣는 것이 좋겠어.
③ 재석 : 문집에 실린 글들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내용도 삽입하는 것이 좋겠어.
④ 주영 : 문집을 만들고 난 후의 느낌을 모든 급우들이 간단하게 적어 넣는 형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⑤ 정미 : 이 문집을 발간하게 된 목적이 서로를 잊지 말고 오래오래 기억하자는 것이니까, 이 점을 좀더 분명히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12. 다음은 어느 학생이 ‘세대 간의 갈등’을 제재로 쓴 글이다. 이를 고치기 위한 구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을 넣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② ㉡ - ‘그러나’는 문맥상 어울리는 접속어가 아니므로 ‘게다가’로 고쳐 뒷 문장과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해야겠지.
③ ㉢ - 전체의 통일성을 해치고 있는 문장이므로 없애야겠어.
④ ㉣ - 문장이 너무 기니까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을거야.
⑤ ㉤ - 같은 의미의 말이 중복되니까 ‘모색해 보기로’로 고쳐야겠어.
[13~1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말의 어휘가 변화해 온 양상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변화 양상까지도 읽을 수가 있다.
고대 국어의 어휘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지만, 이 시기의 우리말 어휘는 외래 요소에 의한 오염이 없이 순수한 고유어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삼국 시대에 들어와 중국과의 교섭이 잦아지면서 수많은 한자어들이 들어와 우리말의 어휘는 고유어와 한자어로 된 이중적(二重的) 체계를 이루게 되었다. 신라 경덕왕(景德王) 16년(서기 757년)에 원래 고유어였던 ⓐ땅 이름, 사람 이름, 관직 이름 등이 대부분 한자어로 바뀌게 된 것도 한자어의 세력이 강해진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고유어가 훨씬 많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중세 국어의 문헌들에는 현대 국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많은 고유어들이 발견된다. ‘온[百]’, ‘즈믄[千]’, ‘[江]’, ‘미르[龍]’, ‘곶[顔色]’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뒤에 대부분이 한자어로 대체되었다.
또, 외래어의 도입도 끊임없이 이어져서 그 결과 고유어는 수적으로 점점 위축되어 왔다. ‘붇[筆]’, ‘먹[墨]’ 등의 단어는 중국어를 직접 차용한 것이며, ‘부텨[佛陀]’, ‘미륵[彌勒]’ 같은 ⓒ불교 용어는 범어(梵語)가 한자어를 통해서 우리말에 들어온 것이다. 고려 말기에는 관직, 군사에 관한 어휘를 비롯하여, 말과 매, 그리고 음식에 관한 단어들이 몽골 어에서 들어왔다. ‘가라말[黑馬]’, ‘보라매[秋鷹]’, ‘수라[御飯]’ 등이 그 예이다.
갑오개혁(甲午改革)으로 대표되는 개화기를 전후하여 우리말의 어휘에는 다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자를 사용하여 번역된 서구의 신문명어들이 대량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공기(空氣), 전기(電氣), 지구(地球), 이발(理髮), 사진(寫眞), 대학교(大學校), 소학교(小學校), 권리(權利), 연필(鉛筆), 석유(石油), 철로(鐵路), 병원(病院),······’ 등과 같은 단어들은 모두 이 시기에 들어온 것이다. 또, 일제 강점기(强占期)에는 많은 일본어들이 우리말에 들어왔었으나 광복 뒤 꾸준한 정리 작업을 통해서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광복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명과 직접 관계를 맺는 일이 잦아지면서 서구 외래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은 현대 국어 어휘의 커다란 특징이다.
(나)
말의 소리와 뜻 사이의 결합은 사회적 약속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필연적 관계가 없다. 따라서 주어진 말의 뜻이 생각지 않던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수도 있다.
‘빚’이란 말은 본래 ‘가격’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부채’의 뜻으로 쓰이게 됐다. 당연히 치러야 할 ‘값’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버릇이 이 말의 뜻을 바꿔 버린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공것만 좋아하거나 공것에만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가 부담스럽고 싫게 느껴질 것이다.
13.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1.8점]
① 말은 생명체처럼 새로 생겨나고 없어지기도 한다.
② 외래어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부터이다.
③ 말의 소리와 뜻은 서로 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④ 중세 국어에서는 지금보다 고유어로 된 어휘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
⑤ 중국과의 교섭 이후 우리말 어휘는 한자어와 고유어로 된 이중적 체계를 이루게 된다.
14. 어휘의 변화 양상이 ㉮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흔히 방송에서 ‘혼잡이 많습니다’, ‘혼잡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혼잡하다’는 한 낱말로 ‘혼잡’을 따로 떼어 명사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 ‘혼잡하다’, ‘혼잡하지 않다’라고 표현하여 쓰는 것이 옳다.
② 요즘 아이들은 아버지의 누이나 어머니의 자매를 꼭 ‘고모, 이모’라고 부르는데, 고모나 이모란 말은 제삼자에게 그들과 자기의 관계를 지칭할 때 일컫는 말이다. 직접 상대를 부를 때는 ‘아주머니’라고 해야 한다.
③ ‘다르다’는 두 가지 이상의 대상물이 가진 성질이나 모양에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고, ‘틀리다’는 그 가운데 하나는 옳고 하나는 그르다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은 이를 혼동하여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④ ‘불고기’라는 말은 6ㆍ25 전후에 쓰이게 된 말이다. 쇠고기에 양념을 입혀서 석쇠에 구워 먹는 것을 원래 ‘너비아니’라고 했는데 새로 ‘불고기’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제는 ‘불고기’가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외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⑤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서 주십시오.’라고 한다. 안전선 밖이면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철로 쪽이 될 것이다. 이용하는 시민의 편에서 본다면 이 방송은 ‘안전선 안으로 한 걸음 물러서 주십시오.’라고 해야 한다.
15. ⓐ~ⓔ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대전(大田)’은 예전에 ‘한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② ⓑ - 중세 국어의 문헌에서는 ‘산(山)’을 나타내는 말로 ‘뫼’가 쓰였다.
③ ⓒ - 세속적 번뇌를 해탈한 경지인 ‘니르바나(Nirvāna)’를 ‘열반[涅槃]’이라 한다.
④ ⓓ -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재생기를 일본식 조어인 ‘워크맨’이라 부른다.
⑤ ⓔ - ‘컴퓨터’는 컴퓨터라는 기계를 들여오면서 그 명칭으로 들어온 것이다.
16. <보기>를 참고하여 ㉠의 이유를 추론한 것으로 가장 타당한 것은?
1 ‘친구’의 옛말.
¶그는 어려서부터 동무들을 좋아해서 밤낮 동무들 집으로 돌아다니기만 했다.
2 [‘일 / 놀이 / 소꿉… 동무’의 꼴로 쓰이어] 어떤 일을 같이 하면서 친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
¶그의 소꿉 동무 하나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3 (북한에서) 자기와 동등하거나 낮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로 ‘당신’, ‘동지’의 뜻.
¶김 동무! 동무는 어떠한 곤란이라도 극복하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고 동무를 당 중앙 상임 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이오.
① 북한에서 ‘동무’라는 말을 ‘친구’의 의미로 사용하여 이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② 북한에서 ‘동무’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만 남한에서는 긍정적으로 사용해서
③ 북한에서 ‘동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되자 남한에서도 덩달아 사용하지 않게 되어서
④ 북한에서 ‘동무’라는 단어를 예전과 다른 의미로 사용하여 남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어서
⑤ 북한에서는 ‘동무’를 언어 정책에 따라 적극적으로 보급하였지만 남한에서는 이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아서
[17~2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에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梅花) 향기(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나)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다)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삿 : 삿자리, 갈대로 엮어서 만든 자리
* 쥔을 붙이었다 : 세를 들었다.
* 딜옹배기 :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질옹배기
* 북덕불 : 짚이나 풀 따위를 태워 담은 화톳불
* 나줏손 : 저녁 무렵
17.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 있다.
② 시간적인 배경이 겨울로 설정되어 있다.
③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어 있다.
④ 어려운 상황에 처한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⑤ 자신의 삶에 대한 화자의 진지한 성찰이 드러나 있다.
18. <보기>의 밑줄 친 내용에 해당되는 시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의 ‘바다’
② (가)의 ‘강물’
③ (나)의 ‘장마’
④ (다)의 ‘싸락눈’
⑤ (다)의 ‘갈매나무’
19. (가)의 화자가 <보기>와 같은 상황에 처한 ‘철수’에게 충고할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람은 살다가 시련을 겪을 수도 있어.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②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열심히 기도하면 마음의 평안을 회복할 수 있고, 새로운 용기도 얻을 수 있어.
③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니? 현재 너의 처지도 절망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해. 네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야.
④ 어렵다고 뜻을 굽힐 수는 없는 일이야. 비록 힘들고 어렵더라도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희망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공부를 계속해야 해.
⑤ 행복과 불행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천금을 가지고도 불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어. 그러니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해.
20. (나)의 ㉠을 다음 <조건>에 맞춰 새롭게 바꾸려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 전체 시구의 어조나 표현 기법을 그대로 유지한다.
① 깊은 골짜기에서 송이마다 이슬을 머금고 있는 이름 없는 풀꽃들은 누구의 미소입니까.
② 양지 바른 바위 틈에서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를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은 누구의 손길입니까.
③ 넓고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며 시시각각 오묘한 표정을 짓는 저 흰구름은 누구의 그림입니까.
④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솟은 대밭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서걱이는 대이파리 소리는 누구의 숨결입니까.
⑤ 내리쬐는 햇볕 아래 우뚝 솟아 긴 가지를 드리운 정자나무의 그늘은 누구의 영혼을 위한 오아시스입니까.
21. (다)의 화자가 현재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정한 좌우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8점]
① 무실역행(務實力行)
② 살신성인(殺身成仁)
③ 유비무환(有備無患)
④ 유유자적(悠悠自適)
⑤ 은인자중(隱忍自重)
[22~2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상품은 생산되자마자 닳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마모는 그 상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런데 신세대들은 구세대와는 달리, 어떠한 물건을 닳아서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개성이 강한 신세대는 너무 많이 퍼진 유행에 ㉠식상(食傷)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되므로, 그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것을 찾는다. 구세대가 유행을 따르는 것에 익숙한 데 비하여 신세대들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데 급급하지 않고 새로운 유행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유행이란 어떠한 양식이나 현상이 새로운 경향으로서 널리 퍼지는 것, 또는 그러한 경향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흔히 유행을 신세대의 특성 중의 하나로만 여기고 기업의 판매 전략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행의 주기가 짧아져서 새로운 것이 유행으로 퍼지게 되면 소비가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쉽게 이익을 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의류 산업 계통의 기업들은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데에 기업의 사활을 걸게 된다. 이것은 자동차나 가구 같은 내구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상품의 사회적 마모를 촉진시키는 주체이다. 생산과 소비가 지속되어야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을 생산해서 그 상품의 물리적 마모가 끝날 때까지를 기다렸다가는 그 기업은 망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늘 수요에 비해서 과잉 생산을 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상품의 사회적 마모를 짧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상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디자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이 발달하여 ㉢상품의 성능이나 기능, 내구성이 이전보다 더욱 향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상품의 생명이 이전보다 더 짧아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자본주의 상품이 지닌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섬유의 질은 점점 좋아지지만 그 옷을 입는 기간은 이에 비해서 점점 짧아지게 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상품이 지니고 있는 모순이다. 산업이 계속 발달하여 상품의 성능이 향상되는데도 상품의 사회적인 마모 기간이 누군가에 의해서 엄청나게 짧아지고 있다. 상품의 질은 향상되고 내가 버는 돈은 늘어가는 것 같은데 늘 무엇인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22. 윗글을 통하여 추리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유행은 기업의 판매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② 산업이 발달할수록 상품의 사회적 마모 기간은 짧아진다.
③ 사회적 마모 기간이 짧아지면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④ 상품의 사회적 마모 기간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
⑤ 성능이나 기능의 결함은 상품의 사회적 마모를 촉진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23. ㉠과 바꾸어 쓰기에 가장 알맞은 것은? [1.8점]
① 물려
② 밀려
③ 지쳐
④ 체해
⑤ 시달려
24. ㉡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반론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상품의 성능은 그대로 두어도 향상될 수 있는가?
② 디자인에 관한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는 것을 막을 방안은 있는가?
③ 상품의 성능 향상을 등한시하며 디자인만 바꾼다고 소비가 증가할 것인가?
④ 사회적 마모 기간이 점차 짧아지면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되겠는가?
⑤ 뛰어난 디자인을 개발해냈다 하더라도 이를 바로 모방해내는 풍토에서 다른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25. 다음 중, ㉢이 가장 잘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은?
① 같은 가격이라면 남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산다.
② 자신에게 필요가 없게 된 물건은 싼값에 남에게 판다.
③ 옷을 살 때에는 디자인이나 기능보다는 가격을 더 고려한다.
④ 자신이 꼭 필요한 물건이 있더라도 값이 더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산다.
⑤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모델의 휴대폰을 사기 위해 돈을 모은다.
26. ㉣의 관계를 좌표 평면에 나타낸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단, x축은 ‘시간의 경과’, y축은 a에서는 ‘옷을 입는 기간’, b에서는 ‘섬유의 질’을 각각 나타낸다.)
①
②
③
④
⑤
[27~3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현은 모자가 아직 그들과 같은 ㉠국방모(國防帽)가 아님을 민망히 주무르면서 단정히 앉았다. 형사는 무엇인가 쓰던 것을 한참 만에야 끝내더니 요즘 무엇을 하느냐 물었다. 별로 하는 일이 없노라 하니, 무엇을 할 작정이냐 따진다. 글쎄요, 하고 없는 정을 있는 듯이 웃어 보이니, 그는 힐끗 저의 주임을 돌려보았다. 주임은 무엇인지 서류에 도장 찍기에 골똘해 있다. 형사는 그제야 무슨 뚜껑 있는 서류를 끄집어 내어 뚜껑으로 가리고, 저만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시국을 위해 왜 아모것도 안 하십니까?”
“나 같은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그러지 말구 뭘 좀 허십시오. 사실인즉 도 경찰부에서 현 선생 같으신 몇 분에게, 시국에 협력하는 무슨 일 한 것이 있는가, 또, 하면서 있는가, 장차 어떤 방면으로 시국 협력에 가능성이 있는가, 생활비가 어디서 나오는가, 이런 걸 조사해 올리란 긴급 지시가 온 겁니다.”
“글쎄올시다.”
하고, 현은 더욱 민망해 쓰루다의 얼굴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두 뭘 허신다구 보고가 돼야 좋을 걸요? 그 허기 쉬운 창씨 개명(創氏改名)은 왜 안 허시나요?”
수속이 힘들어 못하는 줄로 딱해하는 쓰루다에게 현은 역시 이것에 관해서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우리 따위 하층 경관이야 뭘 알겠습니까만, 이제는 누구 한 사람 방관적 태도는 용서되지 않을 겁니다.”
“잘 보신 말씀입니다.”
현은 우선 이번의 호출도 그 강압 관념에서 불안해하던 구금(拘禁)이 아닌 것만 다행히 알면서 우물쭈물하던 끝에,
“그렇지 않아도 쉬 뭘 한 가지 해 보려던 참입니다. 좋도록 보고해 주십시오.”
하고 물러나왔고, 나오는 길로 그는 어느 출판사로 갔다.
‘철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굴욕만으로 살아 온 인생 사십, 사랑의 열락도, 청춘의 영광도, 예술의 명예도 우리에겐 없었다. 일본의 패전기라면 몰라, 일본에 유리한 전기(戰記)를 내 손으로 주무르는 건 무엇 때문인가?’
현은 정말 살고 싶었다. 살고 싶다기보다 살아 견디어 내고 싶었다. 조국의 적일 뿐 아니라, 인류의 적이요 문화의 적인 나치스의 타도(打倒)를 오직 사회주의에 기대하던 독일의 한 시인은, 모로토프가 히틀러와 악수를 하고 독소 중립 조약(獨蘇中立條約)이 성립되는 것을 보고는 그만 단순한 생각에 절망하고 자살하였다 한다.
‘그 시인의 판단은 경솔하였던 것이다. 지금 독소는 싸우고 있지 않은가? 미ㆍ영ㆍ중(美英中)도 일본과 싸우고 있다. 연합군의 승리를 믿자! 실제로 연합군이 일본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전황(戰況) 보고가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정의와 역사의 법칙을 믿자! 정의와 역사의 법칙이 인류를 배반한다면 그 때는 절망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 이태준, 「해방 전후(解放前後) - 한 작가의 수기(手記)」에서
27. 윗글을 통해 상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현’이 경찰서로 출두하라는 호출장을 받고 근심스런 표정을 짓는 모습
② 경찰서에서 돌아온 남편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현’의 아내의 모습
③ 전쟁이 일본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기쁜 미소를 띠는 ‘현’의 모습
④ 시국 강연회에서 강연을 끝내고 내려오는 ‘현’을 일본군 장교가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는 모습
⑤ ‘현’이 창씨 개명과 학병 지원을 선동하는 어깨띠를 두른 조선 젊은이들을 호되게 나무라는 모습
28. ‘현’과 ‘쓰루다’의 대화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현’은 애매한 말로 ‘쓰루다’의 질문을 피해 간다.
② ‘쓰루다’는 상부의 지시에 대해 부담스러워한다.
③ ‘쓰루다’는 실제로는 ‘현’을 존경하고 두려워한다.
④ ‘쓰루다’는 ‘현’에게 가시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⑤ ‘현’은 ‘쓰루다’에게 적당히 보고해 줄 것을 부탁한다.
29.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현’이 군인이나 경찰임을 의미한다.
② ‘현’이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는 소재이다.
③ ‘정의와 역사의 법칙’과 대조되는 소재이다.
④ ‘창씨 개명’과 유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⑤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소재이다.
30. ㉮에 나타난 ‘현’의 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속담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울며 겨자 먹는다.
② 마당 쓸고 돈 줍는다.
③ 갓 쓰고 자전거 탄다.
④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31. 다음 그림 A의 관점에서 윗글을 감상한 것은? [2.2점]
① 경찰서 주임을 됫박이마에 옴팡눈으로 묘사하는 등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야.
② 부제가 ‘한 작가의 수기’인 점을 고려할 때, ‘현’은 작가의 삶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어.
③ 인물에 대한 묘사와 대화, 주인공의 독백 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군.
④ 창씨 개명, 「대동아 전기」 등으로 보아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⑤ 현의 모습을 보며 암울한 시대에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
[32~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무리 퍼내도 쌀이 자꾸자꾸 차 오르는 항아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망이 있을 것이다. 신화의 세계에는 그런 쌀독이 얼마든지 있다. 세계 어느 나라 신화(神話)를 들추어 보아도 이런 항아리가 등장하지 않는 신화는 없다. \ ㉮ / 신화에는 사람들의 원망(願望)이 ㉠투사(投射)되어 있다.
우리나라 민담에도 그런 항아리가 등장한다. 아무리 꺼내도 자꾸자꾸 먹을 것이 차오르는 ‘화수분 단지’가 바로 그런 기적의 항아리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쌀을 갈아 대는 ‘혼자 도는 맷돌’도 그런 기적의 맷돌이다.
(나)
신화란 신(神)이나 신 같은 존재에 대한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 우주나 민족의 시작에 대한 초인적(超人的)인 내용,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 ㉡창작(創作)되거나 전해지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모든 신화는 상상력에 바탕한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해이다. \ ㉯ / 이처럼 신화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얻은 것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 인류에게 유익한 생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보면 신화의 창조란 바로 ‘혼돈과 무질서’에서 ‘정돈과 질서’를 찾는 과정이다. 신화 창조를 통해 우주 만물은 혼돈에서 정돈되고, 대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삶이 영위(營爲)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
그런데, 신화는 단순한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 상상력은 또 생산적 창조력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우리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든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그것의 근본을 ㉢규명(糾明)해 보면 신화적 상상력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 ㉰ / 결국, 그것들은 인류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신화를 현실화한 것이다. 또한 신화는 고대인들의 우주 만물에 대한 이해로 끝나지 않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창조되고 있고, 나아가 신화 자체가 문학적 상상력의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라)
신화적 사유(思惟)의 근간은 환상성(幻想性)이지만,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현실성을 무시한 황당무계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 ㉱ / 그러나 이 환상성은 곧 상상력이고 이것이 바로 창조력이라는 점을 우리는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인류 역사에서 풍부한 신화적 유산을 ㉣계승(繼承)한 민족이 찬란한 문화를 이룬 예를 서양에서는 그리스, 동양에서는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규모는 작지만 단군(檀君)ㆍ주몽(朱蒙)ㆍ박혁거세(朴赫居世) 신화 등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 역시 오늘날 이 작은 한반도에서 나름대로의 민족 국가를 형성하여 살고 있는 것이다. 왜냐 하면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이야기, 곧 신화가 그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마)
신화는 물론 인류의 보편적 속성에 기반하여 ㉤형성(形成)되고 발전되어 왔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각 민족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즉, 나라마다 각각 다른 지리ㆍ기후ㆍ풍습 등의 특성이 반영되어 각 민족 특유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 /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중국의 신화는 신화적 발상과 사유에 있어서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은 침범 불가능한 아폴론신의 영역이지만 중국 신화에서는 후예(后羿)가 태양을 쏜 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떨어뜨려야 할 대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3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신화가 지향하는 세계는 정돈과 질서의 세계이다.
② 신화는 상상력에 바탕한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해이다.
③ 풍부한 신화적 유산이 훌륭한 문화 창조의 기반이 된 경우가 많다.
④ 신화에는 인류의 보편적 속성뿐만 아니라 개별 민족의 특성도 반영된다.
⑤ 신화는 과거에는 문학적 상상력의 재료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우주 만물 이해의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다.
33. 각 문단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신화를 인간의 소망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② (나) - 신화의 개념과 의의를 밝히고 있다.
③ (다) - 신화적 상상력이 갖는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④ (라) - ‘환상성’이라는 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다.
⑤ (마) - 신화가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34. <보기>가 들어가기에 적절한 곳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5. ㉠~㉤을 바꾸어 쓴 것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1.8점]
① ㉠ 투사(投射)되어 → 던지어져
② ㉡ 창작(創作)되거나 → 만들어지거나
③ ㉢ 규명(糾明)해 보면 → 캐 보면
④ ㉣ 계승(繼承)한 → 물려받은
⑤ ㉤ 형성(形成)되고 → 이루어지고
36. <보기>가 타당성을 갖는 근거가 되기에 적절한 문단은?
-이규보, 『동명왕편(東明王篇)』서(序)에서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37~4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하 노피곰 도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됴리
아으 다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드욜셰라.
어긔야 어됴리
어느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졈그셰라.
어긔야 어됴리
아으 다디리
- 「정읍사(井邑詞)」
(나)
鐵嶺(철령) 노픈 峯(봉)을 싀여 넘 져 구름아.
孤臣寃淚(고신 원루) 비 사마 여다가,
님 계신 九重深處(구중 심처)에 려 본들 엇리.
- 이항복의 시조
(다)
東동風풍이 건듯 부러 積젹雪셜을 헤텨내니, 窓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 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암香향은 므일고. 黃황昏혼의 이 조차 벼마 빗최니, 늣기 반기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디고 새닙 나니 綠녹陰음이 렸, 羅나幃위 寂젹寞막하고 繡슈幕막이 뷔여 잇다. 芙부蓉용을 거더 노코 孔공雀작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 鴛원鴦앙錦금 버혀 노코 五오色線션 플텨내여 금자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내니, 手슈品품은니와 制졔度도도 시고. 珊산瑚호樹슈 지게 우 白玉옥函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千쳔里리 萬만里리 길흘 뉘라셔 자갈고.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밤 서리김의 기러기 우러 녤 제, 危위樓루에 혼자 올나 水수晶졍簾념 거든말이, 東동山산의 이 나고 北북極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쳥光광을 쥐여내여 鳳봉凰황樓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팔荒황의 다 비최여, 深심山산 窮궁谷곡 졈낫티 그쇼셔.
乾건坤곤이 閉폐塞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쇼湘상 南남畔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옥樓루高고處쳐야 더옥 닐너 므리. 陽양春츈을 부쳐내여 님 겨신 쏘이고져. 茅모簷쳠 비쵠 玉옥樓누의 올리고져. 紅홍裳샹을 니믜고 翠취袖슈를 半반만 거더, 日일暮모脩슈竹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쳥燈등 거른 겻 鈿뎐箜공篌후 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앙衾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도 열두 , 도 셜흔 날, 져근덧 각 마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골髓슈의 텨시니, ⓔ扁편鵲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줄 모샤도 내 님 조려 노라.
- 정철, 「사미인곡(思美人曲)」
37.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에 따라 화자의 정서가 변하고 있다.
② 화자와 임 사이의 거리감이 드러나 있다.
③ 임을 원망하는 화자의 마음이 그려져 있다.
④ 자연을 대하는 화자의 경건한 태도가 나타나 있다.
⑤ 시상이 전개되면서 화자의 정서가 극적으로 반전된다.
38. <보기>의 설화를 바탕으로 ㉠을 이해할 때, (다)에서 이와 유사한 심리가 드러난 것은?
①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
② 危위樓루에 혼자 올나 水수晶졍簾념 거든 말이
③ 陽양春츈을 부쳐내여 님 겨신 쏘이고져.
④ 日일暮모 脩슈竹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⑤ 鴦앙衾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39. (나)의 구름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시어를 (다)에서 찾으면?
① 동풍
② 화
③ 녹음
④ 새
⑤ 쳥등
40. 화자의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시어가 아닌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41. ㉡에 나타난 화자의 심정을 시로 읊었을 때 가장 적절한 것은? [2.2점]
① 내 마음은 호수요, / 그대 저어 오오. /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 김동명, 「내 마음은」에서
②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 신경림, 「목계장터」에서
③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 석양에 마을로 돌아노는 꿈을, / 즐거이, 꿈 가운데. - 김소월,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에서 -
④ 감추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 모윤숙, 「기다림」에서
⑤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 / 천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에요? - 서정주, 「춘향유문」에서
[42~4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리고 괴테는 수직 구조를 남성적, 나선 구조를 여성적이라고 하면 모든 식물의 뿌리 부분에서는 자웅(雌雄)이 일체가 된다고 생각했다. 성장하고 변해 가는 도중에 두 가지 구조는 분리되어 반대의 방향을 취하지만 보다 높은 차원에서 양자는 서로 맺어지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남녀의 원리를 우주에 있어서의 정신적 대립성으로 괴테는 포착했던 것이다.
괴테는 모든 우주가 서로 대립하는 양극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힘은 빛과 어둠, 전기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화학의 산화와 환원이라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빛의 현상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뉴턴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뉴턴은 빛의 파장은 빛 그 자체이며, 여러 가지 색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괴테는 빛의 파장을 영원한 빛의 물리적 구현이라고 생각했다. 빛과 어둠이 양극에서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 그 상호 작용으로 빛의 모습이 형성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어둠을 빛이 완전히 없는 상태가 아닌, 빛에 대립하여 상호 작용하는 그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빛과 어둠이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그는 상상하고 있었다. 만약 어둠이 전적으로 무(無)라고 한다면 어둠을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아무런 느낌도 얻을 수 없으리라고 괴테는 말한다. 괴테가 이 색의 이론을 중요시하고 있었던 증거는 그의 다음과 같은 말로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시인으로서의 나의 작품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색의 참된 본질을 이해한 이 시대의 유일한 인간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괴테는 인간 심리나 지식의 모든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정신을 가진 독일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아 왔으나, 과학자로서 크게 인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어떤 식물에 「괴테 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어떤 광물이 「괴타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지만 이것은 위대한 사람에 대한 예의에서 나온 것이지 과학자로서의 대접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사실 괴테는 식물 생태학의 개념을 형성한 것으로 인정받기는 했으나 식물의 형태 이론에 대한 괴테의 공헌은 다윈의 이론이 충분히 평가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42. 괴테의 생각이 아닌 것은?
① 지구에서는 중력과 부상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② 어둠은 빛에 대립하여 상호 작용하는 그 무엇이다.
③ 우주는 서로 대립하는 양극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④ 식물은 처음에는 나선 구조를, 자라서는 수직 구조를 갖는다.
⑤ 식물이 위로 향해 자라는 것은 중력과 반대되는 힘 때문이다.
43. 윗글에 나오는 어휘들을 이용하여 십자말 맞추기 문제를 만들었다. 각각의 열쇠에 맞게 짝지어지지 않은 것은?
1 외부의 자극을 받아 느낌을 일으키는 성질 3 암컷과 수컷 4 전파나 음파 따위의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 5 머리를 써서 궁리함 7 물체가 떠오르는 힘
가로 열쇠
2 똑바로 드리운 모양 3 사람의 손에 의하지 않고서 존재하는 것 5 나서 자라거나 큼 6 사물의 가치나 변화 능력을 알아내는 능력 8 지표 부근의 물체를 지구 중심 방향으로 끌어 당기는 힘
① 세로 1 - 감수성, 가로 2 - 수직
② 세로 3 - 자웅, 가로 3 - 자연
③ 세로 4 - 파장, 가로 5 - 생장
④ 세로 5 - 현상, 가로 6 - 상상
⑤ 세로 7 - 부상력, 가로 8 - 중력
44. ㉠의 사례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비가 왔을 때 빗물이 낮은 쪽으로 흘러내려 가는 것
②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
③ 번개가 주변 중에서 가장 뾰족한 곳으로 떨어지는 것
④ 가을이 되어 빨갛게 단풍이 들어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
⑤ 화산 폭발 때 무거운 바위가 공중으로 튕겨 올라가는 것
45. ㉮를 학급 신문에 소개한다고 할 때, ㉮의 논지를 가장 잘 반영한 표제와 부제는?
① 진화론의 난제 해결
-생물에 내재된 생명 원리 발견
② 식물 생태학 분야의 새로운 발견
-직관을 통한 과학적 발견의 중요성
③ 우주의 생성 과정 발견
-위대한 시인의 통찰력 인정
④ 식물의 구조 증명
-생물학계, 괴테의 업적 인정
⑤ 우주의 대립적 원리 발견
-생전에 평가 받지 못한 괴테의 업적
46. 밑줄 친 ㉡의 ‘빛 : 어둠’의 관계와 유사한 것은?
① 수요(需要) : 공급(供給)
② 식물(植物) : 과실(果實)
③ 교실(敎室) : 칠판(漆板)
④ 생태(生態) : 습성(習性)
⑤ 기원(起源) : 발생(發生)
[47~5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 때에 흥보(興甫) 아내는 여러 날 굶은 가장을 형의 집에 보내고서 ㉠전곡간(錢穀間)에 얻어 오면 굶은 자식 먹일 걸로 동구에 나가서 기다린다. 스물다섯 되는 자식 다른 사람 자식 낳듯 한 배에 하나 낳아, 삼사 세(三四歲) 된 연후에 낳고 낳고 했어야 사십이 못다 되어 그리 많이 낳겠느냐. 한 해에 한 배씩 한 배에 두셋씩 대고 낳아 놓았구나. 그래도 아이들을 칠칠일(七七日)이 지나며는 안기도 하여 보고, 백일이 지나며는 업기도 해 보고, 첫돌이 지나면 손 잡고 걸어 보고, 삼사 세가 되면 의복 입고 다녔어야 다리에 골이 오르고 몸이 활발할 터인데, 이 집 자식 기르는 법은 덕석*을 엮을 때에 세 줄로 구멍을 내어 한 줄에 열 구멍씩 첫 구멍은 조그맣고 차차 구멍이 커 간다. 한 배에 낳은 자식 둘이 되나 셋이 되나 앉혀 보아 앉으면은 첫 구멍에 목을 넣고, 하루 몇 때씩을 암죽만 떠 넣으면 불쌍한 이것들이 울어도 앉아 울고, 자도 앉아 자고, 똥 오줌이 마려우면 덕석 쓴 채 앉아 누어, 세상에 난 연후에 실오라기 하나라도 몸에 걸쳐 본 일 없고, 한 번도 문턱 밖에 발 디뎌 본 일 없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소리 들어 본 일 없고, 그저 앉아 큰 것이라 때묻은 여윈 낯이 터럭이 거칠거칠. 동지(冬至) 섣달 강아지가 아궁에서 자고 난 듯, 덕석 쓴 채 새고 나면 빼빼 마른 몸뚱이가 대강이를 엮어 놓은 듯, 못 먹고 앉아 크니, 원 무르게 되어서 큰 놈들은 스무 살씩, 작은 놈들은 십칠팔 세. 남의 자식 같으면 농사하네, 나무하네, 한참들 벌이를 하련마는 원 늦되어서 부르는 게 어메, 아비. 음식 이름 아는 것이 밥뿐이로구나. 다른 음식 알려 한들 세상에 난 연후에 먹기는 고사하고 보거나 듣거나 하였어야지. 밥 갖다 줄 때가 조금 지나면 뭇놈이 그저 각각 “어메 밥, 어메 밥” 하는구나.
(나)
이 날도 흥보댁(興甫宅)이 여러 자식놈들의 어메 밥 소리에 정신을 못 차려서, 벗은 발에 두 손을 불고, 이문(里門) 밖에 나서 보니 흥보가 건너올 제, 지지도 메도 아니하고 빈 손 치고 정신없이 비틀비틀 오는 거동(擧動) 조창(漕倉)배 격졸*로서 일천석(一千石) 실은 곡식 풍랑에 파선(破船)하고, 십차(十次) 형신(刑訊)* 삼년 체수(滯囚)*의 고생을 겪고 오는 모양. 다섯 바리* 고마(雇馬)* 마부(馬夫) 관가 봉물(封物) 싣고 갔다 백냥(百兩) 짜리 말 죽이고, 주막(酒幕) 주막 빌어먹어 빈 채 들고 오는 모양,
(다)
정색(情色)이 말 아니어 흥보댁이 깜짝 놀라 손목을 잡으면서, “어찌 그리 지체(遲滯)하고, 어찌 그리 심란(心亂)한가. 오죽 시장하며, 오죽 춥겠는가.” 자세히 살펴보니 쑥 들어간 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간신히 살 가리운 고의(袴衣)* 뒤폭 툭 ㉡미어져 빳빳 마른 볼기짝에 몽둥이 맞은 자리 구렁이가 감겼는 듯. 흥보 아내 대경(大驚)하여, “애겨, 이게 웬일인가, 저 몹쓸 독한 사람, 굶은 사람 쳤네 그려.” 가슴 탕탕, 발 구르니
(라)
흥보가 달래어, “자네 그게 웬 소린가. 형님 댁에 건너가니 형님이 반기시고, 좋은 술 더운 밥을 착실히 먹인 후에 쌀 닷말 돈 석 냥 썩 내어 주시기에, 쌀 속에 돈을 넣어 오쟁이*에 묶어 지고 한출첨배(汗出沾背)* 오느라니, 이 넘어 깊은 골짜기에 ㉢설금찬 두 사람이 몽둥이 갈라 쥐고 솔밭에서 왈칵 나와 볼기짝을 때리면서, ‘이놈! 목숨이 크냐, 재물이 크냐.’ 한 번 호통에 정신 놓아, 졌던 것 벗어 주고 겨우 살아 오느라고, 서러워서 울었으니 형님은 원망 마소.”
(마)
흥보댁이 아니 믿고 손뼉을 딱딱 치며, “그래도 내가 알고, 저래도 내가 아네. 몹쓸래라 몹쓸래라, ㉣시아주비도 몹쓸래라. 하나 있는 그 동생을 못 본 지가 몇 해런고, 오늘같이 추운 아침 형 보자고 간 동생의 관망(冠網)을 보거드면 올벼논에 새 볼 터요, 의복을 보거드면 구럭* 속에 황육(黃肉) 든 듯, 얼굴은 ㉤부황채색(浮黃菜色), 말소리 기진(氣盡) 함함(顑頷), 여러 해 굶은 줄과 조금하면 죽을 정색 번연히 알 터인데, 구완하긴 고사하고 저리 몹시 때렸으니 사람이 할 일인가. 애고애고, 설운지고.”
- 「박타령」에서
* 덕석 : 멍석. 짚으로 짜서 만든 큰 자리
* 조창(漕倉)배 격졸 : 세곡(稅穀) 따위를 싣는 배의 선원
* 형신(刑訊) : 형장(刑杖)으로 때리며 물음.
* 쳬수(滯囚) : 옥에 갇혀 있음, 또는 그 죄수
* 바리 : 마소에 잔뜩 실은 짐
* 고마(雇馬) : 시골 관아에서 징발하여 쓰는 말
* 고의(袴衣) : 여름에 바지 대신으로 입는 홑옷
* 오쟁이 : 짚으로 만든 작은 섬
* 한출첨배(汗出沾背) : 흐른 땀이 등을 적심.
* 구럭 : 새끼로 그물 뜨듯 만든 물건
47. 윗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화 영화를 제작하고자 할 때, 이 장면에 어울리는 흥보의 캐릭터는?
①
②
③
④
⑤
48. (가)에서 해학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반어적 표현의 구사
② 상투적 표현의 반복
③ 상황의 과장과 열거
④ 전도된 상황의 묘사
⑤ 어리석은 말투와 행동
49. (라)에 나타난 흥보의 말하기 방식은?
① 담담하게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② 생각을 바꾸도록 권유하고 있다.
③ 거만한 태도로 상대를 무시하고 있다.
④ 유사한 상황에 빗대어 비판하고 있다.
⑤ 상황에 맞게 그럴 듯한 말을 꾸며 대고 있다.
50. 윗글을 판소리로 공연하려고 할 때, (마) 부분에 대한 소리꾼의 계획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의상을 자주 바꾸어 입어 장면의 분위기를 살려야지.
② 청중들이 장면에 몰입할 수 있게 고수와 대화를 주고 받아야지.
③ 가난에 찌든 느낌이 배어나지 않도록 특히 목소리에 신경 써야겠어.
④ 비애감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진양조나 중모리의 장단으로 불러야지.
⑤ 청중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새롭고 다양한 동작을 보여 주어야지.
51. ㉠~㉤의 뜻풀이 중, 잘못된 것은? [1.8점]
① ㉠ - 돈이건 곡식이건
② ㉡ - 해져서 구멍이 생겨
③ ㉢ - 끔찍스러운
④ ㉣ - 시아버지는
⑤ ㉤ - 굶주려서 누렇게 뜬 얼굴빛
[52~56]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표절(剽竊)은 쉽게 말하면 남이 만든 것을 그대로 베끼거나 또는 조금 수정하여 자기가 만든 것처럼 발표하는 일이다. 이러한 행위가 법적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저작권을 갖지 않은 사람이 그것을 팔아 이익을 취함으로써 저작권을 가진 사람이 당연히 취해야 할 이익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가요계에서 표절이 다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 가요계의 표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당히 많은 노래들이 일본 노래를 베껴 마치 자기가 작곡한 것인 양 팔리고 있다. 가요의 표절 문제는 외국의 가요계에도 있다. 그리고 표절은 음악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화ㆍ조각ㆍ연극ㆍ소설ㆍ시 등 모든 예술 분야에 공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기존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모방함으로써 색다른 표현 효과를 노리는 패러디 기법은 예술의 한 기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음악의 경우 표절 문제로 가장 많은 시비를 일으킨 작곡가는 헨델이었을 것이다. 헨델은 남이 만들어 놓은 곡에 자신이 새로운 반주를 붙여 오페라 중간에 끼워 넣어 아주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표절이라고 항의하는 작곡자에 대해 헨델은 ‘그 멜로디 하나 만든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야단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헨델은 인격적으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짐작컨대 헨델은 멜로디를 하나 생각해내는 일보다는 그것에 반주를 붙여 좋은 음악으로 잘 짜맞추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다)
표절에 대해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은 작곡이란 멜로디 하나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멜로디를 잘 짜맞추는 창의적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헨델은 창작이라는 것은 멜로디를 만든 다음, 그것을 재료로 해서 큰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헨델로서는 멜로디를 좀 빌렸기로서니 그게 뭐 그리 큰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가질 만도 했을 것이다. 헨델이 이와 같은 태도를 지닌 것은 음들 몇 개로 이루어진 표면의 멜로디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
그러나 표절에 대한 이와 같은 소극적인 ㉠생각의 반대편에는 표절은 절도 행위와 같은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표절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표절한 곡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멜로디에 대한 창작자로서의 명예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대중들의 판단이나 후일의 판단에 맡길 수가 있다. 그러나 음악을 통해 돈을 버는 문제는 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표절자가 돈을 버는 것이 정당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
따라서 표절에 대한 논쟁이 심각해지는 곳은 하나의 노래가 성공함으로써 큰돈을 벌 수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이다. 선의로 생각할 때에 남의 곡을 베끼려는 의도 없이 그와 유사한 멜로디를 우연히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베꼈는가 아닌가는 본인의 양심의 문제이다. 그러나 표절이다 아니다를 판단해야 하는 법적 권위를 가진 판결은 소위 양심적이라고 하는 표절자의 진술에만 기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표절을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작하는 첫 두 마디가 같으면 무조건 표절로 판단하는 등의 경우이다.
5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우리 가요 중에는 일본 가요를 모방한 것이 많이 있다.
② 표절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 이득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③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은 법적인 규제를 받는다.
④ 남의 멜로디를 따오고도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⑤ 우리나라의 가요계에 표절 문제가 나타난 것은 최근에 와서이다.
53. B는 A를 모방한 작품이지만 이를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에서
↓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켜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 장정일,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에서
① 원작자의 작품을 그대로 베끼지 않았기 때문에
② 색다른 표현 효과를 얻기 위해 모방했기 때문에
③ 형식만 일치하였을 뿐 내용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④ 이 작품을 팔아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⑤ 우연히 일치하였을 뿐이지 의도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54.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와 같은 사고 과정을 추론할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2점]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이라디에르가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민요를 가곡으로 편곡하여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래 이 곡은 쿠바의 하바네라 항구로 흘러 들어간 북아프리카 민요라서 「하바네라」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러므로 논의 끝에 비제가 그 곡을 사용해도 된다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① 따라서 이 곡은 비제의 것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② 따라서 이 곡은 어느 누구에게도 판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③ 따라서 이 곡은 비제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④ 따라서 이 곡은 이라디에르가 아닌 비제의 창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⑤ 따라서 이 곡은 이라디에르의 것과 비제의 것이 똑같다고 할 수 없다.
55. (마)를 통해 내릴 수 있는 판단으로 알맞은 것은?
① 표절 여부는 작품 전체가 모두 똑같은 경우에만 인정해야 하는군.
② 표절하겠다는 의도가 없었다면 표절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군.
③ 표절로 의심 되는 경우에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은 믿지 않아야겠군.
④ 표절 여부는 재판 과정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군.
⑤ 표절 여부는 표절자가 인정하는가 안 하는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게 되는군.
56. ㉠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① 똑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생각이 많이 달랐다.
② 그녀는 어머니 생각으로 잠 못 든 적이 많았다.
③ 이번에 그녀를 만나면 기필코 청혼할 생각이다.
④ 그는 어디를 가나 항상 게임 생각에만 빠져 있다.
⑤ 취직 시험 준비하는 우리 아들 생각도 좀 해 주게.
[57~6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주사댁 집 앞마당을 중심으로 오른편으로 건넌방. 그 앞에 툇마루. 왼편으로 큰 대청. 또 그 왼편으로 안방 영창문이 있고, 그 앞으로 부엌간이 내밀고 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중류 계급의 견실 순박한 기풍의 세간살이, 장독대, 뒤주, 찬장, 심지어 걸레질 잘 해 놓은 마룻바닥, 잘 쓸어 놓은 마루 밑까지 나타나 있다. 여름날 석양.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움이 서늘하게 열어 젖힌 대청 안에서 도사리고 있다.
막이 열리면 대청 중앙에 원봉이와 혁이가 바둑판을 마주 놓고 앉아 있다.
(나)
차 혁 : (기가 난 듯이 다리를 세우며) 흥, 끝판에 한 번 탁 대들어 본다. 오냐, 대들어 봐라. (바둑을 놓는다.)
최원봉 : (냉연하게) 네가 말 아니해도 벌써 이렇게 대들어 채지 않았니? (놓는다.) 이리로 막아 버리면 네 길이 어디냐?
차 혁 : (놓으며) 또 이리로 막아 버리면 네 길은 어디고.
최원봉 : (웃으며) 이 넓은 세상에 길 없을까 봐. (놓는다.)
차 혁 : 아, 이 놈 보게. (생각한 뒤에 놓는다.)
최원봉 : 넓은 세상에 길 없을까 봐. 넓은 세상에 길 없을까 봐. (놓는다.) 넓은 세상에······.
차 혁 : (웃으며) 길만 찾지만 하는 수가 있니. 다 죽어 가는 놈이. (놓는다.)
최원봉 : 죽더라도 죽을 때까지. (놓는다.)
차 혁 : 이 애가 왜 이 모양이야. (놓는다.) 세 집 다 결단 났는데.
최원봉 : 죽더라도 죽을 때까지. 죽더라도 죽을 때까지. (생각한 뒤에 놓는다.)
차 혁 : (놓으며) 이러면 이 집도 날아갔다.
최원봉 : 날아가는 것은 날아가거라. (놓는다.)
차 혁 : 그리고 남는 것은 목 베인 항우(項羽)만.
최원봉 : 목 베여도 살 수 있으니까 ⓐ항우란다. 이놈! (놓는다.)
(다)
차 혁 : (더 큰 환희) 이러면 영영 죽었지. (놓으며) 자, 인제 그만두자. 다 되었는데 내기 한 것이나 얼른 내놔라.
최원봉 : 이거 왜 이래. 세기나 다 하고 난 뒤에 조르렴. (센다).
차 혁 : 죽는 놈 마지막 청이구나. 제 송장 꼴 보려고 예순 ,일흔, 아흔, 스무집이나 달리지 않았니? (영순이가 꿀물과 복숭아와 칼이 놓인 쟁반을 가지고 와서 옆에 놓는다.)
최영순 : (혁에게 말하듯이) 오빠, 너무 골리지 말아요. 백주에 ⓑ일년생을 가지고.
차 혁 : 자, 인제 마지막 백기를 들어야지.
최원봉 : 이것 영영 졌구나. (물러앉으며) 하는 수 없이 또 당하는 수로군.
차 혁 : (또한 물러앉으며) 아까 네가 욕심부리다가 여기 있는 것을 거두었기 때문에 탈이었다. 아, 패전한 배상이 겨우 이건가?
최원봉 : (바둑을 치우며) 얘, 이래 보여도 이 복숭아가 15전씩이란다. 천진 수밀도(天津水蜜桃)야, 알기나 아니?
최영순 : 일부러 오시라고 해 갖고 무얼 대접할 게 있어야지요.
차 혁 : (웃으며) 영순 씨는 어찌도 그리 잘 아세요. 오라버니 패전할 것을. 세어 보기도 전에 이런 것을 갖다 놓으니.
최영순 : 그러니까 오라버니 동생간이지요. (복숭아를 깎는다.)
차 혁 : 이리 줍시오. (받아서 깎으며) 나도 참 영순 씨만한 누이만 있었으면 하지만 패전 예보만은 쏙 빼놓고 말이지요.
최원봉 : (웃으며) 패전이라도 알아주니 그만큼 고맙지 않나? 동시에 자네에게는 승전 예보의 천사가 된 셈일세.
차 혁 : 잔 다르크란 말인가?
최영순 : (잠깐 얼굴을 붉히며) 저는 싸우지도 않았는데 잔 다르크예요? 그리고 ⓒ잔 다르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천사 미카엘이었더래요.
(라)
차 혁 : 하하, 이것 또 무식이 탄로되었군. 허지만 오라버니가 미리 질 줄을 알고 있는 것만은 천사 될 자격이 넉넉히 있습니다.
최원봉 : 즉 자네 승전을 미리 알고 있는 천사란 말이지. 똑똑하게 안다.
차 혁 : 그 말도 더 똑똑하게 안 말이다. (웃는다.)
최영순 : 잡수세요. (바둑판을 치우고 쟁반을 가운데 놓는다.)
최원봉 : 이기기는 자네가 이겼어도 결국은 다 내 덕인 줄 알게. 이런 좋은 복숭아는 물론이고 영순이가 자네 천사인가 무엇인가 된 것까지.
최영순 : 에그, 오빠도.
차 혁 : 지고 나서는 그게 변명인가.
최원봉 : 자네나 너나 다 내 앞에 절해야 한다. 위대한 ⓔ개선장군 앞에 가서 두 애인이 손 잡고 축복을 받으려는 것과 같이······.
차 혁 : 그런 히니꾸*는 빼 놓고 해라. 비위 상한다.
(마)
최영순 : 모처럼 어머니도 안 계신데 오셨으니 서로 웃음 웃고 이야기하세요.
최원봉 : (먹던 복숭아를 내버리고 길게 호흡한다.) 시끄럽다.
최영순 : (밀수* 들어 주며) 이것 잡수세요. 속 시원하게.
최원봉 : (받아 마시고) 너 왜 그 치마는 또 입고 있니?
최영순 : 이것밖에는 없는 걸 어떻게 해요. 새로 장만하려면 또 돈 들지 않아요? 있는 것 먼저 입어 버리지요. 고운 것 아낀다구 발가벗고 있을 수 있어요?
최원봉 : 흰 모시 치마에다가 집에 있을 때는 행주 치마 두르고 있으라니까. 그 치마 아니면 연애 못하니?
최영순 : 에그 오빠도!
최원봉 : 얼른 들어가 바꿔 입고 와! 그 동안 혁이가 실컷 보고 있었으니까 넉넉하다.
최영순 : 어제 잉크 엎질러서 죄다 버렸어요.
최원봉 : 방정! 공부할 때에도 행주치마 입고 있을 것이 뭐야.
최영순 : 행주치마였기 때문에 관계치 않었지요. 흰 모시 치마도 안 아까운 것은 아니지만.
최원봉 : 그래 오늘 혁이 보는데 입을려고 잉크 엎드렸구나.
차 혁 : 여보게, 나가 산보나 하세. 집안에 들어 앉어서 공연히 이리 툭적 저리 툭적 하지만 말고.
- 김우진, 「산돼지」에서
* 히니꾸 : 냉소(冷笑)
* 밀수(蜜水) : 꿀물
57. 이 작품으로 연극 공연을 할 때, 연출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는 소품들을 준비하도록 지시한다.
② (나) : 최원봉과 차혁이 대조적인 표정을 짓도록 주문한다.
③ (다) : 차혁의 대사는 장난기 있는 어조로 표현하도록 지시한다.
④ (라) : 최원봉의 마지막 대사는 차혁을 비꼬는 듯한 느낌이 나도록 연기하게 한다.
⑤ (마) : 최영순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차혁에게 하소연하는 모습을 연기하도록 요구한다.
58. <보기>의 설명을 고려하여, 상대방에 대한 등장 인물들의 태도를 도식화하려 한다. 가장 적절한 것은? [2.2점]
긍정적 태도 / 부정적 태도
최원봉 / A / 최영순 / B / 차 혁
①
②
③
④
⑤
59. (나)에서 알 수 있는 최원봉의 성격은?
① 상대방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성격
② 저돌적이면서 끝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성격
③ 어려운 일이 닥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바라는 의존적 성격
④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차근차근 상황에 대처하는 신중한 성격
⑤ 상대방과의 대립을 피해 상호 공존을 도모하려는 타협적 성격
60. ⓐ~ⓔ 중, ‘최원봉’을 지시하는 것끼리 짝지어진 것은?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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